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히스펜릴 공왕은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상체가 부풀어 오르도록 흉곽에 공기를 욱여넣었다.
그리고 양 주먹을 어깨 높이에서 뒤로 물렸다가 발사하듯 내질렀다.
“참새 사냥!”
콰아아앙!
두 줄기의 오러의 빛이 창공의 어둠을 사선으로 갈라 버렸다.
총 다섯 마리의 그림자 괴조가 오러에 휩쓸렸다.
직격당한 두 마리는 빛 속에서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고, 다른 세 마리는 실루엣의 반만 남은 채로 허우적대듯 추락했다.
지상에 있던 사람들이 뒤처리를 하자 마물들은 잿가루처럼 바스러지며 소멸했다.
“우와아아!”
“역시 공작 각하시다!”
“히스펜릴 공왕 만세!”
기사들이 히스펜릴 공왕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사기가 크게 진작되었다.
“흘린 건 제가 처리할게요, 아버지!”
“알았다, 엘테아!”
익스퍼트 최상급인 엘테아가 가세하여 작살 같은 오러를 쏘아 올리자 두 마리가 추가로 격추되었다.
부녀가 합심한 공격에 의해 그림자 괴조의 숫자가 여섯 마리로 줄었다. 하지만 남은 녀석들은 끈질겼다.
무시무시한 오러 광선과 오러 작살이 연거푸 하늘을 수놓자, 그림자 괴조들은 공격을 포기하고 회피 운동에 집중했다.
신들린 곡예비행에 히스펜릴 공왕의 명중률이 크게 떨어졌다.
사거리는 충분했지만, 방향이 직선으로 고정된 것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레이저 캐논과 같은 권격은 오러 소모량이 극심했다.
그런 걸 쌍으로 수십 번이나 날려댔으니 한계가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 마리의 그림자 괴조를 추가로 격추시키는 것에서 히스펜릴 부녀의 활약은 그쳤다.
남은 숫자는 다섯.
주축을 이루던 히스펜릴 공왕의 공격이 멎자 그림자 괴조들의 브레스를 견제할 방법도 사라졌다.
다섯 마리의 그림자 괴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아가리를 쫙 벌렸다.
심연 같은 목구멍에서부터 검은 화염이 맺힌다.
“맙소사!”
“아, 안 돼!”
이대로 괴조들의 브레스가 쏟아진다면 광장의 불길이 더욱 기세를 키울 것이다.
전선의 후방에는 아직 외곽으로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있었다.
기사들이 숨을 멈춘 채 핏발 선 눈을 부릅떴다.
시민들은 절망 가득한 얼굴로 외쳤다.
“시, 신이시여!”
“저희를 굽어살피소서……!”
교회 창립 이후부터 퍼진 신앙심의 발로로, 공국민들이 신을 간절히 불렀다.
놀랍게도 그들의 신은 기꺼이 구원자를 내려 주었다.
나직한 여성의 음성이 밤공기를 갈랐다.
“신벌.”
뇌전이 목소리의 주인에게 복종하여 소환에 응한다.
무려 열 개나 되는 빛줄기가 밤하늘을 내리그었다.
콰과과광!
낙뢰에 꿰뚫린 그림자 괴조들이 찢어진 종잇장처럼 흐느적거렸다.
어떻게든 날개를 퍼덕이며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그럴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휘리리릭!
일곱 자루의 오러 블레이드가 예리한 궤적을 그린다.
어둠이 찢어져 빛이 번뜩일 때마다 괴조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난도질당한 마지막 그림자 괴조가 아득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바닥에 처박히는 일은 없었다.
횡으로 날아온 오러 블레이드 한 자루가 괴조의 몸뚱이를 사정없이 관통했다.
퍼서석!
괴조는 폭사하듯 소멸했다.
공중전을 마친 오러의 검들이 일사불란하게 회수되었다.
목적지는 어느 3층 건물의 지붕 위였다.
그곳에 분홍 머리칼을 길게 휘날리는 검사가 있었다. 모두가 그녀를 알아보았다.
“아가?”
“아이?”
“단장?”
“언니?”
“누님?”
“예하?”
저마다 부르는 호칭은 달랐으나 모두 한 사람을 가리켰다.
“잠깐 들렀다 올 곳이 있어서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아일렛 로델라인. 그녀가 돌아왔다.
“아이!”
“아일렛!”
아일렛의 소중한 사람들이 다시금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왜 이제 왔냐는 원망과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안도가 공존하는 음성이었다.
한편 엘테아와 히스펜릴 공왕은 아일렛을 보며 각자의 녹색 눈을 한계까지 홉떴다.
아일렛의 등 뒤에 펼쳐진 광휘의 검들이 망막에 박혔다.
“우리 딸이…….”
“우리 손녀가…….”
뒷말은 동시에 나왔다.
“오러 마스터가 됐어……!”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가출하지 않고 무사히 귀가한 것만으로 기특하고 장한데, 무려 오러 마스터까지 되어 돌아왔다.
두 사람은 감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휘오오오오!
게이트의 소용돌이가 빠르고 거칠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저 구멍이 또 심상찮은 뭔가를 뱉어내려 함을, 모두가 직감했다.
스르륵.
인간 형태의 존재가 게이트에서 빠져나온다.
어깨에 코트를 망토처럼 걸치고 금발 위에는 중절모를 쓴 남자 마족이었다.
“후우.”
그가 신사의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고, 불붙은 시가를 한 모금 빨아 삼켰다.
퀭한 눈 밑과 어울리는 살짝 쉰 저음. 그것이 위압감을 담아 공기를 울렸다.
“내 사랑스러운 비둘기들을 찾으러 왔는데.”
게이트 너머 공간의 주인이 인세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고. 발푸르기스의 밤이 진행 중입니다.] [ 경고. 마계 서열 175위 ‘노예 상인 나즈릴 위자데룬’이 인간계에 출현했습니다.] [ 경고. 발푸르기스의 밤과 SS급 보스의 영향으로 도시 전체의 마계화가 가속됩니다.]나즈릴이 지붕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나와 높이를 맞추기 위함이었다.
“내 소개가 늦었군. 나는 이번 발푸르기스의 밤을 협찬한 위자데룬 상단주, 나즈릴이다.”
그가 중절모를 벗자 사자 갈기 같은 금발이 드러났다.
나름대로 신사적인 예법이었으나, 동공이 찢어진 붉은 눈은 날것 그대로의 야만성을 감추지 못했다.
그 눈으로부터 날카로운 시선이 먼 거리를 가로질러 나에게 박힌다.
“네가 인간들 중 가장 강자인 것 같군. 이름은?”
“신성경, 아일렛 로델라인.”
“흐음, 카르페이오스 님께서 말씀하신 단악의 집행관이 너인가.”
“너희들 멋대로 그렇게 부르는 것 같긴 해.”
“그럼 맞나 보군.”
나즈릴이 시가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네 손에 죽으면 환생이 아니라 소멸이라던데.”
“무서우면 도망치든가.”
“무섭다니. 도리어 흥분되는군.”
나즈릴의 몸에서 마기가 넘실넘실 피어올랐다. 은은한 상승 기류에 제멋대로 자란 금발이 뒤집혀 솟아올랐다.
가뜩이나 장신인 나즈릴의 몸이 부풀어 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여기저기서 헛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나즈릴의 위압감에 짓눌려 겁에 질린 탓이다.
그때 다정하면서 단호한 음성이 내 귓가를 울렸다.
아그네스였다.
내 시선이 저절로 가슴의 십자가 펜던트 쪽으로 내려갔다.
“쫄다니요. 그보다 언제 왔어요?”
“어서 와요, 아그네스.”
왼손으로 십자가 펜던트를 살짝 움켜쥐었다 풀며 반갑게 인사했다.
그 무렵 나즈릴의 쉰 목소리가 기분 나쁘게 내 고막을 긁고 들어왔다.
“그거 아나? 내 직업은 노예 상인이다. 널 보고 있으니 궁금해지는군.”
“…….”
“신성경을 암경매장에 ‘납품’하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나즈릴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지팡이를 유희적으로 빙글빙글 돌렸다.
같잖은 도발에 나는 그냥 비웃기만 했지만…….
아그네스가 싸늘하게 뇌까렸고.
“아이!”
“단장!”
익숙한 음성들이 나를 소리 높여 불렀다.
할아버지, 엄마, 기사단 동료들이 내게 언제든지 같이 싸울 준비가 되었다고 알려온 셈이다.
여기서 각자의 역할을 지정해 주면 다들 훌륭하게 수행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내 전술은 그게 아니었다.
눈동자를 굴려 아래를 살피자 아직 악마군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은 지상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정면의 나즈릴을 노려보며 우리 편에게 말했다.
“다들 하던 일 계속하세요.”
“응? 아가야?”
“단장?”
전술을 확실하게 알렸다.
“쟤는 저 혼자 놀아주겠습니다.”
쾅!
내 발밑에서 굉음이 울린다. 여왕의 괴력을 실은 두 다리가 폭발적인 속도를 발휘하며 지붕 위를 내달렸다.
“상품의 건강 체크는 필요 없겠군.”
나즈릴이 시가를 코앞에 털었다. 확 퍼진 담뱃재가 점점 크기를 키우며 붉게 타올랐다.
그것들은 시뻘건 화염 덩어리가 되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이따위 견제가 내게 통할 리 없었다. 내게 사역되는 일곱 자루의 오러 블레이드들이 재빨리 앞서서 나를 호위했다.
밤하늘에서 하얀 섬광이 쉴 새 없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고 붉은 화염이 불꽃놀이처럼 펑펑 터져 나갔다.
“미친, 저게 오러 마스터.”
“누님 끝내주네요.”
어디선가 이페일과 애쉬의 음성이 들려온 것도 같다.
나즈릴을 향한 내 접근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
견제 공격이 내게 통하지 않음을 깨달은 나즈릴은 방식을 좀 더 악마답게 바꿨다.
“그럼 이건 어떨까?”
화르르륵!
나즈릴이 시가를 든 손을 크게 휘젓자, 더욱 넓은 범위에 더 많은 개수의 화염구들이 생성되었다. 이번 공격 목표는 내가 아니었다.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