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대, 대비하라!”
뭔가를 느낀 클로비스와 렉스가 제 기사단을 향해 외쳤을 때였다.
석고 가면 같던 여왕의 얼굴에 표정이 피어났다. 광기 어린 기쁨이었다.
쉬이이익!
여왕이 쇄도해 왔다.
“히이익!”
기사단원들은 아름답지만 미친 여왕이 제게 입 맞추러 오는 듯한 공포에 희게 질렸다.
목걸이에서 아그네스의 새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침착하게 앞으로 걸음을 내디디는 사람이 있었다.
“…….”
테실리드는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나아갔다.
유순히 자신을 맞이하러 오는 테실리드에게 여왕은 감격했다.
눈보라가 더욱 맹렬히 춤추는 가운데 여왕이 테실리드에게 날아왔다.
두 얼굴이 점차 가까워졌다. 한쪽은 황홀한 광기에 취했고, 다른 한쪽은 반복적인 경험에 감흥이라곤 전혀 없는 무표정이었다.
“…….”
마침내 여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발의 피조물에 입 맞추려는 순간.
턱!
“……!”
내 손이 끼어들어 여왕의 입을 막았다.
놀란 두 쌍의 눈동자. 그중에 동공에 눈송이를 담은 새파란 쪽을 향해 말했다.
“여왕 폐하, 체통을 지키시죠. 이거 성추행입니다.”
여왕의 입을 막은 오른손에 한기와 함께 아픔이 느껴졌다. 여왕이 물어서는 아니었다.
그녀의 입안에 있던 파편 중 하나가 내 손바닥에 옮겨와 박히는 느낌이 선득했다.
하지만 무시하고 남은 왼손으로 여왕의 목줄을 틀어쥐었다. 고작 분신에 불과한 존재였기에 통제는 쉬웠다.
여왕은 생각보다 다채로운 표정을 지을 줄 알았다.
괴로워 꺽꺽거리는 얼굴이 제법 인간적이었다.
물론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나는 그녀를 테실리드에게서 완전히 떼어내 나를 보게 했다.
“폐하, 하나만 물읍시다. 방금 눈이랑 심장에 안 하고 입에다 하려고 했죠?”
설정 파괴의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이 언니가 돌았나.”
“못 들어주겠네. 됐고, 남은 조각도 내놔.”
여왕의 목을 틀어쥔 채 내 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럼 강제로 해야지, 뭐.”
신체 한 부위당 한 조각만을 옮길 수 있었고, 공략상 남은 한 조각은 눈에 해야 했다.
오른손으로 여왕의 턱을 고정해서 내 왼쪽 눈에 입 맞추게 했다.
희롱당한 척하는 거 같잖네.
나는 왼손에 오러를 실어서 힘을 주었다.
퍼서석!
분신의 몸이 도자기처럼 깨져 나갔다.
“누구더러 겔다래. 역할극 작작하고 사라져.”[ ‘눈의 여왕의 분신’이 소멸했습니다.]눈보라가 조금 잦아든 것을 느끼며 나는 성희롱범을 처단한 양손을 탁탁 털었다.
“아.”
파편을 옮겨온 왼쪽 눈에서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졌다.
“아이.”
왼쪽 눈을 손으로 감싼 채 깜빡거리고 있는데 엄한 음성이 귓가를 울렸다.
고개를 돌리자 굳은 얼굴의 테실리드가 보였다.
“굳이 네가 왜.”
“넌 많이 해봤잖아. 지겨울 것 같아서.”
눈을 감싼 손을 내리고 가볍게 웃어 보였다. 어째 테실리드의 표정이 더 딱딱해지는 것 같았다.
“신성경 예하!”
“괜찮으십니까, 예하?”
“괜찮아요.”
클로비스와 렉스를 돌아봤더니 그들이 놀란 눈을 했다.
“예하, 한쪽 눈이…….”
내 눈?
아아, 거울 조각이 박힌 영향인 모양이었다.[‘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녹색과 청색의 오드아이를 몹시 마음에 들어 합니다.]“신경 쓰지 마세요. 별것 아니에요.”
손사래를 치는데 탁 하고 손목이 잡혔다.
“테실리드, 예하께 무슨 무례냐.”
“그렇소, 테실리드 경. 어딜 신성경의 손목을 덥석덥석 잡는단 말이오?”
클로비스와 렉스의 준엄한 꾸짖음에도 테실리드는 내 희게 질린 오른손바닥만 들여다볼 뿐이었다.
한참 만에 그가 입을 열었다.
“조각은 몸을 얼어붙게 해. 두 개나 체내에 품고 있는 건 무리가 클 거야.”
이 부분은 시스템이 보다 명료하게 증명해 주었다.
지금 나는 몸에 박힌 조각의 숫자만큼 디버프가 걸린 상태였다.[ ‘얼음 동상화(2중첩)’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얼어붙다 못해 얼음 그 자체로 변해 버리는 디버프.
빨리 추악의 거울이 있는 곳으로 가서 파편을 빼내지 않으면 얼음 동상이 될지도? 서두르자!
참고: 중첩에 비례하여 동상화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확실히, 오른손의 감각이 무뎌진 것 같았다. 검은 왼손으로 잡아야 하려나.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했다.
“음, 뭐, 너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할 건 없잖아?”
“몇몇 시간선에서 나는 얼음 석상이 되었지.”
“……겁주기는.”
솔직히 살짝 쫄았다.
클로비스와 렉스가 뭔 소린지 의아해하고 있었으므로 의미심장한 대화는 거기서 끝냈다.
그때 테실리드가 나로선 생각도 못 해본 말을 했다.
“빼내는 게 좋겠어.”
“어? 방법이 있어?”
원작에 그런 건 없었는데?[‘천기누설 감찰관’이 의아해합니다.]“……확실하진 않지만, 시도는 해봐야겠지.”
말을 마친 즉시 그는 행동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 순간.
“헉!”
“헉!”
“허어억?!”
클로비스와 렉스를 필두로 여기저기서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테실리드가 내 손바닥에 입술을 묻었기 때문이다.[‘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흥분하여 책상을 부숩니다.]손이 차가워서 그런지 손바닥에 닿은 체온이 유난히 뜨겁게 느껴졌다.
“뭐, 뭐 하니?”
태연하게 묻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살짝 떨려서 나왔다.
그때 오른손에 이변이 일어났다. 점점 피가 돌기 시작하며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까까지 불에 댄 듯 뜨거웠던 그의 입술이 차갑게 느껴졌다. 온도의 역전이었다.
“어?”
“……되는군.”
그가 손으로 제 입을 살짝 막듯이 가리고는 말했다. 손가락 틈새로 반짝임이 비쳤다.
반면 내 오른손바닥에 박혀 있어야 할 거울 파편은 보이지 않았다.[ ‘얼음 동상화(1중첩)’]사라진 중첩이 그의 시도가 성공했음을 알려준다.
“어떻게 한 거야?”
“귀속의 수호로 디버프도 옮겨올 수 있는 모양이야. 동시에 체내로 옮기는 조건을 맞췄더니 파편도 내게 넘어오는군.”
“어, 음, 그래. 입은 체내지…….”
“그렇지.”
선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작은 충동이 일었다. 나는 그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아이?”
내 손끝이 그의 입술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멈췄다.
느껴지는 숨결이 영구 동토의 공기보다도 차가웠다.
“서두르자.”
다시 눈보라를 뚫고 걷기 시작했다. 이번 목적지는 얼음성이었다.
마침내 얼음성을 둘러싼 해자 앞까지 도착했다.
교각 너머로 보이는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일대에는 성 전체를 둘러싼 강한 결계가 느껴졌다.
“원래는 열려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네요.”
“오호, 완벽하게 납득 가는 이유예요. 그렇다면…….”
나와 아그네스가 동시에 말했다.
“공성전을 해야죠.”
마침 여기 전문인 사람이 있었다.
“테리.”
부름만으로 뜻을 알아들은 그가 즉시 교각 위로 걸음을 내디뎠다.
쭉 뻗은 그의 오른팔 끝에서 검이 형상을 맺었다.
그가 교각 중간에 멈춰 섬과 동시에, 성검 리브라의 검신에 세상에서 가장 하얀 오러가 깃들기 시작했다.
기사단이 웅성거렸다.
“설마 저게 하늘 요새를 부쉈다는 그…….”
“대공성용 궁극 스킬 말하는 거야?”
“그거 때문에 도시 하나가 반파되었다던데……!”
상업 도시 엘토리니에 하늘 요새가 떨어질 뻔했던 일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다.
초토화될 뻔한 걸 반파로 만들어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하여간 주인공은 좋은 일을 하고도 악명만 자자하다.
그때 클로비스가 내게 다가와 다급히 외쳤다.
“예하! 설마 테실리드에게 대공성 스킬을 쓰라고 명령하신 겁니까?”
“이름만 불렀는데 알아듣던데요? 통했나 봐요.”
“멈추셔야 합니다. 저 스킬을 쓰면 테실리드는……!”
콰과과과광!
궁극 스킬은 클로비스의 말이 끝나길 기다려주지 않았다.
가벼운 휘두름과 대비되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성문을 관통했다.
철문이 완파된 것은 물론, 문 너머의 중정까지 다 파헤쳐졌다.
“……지쳐서 아무것도 못 할…… 어?”
클로비스가 말을 하다 말고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
조금 과하게 할 일을 마친 테실리드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기사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다 됐어.”
“응. 고생했어, 테리.”
“고생이라니, 전혀.”
과연 17회차다. 궁극 대공성 스킬을 쓰고도 그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가시죠, 클로비스 단장님.”
“……예, 신성경 예하.”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