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ous Beverage RAW novel - Chapter 39
정도마신 38화
날아오던 두 개의 암기는 사완악의 소매에 맞고 튕겨 나갔다.
두 사람은 본인들의 공격을 너무나 가볍게 막아 낸 침입자의 실력에, 굳은 얼굴로 상대의 정체를 확인했다.
“웬 놈…… 헉!”
사납게 외치려던 가종후는 침입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헛바람을 들이켰다.
가종후는 곧바로 무릎을 꿇으려 했으나, 갑자기 그의 귓가에 사완악의 전음이 울렸다.
-조용히 하고 있어라. 너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봐야겠다.
가종후는 감히 사완악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이때, 가종후 옆의 청년은 어느새 양손을 품에 넣었다가 빠르게 털어 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백 개의 바늘침이 마치 벌 떼처럼 사완악을 향해 날아갔다.
“호오?”
사완악은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정작 놀란 사람은 암기를 날린 이십 대의 청년이었다.
사완악의 몸에서 갑자기 내공이 발산되며 그가 날린 침들이 마치 어떤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모두 튕겨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은 표정이 굳어지면서도 동작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다시 품에 손을 넣었다가 털어 냈는데, 이번에는 하나의 비도가 사완악의 심장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것은 비록 한 자루였지만, 수백 개의 침보다 더 위력적이었다.
사완악의 표정에 처음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물론 그것은 청년이 날린 비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휘이이익!
갑자기 긴 채찍 하나가 사완악의 등을 꿰뚫어 버릴 기세로 뒤에서 날아왔다.
그것을 휘두르는 사람은 삼십 대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옆방에서 강렬한 기운이 일어나며 싸우는 소리가 들리자, 감히 어떤 인물이 겁도 없이 행패를 부리는 것인지 황당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바로 달려온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침입자는 젊은 청년이었고, 그녀의 동료가 날린 암기를 호신강기를 일으켜 모두 막아 내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그 암기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고 있었기에, 침입자의 무공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곧바로 전력을 다해 채찍을 날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사완악은 신법을 발휘해 잔상을 남기며 스르르 사라졌다.
그러자 뒤에서 날아오던 채찍이 앞에서 날아오는 비도를 쳐 내게 되었다.
“엇!”
여인은 사완악의 빠른 신법에 깜짝 놀랐다.
비도와 채찍을 피해 낸 것은 둘째치고, 그 찰나의 순간 어느새 그녀의 바로 앞에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인은 몹시 놀라면서도 내심 이 젊은 청년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는 고혹적인 미소가 피어났다.
그녀는 사완악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공자께서는 무슨 일로 이러시는 거죠?”
여인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했고, 가까이서 본 그녀의 몸매는 남심의 본능을 뒤흔드는 마력이 있었다. 이때 여인은 사완악과 눈빛을 정면으로 주고받았는데, 그 순간 그녀의 눈에서 어떤 끈적끈적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호호, 끝났군.’
그녀는 자신의 기운이 그대로 사완악에게 전달됨과 동시에, 사완악이 뭔가에 홀린 듯 멍하니 서서 동작을 멈추자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제아무리 무공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섭혼술에 한번 걸려든 사내는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자, 우리 천천히 얘기해 봐요.”
그녀는 사완악의 눈을 주시한 채, 자신의 기운을 더 끌어올리며 채찍을 땅에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황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완악을 향해 부드럽게 안겼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는 한 가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눈앞의 준수한 청년에게 섭혼술을 성공한 것까지는 좋은데, 왜 자신이 채찍을 버리고 그에게 안기는 것일까?
그 영문을 알 수는 없지만 그녀는 왠지 반드시 그렇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천화! 정신 차려라!”
갑자기 들려오는 호통 소리.
그녀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눈앞에는 멍한 얼굴이 아니라 장난기 가득한 청년의 미소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것을 인지했을 때는 온몸이 경직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느새 사완악이 그녀를 점혈하여 온몸을 마비시킨 것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설마 내가 역으로 섭혼술에 당했단 말인가?’
여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사완악을 바라봤다.
사완악이 그녀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여인에게 호통을 쳤던 중년인의 검이 사완악을 향해 번쩍였다.
“어쭈?”
사완악은 이번에는 적잖이 놀랐다.
중년인의 검이 사완악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빨랐던 것이다.
폭풍처럼 몰아치듯 열 번의 초식이 이어지고, 서슬 퍼런 예기(銳氣)와 검광(劍光)이 사완악의 몸 전체를 감싸는 듯했다.
채찍을 휘둘렀던 여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는 중년인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었고, 사완악의 온몸이 난자당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사완악의 전신에서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마치 태양처럼 강렬하고 뜨거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고는 왼쪽 무릎을 낮추고 오른발은 반보 전진하며, 오른손은 장심(掌心)으로 원을 그리듯 뻗어 냈다.
이것은 바로 염라대사가 창안한 파신마장의 첫 번째 초식, 마룡일효였다.
마룡일효는 변화는 없지만 단순한 만큼 준비 동작이 간결했고, 장법은 신속하면서도 강맹하여 사완악이 가장 즐겨 쓰는 초식이었다.
마룡일효의 장력은 중년인의 검광을 단숨에 모두 튕겨 내며 뻗어 나갔다.
“으음!”
중년인은 거대한 기운에 깜짝 놀라면서도 검을 비스듬히 세워 사완악의 장력을 허공으로 흘려보냈다.
사완악의 눈에 이채가 스쳐 갔다.
방금 보여 준 한 수는 검술에 대한 깊은 조예가 있어야만 가능한 재주였다.
중년인은 사완악의 장법을 막아 내자마자 곧바로 몸을 회전하며, 원심력을 이용해 반월을 그림과 동시에 사완악의 어깨를 내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사완악은 몸을 옆으로 돌려 그의 검을 피해냈다. 동시에 몸을 숙이고 왼쪽 손바닥을 뒤집어 한 줄기 장풍을 쏘아 냈다. 파신마장의 초식 중 하나인 마룡승천이었다. 장풍은 아래에서부터 위로 솟구치며 중년인의 가슴에 적중했다.
“커헉!”
쾅!
가슴 답답한 신음과 함께 중년인의 신형은 객잔 방의 벽을 뚫고 날아가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동시에 하나의 신형이 경신술을 펼치며 중년인을 따라 뚫린 벽으로 뛰어내렸다.
그는 사완악에게 암기를 날렸던 이십 대의 청년이었다.
청년의 경신술은 매우 은밀하고 신속해서 마치 그림자가 이동하는 것 같았고, 중년인의 몸이 땅에 닿기 전에 그를 받아 낼 수 있었다.
사완악은 청년의 신법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점혈했던 여인의 혈도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여인과 가종후에게 말했다.
“너희도 따라와라.”
사완악은 뚫린 벽으로 사뿐히 뛰어내렸다.
사완악은 백의장삼을 펄럭이며, 마치 구름을 타고 내려오듯 천천히 하강하여 착지했다.
중년인은 약간의 내상을 입었지만 아직은 움직일 수 있는 듯 검을 고쳐 잡고 사완악을 노려봤다. 이십 대의 청년도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손을 품에 넣고 사완악을 주시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매우 어두워져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 의문의 청년 고수의 무공은 절망이 느껴질 정도로 강해서, 그들이 힘을 합친다 해도 결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한데 저자는 아직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두 사람은 느끼고 있었다.
이때 사완악은 여인과 가종후가 뛰어 내려오자 낭랑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너희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나구나.”
사완악의 말에 세 사람은 일순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가, 문득 깨닫는 바가 있어 일제히 가종후를 바라봤다.
가종후는 여전히 침묵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가종후는 시종일관 싸움에 관여하지 않았고, 저 백의장삼 청년의 눈을 감히 마주치지 못했으며, 적대감은커녕 오히려 지극히 공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대뜸 나타나 싸움을 걸어온 것은 물론, 홀로 그들 세 명을 여유롭게 상대하는 엄청난 무공.
그리고 가종후의 일관적인 태도.
혈도가 풀린 여인은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설마…….”
사완악은 씩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왼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소매가 조금 걷히며 왼쪽 손목에 하나의 팔찌가 나타났다.
불꽃 문양이 새겨진 적색의 팔찌.
사령적화완천으로 이름을 바꾼 사령문의 신물이었다.
그러자 중년인과 청년, 여인 세 사람은 당황하다 못해 기겁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여, 영겁사령존을…….”
“쉿!”
사완악은 그들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이곳은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런 호칭과 인사는 생략하도록. 모두 일어나라.”
“예, 옛!”
사완악은 그들의 면면을 살피며 말했다.
“내 이름은 사완악이다. 가종후에게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너희가 나머지 사령문의 문도들인가?”
중년인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령문의 제일귀령, 만사무입니다. 영겁…….”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말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완악은 만사무라는 중년인을 보며 말했다.
“검술이 뛰어나더군. 쾌검을 익힌 것 같고 기운은 구천살심공과 비슷하던데.”
만사무는 감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제가 익힌 내공은 구천살심공에서 파생된 음살진공(陰殺眞功)입니다. 검술은 사령문의 백팔절혼쾌검(百八絶魂快劍)을 익혔습니다.”
만사무는 말을 마치고 이십 대 청년을 바라봤다.
청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령문 제이귀령, 묵영입니다.”
사완악은 고요한 그림자, 묵영(黙影)이라는 이름에 재밌다는 듯 청년을 바라봤다.
“넌 암살에 특화된 무공을 익힌 것이냐?”
“예. 암기술과 은신법을 익혔습니다.”
묵영은 짧게 대답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가종후가 묵영을 대변하듯 말했다.
“묵영은 지나치게 과묵한 면이 있습니다. 묻지 않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서툰 편입니다.”
“그래? 마음에 드는 성격이군.”
사완악의 말에 가종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완악의 시선이 묵영을 지나쳐 여인에게로 향했다.
여인이 말했다.
“네. 저는 사령문의 제삼귀령, 천화입니다.”
사완악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가종후의 어설픈 섭혼술보다 훨씬 뛰어나더군. 너도 탈정미혼술에서 파생된 무공을 익혔나?”
천화가 답했다.
“예. 일소수심공(一笑囚心功)을 익혔습니다. 탈정미혼술을 제외하면 일소수심공은 사령문에서 가장 뛰어난 섭혼술입니다. 가 오라버니는 다른 술법들에 능하십니다.”
사완악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이미 전해 들었겠지만…… 나는 사령문의 무공 비급을 기연을 통해 얻어 익혔다. 나 스스로도 내가 사령문에서 내려오는 예언의 그 인물이라고는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너희는 나를 인정하고 가종후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나?”
만사무가 말했다.
“감히 어느 누가 사령문의 신물이 선택한 영겁사령존께 인정을 하고 말고 하겠습니까?”
물론 신물의 선택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네 사람은 이미 두 눈으로 사완악의 무공을 똑똑히 확인했고, 전설의 영겁사령존이 아니라면 사령문의 무공을 독학하여 이 젊은 나이에 그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지닐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만사무가 다시 말했다.
“사령문의 문도는 영겁사령존의 명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드는 것이 마땅합니다.”
“너희들 생각도 그런가?”
사완악이 흥미롭다는 듯 다른 세 사람을 바라봤다.
묵영과 천화, 가종후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사완악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한번 시험해 볼까?”
사완악은 돌연 미소를 지으며 묵영에게 말했다.
“묵영.”
“예.”
사완악은 어느새 냉랭해진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네 옆에 있는 만사무를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