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60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061화
21. 망나니를 사용하는 방법(3)
“젠장, 젠장!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갑작스러운 정부의 압박.
아무래도 그레이트 그레이프에 대해 알아버린 것 같다.
어떻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아직 대중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 큰 뇌물을 준비하던가.
꼬리를 자르기 위해 희생양을 준비한다든가.
일단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약간의 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다.
‘……이런 번화가에 있는 클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면.’
당장에 시간 정도는 벌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본국에 있는 허핑 길드에도 연락을 취하고자 했지만.
‘대체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정작 지금까지 잘되던 연락이 되질 않았다.
그는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꼬리 자르기.’
버림받은 것이다.
본거지에서는 연락을 받지 않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의사를 전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오늘 허핑 길드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어떤 사람과 겨우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괜찮아…….’
아주 잠깐 엇나간 것뿐이다.
금방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무것도 아니야.”
강남의 유명 클럽. VIP를 위한 2층의 객실에서 아리따운 여성이 따라준 고급 샴페인을 홀짝인 그가 초조한 얼굴로 시계를 들여다봤다.
평소에도 길드장들이 접대랍시고 데려오던 곳이었지만, 이번에는 반대였다.
‘대체 언제 오는 거야?’
그때, 문이 열리며 한 남성이 들어왔다.
“이런 곳으로 불러내다니. 갈 때까지 간 모양이야.”
“응? 오빠, 저 사람은 누구…….”
“다들 당장 나가!”
“예, 예?”
평소에 가면처럼 쓰고 있던 웃음은 사라지고, 초조한 표정의 박재한이 일갈했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며 안에는 두 명의 남성만이 있을 뿐이었다.
최근, 한국에 있는 대형 길드장들이 너도나도 친분을 나누고 싶어 하는 차우 길드의 수장.
그에 반해 상대는 길드장도 아니었지만.
“……여기 앉으시죠.”
박재한이 재빨리 일어서고는 그 남성을 자리로 앉혔다.
이제껏 대접만 받던 그가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술을 따른다.
“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단 술이라도 한잔…….”
“일을 그따위로 처리하고는 술이 넘어가냐.”
“……흡!”
“라고. 본국에 있는 길드에서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죄, 죄송합니다!”
결국 일말의 자존심마저 버린 채로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아니, 저한테 이러셔봤자, 곤란할 뿐입니다.”
“허핑 길드 쪽에서는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어떤 무능한 작자로 인해 작전은 실패. 차우 길드장, 박재한은 본국으로 송환 조치한다.”
그 말을 들은 박재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본국으로 송환한다.
그것은 곧 자신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 제발 그것만은!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흠…….”
천천히 샴페인을 한 입 음미한 남성이 제 앞에 꿇어앉아 있는 박재한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기분 좋네.’
뒷골목의 심부름꾼. 홍산호.
길드와는 다른 ‘조직’을 가지고 있는 그는 차우 길드의 행동을 관찰하고 허핑 길드에 보고하기 위해 그들이 심어놓은 인물 중 하나였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자신의 조직원들조차 모른다.
조직이란, 이곳에서의 활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이니까.
‘아쉽게 됐어.’
차우 길드장, 박재한.
그 또한 허핑 길드 소속 길드원이었다.
그것도 자신보다 꽤 높은 위치에 있던 정예 멤버.
원래라면 자신 같은 심부름꾼은 이렇게 내려다보지도 못하는 인물이지만…….
‘이것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도 있지.’
허핑 길드에게 버림받은 박재한의 취급은 이미 길드원조차도 아니었다.
그로서는 살기 위해서 한참 아래로 보던 인물에게 무릎을 꿇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주 잠깐, 가지고 노는 것 정도는 상관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홍산호가 씨익 웃었다. 물론, 그 미소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박재한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꼭 안 된단 것은 아닙니다.”
“저, 정말입니까!”
“예. 길드에서도 당신이 그동안 해 온 일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시고 계시니까요.”
“그, 그렇죠? 제가 허핑 길드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아시잖습니까!”
‘내가 어떻게 알겠냐.’
물론 방금 말들은 그가 지어낸 이야기였다.
어차피 그곳으로 가게 되면 어떤 말을 지껄이더라도 들어주지 않을 테니까.
이런 사소한 장난쯤은 상관없겠지.
어차피 듣는 사람 또한 이 사람밖에 없었으니까.
“자, 그럼. 술이나 한잔 따라주시죠.”
“예!”
강남에 있는 한 유명 클럽의 VVIP 객실 중 하나.
“……그렇단 말이지?”
그곳의 구석에 작게 뚫려진 구멍이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직원도 알지 못한다.
단 한 명.
자신의 집보다도 클럽에서 살다시피 하던 망나니 한 명을 제외하고는.
“그런데 넌 이런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하하. 그러니까 네놈이 샌님이라는 거다. 나 정도 되면 이런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지.”
“……자랑이다.”
* * *
혹시 더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계속해서 구멍에 귀를 댄 상태다.
“근데 넌 뭐 하냐?”
그 와중에 전진우는 두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값비싼 양주를 컵에 따라서 가볍게 원샷하고 있는 중이다.
“……너 일하러 온 거 아니었냐?”
“하. 고작 이 정도 술을 마신다고 취하거나 하진 않아. 왜, 부럽나? 신성 길드장이라도 돈은 그렇게 많지 않나 봐? ……왜 웃는 거지?”
“아니야.”
얘가 내 통장에 찍히는 돈들이 얼마인지 알면 저런 소리는 안 할 텐데.
하긴 각성자가 고작 평범한 술을 마신다고 취하진 않겠지.
마침 목이 마르기도 하니깐…….
“나도 줘 봐.”
테이블 위에 있는 술 하나를 까고는 병째로 한 입 마셨다.
옛날에는 이런 비싼 걸 이렇게 마시게 될 줄은 몰랐는데.
소주 하나에도 지갑이 벌벌 떨었으니까.
“잠깐! 그건…….”
“음. 뭐야, 맛 괜찮네?”
술이라서 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달콤하니 먹을 만했다.
다시 한번 마시는데, 전진우가 눈을 좁히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마시니까 좀 아까운 건가?
쩨쩨하긴.
“……아무렇지도 않나?”
“당연하지.”
사실 아직도 그렇게 체감이 들진 않지만, 나도 각성자다.
얘도 나한테 기절까지 한 놈이라 안 그래 보여도, 꽤나 실력 있는 각성자인 건 틀림없고.
“……그건 그렇게 마셔도 될 술이 아닐 텐데?”
“뭐라는 거야. 너도 마셨잖아.”
“내가 마신 건 그게 아니라…… 하아, 아니다. 됐다.”
잠시 그러고 있자, 누군가 우리가 있는 객실로 들어왔다.
“진우 형님. 누가 이런 걸 놓고 갔습니다.”
“줘 봐.”
직원들과도 두루두루 알고 지내고 있는 전진우였기에 우리가 따로 감시할 필요도 없었다.
……아니, 얘. 진짜로 부길드장 맞긴 한 건가?
자연스럽게 클럽의 직원을 부리는 게, 이 클럽의 수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상자?”
매니저 한 명이 가져다준 종이 쇼핑백을 열어보니 상자가 하나 있었다.
상자 안에는 평범한 인형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그 꼴이 참으로 수상했다.
“난데없이 이런 곳에 인형을 두고 갈 놈은 없지 않겠냐?”
“그건 모르는 일이다. 너 같이 이상한 놈이 한 명쯤은 더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얘는 무슨…….
마침 박명훈 팀장님을 보고 배운 걸 써먹을 때가 온 것 같다.
“……뭐 하는 거지?”
“조용히 해 봐.”
인형을 두 손으로 들고 내 몸에 있는 마나를 순환시킨다.
심장, 그리고 옆에 있는 마석 부분에서 무언가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더니, 이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나가던 마나가 내 손으로 모여들었다.
그것을 그대로 인형으로 천천히 흘려 넣는다.
물론 이런 평범한 물건에 마나를 투입하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이것이 단순한 인형이라는 이야기일 때지만.
“별걸 다 하는군…….”
눈을 감고 있는데, 손끝으로 무언가 찌릿- 하는 느낌이 든다.
“……이거 순 미친 새끼들인데?”
“이게 뭔데 그러지?”
“폭탄.”
그것도 마석을 이용해서 만든 폭탄이다.
이런 걸 만드는 놈이 정말로 있을 줄이야…….
앙증맞은 사이즈의 곰 인형이었지만.
이 크기로도 클럽 내부를 전부 폭파시키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아마도 이딴 짓을 할 놈은 옆방에 있는 놈들뿐이겠지.
저들이 이곳을 나가는 순간 이 폭탄이 터지게 만들어놨을 것이다.
“……당장 어딘가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전진우 또한 심각한 표정이 되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니 마땅히 시간도 없었고.
애초에 따로 방법은 있었기에, 그럴 필요도 없었다.
“……!”
내 손바닥에 마나가 퍼졌다.
어쩐지, 이전보다 더욱 밝게 보이는 그 빛으로 곰 인형을 감싼다.
“야.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해라.”
“아, 알겠다.”
고개를 끄덕인 전진우가 문 앞으로 갔다.
다시 집중한다.
내 안에 있는 마나가 이 안에 있는 자그마한 마석과 뒤섞일 수 있도록…….
사실 그렇게 큰 집중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이상해. 자네의 마나는 마치 저것들과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어우러지고 있어.
내 정화 작업을 보면서 박명훈 팀장님이 했던 말이었다.
확실히.
이 곰 인형 안에 있는 불안정한 마석은 내 마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곧이어 작업이 끝났다.
“……다 된 건가? 별로 달라진 건 없어 보이는데.”
“다 됐어.”
겉으론 이래 보여도 이미 안쪽에 있는 마석과 더불어 기폭장치에도 손을 써둔 상태다.
이것도 팀장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방법이다.
마나를 흘려보내 전기가 흐르는 회로를 망가뜨린다.
마나의 조절이 능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내가 할 수 있단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솔직히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조절한다, 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생각한 대로 움직여줬으니까.
……음료수를 만들려고 거기 있던 건데, 오히려 이상한 것들만 배워온 것 같단 말이지.
“이봐. 쟤네들 나가려는 거 같은데.”
“우리도 슬슬 움직이자.”
* * *
“정말로 괜찮은 게 맞겠죠? 잠깐이면 됩니다. 아주 약간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내가 다 해결할 수 있다고요!”
“예. 걱정하지 마시죠. 제가 말을 전해두겠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그들이 도착한 곳은 경기도 외곽에 있는 선착장이었다.
밤이라서 그런지, 어둡고 인적이 드문 그곳을 멍하니 보는 박재한이 설마 하는 눈동자로 제 옆의 남성을 바라보았다.
“멍청하기는. 나는 단순한 심부름꾼일 뿐이야. 그런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뭐, 뭐야? 그럼 약속은…….”
“약속이라. 내가 한 약속은 널 본국에 있는 허핑 길드로 ‘얌전히’ 모셔오라는 것밖에 없었는데.”
차우 길드장, 박재한.
무력이 뛰어난 각성자는 아니었기에, 그는 지금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놈 한 명만 어떻게 한다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찰나에 홍산호가 움직였다. 그로서는 눈 깜짝할 정도의 시간.
“커헉!”
정신을 잃은 박재한을 보며 홍산호가 비웃었다.
“푹 잠들고 계시라고. 깨어나고 나면, 당분간 죽고 싶어도 못 죽을 테니까.”
박재한은 미리 준비해둔 배에 숨겨져 중국으로 밀입국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자택에선 비슷한 체격의 사람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태워져 자살하게 될 것이고.
그러한 작업들은 전부 심부름꾼인 자신이 하는 것이다.
“쯧. 귀찮네.”
“귀찮으면 그냥 데려가지 말고 이쪽으로 넘기는 건 어떠냐?”
“……누구지?”
어둠 속에서 두 개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껄렁껄렁한 걸음의 남자 한 명과 어딘지 낯익은 모습의 한 명.
어렴풋이 그 정체를 기억해 낸 홍산호가 말했다.
“신성 길드장인가?”
“아니. 난 그런 사람 아닌데.”
“그 옆에 있는 건 똘마니 같고.”
“누구한테 똘마니라는 거냐! 나는 스네이크의 부길드장, 전진우다!”
발끈해서 외치는 전진우를 이서진이 어이없다는 눈동자로 쳐다보았다.
“……미안하다.”
“하하핫! 대단하신 인물 납셨군!”
홍산호가 그리 웃으며 눈을 굴렸다. 주변에 다른 기척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저 두 명이서 온 건가?’
아니, 애초에 이 사단이 난 이유가 신성 길드장 때문이었나?
씨익.
좋은 생각이 들었다.
신성 길드장을 허핑 길드로 데려간다.
허핑 길드의 작전을 물거품으로 만든 장본인.
저만한 거물을 데려간다면, 길드에서도 자신을 높게 평가해 줄 테니까.
자신 있었다.
저쪽은 둘이었지만, 자신의 무력이 더욱 강하다는 확신.
“네놈들 둘이서 날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온 모양인데. 아주 큰 착각이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둘이라니?”
“……주변에 더 있다는 건가?”
“아니. 여기 있는 건 셋뿐이지. 너, 나, 그리고 얘.”
“……얘가 아니고, 전진우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아니라는 거지?
그런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 이서진이 전진우의 등을 앞으로 밀었다.
“……뭐?”
“내가 왜 싸워. 싸우는 건 얘 혼자야.”
난데없는 행동에 두 명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서진이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가라. 망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