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애쉬가 의문을 담아 물었다.
“왜 노인이에요?”
“그런 게 있어.”
나와 애쉬가 테실리드를 응원했다.
“화이팅, 테리.”
“힘내십시오, 형님.”
자연 대 인간의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곤돌라가 빠르게 물살을 헤쳤다.
3미터나 되는 거대 청새치를 동력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돌연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시야가 흐려졌다.[ ‘미혹의 안개’ 영역에 진입했습니다.]“아, 이제 나오겠네.”
“나오다니, 뭐가요?”
마치 망령의 숨결인 듯 소름 끼치는 차가운 안개가 사위를 감쌌다.
청새치는 생선 주제에 제법 눈치가 있었다. 심상찮은 지역에 들어와 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듯 제동을 건 것이다.
덕분에 밤안개 낀 바다 한복판에 곤돌라가 멈춰 섰다.
아그네스가 경고를 대신해 나를 부른 순간, 내가 말했다.
“자아, 남자들은 귀를 막으실 시간입니다. 보호의 가호.”
테실리드와 애쉬의 귀를 신성력으로 보호한 그 순간이었다.
아아아-! 아아아아-!
바다의 성악가가 목을 울려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유혹하기 위한 노랫소리는 아름다우면서도 요사스럽기 짝이 없다.
만약 남자가 들었다면 광기에 취해 바다에 몸을 던졌을 소리 공격이었다. 물론 여자인 나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나는 애쉬를 바닥에 웅크려 있도록 한 뒤 천막을 뒤집어씌웠다.
테실리드는 청새치와 일생일대의 승부 중인지라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켜야 했다.
쉬익! 쉬이익!
배 주변의 바닷물이 거칠게 원을 그리며 요동쳤다.
첨벙거리는 물살 틈으로 긴 지느러미 꼬리 여럿이 언뜻언뜻 비치더니, 곧 그 수만큼의 인간 여성의 상체가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물론 진짜 여인은 아니었다.
귀가 있어야 할 곳에 하늘거리는 지느러미가 튀어나와 있고, 홍채는 흰자위를 다 차지할 만큼 커다랬으며, 피부 곳곳에는 물고기의 비늘이 반짝였다.
그런 이질적인 특징들이 그들을 인간과 구분했다.
바다의 정령들, 인어.
마계화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 타락하지 않았다.
이곳을 점령한 보스는 건드리지만 않으면 제법 얌전한 편인 데다 지능이 낮기 때문에, 넓은 바다에서 충분히 공생이 가능했던 덕이다.
그러나 타락하지 않은 상대라고 해서 안심하긴 일렀다.
세이렌과 관련된 수많은 동화, 설화, 신화가 증명하듯 바다의 정령들은 인간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특히 남자에게.
총 열두 마리의 인어들이 곤돌라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음파 공격이 통하지 않자 직접 나선 것이 분명했다.
인어들은 포위진을 조금씩 좁히며 저들끼리 까르르 웃고 떠들었다.
애쉬가 천막 틈으로 밖을 훔쳐보다가 딱 걸린 모양이었다.
녀석의 머리 위에 천막을 다시 뒤집어씌울 때였다. 다행히 인어들에게는 나름의 신념이 있었다.
와아, 이 언니들 다 탱커인가?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어그로인데?
심지어 그들의 도발은 말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인어들이 배 위로 기어오르며 테실리드를 향해 갈퀴손을 뻗었다.
섹시한 척 기대앉아 손가락으로 테실리드의 턱을 들어 올리려 하는가 하면, 그의 팔을 붙잡아 물속으로 빠뜨리려고도 했다.
현재 테실리드는 낚싯대를 쥐고 있느라 무방비한 상태.
갈퀴손에 의해 그의 제복 겉옷이 슬쩍 벗겨져 내려갔다.
아아, 더는 못 참겠다.
“신벌!”
파지지직!
내 부름에 응답하여, 낙뢰가 먹구름을 찢고 강림했다.
땅이 아닌 바다에 꽂힌 신성한 전격. 그것은 전해질을 타고 일대의 물속에 전류를 골고루 퍼뜨렸다.
위력은 낮아졌으나 범위는 넓다. 그리고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한 방어는 불가능하다.
인어들은 짜릿함을 만끽하며 비명을 질러댔다.
뇌까지 자극이 갔을 테니 정신 좀 차렸겠지.
다만 테실리드에게는 조금 미안하게 되었다.
방금 공격으로 절명해 버린 청새치가 둥둥 떠올라 버렸으므로.
인어들이 몸을 더듬을 때도 초연하던 테실리드가 한숨을 푹 쉬었다.
정말 낚시에 진심이었나 보다.
“어, 미안, 테리.”
내 입술 모양을 읽었는지 테실리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청새치를 끌어당겨 배의 옆쪽에 매달아놨다.
너무 커서 배 위로는 올릴 수 없는 탓이었다.
그 무렵 인어들이 의식을 되찾고 머리를 부르르 털었다.
나는 배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인어 한 마리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곤돌라 위로 끌어 올렸다.
정령왕의 하프 현으로 막내 인어를 꽁꽁 묶었다.
그사이 나머지 인어들이 곤돌라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했으나, 전복 불가 버프가 걸려 있었기에 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소용없어, 인어 언니들. 그러지 말고 우리 대화 좀 하지?”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인어들 셋이 차례대로 으르렁거렸다.
그들이 신경질적으로 후려친 꼬리지느러미에 맞은 곤돌라의 귀퉁이가 퍼서석 부서졌다.
돌려차기급 위력 같다.
“진정해. 여기 은발 성기사님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나도 막내를 괴롭힐 생각은 없어.”
증명을 위해 막내 인어에게 힐을 써줬다. 전격에 그을린 비늘이 깨끗하게 수복되었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 인어들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내가 원하는 건 정말 대화야.”
반신반의하는 인어들을 상대로 다시금 강조했더니.
“응.”
“……이상하게 지칭하지 말아줄래?”[‘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장르 변경권을 살 돈이 없어서 당장은 관계를 부정해야만 하는 당신의 처지에 슬퍼합니다.]다음 업데이트는 제발 신계 메시지 차단 기능이었으면 좋겠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슬슬 내 쪽에서 대화할 마음이 사라져 갔다.
솔직히 다들 한 주먹거리인데 그냥 힘으로 때려눕혀서…….
타이밍이 좋은걸?
“인어 언니들, 이곳을 점령한 보스 때문에 곤란하지 않아?”
어떻게 알았냐는 듯, 인어들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곤란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제안할 때다.
“우리가 보스를 잡아서 입구를 열어줄게. 대신 일정 기간마다 인어의 눈물을 줬으면 해.”
이에 대한 인어들의 반응은.
“응.”
“아니, 눈 말고 눈물 말이야.”
인어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뭉이나 능청을 떠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들은 바다라는 거대한 야생에서만 살아온 참이다. 인간과 교류가 거의 없기에 슬픔 같은 섬세한 감정을 배울 일은 딱히 없었고, 따라서 눈물을 흘릴 일도 없었다.
무엇보다 항상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사는 편이라, 눈에서 스며 나오는 짠물 같은 건 그저 바닷물이 배출되는 것이려니 착각하기 쉬웠다.
“눈물이 뭔지 궁금해?”
대체로 인간들은 인어의 눈물을 채취할 때 폭력적인 방법을 쓴다.
인어가 일찍 죽든지 말든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돈에 눈이 멀어 인간성을 버리는 것이다.
물론 난 그럴 생각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인어들이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대답한 즉시, 나는 인벤토리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곧 내 손에 끌려 나온 것은 장인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듯한 오르골이었다.
지난번에 ‘신비로운 유니수스의 숲’ 던전에서 엘리니로를 잡고 얻은 아이템이었다.[ ‘유니수스 회전목마 오르골’
엘리니로가 최면 인형이 된 부인들의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아이템.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동화 멜로디를 연주한다.
총 4트랙으로 이루어져 있다.
트랙1. 행복한 과자집
트랙2. 복수에 성공한 신데렐라
트랙3. 실연당한 눈의 여왕
트랙4. 벌거벗은 임금님의 유혹]태엽을 감고, 음계판의 위치를 트랙3에 맞췄다. 곡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디리리링…….
천년 얼음성에 혼자 남게 된 눈의 여왕의 외로움과 슬픔을 표현한 선율이 심금을 울렸다.
덕분에 인어들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금방 배울 수 있었다.
주르르륵.
역시 정령답게 감정을 건드리는 것에 약했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나는 인질로 잡고 있던 막내 인어의 뺨으로 손을 조심스레 가져갔다.
눈물을 훑어내는 내 손길에 막내 인어가 쭈뼛거렸다.
“이건 착수금.”
나는 손끝에 맺힌 인어의 눈물을 시약병에 잘 털어넣었다.
그리고 다른 인어들의 턱에도 시약병의 주둥이를 대서 눈물을 모았다.
좋아. 우유 반 팩은 되겠어.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