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람들끼리 뭉쳐 앉은 것인가.
너무 비약적인 우연 같은데, 그렇다고 두 사람이 딱히 서로를 의식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 애매하다.
아무튼 창립 예배를 시작했다. 짧고 굵게 끝낼 생각이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흠흠! 제가 설교는 잘 못해서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열정적으로 외쳤다.
“신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신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신의 축복이여, 영원하라! 그럼, 다들 가내 평안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흥하시길!”
이상 끝.
나는 잠시 청중을 둘러보았다. 다들 눈을 크게 뜬 채 조용하다.
한동안 이어진 무반응 상태. 그러나 나는 내 설교의 힘을 믿었다.
내가 착용하고 있는 언령교주의 코스튬 세트에는 매력, 기품, 위엄, 카리스마를 3배로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설명에는 이런 문구가 명시되어 있기까지 하다.
‘포교 활동이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 [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 [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
…….미친 듯이 올라가는 메시지.
폭발적인 포교 성과였다.
나를 향해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는 청중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을 때였다.
“어…… 어어……?”
“시, 신성경 예하?”
사람들이 나를 보며 놀란 얼굴을 했다. 돌연 부드러운 회오리바람이 내 주변을 감쌌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툭! 투둑! 툭!
눈 부신 빛을 뿜어내는 물건들이 허공에서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그것들이 쌓인 원목 강대상이 번쩍번쩍했다.
‘이게 다 뭐야?’
답은 시스템 메시지창이 주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당신에게 ‘순금 성찬기 세트’를 후원합니다.] [ ‘천기누설 감찰관’이 당신에게 ‘마르지 않는 성유 그릇’을 후원합니다.] [ ‘창조경제 관리자’가 당신에게 ‘캐시 자동 충전 헌금함’을 후원합니다.] [ ‘지고한 만물상’이 당신에게 ‘VIP 포인트샵 전상품 50% 할인 쿠폰’을 후원합니다.] [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당신에게 ‘인생은 한 방! 승부사의 행운 포션’을 후원합니다.] [ ‘클리셰 미식가’가 당신에게 ‘전개 속도 가속제: 최상급 기억 상실 치료 포션’을 후원합니다.] [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공동자산 증명의 인장(커프스단추형)’을 후원합니다.] [ ‘만상의 혼돈을 감시하는 눈동자’가 당신에게 ‘손수 만든 백합 화관’을 후원합니다.] [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당신에게 ‘언령교주 코스튬2’, ‘언령교주 코스튬3’, ‘언령교주 코스튬4’…….]‘와아, 대박.’
신님들께서 개업 축하 선물을 마구마구 쏴주셨다.
“하, 하늘에서 성물이 떨어진다!”
“기, 기적이다! 기적이야!”[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열광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 예배는 끝난 게 아니었다.
“힐데, 이쪽으로.”
“네……!”
오늘은 힐데에게도 중요한 날이었다.
나는 힐데의 머리에 양손을 올리고 신성한 의무를 부여하는 기도문을 영창했다. 주교가 되어 처음으로 집전하는 성품 성사였다.
경건한 의식을 마치고 사제가 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귀한 인재가 드디어 언령교로 영입되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감격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그녀를 종교적으로 불러 보았다.
“힐데 자매.”
“네, 언니.”
“……응?”
“자, 자매님이면 언니 아닌가요?”
“어…… 뭐, 맞지?”
사소한 건 내버려 두고, 나는 간곡히 부탁했다.
“앞으로 힐데 자매가 나를 많이 도와줬으면 해. 부주교처럼.”
“부, 부주교요?”
“나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교회를 자주 비우게 될 테니까, 힐데 자매가 거룩한 소명을 대신해 줬으면 좋겠어.”
“제,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그럼. 잘할 거야. 그리고 설령 못한다 해도 괜찮아. 내가 다 책임질게.”
여유롭게 말하고 있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랬다.
‘제발 있어 주기만 해라. 응? 내가 아는 신성력 각성자들은 죄다 이교도뿐이라고.’[‘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인재 부족을 안타까워합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주인공을 유혹해서 개종시키자고 말합니다.] [‘천기누설 감찰관’이 타교인을 계획적으로 빼 오는 건 상도덕에 어긋난다고 주의를 줍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어차피 집 나간 신의 종교니까 상관없지 않냐고 반박합니다.] [‘클리셰 미식가’가 뒤에서 헛기침을 크게 합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언제 오셨냐며 화들짝 놀랍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초대도 안 했는데 무슨 일이냐며 부들부들 떱니다.]나는 힐데의 눈을 들여다보며 긴장 속에서 기다렸다.
고맙게도 힐데는 내가 원하는 말을 들려주었다.
“네……! 열심히 해볼게요, 언니……!”
“힐데……!”
힐데의 손을 덥석 붙잡고 감동을 만끽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으흠!”
앞줄에서 누군가 인위적인 기침 소리를 작게 냈기 때문이다.
왠지 비안카 같았다.
이제 일반 신도들에게도 봉사를 할 차례였다.
직접 축성한 성수로 세례 성사를 집전해 주고, 고해실에서 고해 성사도 집전했다.
물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 하는 것은 무리였다.
고해실에서 나오는데 힐데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의식 일정에 대해 질문받는 모습이 보였다.
“제가 다음 달이면 스무 살인데요, 성인식을 받을 수 있을까요?”
“성인식은 매달 월삭에 진행해 주실 거예요. 개인적인 성인식을 원하신다면 따로 문의를 해주세요…….”
“저는 내년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인데요! 혼인 성사도 집전해 주시나요? 지금 예약하면 되나요?”
“뭐야? 예약제야? 저요, 저! 저도 혼인 성사 예약할래요!”
“저도요! 저도요! 신성경 예하께서 꼭 주례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신성경 예하께서 공사다망하셔서요. 그리고 혼인 성사는 성 아그네스 교회의 신도들을 대상으로만…….”
“다니겠습니다! 예비 신부랑 같이 다닐게요! 그러니까 예약 좀!”
“저는 양가 부모님 다 모셔오겠습니다!”[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 [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 [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
…….
[ 다수의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메시지가 유난히 빵빵 터진다 생각했던 순간이었다.“어?”
다시금 내 주변으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며 서광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덧붙여 가슴께로 뜨거운 기운이 솟았다.
뭐, 뭐지?
심상찮음을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헉.”
“허업.”
예배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모든 행동을 멈추고 숨을 집어삼켰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신성력이 9계위를 돌파했습니다.]헐. 대박.
대주교의 묵주 반지 덕분에 8계위 한계 상태였던 신성력. 그것이 마침내 다음 단계로 가는 천장을 뚫었다.[‘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창조경제 관리자’가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천기누설 감찰관’이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신계에 가득해졌을 박수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감사해요, 아그네스.”
나는 양 주먹을 움켜쥐고 강함을 만끽하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깊게 심호흡을 하고 9계위 신성력을 서둘러 몸 안으로 갈무리했다.
자칫하다간 노약자들을 실신시킬지도 모르니까.
그제야 사람들이 숨을 몰아쉬며 뒤늦은 경탄을 터뜨렸다.
“맙소사. 방금 그거 9계위 신성력 맞지?”
“신성 강림도 없이…….”
“이제 대륙의 최강자는 명실상부해진 건가.”
“아무도 신성경을 통제 못 하겠군.”[‘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포교로 강해진 당신의 모습에 감동합니다.] [‘창조경제 관리자’가 이제 과금으로 강해질 시간이라고 말합니다.]사업 본부장님의 덕담은 예언이었던 것 같다.[ ‘빙의자 전용 캐시샵’에 ‘초월 스킬북’이 해금됩니다.]이제까지 빙의자 전용 캐시샵에서는 궁극 스킬북까지만 판매했었다.
그래서 미처 습득하지 못한 ‘신성불가침’ 같은 초월 스킬은 신성 강림 상태에서만 쓸 수 있었는데, 이제 이것도 사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우와, 엄청 강해지겠다, 나!’
빙의자 특혜 최고!
그런데 한편으로는 조금 서글퍼졌다.
살짝 살펴본 초월 스킬북들의 가격이 수천만 캐시를 호가했기 때문이다.
‘아흐흐흑. 돈 들어갈 데가 너무 많아.’
내가 우는 소리를 하는 사이, 띠롱 소리와 함께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떴다.[ ‘언령 교주의 사명 4단계’가 완료되었습니다.]창립식 개최를 성공리에 마쳤다. 이제 슬슬 퇴장해도 될 것 같았다.
“여러분께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예배당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곁문으로 나갔다.
그런데 복도에 예상치 못한 만남이 있었다.
백금발과 벽안을 가진 반항적이고 차가운 인상의 미소년, 리가레스가 길목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내 왕자님?”
무슨 볼일이냐는 의문을 담아 살짝 시비조로 불렀더니.
“응, 형수.”
“…….”
순간 내 청각과 시각에 이상이 생겼나 싶었다.
나를 이상한 호칭으로 부른 리가레스가 쑥스럽게 꽃다발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