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ous Beverage RAW novel - Chapter 173
정도마신 172화
호법들은 의아한 눈으로 종천을 바라봤다.
그들은 모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절정의 고수들이지만, 파괴된 단전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전설적인 의원이나 영약이 있으면 모를까.
그런데 벌써 방법을 찾았다니?
종천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조위청조차 믿기 어렵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종천은 그의 눈빛에 대답하듯 물었다.
“조 호법. 본교의 교주에게 주어지는 세 가지의 사명이 무엇인가?”
조위청은 자세를 바로하고 말했다.
“첫째는 교리를 천하에 퍼뜨리는 일이고, 둘째는 천마신공을 익히는 후계자를 찾는 일이며, 셋째는 교의 무공을 창안하는 일입니다.”
마교의 교주.
절대자.
교주의 말은 교리와 교칙과 동급의 힘을 지니고 있으니,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교주에게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세 가지의 사명이 있으니, 조위청이 말한 삼대절명(三大絶命)이었다.
종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삼대절명은 마선이 직접 내린 절대의 명령. 하지만 교리를 천하에 퍼뜨리는 것은 과거 실패로 돌아갔고, 후계자를 찾는 일은 삼대 교주에서 명맥이 끊겼다. 사대 교주 검마후는 스스로의 힘으로 교주직에 올랐으나, 그녀 역시 교내의 내분으로 많은 힘을 잃고 후계자를 찾는 일에는 실패했다. 다행이라면 세 번째 사명은 그동안 잘 지켜졌다는 것이지.”
이것은 마교의 역사이면서 자신들이 익힌 무공과도 깊은 관련이 있기에 사대호법들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일대 교주는 십대마공을 완성했고, 이대 교주는 호법들을 위한 사마신공(四魔臣功), 삼대 교주는 마교의 일반 무인들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을 십여 가지 만들었다.
사대 교주 검마후는 자신이 창안하고 사용했던 환요옥영검법을 비롯하여 교내의 여인들이 익힐 수 있는 마공들을 만들었다.
또한, 그녀는 특이하게도 교주의 직속부대인 마종위대(魔宗委隊)를 위한 마공을 만들었다.
이는 천마신공을 익히지 못하여 많은 암투에 휘말렸기에, 자신의 세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교주들 이전에 마선이 직접 남긴 무공도 있지.”
조위청이 놀란 듯 물었다.
“천마신공 외에 다른 무공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마선은 총 세 가지의 무공을 남겼다. 나도 처음에는 알지 못했으나, 천마동에서 수련을 끝낸 후 알게 되었다. 내부 깊은 곳에 하나의 기관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지.”
종천이 그 기관장치를 발견한 것은 천마신공을 연성한 이후였다.
천마신공을 익히자 그는 초절정을 뛰어넘는 예리한 감각과 오감을 갖게 되었고, 비로소 천마동 자체에 하나의 진법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 진법을 파훼하고 기관장치를 시행하자 놀랍게도 새로운 동굴이 나타났고, 그 안에는 마선이 남긴 세 가지의 무공이 있었다.
“하나는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천마신공(天魔神功), 그리고 두 번째는 마혼신공(魔魂神功)이라는 무공이고, 세 번째는…….”
종천은 불현듯 고개를 돌려 대호법 혁련공을 바라봤다.
“흡마신공(吸魔神功)이라는 신기한 무공이 있더군.”
“흡마신공…….”
혁련공의 마음에는 문득 불안함이 일어났다.
“말 그대로 마기를 흡입할 수 있는 신공이지.”
이때 종천은 천천히 혁련공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교, 교주님…….”
종천은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그리고 흡마신공에는 한 가지 놀라운 효용이 존재하더군. 바로 파괴된 단전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
조위청이 반색하며 말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종천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세상은 언제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 단전의 복구를 위해서라면 극마의 단계를 이룬 무인의 희생이 있어야만 한다는군.”
극마의 단계란, 중원에서 말하는 초절정의 경지였다.
마교에서 극마의 고수라면 칠대마가의 가주들과 마종위대의 대주, 그리고 사대호법뿐이었다.
혁련공은 자신을 쳐다보는 종천의 눈빛과, 희생이라는 말에 눈빛이 크게 흔들리며 말을 더듬었다.
“교주님, 설마 그 말씀은…….”
“대호법의 무공은 이대 교주가 호법들을 위해 창안한 사마신공 중 하나. 교주의 가장 충직한 신하들을 위해 만들어진 무공이니 그 본분을 다할 때가 온 것이오.”
종천은 그렇게 말하며 혁련공에게 더 가까이 걸어갔다.
그 순간.
혁련공의 눈빛이 번뜩였다.
혁련공은 마교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었다.
그는 종천의 말에서 이미 자신을 그 희생양으로 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결코 그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번의 공격으로 종천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사대교주 검마후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은 사대호법과 칠대마가를 굴복시키고 힘으로 교주의 자리를 찬탈할 자신이 있었다.
돌연 그의 전신에서 평생 동안 익혀 온 마공의 기운이 폭발했다.
“헛!”
“이런!”
순간, 다른 호법들은 헛바람을 들이켜며 눈을 크게 떴다.
아무리 위기에 몰렸다 해도 대호법이 교주를 공격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목숨으로 교주에게 충성을 바치는 호법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천마신공을 익힌 교주에게 덤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경악한 진정한 이유는 혁련공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 때문이었다.
‘대호법은 지금까지 자신의 무위를 숨기고 있었구나!’
혁련공은 사대호법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그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다른 호법들을 확연히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죽어라!”
혁련공의 손에서 가공스러운 위력의 장력이 펼쳐졌다.
설명은 길었지만, 이 모든 것은 그야말로 찰나에 일어난 일.
그리고 혁련공과 종천의 거리는 어느새 두 걸음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기에, 세상에 어떤 고수라도 그 기습을 막아 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물며 단전이 파괴된 사람이라면?
그런데 그때였다.
놀랍게도 종천의 신형이 모두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컥!”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병약한 안색을 띠고 있던 종천은 어느새 혁련공의 바로 옆으로 이동하여 그의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조위청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며 중얼거렸다.
“처, 천마군림보……!”
천마신공에는 세 가지 무공이 있다.
권법과 검법, 그리고 보법.
천마군림보는 바로 그 마도제일의 보법이었다.
종천은 얼음장처럼 싸늘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그대를 정말 죽일 생각이었다면 앞서 다른 설명들을 하여 당신이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
혁련공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고 보니 위급한 상황에 눈이 멀어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교주는 어째서 자신을 죽이겠다는 것을 마치 예고하듯 말했을까?
“그리고 그대가 그런 생각을 품었을 때, 내가 이길 자신이 없었으면 더더욱 말을 아꼈겠지.”
종천은 안타깝다는 듯, 한편으로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만약 스스로 내게 목숨을 바치겠다고 했으면, 그대는 본교에서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자리로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교, 교주님……!”
“감히 교주의 자리를 탐한 죄를 묻노라.”
종천의 말이 끝나는 순간.
“끄아아아악!”
혁련공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혁련공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던 가공할 기운들이, 조금씩 종천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평생 목숨을 바쳐 쌓은 공력이 사라지는 기분은 어떤 것인가?
소면살마와 철혈도마, 그리고 음유신마 조위청은 그 기괴하고 무서운 장면을 눈을 부릅뜨고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크으으으! 안 돼에에에!”
혁련공은 종천의 흡마신공에 대항하기 위해 이를 악물며 기운을 회수하려 했다.
“소용없다.”
종천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천마신공에 뿌리에 둔 마공이라면 결코 이 흡마신공을 거부할 수 없다. 천마신공을 익히지 못한 사대 교주의 시대를 제외하면, 이 흡마신공이야말로 지금까지 마교에서 교주에게 반란을 일으킨 역사가 없는 이유일 테지.”
“아아아악!”
치이이익.
마치 고기가 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어느새 혁련공의 몸에서는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의 기운이 모두 빨려 들어가고 있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혁련공은 기운이 빨릴수록 마치 시체와 같은 몰골이 되어 가고 있었고, 반대로 종천의 병약했던 안색에는 점차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끄르륵……!”
그렇게 약 일다경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혁련공의 입에서는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고, 온몸의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며 모든 수분이 사라져 마치 목내이(木乃伊)처럼 축 늘어졌다.
반면 종천은 호법들이 알고 있던 그 압도적인 기운을 되찾은 상태였고, 환골탈태를 한 사람처럼 온몸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종천은 이미 시체나 다름없는 혁련공을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 버린 후, 마치 기운을 갈무리하듯 긴 호흡의 숨을 내뱉었다.
“후…… 좋군, 좋아. 대호법. 그대의 경지는 확실히 범상치 않았군. 내 단전을 복구하였으니 이것으로 그대가 저지른 반역의 죄를 사하여 주겠다.”
단전의 복구!
놀라운 말에 조위청은 크게 안도하며 고개를 숙였다.
“교주님, 그럼 이제 천마신공의 마지막 구결을 익히실 수 있는 것입니까?”
종천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마신공의 마지막 구결은 만만한 비급이 아니지. 약 오십 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교의 일들은 그대들에게 맡기도록 하지. 조위청, 앞으로는 그대를 대호법으로 임명한다. 왕 호법과 무 호법은 이의 있는가?”
소면살마 왕주봉과 철혈도마 무위백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감히 교주님의 명에 이의가 있겠습니까?”
“조 호법이 마땅히 대호법이 되어야 합니다.”
대호법 혁련공이 죽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본 두 사람의 얼굴에는 공포가 어려 있었다.
종천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리고 유령마가의 무인들은 조위청, 너의 직속부대로 주겠다. 나중에 유령마가의 가주를 다시 뽑을 때까지는 네가 그들을 다스리도록 하라.”
“예, 교주님.”
종천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그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다.”
* * *
연비려와 함께 정도맹으로 돌아온 사완악은 바로 구파일방의 장문인들과 오대세가의 가주들을 회의실로 불렀다.
물론 그 중 소림의 대표는 빠져 있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 가득했다.
이미 그들은 소림사의 방장이자 천하 팔대고수 중 한 사람인 현암 대사가 죽었다는 것과 소림사의 원로들이 모두 학살당했다는 것, 그리고 그 흉수가 다름 아닌 현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개방의 용두방주 방욱이었다.
그는 평소 불굴의 정신을 소유한 자였으나, 지금은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문파의 대표들도 마찬가지.
모두 아연실색한 얼굴로 누구하나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사완악은 그런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보다 더 안 좋은 소식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