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ion is flowing from the water purifier in my house RAW novel - Chapter 91
우리집 정수기에서 물약이 흐른다 092화
27. 스카웃하러 왔습니다(3)
“아직이야?”
“대기한다.”
“하. 심심해 뒤지겠네. 겁이라도 먹은 거냐고.”
무너진 잔해를 치우고 있는 소성환을 비롯한 황혼의 전투원들.
그러한 모습을 서른 명가량의 인원이 먼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인원 중 맨 앞에 위치한 인물이 고글로 인해 확대된 그 참담한 광경을 확인하고는 중얼거렸다.
“……과학자는 어떻게 된 거지?”
미친 과학자.
그가 실험하고 있던 키메라의 진행을 확인하기 위해 온 그들이었지만, 어째선지 도착한 곳에서는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친 과학자의 연구실.
그곳은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고, 연구실의 입구에 침입자들이 있었다.
“웬 벌레 새끼들이 저렇게 많대? 그냥 지금 싹 다 죽여 버리면 안 되나?”
옆에서 칼을 만지작거리는 인물을 노려보며 전투 3조장, 양지엔이 말했다.
“눈깔 똑바로 뜨고 보지 그래? 아무리 봐도 어중이떠중이들은 아니잖아?”
애초에 마물이 득실거리는 이곳에서 돌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자신에 대한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멀리서 보기만 해도 저들이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있는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단 한 명도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의견을 전하자 그의 옆에 있던 전투 2조장, 리우 펑이 그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뭐야, 쫄기라도 한 거야?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지. 압도적으로 이기기만 해서는 재미없잖아?”
임무는 둘째 치고, 당장 앞에 있는 실력자들을 죽이고 싶다는 듯 킬킬 웃는다.
여러모로 임무와는 어울리지 않는 놈이지만, 그 실력 하나로 조장의 자리까지 올라온 놈이다.
당장에 뒤쪽에 나열되어 있는 놈들도 그런 전투에 미친놈의 조에 속해 있는 조원들.
전투에 관해서는 허핑 길드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네가 대장이라도 된 것처럼 구는데, 확 죽여줄까?”
“이것은 임무다. 애초에 네가 따라온 것도 길드장님이 내리신 명령에 반하는 일이야.”
“쯧.”
길드장 이야기가 나오자 살벌한 기세를 품던 리우 펑이 제 혀를 찼다.
“몸이 근질거리는 걸 어떻게 해? 거기다 어찌 보면 이것도 임무 아니야? 지금 불청객들이 우리 계획을 방해하고 있잖아? 그럼 전부 다 죽여버려야지.”
그때 그들의 시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이 드러났다.
중국에서도 보기 드물 만큼 진한 적색 머리카락이다.
“……황혼의 길드장이로군.”
“뭐? 하하! 정말? 이거 완전 대박인데?”
그렇다면 저곳에 있는 놈들은 황혼의 전투조.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난데없이 황혼이라니.
“푸하핫! 왕뢰화, 그놈이 꽁지가 빠지게 도망갔다던 게 저놈들이야?”
“정확히는 놈들이 아니라, 저기 가운데 보이는 소성환이라는 녀석이지.”
“하여간. 그 병신 새끼. 매일 같이 바퀴벌레처럼 빨빨거리기만 하니까, 저런 수준 낮아 보이는 놈한테 당하지.”
길드 황혼.
그들이 허핑 길드에서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는 미친 과학자의 본거지에 찾아왔다.
그것도 길드장 본인이 자신의 길드원들을 이끌고.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된 걸까.
정보가 어떻게 새어나갔는지 파악해야 했지만, 그것은 나중의 이야기다.
“기회군.”
이것은 기회였다.
지금 저곳에 있는 것은 황혼의 핵심 인물들.
만약 저들을 통째로 잡는다면 한국에 자리 잡고 있는 대형 길드 한 곳을 통째로 무너뜨릴 수 있게 된다.
“오, 뭐야. 결정한 거야?”
“아니, 잠깐.”
또다시 다른 인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
“뭐야, 왜 그러는데?”
“……신성의 길드장까지 있군.”
“뭐?”
신성 길드장, 이서진.
길드장님이 언급하셨던 요주의 인물.
한 차례 길드에서 진행하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든 적이 있는 놈이다.
신성 길드와 황혼 길드.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형 길드.
지금 저곳에는 두 개의 기둥이 있었다.
“햐! 죽이는데? 두 대가리가 저기에 있는 거야?”
자신이 몸 담그고 있는 곳의 길드장만큼은 아니겠지만, 분명히 그 수준은 대단할 것이다.
만약 저 둘을 죽이고,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가는 걸 볼 수 있다면?
“흐흐! 미칠 것 같아!”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리우 펑이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섰다.
대형 길드의 수장 자리에 있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둘씩이나!
임무니 뭐니 하면서 참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이 들끓는 살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안 되겠다. 지금 당장 죽이러…….”
뒤쪽에 있는 팀원들에게 신호를 주고, 곧장 기습에 들어가려던 리우 펑의 눈에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발견되었다.
고작해야 열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
검은색의 프릴 드레스가 매우 잘 어울리는 인형 같은 소녀였다.
그들로서는 살해할 가치도 없을 만큼 보잘것없는 생명.
손아귀에 살짝 힘을 준다면 부서질 연약한 꽃.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분명히 그러했다.
‘……뭐지?’
순간이지만, 그 소녀의 눈이 이곳을 향하는 것 같았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특수한 장비가 있지 않다면 절대로 볼 수 없다.
기척 또한 완벽에 가깝게 차단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마물조차 그들을 알아채지 못한다.
아무리 수준 높은 각성자일지라도 저 정도 거리에서 자신들을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 생각은 맞았다.
그러나 리우 펑이 보고 있는 것은 각성자 따위가 아니었다.
몸을 일으킨 리우 펑이 저 너머에 있는 사냥감들을 보았다.
최우선 타겟 황혼 길드장.
그런 그녀에게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고 있는 작디작은 생명체.
‘……저건.’
정해연이 움직인다. 이제는 기습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마음먹었지만, 어째선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변이 일어난 건 그 순간이었다.
정해연이 사라진 후, 그 작은 생명체의 고개가 자신들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절대로 알아차릴 수 없을 텐데도, 아주 훤히 보인다는 듯이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이번에는 착각이 아니다.
“……!”
눈과 눈이 마주친다.
리우 펑이 숨을 죽였다.
절대로 마주칠 수 없을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정확히 교차했다.
“허업……!”
아니, 저것을 과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곧 일어날 살육의 환희를 상상하며 몸을 떨던 리우 펑의 몸이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은밀하게 접근해서 주요 인물들의 기습부터…… 왜 그러지?”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흘리고 있는 리우 펑을 본 양지엔이 되물었지만, 그는 지금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리우 펑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니, 뗄 수 없었다.
곧이어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정체 모를 생명체의 입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
그 뻥긋거림을 본 리우 펑이 곧장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사용해 고개를 돌렸다.
어째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저 미친 생명체에게서 눈을 돌린다.
고작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가진 힘의 대부분을 사용해야만 했다.
황혼 길드장?
신성 길드장?
그런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저런 걸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치솟던 살육이 완벽하게 거세되고 정체 모를 공포만이 남은 리우 펑이 다급하게 외쳤다.
“도, 도망……! 철수한다! 당장 이곳에서 철수한다!”
“잠깐! 대체 무슨…….”
허핑 길드 최고의 살인마, 리우 펑.
살육에 미친 미치광이가 내뱉을 말이 아니었다.
방금까지 보였던 자신에 대한 확신은 사라지고 절망 가득한 비명만을 지른 채 그가 꽁지 빠지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조장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임에도 그들은 재빨리 리우 펑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이서진을 노리던 불온한 존재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곳을 내려보던 정체 모를 시선이 사라졌다.
-순둥아, 안 돼.
“흥! 순둥이도 아빠 지켜줄 수 있는걸!”
제 아빠의 말을 떠올린 작디작은 생명체, 정체불명의 소녀, 순둥이가 두 볼을 부풀렸다.
* * *
미친 과학자의 실험을 도와주고 있던 잔당들.
그것은 근래 한국에서 횡행하고 있는 아동 납치 사건과 연관이 있었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했다고?”
“헤헤…….”
내가 모르는 동안 이유지가 이놈들에 대해 처리하는 방식은 들을수록 어이가 없었다.
그냥 그곳으로 들어가서 몰래 슥삭 하고 어린아이들을 빼낸 다음에 마찬가지로 몰래 빠져나온다.
대한민국엔 각 지역마다 그곳을 대표하는 대형 길드가 있다.
당연히 그 지역의 치안을 어지럽히는 것은 그곳에 있는 길드에 선전포고를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얘는 걸렸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그렇지만 마땅히 방법이 없었는걸!”
“방법이 없긴…….”
하긴 범죄자 수색이라는 명목하에 온 지역을 들쑤시기에는 이유지가 가진 힘이 적기는 했다.
정부 소속이기는 했지만, 애초에 정부 자체의 권위가 한국에서는 그렇게 높지 않다.
오히려 치안 유지에 관해서는 각 대형 길드들이 개별적으로 맡게 된 이후로 훨씬 안전하게 되었으니까.
뭐, 겉으로 보자면 각 길드들이 정부의 명을 받아서 대신 치안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자, 잘 생각해 봐. 내가 누구야?”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하자 이유지가 킥킥 웃으면서 내 볼을 찌른다.
“누구긴. 위험할 때 도와주는 내 멋쟁이 친구지.”
사람이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장난은…….
그 손가락을 떼어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는데. 또 다른 거.”
“다른 거? 음. 퀴즈야?”
“퀴즈는 무슨…….”
대한민국에 있는 범죄자들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위치한 대형 길드에게 허락을 맡아야 한다.
“아! 맞다!”
그리고 나는 그런 대형 길드를 맡고 있는 수장 중 하나다.
“요거, 요거. 내 친구. 이렇게 유능해도 되는 거야?”
“……그만 찔러라.”
내가 일일이 돌아다니며 부탁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시간이 많이 들었고 그사이에 놈들이 빠져나갈 수도 있었으니까.
[그것에 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수호 길드장, 안환재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전하자 그가 타 길드장들에게 이야기를 전해두겠다고 말했다.
전해둔다.
부탁이 아닌, 완전한 통보였다.
[여기저기 붙는 박쥐같은 놈들이니까. 거기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치안 유지를 위해서 노력해 준다는데 마다해서 되겠나?]
……안환재의 입에서도 저 단어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의외다.
이렇게 순순히 도와줄 줄이야.
내가 이에 대한 보답을 따로 한다고 하자, 그가 단번에 거절했다.
[내 소중한 손자 손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래서야 쓰겠나. 뭐, 정 마음에 걸린다면 ‘간단한 식사 자리’ 정도로 충분할 것 같다만.]
간단한 식사 자리.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말이었지만 알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에도 느낀 거지만, 역시 완벽한 손녀 바보다.
안지윤.
월세는 확실히 받았다.
몸소 그 험난한 곳까지 찾아온 황혼도 그렇고 언제나 뒷정리를 도와주는 수호도 그렇고.
대한민국의 길드 중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그 둘이 나에게 우호적이니 일이 어렵게 풀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좀 말하고 행동해라. 어?”
“아흐흐…… 잘모해써…….”
볼을 잡아당기자 자유자재로 늘어난다.
신기하네. 이것도 그 수인화랑 관련이 있는 걸까.
제 볼을 부여잡는 이유지의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피식-
뭐, 이 정도면 고생할 가치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 그럼 슬슬 일의 마무리를 지어야지.”
“히힛. 잘 부탁해.”
* * *
“침입자! 침입자다!”
“연락은?! 아직도 안 돼?!”
콰앙!
굉음과 함께 견고했던 철문에 거대한 자국이 생겨났다.
어떠한 짐승의 발자국.
콰앙!
하나가 아니다.
곧이어 그것과 모양은 같으면서도 조금은 어색한 자국이 나타났다.
“히, 히익!”
이 실험을 책임지던 주모자는 갑자기 사라졌고, 다른 곳에 위치한 실험실에서도 줄줄이 연락이 두절 되었다.
사태를 파악하고자 움직이기도 전에 이번엔 그들 차례라는 듯 침입자가 나타났다.
대체 저 침입자는 누구냔 말인가!
콰앙!
챙!
철문이 부서지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온다.
정체를 숨기려는 듯 두 명 다 이상한 늑대 가면을 쓰고 있었다.
늑대 가면을 쓴 침입자 중 한 명이 자신의 뒤를 힐끗 보며 말했다.
“봤지? 이런 식으로 쾅! 하고 걷어차기만 하면 웬만하면 전부 다 해결돼!”
“……가르쳐 준다는 게 이거였냐?”
“으응? 왜? 완벽하잖아! 이렇게 실전에서 가르쳐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구!”
“그래라, 그래.”
마치 소풍이라도 온 듯 태연하게 대화를 하며 실험실의 내부로 들어오는 늑대 가면의 남녀.
“시, 실험체?”
겁에 질려 있던 연구원 한 명이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히익!”
“누구보고 실험체래? 뒤지고 싶어?”
감정이 상한 듯 소리친 여성 침입자가 그 연구원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침입자의 몸은 평범하지 않았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두 팔과 다리는 어떠한 짐승의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들이 진행하고자 했던 실험의 결과물이 저곳에 있었다.
“야. 죽이면 안 된다.”
“날 뭘로 보는 거야?”
“사람 머리통으로 축구 하는 미친놈.”
“야!”
그런 자를 향해 시답잖은 농담을 하는 남성의 모습 또한 별반 다를 것 없었다.
자신의 팔에 있는 짐승의 팔을 휘적거리며 어색하게 움직인다.
“……역시 그때처럼 자유자재로 되진 않네.”
“뭐가?”
“나도 너처럼 무식하게 휘두르고 싶은데, 더럽게 무거워서 맘대로 안 된다고.”
“하핫! 그게 운동 부족이라는 거야. 서진아. 이 누나처럼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했으면 그럴 일이 없었잖아?”
“운동하거든? 그리고 이름은 부르지 말지?”
“앗. 맞다, 미안. 헤헤.”
제 팔을 들어 친근하게 사내의 등을 가볍게 토닥인다.
물론 크기가 크기였기에 그것만으로도 꽤나 부담이 갔다.
사내는 제 등을 치고 있는 팔을 붙잡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고 넌 평소에 하는 거라곤 먹는 것밖에 없으면서. 운동은 무슨 운동이야?”
“그, 그건! 영양 보충이란 거고!”
‘……뭐 하는 거지?’
완전히 그들을 잊어버린 듯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도망 칠 기회였다.
“……!”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연구원들의 옆으로 길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할퀴고 지나갔다.
촤악!
단번에 근처에 있던 기계들이 두 동강 났다. 만약에 조금만 더 옆으로 갔었더라면……?
창백한 얼굴이 된 연구원들이 곧장 바닥에 무릎 꿇었다.
평범한 침입자가 아니다.
공포감을 느낀 연구원 한 명이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그 말을 기다렸다고!”
드디어 올 게 왔다는 듯 늑대 가면의 여성이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을 툭툭 쳤다.
아까부터 퉁명스러운 말투로 받아치고 있던 그 사내였다.
여전히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그가 중얼거렸다.
“……그거 꼭 해야 하냐?”
“응? 도와준다며? 네 사랑스러운 친구가 너무 걱정돼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며?”
“사랑스럽다고는 안 했고. 이런 걸 한다는 소리도 안 했던 거 같은데…….”
“에이. 어때서, 어때서. 이게 다 우리의 팀플레이를 위한 거라고?”
가면 속에서 한숨을 푹 쉰 사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하핫. 이래야 내 친구지!”
“……나도 너한테 옮았나 보다.”
이건 물약으로도 어떻게 안 될 거 같은데…….
그 조잘거림을 들으며 킥킥대던 그녀가 마음에 든다는 듯 마찬가지로 팔을 들었다.
평범하지 않다.
이제는 그것이 좋았다.
세상에 단 둘뿐인 그 부드럽고 듬직한 손을 마주 잡았다.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말해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마치 악당이 등장하듯이 깍지 낀 두 손을 앞으로 내민 늑대 가면의 침입자, 이유지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동업자, 이곳에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