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ous Beverage RAW novel - Chapter 151
정도마신 150화
정파와 사파, 온 무림이 발칵 뒤집혔다.
오백 년 전 사라졌던 마교의 등장!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강호가 들썩일 일인데, 충격적인 소식은 연달아 이어졌다.
-무림공적이었던 사대악인이 마교의 수하가 되어 나타났다!
-그들 네 사람으로 인해 소림사 수십 명의 고수가 쓰러졌다!
-소림사를 멸문의 위기에서 구한 것은 소림수호승과 사대악인의 제자, 사완악이다!
강호인들에게는 소림사는 정신적 지주였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천년 역사의 문파.
그런 소림사가 마교의 첫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심지어 그들을 공격한 자들이 강호에서 도망쳤던 사대악인이고, 반대로 위기의 순간 소림을 구한 것은 그들의 제자이자 정도맹의 전대 맹주를 시해한 사완악이라니?
실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날벼락 같은 소식은 끝이 아니었다.
-모용세가가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모용세가를 공격한 흉수는 사천회주 마양이다!
이것은 소림사가 공격을 당한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모용세가가 위치한 요녕성은 중원에서 상당히 떨어진 땅이었다.
따라서 구파일방 중에서는 곤륜파가, 오대세가 중에서는 모용세가가 가장 중원과 교류가 적었으며, 몇몇 이들은 이들을 새외 문파와 중원 문파의 기준을 가르는 경계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명문대파의 반열에 포함된 것은 그만큼 그들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런 모용세가가 갑작스럽게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그들을 공격한 자가 사파의 지존 사천회주 마양이라니!
사천회주 마양은 수십 년 전부터 강호를 대표하는 초절정 고수였다.
다만, 그는 근 십여 년간, 잠적에 가까울 정도로 강호에서 활동을 자제하고 있었다.
어느덧 나이가 많아지고, 정파의 세력이 날이 갈수록 번창하여 그의 입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여 사람들은 그를 사천노호(邪天老虎)라고 부르며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많이 했다.
사파의 하늘이자, 늙은 호랑이라는 뜻이었다.
그랬던 저물어가는 태양이라고 여겨졌던 사천회주 마양인데…….
느닷없이 모용세가를 기습하여 멸문이나 다름없는 피해를 입힌 것이다.
* * *
정도맹의 회의실.
회의에는 이십 명의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대표들, 그리고 세 명의 무림 명숙들, 천의문의 문주 백신형, 마지막으로 현종과 사완악, 설린이었다.
이들은 모두 심각하고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장내의 분위기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물론, 사완악은 예외였다.
딱, 따닥, 따다다닥.
사완악은 양손의 검지로 마치 악기를 연주하듯 회의실의 탁자를 장난스럽게 두들기고 있었다. 회의실의 참석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모습을 노려봤으나, 아무도 뭐라고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사 공자님. 손 좀 가만히 있어요.”
보다 못한 설린이 사완악에게 힘주어 속삭였다.
사완악은 ‘내가 왜?’라는 표정으로 설린을 쳐다봤지만, 순순히 그녀의 말을 따랐다.
사완악이 잠잠해지자,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중용이 말했다.
“모용세가의 가주와 모용십수는 아무리 사천회주라 해도 쉽게 볼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모용세가의 가주, 신묘일검(神妙一劍) 모용진.
그는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강호에서 가장 절묘한 검술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 절정의 고수였다.
모용세가가 자랑하는 은하유성검법(銀河流星劍法)을 대성한 그의 검은 마치 하늘에서 수십 개의 유성이 떨어지듯 화려하고 날카로우면서도 흐르는 물처럼 부드러워 그야말로 공수가 완벽하다는 평을 들었다.
천하 팔대고수에는 꼽히지 않았지만, 그들과 비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대단한 고수였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모용십수가 있었다.
모용세가를 대표하는 열 명의 검객.
무당파의 무당칠자나, 화산파의 화산오검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실력의 검수들이다.
신묘일검 모용진 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모용십수와 다른 모용세가의 고수들까지 사천회주 마양에게 전부 당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대악인은…… 과거의 사대악인이 아니었습니다.”
음성의 주인은 소림사의 방장 대사, 현암이었다.
현암은 요희요검 채보령, 잔혹신풍 구득소와 연달아 싸우며 내상의 여파가 남아 있는지 안색이 초췌한 상태였다.
종남파의 장문인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현암이 답했다.
“그들의 마공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공은 크게 강해져 있었지요.”
“마공……!”
“예. 부끄럽게도 여기 제 사제인 현종을 제외하면, 소승을 비롯하여 소림사의 그 누구도 사대악인 중 한 사람을 제대로 막을 수 없었습니다. 소림의 원로 다섯 분과, 저와 사형제들이 합공해서야 간신히 잔혹신풍 구득소 한 사람을 이길 수 있었으니까요.”
“허!”
탄식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곳에 참석한 각 문파의 대표들은 현암 대사의 무공이 얼마나 고절한지 잘 알고 있었다.
달리 천하 팔대고수 중 한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그런 현암 대사마저 사대악인 중 한 사람을 상대할 수 없다면, 이곳에 모인 모두가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명문대파의 무공을 대성해 스스로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는 그들에게는 실로 인정하기 어렵고 자괴감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제갈중용은 현암의 말 속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물었다.
“그들의 무공이 강해진 것은 마공과 관련이 있습니까?”
현암은 고개를 끄덕였다.
“염라대사는 과거 소림사에서 백년기재라 불렸던 무공의 천재입니다. 그러니 그가 지난 세월 어떤 깨달음을 얻어 무공이 비약적으로 강해졌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본사의 원로들께서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은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채보령과 구득소의 무공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발전이 있었습니다. 채보령은 홀로 십팔나한진을 무너뜨렸고, 저 역시 사완악 소협이 아니었다면 그녀에게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잠시 사완악을 바라봤다.
십팔나한진을 무너뜨리고 현암 대사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은 채보령도 대단하지만, 사완악은 그 채보령보다도 더 강하다는 뜻이었다.
사완악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건 말건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현암 대사가 이어서 말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거나 기연을 얻었다고 해도, 사대악인 전부가 그토록 강해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요. 마공의 힘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갈중용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
“사천회주 마양도 이미 마교의 사람이 되었을 거란 말씀입니까?”
“예. 그렇다면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사천회주 마양이 갑자기 모용세가를 급습한 것도, 모용세가의 가주와 모용십수가 그를 막을 수 없었던 것도. 사천회주도 마공을 익혀 사대악인과 같이 무공이 크게 강해졌을 수도 있고, 마교의 다른 고수들이 사천회주와 함께 모용세가를 공격했을 수도 있겠지요.”
“으음! 분명 그렇기는 합니다만, 사천회주 같은 인물도 마교의 수하가 되었다는 건…….”
사람들은 충격에 빠진 듯한 얼굴로 잠시 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모두 사천회주 마양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무공이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인(萬人)을 내려 보는 듯한 절대적인 위엄을 지닌 자.
그 강력한 기도와 위엄으로 사파의 모든 무인들을 감히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게 굴복시킨 사내.
결집하기 힘든 사파 무림을 이끌고 홀로 정파 무림과 맞섰던 사내.
비록 젊은 시절에 비하면 노쇠했다 하나, 그는 천하에서 일대효웅(一大梟雄)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내였다.
‘도대체 마교는 어떤 방법으로 사대악인도 모자라, 사천회주 마양을 수하로 만들 수 있었다는 말인가?’
이 같은 의문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며 가슴이 섬뜩해지는 것이었다.
이때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중요한 건 마교의 힘은 아직 하나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는 바로 천의문의 문주이자 백신형이었다.
사람들은 화산파의 장문인이자 임시맹주인 천향화검 연천도에게 백신형이 당대의 천기자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들은 지난날, 강호의 많은 위기를 예언하고 해결한 천기자를 존중했기에 백신형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소림사를 공격한 것은 사대악인이고, 모용세가를 공격한 것은 사천회주입니다. 즉, 원래는 마교의 교도가 아닌 사람들이지요. 지금까지는 선전 포고에 불과합니다.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마교의 고수들이 중원을 침공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침음을 삼켰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적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하지만, 마교는 매우 강할 것이라는 추측만 될 뿐, 어느 것 하나 드러난 면모가 없으니 더욱 공포스럽고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백신형은 좌중을 둘러보고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소림사와 모용세가를 공격했다는 것은 그들이 더 이상 힘을 숨기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오백 년 전의 침공과는 매우 다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제갈중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록에 의하면, 오백 년 전의 마교는 그야말로 아무런 전술이나 작전도 없이 닥치는 대로 중원의 무인과 일반 민간인들도 살육했다고 하지요.”
“예.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최대한 아끼고 있습니다. 마치 천하를 자신들의 손을 넣고 난 이후까지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는 건, 앞으로도 마교는 정면 대결보다 산발적인 교전을 선택할 거란 뜻입니다. 소림사와 모용세가를 공격한 것처럼,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기습적으로 공격을 감행할 확률이 높습니다.”
제갈중용이 말했다.
“그것에 잘 대비하고, 반격을 해야겠군요.”
“일단은 그렇지요. 하지만, 우리의 힘만으로는 아무리 대비를 한다 해도 그들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소림사와 모용세가가 힘이 약해서 그토록 쉽게 당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진짜 문제는 마교의 세력이 아니라, 그들을 이끌고 있는 교주입니다. 너무 긴 내용이기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마교의 교주는 천살성의 기운을 타고난 자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계신 각 문파의 장문인들께서 모두 힘을 합쳐도, 그자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장문인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백신형을 바라봤다.
자존심은 둘째 문제였고, 달리 무슨 방법이 있냐는 뜻이었다.
백신형이 말했다.
“지금으로서 저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곳에 계신 두 분뿐입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현종과 사완악을 바라봤다.
“예. 현종 스님과 사완악 공자님이지요. 한데…… 문제가 있습니다.”
백신형이 난감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제갈중용이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문제입니까?”
백신형은 대답 대신 사완악을 바라봤다.
직접 말하라는 듯.
그러자 여태껏 아무 말 없이 다른 생각에 잠겨 있던 사완악은 좌중을 한 차례 훑어보고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소림사의 현암 대사가 공손히 물었다.
“저희로서는 무슨 말인지 가늠하기가 어렵군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사완악은 현암을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러니까, 마교를 상대하기 위해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 아니야?”
현암이 답했다.
“예. 소승 역시 그들의 힘을 느끼고 깨달았습니다. 현종 사제와 사완악 소협이 아니라면 이 중원은 결코 무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완악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왜?”
“예?”
“강호고 중원이고, 내가 왜 너희를 도와줘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