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ous Beverage RAW novel - Chapter 41
정도마신 40화
“사공자님, 다녀오셨…….”
구휘는 정유문의 장원으로 들어오는 사완악에게 인사를 하다가 멈칫했다.
사완악이 혼자 돌아온 것이 아니라 네 명의 사람과 함께 왔기 때문이었다.
“손님들을 데리고 오셨군요.”
“그래. 설린 문주는?”
“문주전에 계실 걸요.”
구휘는 그렇게 대답하며 무의식적으로 사완악의 손님들을 힐끔 쳐다봤다.
중년인, 여인, 청년,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구휘는 마치 귀신을 본 사람처럼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잠깐만요! 사 공자님!”
“응?”
“저, 저 사람은……!”
사완악은 구휘가 손가락으로 가종후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는 끄덕였다.
“맞아. 그때 그놈이다.”
구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죠?”
사완악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우선 가서 문주님이랑 총관님, 호법님 좀 오시라고 해라.”
구휘가 무슨 소리냐는 듯 말했다.
“안 돼요! 저 위험한 사람이 있는데 문주님을 오시라고 하다니요? 사 공자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사람과 함께 오신 거죠? 아니, 그보다 저 사람을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설마 다시 문주님을 노리고 온 것인가요?”
사완악은 피곤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이때 설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 공자님?”
사완악이 반색하며 고개를 들었다.
“오, 마침 나왔군.”
“문주님! 가까이 오지 마세요!”
구휘의 외침에 설린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지만, 멈추지 않고 가까이 다가왔다.
설린은 사완악과 함께 있는 네 명의 사람을 보고는 물었다.
“이분들은 누구신가요?”
사완악이 말했다.
“얼마 전에 찾아왔다는 내 손님들이야.”
그 말에 설린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러시군요. 환영합니다. 사 공자님의 손님이라면 곧 정유문의 손님이지요. 휘아야, 가서 이분들을 위한 요리를 준비하도록 말해 주렴.”
구휘는 그야말로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문주님!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설린은 고개를 갸웃하며 구휘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구휘는 조금 전에도 가까이 오지 말라고 외치지 않았던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손님들 앞에서 실례이구나.”
설린은 괴한에게 불시에 습격을 당했기 때문에 상대의 얼굴조차 알지 못했다.
구휘는 안 되겠다는 듯 빠르게 말했다.
“문주님, 저 사람들, 아니, 저 키 큰 사람 보이시죠? 저 사람이 바로 문주님을 납치했던 그 괴한이라고요!”
설린이 깜짝 놀라 사완악을 쳐다봤다.
사완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 모습에서 설린은 구휘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린은 가종후를 한 번 바라본 후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 사람이 사 공자님의 손님일까요?”
설린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안함과 불쾌함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완악이 그를 데려온 것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사완악이 말했다.
“사실 그날 내가 말하지 않은 일들이 있었어.”
“그게 무엇이죠?”
사완악은 미리 준비해 온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날 나는 저 키 큰 놈을 놓친 게 아니었거든.”
설린과 구휘가 사완악을 쳐다봤다.
사완악은 이어서 바로 말했다.
“저놈이 설 문주에게 독을 쓴 것은 맞지만, 나는 내 피를 문주의 입에 흘려 넣은 다음 곧바로 저놈을 쫓아갔거든. 그리고 당연히 잡았지.”
사완악은 마치 그날의 기억을 회상하듯 말했다.
“더 이상 도망을 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저놈이 갑자기 권각술로 반항하길래 나의 광대권법으로 실컷 두들겨 패 줬지.”
설린은 이때 가종후를 힐끗 쳐다봤는데, 그는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사완악이 말했다.
“그렇게 좀 혼내 주다가 내가 물어봤지. 도대체 왜 설 문주를 납치했냐고. 나는 저놈이 어떤 사악한 세력이거나, 아니면 어떤 음모를 지니고 설 문주에게 접근한 줄 알았어.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게 아니더라고.”
설린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면요?”
사완악은 기가 막힌다는 듯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나 참, 글쎄,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저 설 문주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다더군.”
“예에?”
설린은 당황하며 어찌 반응을 해야 될지 몰랐다.
“그렇지? 황당하지? 아니, 그래도 그 정도 무공을 지닌 고수가 그런 시시한 이유로 여자를 납치하다니 말이야.”
사완악은 말하는 동시에 팔꿈치로 가종후의 가슴을 후려쳤다.
가종후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일어나. 한 대 더 맞기 전에.”
가종후는 기겁하며 후다닥 다시 일어섰다.
그 모습이 얼마나 겁에 질려 있는지, 설린은 자신을 납치했던 괴한임에도 불구하고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완악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니까. 그런데 갑자기 여기 보이는 나머지 세 사람이 나타나 한꺼번에 나를 공격하는 거야. 누군지는 몰라도 어쩔 수 없이 일단 때려눕히고 봤지. 알고 보니 이들은 한 사부 밑에서 무공을 배운 사형제들이었고, 이런 나쁜 짓을 일상처럼 저지르는 놈들이더라고. 그래서 내가 다시는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손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고 빌기 시작하더라고.”
사완악의 말은 모두 지어 낸 이야기였지만 그의 언변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이따금 기억을 되살리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설린과 구휘는 이 말이 거짓일 거라고는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다.
사완악이 다시 말했다.
“내가 살려 줘 봤자 어차피 또 나쁜 짓을 할 거 아니냐고 했더니, 앞으로는 개과천선해서 열심히 살겠다는 거야. 설린 문주, 문주라면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어? 그런데 그렇다고 잘못했다고 무릎 꿇고 사죄하는 놈들을 무작정 때려죽일 수도 없고 말이야. 참으로 난감하지 뭐야.”
설린은 기본적으로 선하고 마음이 여린 성향이었다.
그녀는 사완악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완악은 고개를 미미하게 흔들고,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맞아! 아주 곤란했겠지?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
“무엇이죠?”
“이들이 정유문의 문도가 되면 어떨까?”
“네?”
설린은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옆에 서 있던 구휘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질렀다.
“당연히 안 됩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사완악이 고개를 돌려 구휘를 쳐다봤다.
“왜?”
“네?”
“왜 안 된다는 거지?”
“그거야 당연히…….”
사완악은 구휘의 말을 자르며 빠르게 말했다.
“정유문의 초대 문주님이셨던 설영충 대협은 잘못을 뉘우치는 사파인들을 정유문의 문도로 거두시고, 그들은 개과천선하여 정유문의 명성을 더욱 드높였다고 알고 있는데.”
설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조님께서 대협의 호칭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였지요.”
“무, 문주님, 설마 허락하시려는 것은 아니지요? 안 되겠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구휘는 불안한 얼굴로 설린을 쳐다보다가 대뜸 뒤로 돌아 뛰어갔다.
잠시 후, 황임과 관일성이 구휘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자초지종을 들은 듯 오자마자 말했다.
“지금은 사조님의 경우와는 조금 다릅니다.”
황임이 설린에게 말했다.
“사조님이 문도로 받아들인 자들은 철없이 흑도로 빠진 삼류 무사들이었습니다. 내공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고, 무공 실력이라고 해 봐야 정유문의 하급 무사들보다 약했지요. 혹시 다른 마음을 먹더라도 아무 위험이 될 수 없는 자들이었습니다.”
관일성이 뒤를 이어 말했다.
“사 공자, 이자는 문주님을 납치하고 독공도 사용했던 자가 아닌가? 또한 다른 세 사람도 그와 같은 사형제지간이라면 그 못지않은 무공을 지니고 있을 터. 만약 저들이 사 공자에게 화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뉘우치는 척하고, 불시에 다시 나쁜 마음을 갖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라고 했네.”
사완악은 머리를 긁적였다.
관일성의 말은 매우 논리정연해서 딱히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사완악은 처음부터 이런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듣고 보니 호법님의 말이 맞네요. 그럼 이들에게 그 정도의 힘이 없으면 되겠군요?”
“음?”
“사실 제가 익힌 무공 중에 한 가지 독특한 점혈 수법이 있는데…… 상대의 기맥을 봉해서 내공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죠. 그리고 이들을 제가 머물고 있는 처소 옆에 같이 있게 하고, 밤낮으로 감시하면 감히 이상한 생각을 할 수 없을 겁니다.”
“그, 그건 그렇겠지만…… 정말 그런 점혈 무공이 있단 말인가?”
“네. 제가 풀어 주기 전까지는 한 줌의 내공도 사용할 수 없지요. 지금 당장 해 버리겠습니다.”
사완악이 몸을 돌려 사령문의 네 사람을 쳐다봤다.
이때 네 사람은 모두 당황한 얼굴이었는데, 맏형 격인 만사무가 다급히 전음을 날렸다.
-지존! 정말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겁니까?
사완악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러겠다고 한 적은 없지만…… 다들 들었으니까 알겠지? 만약 내가 내공을 봉하는 것에 반대한다면 억지로 정유문의 문도가 되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정유문의 문도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문주를 납치한 죄를 물어 때려죽여야겠지. 어떻게 할래?”
사완악의 말에 사령문은 물론, 정유문의 사람들도 황당한 얼굴을 지었다.
한마디로, 죽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받아들이라는 말이었으니까.
“역시 문도가 되는 게 낫겠지?”
“자, 잠깐만요!”
천화가 애교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여러분들, 정유문의 문주님을 납치했던 건 정말 실수였어요. 정말 저희는 진심으로 정유문의 문도가 될 테니…… 꺅!”
천화는 말을 하다가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사완악이 다가와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뻗어 정확히 서른여섯 곳의 혈도를 점혈(點穴)했던 것이다.
“그래. 진심으로 문도가 된다니 환영해.”
이어서 사완악은 다른 세 사람에게도 똑같이 했고, 잠시 후 네 사람은 모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정말 내공이…….”
정말로 한 줌의 내공도 모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바로 의왕(醫王) 갈효봉이 만들어 낸 군림혼혈공의 폐맥폐공(閉脈閉功)이었다.
사완악이 은거지를 떠나기 전 사부들에게 펼쳤던 것으로, 한 번 당하고 나면 사대악인조차 어찌할 도리가 없는 수법이었다.
사완악은 관일성에게 말했다.
“이러면 정유문의 전통대로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거지요?”
관일성은 정유문의 전통이라는 말에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사조님이 그리하셨을 뿐, 전통이라고 할 수는 없네만…….”
그런데 이때 설린이 말했다.
“대대로 이어진 전통은 아니지만, 사조님의 행동을 본받는 것은 후대의 마땅한 도리지요. 알겠습니다. 그들을 문도로 받도록 하죠.”
“무, 문주님!”
구휘가 울상이 되어 설린을 쳐다봤다.
하지만 설린은 이미 결정을 내린 듯 사완악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 문도는 아니에요. 그들이 정말 지난 과오를 뉘우치고, 정유문의 문도로서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에요.”
사완악은 그럴싸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임시 문도라는 뜻이군.”
“네. 그들에게 신뢰가 생긴다면 그때 정식 문도로 임명하도록 하죠.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정해 놓지 않겠어요. 그때까지는 사 공자님이 그들을 책임져 주셨으면 해요.”
사완악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좋아. 그전까지는 내가 확실히 감시하도록 하지.”
설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사완악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잘한 결정이야. 내일부터 이놈들 덕분에 정유문의 평판이 더 좋아질 테니까.”
설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건 무슨 말씀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