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일곱 해골들이 달려나와 일렬로 서고는 턱관절을 마찰시켰다. 대충 반갑고 환영한다는 뜻일 것이다.
“소개할게. 우리 농장 식구들이야. 왼쪽부터 차례대로 히아스, 아가판, 아스터, 벨로, 라넌, 키르탄이야. 마지막으로 여기 이 친구가 두개골이랑 견갑골이랑 장골이 예쁜 에피덴이고.”
“반갑……다고 해야 하나.”
역시 언데드와 성기사의 사교는 어색한 감이 있었다.
“다들 가 봐. 에피덴만 남고.”
달그락!
여섯 해골들이 흩어졌다. 보아하니 여가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나 보다.
키르탄은 우아하게 꽃꽂이를 했고, 아가판은 비석을 광나게 닦았다.
라넌은 나무토막으로 귀여운 동물들을 조각했고, 히아스는 저수지에 낚싯대를 드리웠다.
마지막으로 아스터와 벨로는…….
‘쟤들 왜 한 무덤에 둘이 들어가서 문 닫냐.’
내 눈이 흐려졌다.[‘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언데드도 뜨거운 연애를 하는데 당신은 뭐 하고 있느냐며 힐난의 눈초리를 보냅니다.]장르가 그게 아니잖아요.[‘창조경제 관리자’가 장르 변경권은 상시 판매 중이라며 당신의 충동구매를 부추깁니다.]100억 캐시 없다고요.
극심한 억울함을 느끼던 중 문득 뇌리에 의문이 스쳤다.
‘잠깐만요. 장르가 판무라고 해서 아예 연애를 안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주인공들 보면 히로인을 하나씩 끼다 못해 하렘을 만들기도 하잖아. 그건 뭐 연애 아닌가?
그러니까 굳이 장르 변경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연애는 할 수 있을지도?!
‘신님들?’
그런데 어째 메시지창이 조용했다. 한참 뒤에야 신님들의 대답이 들려왔다.[‘창조경제 관리자’가 밑장을 빼다가 걸리면 안 좋은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천기누설 감찰관’이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안 좋은 결말이요?’[‘천기누설 감찰관’이 눈에 힘을 줍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천기누설 감찰관’의 눈치를 보며 아무튼 장르 변경권을 꼭 사야 한다고 말합니다.] [‘창조경제 관리자’가 ‘천기누설 감찰관’의 눈치를 보며 매출 때문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 충고하는 것이라 말합니다.]뭐지? 진짜 궁금해지는데?
그러나 신들은 발설할 수 없는 모양이니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이 의문은 뒤로하고 이곳에 온 볼일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에피덴.”
달그락?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에피덴에게 건넸다.
“오다 주웠어.”[ ‘수확의 낫’
사신이 쓰던 낫을 농부용으로 개량했다. 확률적으로 수확량을 두 배로 증가시켜 준다.]지난번에 그림 리퍼 로드, 그렐리우스를 잡고 얻은 농기구다.
묵직한 낫을 양손으로 받아 든 에피덴이 놀란 듯 척추를 곧게 폈다.
달그라라락……!
“마음에 들어?”
달그락달그락!
“응. 다행이네.”
에피덴도 마저 보내고 났을 때, 마침 던전의 마지막 식구가 등장했다.
아궁이에서 자다 깨어난 불꽃 악마, 헬베로스가 나를 발견하고 논두렁을 따라 빠르게 다가왔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헬베로스 모습이 점점 변하여 6세 남아가 되었다.
“오랜만이야, 헬베로스. 이쪽은 테실리드 아르젠트. 성기사님이니까 함부로 까불면 안 돼. 그리고 이쪽은 지옥염화, 헬베로스야. 농장의 부산물 처리와 겨울철 난방을 담당하고 있지. 채식주의자인 게 특징이야.”
이쯤 되자 테실리드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성녀가 언데드와 지옥염화로 농장을 경영하다니…….”
“교단에는 비밀이야. 믿는다?”
테실리드를 데리고 등나무 파고라로 갔다.
벤치에 마주 앉자 헬베로스가 테이블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에피덴은 헬베로스의 곱슬거리는 적발 위에 양철 주전자를 올려놓고 찻물을 끓였다.
“그거 기대되네. 그런데 지금은 말고 조금만 이따가.”
아스터와 벨로를 방해할 순 없지.
에피덴이 나무 테이블 위에 꽃차를 놔주고는 사라졌다.
헬베로스도 불꽃놀이를 하려면 힘을 비축해야 한다며 건초를 먹으러 갔다.
고즈넉한 던전 농장의 모습을 둘러본 테실리드가 입을 열었다.
“언데드들에게도 취미가 있는 모양이군.”
“무료한 시간을 보낼 소일거리는 필요한 법이니까. 정신 건강에도 좋고.”
문득 수백 년을 살아온 해골들이 회귀를 반복하며 생을 이어가는 테실리드의 인생 선배이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러고 보면 그는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것 같은데.
나는 저수지 앞에 앉아 사색에 잠긴 히아스를 힐끗 보고는 테실리드에게 권했다.
“너도 해볼래? 낚시.”
“……그럴까.”
“낚시 말고 꽃꽂이나 조각이나 다도도 괜찮고. 가서 알려달라고 해봐. 다들 친절하게 알려줄 거야.”
“그래. 근데 해골이 일곱 아니었나? 둘이 안 보이는데.”
“……그 둘은 신경 쓰지 마.”
“알았어.”
근사한 미소를 남기고 테실리드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의 선택은 역시나 낚시였다.
등나무 파고라에 혼자 남은 나는 찻물을 호로록 들이켰다.
“저도 마침 할 게 있지요.”
나는 바로 시스템을 열었다.
‘궁금한 건 못 참지.’
장르 변경권을 구매하지 않고 연애를 했을 때 발생하는 안 좋은 결말.
지금부터 하려는 것은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작업이다.
나는 되도록 많은 사람의 호감을 사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멘트를 신중히 입력했다.[킬힐] : 빙의 고수님들 안녕하세요. 저 뉴비인데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빙의자 커뮤니티 채팅창.
그곳은 오늘도 바르고 고운 우리말 사용으로 매너 있는 채팅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이었다.[사이다패스381] : 아 닉변권 왜 안 내주냐고. 캐시 줄 테니까 팔라고.
[성공한덕후] : 새 컨텐츠 업뎃도 안 하고. 이벤트도 없고. 운영 똥망인 것 같네요. [힘을숨긴관종] : ? 시련의 탑 아직 다 깨지도 않았으면서 새 컨텐츠를 찾음? [원작무새7] : 다들 님처럼 탑성애자인 것 아님. [장르탈출지망자] : 장르 변경권 할인 안 하나…….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