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ng a Mercenary Unit from Bankruptcy RAW novel - Chapter 29
후일담 4. 발데마르는 위튜버?
“위튜브요?”
어느 날 오후, 평소처럼 발데마르가 찾아와 점심 식사를 준비하던 중에 발데마르가 질문해 왔다. 지현은 발데마르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소. 혹시 알고 있소?”
“물론이죠. 요즘 위튜브 모르는 사람이 더 드물 거예요. 그나저나 갑자기 위튜브는 왜요?”
“이 관장에게 추천 받았소.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금방 인기 얻을 거라고 하더구려. 사실 인기보다는 돈이 될 거라는 게 더 중했소.”
외계인은 국민도 아니고 외국인도 아닌 애매한 위치의 사람들이었다. 일단은 난민과 비슷한 자격을 신설해 해당 국가에서 거주 및 구직할 권리가 있었지만 상당수의 외계인이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했다.
경력도 전혀 없고, 사람 자체의 과거나 여타 정보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기업에서 꺼리는 게 첫 번째 문제였다. 구직자 본인도 생소한 환경과 문화에서 전혀 처음 겪는 업무가 부담스러웠다.
그나마 시대나 문화 배경이 비슷한 세계에서 온 외계인들은 빠르게 적응해 자리를 잡았다. 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 온 외계인들, 특히 과학자나 기술자 출신은 오히려 서로 모셔 가느라 바빴다.
발데마르는 둘 모두 아니었다. 몸이 상상을 초월하게 좋아서 체육 관련자들이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진지하게 취직을 고려하기는 어려웠다.
우선 외계인은 대회 출전이 전면적으로 금지돼 있었다. 지현의 지구보다 조금이라도 기술이 진보한 세계면 인체 개조를 숨 쉬듯 자연스럽게 했기에 형평성이 많이 어긋났다.
도핑 테스트하듯이 개조하지 않은 사람만 출전 자격을 부여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개조와 자연체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걸쳐 있는 사람도 있었다. 더군다나 이쪽 세계의 기술력으론 개조를 한 건지 안 한 건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더 많았다.
“으음, 발데마르는 분명 정부 지원금을 받았죠? 많이 부족한가요?”
“아, 그렇진 않소. 먹고살 만큼은 받고 있지만 사람이 일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 않겠소? 또 받은 돈만으론 겨우 먹고살 정도뿐인지라……. 물론 먹고살 수 있게 해 주니 감사할 따름이오만.”
발데마르의 수입원은 정부 지원금과 이따금 종합격투기 체육관에서 스파링을 하며 받는 돈이 전부였다. 나라에서 외계인용 공동 주택을 제공해 가장 중요한 주거비가 빠져서 수익이 적어도 당장은 문제는 없었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수입원이 필요했다.
정부 지원금은 딱 식비로 쓰면 끝날 정도였다. 스파링 상대역도 발데마르의 체급과 기술력 문제로 벌이가 시원찮았다.
체중 105킬로그램의 헤비급이라 국내에 해당 체급의 선수가 극히 적다는 게 첫 번째 문제였다. 발데마르의 전투 감각은 경이로운 수준이지만 현대의 격투기는 처음 배운 터라 아직 기술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였다.
그런 까닭에 이런저런 돈 나올 구석을 찾던 중 전직 종합격투기 선수였던 체육관장이 제안한 게 위튜버였다. 외계인 출신의 위튜버라고 하면 금방 뜰 거라고 바람을 불었다.
이 관장이 바란 건 자신의 운동 채널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거였지만 발데마르는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방송이란 것 자체는 관심이 있었기에 이렇게 지현에게 물었다.
“그래서 위튜브요? 근데 그거 어려울 걸요. 그 관장님은 금방 인기 얻을 거라고 하셨지만 사실 이미 외계인 위튜버는 꽤 있어요.”
“오, 그렇소?”
“초창기 때야 외계인이 희소하기도 하고 또 언론에서 계속 방송을 때렸으니 금방 구독자도 늘고 조회 수도 많이 벌었지만 지금은……. 아무튼 콘텐츠가 중요해요.”
“그렇구려.”
“마침 친구 중에 위튜브 하는 애가 한 명 있어요. 걔한테 상담해 봐요.”
“고맙소. 자, 말하는 사이 다 되었소.”
“오늘의 메뉴는 뭘까요?”
“회과육이란 요리라오. 처음 만드는 거라 일단 레시피대로 만들어 봤고 괜찮으면 다음부턴 내 나름대로 개량해 볼 생각이오.”
“이젠 중식도 완전 익숙해졌네요. 잘 먹겠습니다.”
“젓가락이란 건 여전히 어렵지만 말이오.”
점심을 먹은 지현은 바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은 금방 돌아왔다.
친구 역시 외계에 갔다 돌아온 지현에게 궁금한 게 많았고 또 외계인을 직접 만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자기 방송에 출연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야 대찬성이오. 직접 하려면 뭐든 경험해 보는 게 좋겠지.”
“그럼 바로 답장 보낼게요. 방송은 내일 생방송으로 한다니까 시간 맞춰 찾아가면 돼요.”
“고맙소.”
“고맙긴요. 그리고 이 관장님이 권한 거면 애초에 이 관장님 채널에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요.”
“한 번 찍어 보긴 했소. 이 관장에게 신나게 당하는 모습이 잔뜩 찍혔지. 힘이 세다고 기술을 다 풀 수 있는 건 아니더구려. 꼬집어도 된다면 말이 다르지만, 크하하!”
“아무튼 진지하게 위튜브를 할 거라면 도와줄 건 많아요. 위튜브에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는 알고 있지요?”
“다는 아니지만 굵직한 건 들었소. 요리, 식사, 동물, 오락이 가장 흔하고 구독자도 많은 콘텐츠라 했소. 격투 콘텐츠도 제법 많은 사람이 하고 있고.”
“맞아요. 방금 연락한 그 친구는 먹방, 그러니까 식사 쪽 콘텐츠를 제작하는 친구예요.”
“그거야 말로 내 장기지.”
발데마르가 식기를 정리하며 껄껄 웃었다. 몇 달 동안 이 세계의 많은 걸 배우고 또 많은 걸 이해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기한 건 많았다.
예를 들자면 맛있는 걸 먹고 돈도 번다는 개념이었다. 발데마르의 세계에서 미식이란 직업도 아니고 끝없이 돈을 쏟아붓는 일이었다. 일레디온 제국에선 미식하다 파산한 부자도 있었다니 말이다.
그런데 이쪽 세계의 텔레비전을 보니 맛있는 걸 먹는 것만 전문으로 하는 채널까지 있었다. 물론 그냥 먹는 건 아니고 맛도 평가하며 주변에 소개하는 식으로 콘텐츠를 꾸몄다. 또 어떤 경우에는 보통 사람은 다 먹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 양을 먹어 치우는 걸 콘텐츠로 삼았다.
아무튼 여전히 신기했지만 그런 게 있다는 건 이해했다. 맛있는 걸 먹는 것만으로도 돈이 들어오는데 너도 나도 그것만 하지 않는 걸 보면 아마 그 콘텐츠 안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있는 거겠지.
* * *
지현의 친구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시내의 스테이크 하우스였다. 지현의 친구 예지는 위튜브에서 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위튜버였다.
구독자는 3만 명으로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월 수익은 100만 원이 넘었다. 직장을 다니며 짬짬이 시간 내어 하는 방송과 그걸 주말 동안 편집해 올린 것치곤 상당한 수익이었다.
대학 시절 전공과 은행원이라는 현재 직업을 살려서 금융 콘텐츠를 시도했으나 넉 달 동안 구독자 100명을 못 넘긴 처참한 경험 때문에 취미 삼아 하는 먹방을 지금까지 유지하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친구인 지현이랑 지현이 남친이랑 같이 스테끼 먹으러 왔어요! 지현아 인사해.”
“아, 안녕하, 세요.”
지현은 어색하게 지예의 스마트폰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댓글이 휘리릭 올라오는데 뭐가 뭔지 읽기도 전에 페이지를 넘겼기에 내용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예지는 찰나 간에 올라가는 댓글도 놓치지 않고 중요한 질문은 다 챙겼다.
“지현이는 대학교 때 동기였구요, 지금은 경영지도사 일을 하는데 아, 뉴스 보신 분은 아시죠! 얘가 그 갓세계 다녀 온 친구 맞아요! 네! 이게 인맥이죠.”
“응? 갓?”
“드라마만 보지 말고 소설도 좀 읽어. 지현아, 남친도 소개해야지. 이리로 오세요.”
“나 말이오?”
예지가 카메라를 돌려 발데마르를 화면에 잡았다. 지현과 예지를 합쳐 놓은 것보다 더 거대한 듯한 덩치가 화면을 꽉 채우자 댓글창이 폭발했다.
“지현이부터 자기소개.”
“아, 안녕하세요. 이지현이라고 합니다. 예지 말대로 경영지도사 일을 하다가 평행 우주 조난을 당했고요, 이쪽은 거기서 만난 발데마르라고 해요.”
“잉게마르의 아들 발데마르라 하오. 음, 그렇소. 몸집이 좀 크긴 하지.”
댓글창이 “크다.” “우람하다.” “뭐지 곰인가?”로 도배됐기에 발데마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자 우선 주문부터 하고요, 어? 발데마르 씨. 혹시 원래 위튜브 하셨어요? 발데마르 씨 아는 구독자분이 있는데요.”
“위튜브는 앞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소. 이 관장의 방송에 나갔던 적이 있는데 그걸 본 사람이 있나 보구려.”
발데마르가 막 말을 마칠 때 즈음 화면 한쪽으로 발데마르가 이 관장에게 레그 록을 당하고 있는 클립 영상이 떠오르더니 1만 원 후원이란 글이 펄럭거렸다.
“저거 안 아팠어요?”
“아팠소. 일단 기술에 완벽하게 걸리면 상대가 풀어 주기 전에는 빠져나올 방도가 없더구려.”
“발데마르조차 풀 수 없는 기술이 다 있네요.”
“힘의 세기나 체격이 문제가 아니라오. 인체의 구조 자체를 이용한 기술이다 보니. 뭐, 당하기 전에 쳐야 한다는 건 확실히 배웠지. 그리고 상대가 기술을 시도할 때 차단하는 법도.”
“자자, 이야기가 옆으로 빠지겠네. 그럼 발데마르 씨는 운동 콘텐츠를 쭉 할 생각인가요?”
“한다면 요리나 식사 콘텐츠를 하고 싶었소. 콘텐츠가 더 필요하면 도끼술이나 방패술도 할 순 있겠지만 사람들이 그런 걸 좋아할진 전혀 모르겠소.”
“저야 먹방 전문이라 모르지만 격투기 위튜버도 굉장히 많아요. 인기도 좋고. 아, 말하는 사이 전채가 나왔네요.”
먹방 위튜버는 다시 여러 종류로 나뉘었다. 맛있게 먹는 사람, 많이 먹는 사람, 평론하며 먹는 사람, 지역이나 가게 소개 등을 겸하며 먹는 사람. 예지는 이중에 맛있게 먹는 쪽과 지역 소개를 겸하는 쪽에 속했다.
원래 취미였던 맛집 탐방을 그냥 방송으로 옮긴 것뿐이었으니 더 특별한 콘텐츠도 없었다. 미식가 같은 섬세한 감각이나 시적 표현 능력도 없었다. 그냥 지역 맛집을 소개하며 맛있게 먹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크게 성장하진 못했다. 그래도 작지만 탄탄한 팬층을 갖췄기에 제법 오래 위튜브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소개를 마친 예지는 본격적으로 가게 소개를 하며 방송을 진행했다. 본 요리인 스테이크가 나오자 예지는 시식과 감상을 요청했다.
발데마르는 고기를 썰어서 한 점 입에 넣고 차분하게 씹었다. 흘러나오는 육즙을 혀끝으로 음미하고 고기의 씹는 맛, 씹을수록 우러나오는 감칠맛에 시간을 들이며 즐겼다.
“예지 양의 소개대로 퍽 훌륭한 요리사의 솜씨로군. 우선 고기를 익히는 기술이 뛰어나오. 고기 자체도 굉장히 양질을 썼지만, 씹는 순간 단단하지도 질기지도 않고 거슬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씹히는 건 불을 완벽하게 다루는 사람의 솜씨이지.”
“어, 그렇군요.”
“또한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며 그 맛을 풍성케 더하는 소스가 훌륭하오. 소스의 맛이 너무 진하지도, 너무 연하지도 않으며 고기의 맛과 합쳐 짠만, 신맛, 단맛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소. 첫 입에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단맛이지만 입안에 머금는 동안 짠만과 신맛이 부드럽게 어우러지는구려. 거기에 미약한 사과 향이 풍미를 더하고 있소.”
“와……. 안방까지 전달되는 멘트였어요.”
댓글창으로 “곰이 미식한다!!!!” “쌩 소도 씹어 먹게 생겨서 뭐임!!??” 같은 멘트가 주르륵 올라왔다. 평소에도 자주 경험한 만큼 지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상평을 들었지만 예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악했다.
솔직히 발데마르를 처음 봤을 때 인상은 그냥 거대하다 정도였다. 지현에게 중세 시대 군인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덩치와 외모가 인상에 더해져 조금 무식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었다.
예상한 건 “아아, 이건 스테이크라고 한다.” “오옷! 이게 뭐야, 대단해!”였지만– 그리고 그 예상과 유사하게 흘러가긴 했지만 대화의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지앵쓰, 저분 14세기 사람이라지 않았어?”
“응? 그 정보원인가 하는 분 말로는 그렇다던데?”
“근데 뭐야? 뭐야뭐야! 완전 미식가잖아. 완전 요리 평론가인데?”
“발데마르가 원래 그랬어. 저쪽 세계에 있을 때도 맛있는 것만 먹이면 시인 됐거든.”
“자자, 나만 보지 말고 어서 드시오. 식으면 맛의 조화가 깨진다오.”
“네, 네.”
* * *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나?”
-오늘 들어온 후원금 절반이야. 슈퍼챗 후원금만으로 50만 원이나 들어왔어. 신기하긴 신기했나 봐.
“그거 당일 환금이 되는 거였어?”
-그럴 리가. 그냥 내가 먼저 준 거야. 발데마르 씨한테도 고맙다고 전해 줘.
“알았어. 이걸로 또 맛있는 거 사 먹을 수 있겠다.”
-그 사람은 그냥 타고난 거 같아. 타고난 엔터네이너야.
“흐흐, 그 말도 꼭 전해 줄게.”
-그래. 들어가고 다음에 또 기회 되면 맛집 사냥이나 가자.
“응, 들어가.”
전화를 끊은 지현은 기뻐서 침대 위를 좌우로 굴렀다. 조금 진정된 후 발데마르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예지와 나눈 대화를 전달했다.
-그거 기쁘구려. 내게 방송의 재능이 있다니.
“잘됐으면 좋겠어요. 진지하게 시작할 거라면 나도 도와줄 게요.”
-세상 무엇보다 힘이 되는 말이오. 그대가 함께해 준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테지.
지현은 대답하는 대신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벌써 몇 달째 듣는 말이지만 여전히 목이 간질간질하고 가슴 한편이 울렁울렁했다.
-지현?
“아, 고마워요. 흐흐, 히히히.”
-기분이 많이 좋은 것 같소. 크하하. 그럼 내일 또 만나서 상의해 봅시다.
“네. 내일 봐요.”
-좋은 꿈꾸시오. 사랑하오.
전화를 뚝 끊고 지현은 스마트폰을 베개 옆으로 던졌다. 쏟아지는 웃음을 끅끅 억누르며 잠에 드는 밤이었다.
밑 빠진 용병대에 돈 붓기 5
지은이 : 체셔냐옹
발행처 : 동아
옮긴곳 : 아키하바라 도서관
정가 : 5,000원
ISBN : 9791126555215
투고 : [email protected]
ⓒ 체셔냐옹.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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