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23)
23화
잘못 들었나 싶어서 테실리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때였다.
꼬르르르르륵!
“…….”
“…….”
한창 분위기 잡던 와중에 서먹해졌다.
“시, 식당 가는 길이었거든.”
“웅, 그래. 생리 현상인데 부끄러워할 것 없어.”
“……그런데 왜 그렇게 봐.”
얼굴 빨개져서 변명하는 게 귀여워서.
문득 성황청의 부실한 식단이 떠올랐다. 나는 당장 사첼백을 뒤졌다.
“자, 선물.”
“이게 뭐야……?”
“먹는 거. 맛있어.”
내가 건넨 토마토파스타 맛 환단을 테실리드가 얼떨떨하게 받아 들었다.
“목걸이는 정말 내 꺼 맞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서 밥 먹으러 가.”
“그, 그래. 이따 카틀레야 추기경에게 확인해 보면 될 테니까. 친구들이 기다려서 이만…….”
순간 석연찮은 단어가 뇌리에 꽂혔다.
“응? 친구들?”
테실리드한테 친구가 있다고?
고구마패스의 교우 관계 능력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건 설정의 문제였다.
분명 원작 회상에서 주인공의 유년 시절 친구들이 가진 설정값은…….-던전 싱크에 휘말린 성흔양들 중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군요. 희생절이 매년 제게서 뭔가를 빼앗아가기 시작한 것이.친구들. 던전 싱크. 희생절.
이 퍼즐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설마…….”
“왜 그래?”
의아한 물음이 귀를 울린 그 순간, 올 것이 왔다.
쿵-!
“……!”
“……!”
거대하고 둔중한 파동이 심장을 직접 때린다. 동시에 발밑이 흔들리며 땅이 갈라진다.
아니, 아니다. 갈라지는 것은 공간 그 자체다. 이게 무슨 현상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던전 싱크……!”
퍼즐이 완벽하게 맞물렸다.
테실리드의 유년 시절을 초토화시킨 던전 싱크는 바로 오늘, 여기서 발생한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왜 하필 재앙 이벤트가 지금 발동하냐며 당황합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창조주가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냐고 힐난합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역시 S급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며 고개를 살래살래 젓습니다.]사고가 터지니 구경꾼들이 늘었다.
생존 난이도를 F로 보정받는 건 백작성 안에서뿐이다.
하물며 테실리드에게 불행한 유년 시절 설정을 부여하기 위해 사람들을 몰살시킨 던전이다. 난이도는 각오해야겠지.
한편 던전 싱크의 범위는 식당 건물 전체였던 모양이다. 화단으로 난 창문을 통해 보이는 내부는 난리통이었다.
“뭐, 뭐야! 지진?”
“꺄아악! 바닥이……!”
“후아아앙! 엄마, 살려주……!”
거부할 수 없는 중력이 검은 아공간에서 뻗어 나와 아이들의 몸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내 몸도.
덥석!
별안간 손목이 강하게 잡혔다. 테실리드였다.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
“…….”
……나 방금 좀 감동했어.
쉬이이익!
토할 것 같은 현기증과 함께 이지러진 어둠이 우리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어둠이 걷힌 뒤 펼쳐진 광경은…….
칙칙폭폭! 칙칙폭폭!
두구두구두구둥-!
띠용…… 띠요옹…….
딩디리링 댕댕 딩댕 링딩동…….
철로를 달리는 장난감 기차, 북을 치는 병정 인형, 스프링 상자에서 튀어나오는 피에로 머리, 회전목마가 도는 오르골, 반짝거리는 성탄절 분위기의 장식과 전구.
머릿속의 메시지가 이 현혹적인 공간의 이름과 등급을 알려주었다.[ 난이도 S급 던전 ‘장난감의 저택’에 입장했습니다.]흐음, 이 세계 평균 난이도로군. 할 만한데?
8장. 아이들의 놀이 시간
“괜찮아?”
“괜찮아. 너는?”
“나도.”
나와 테실리드는 안부를 교환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나는 접견홀에 뚝 떨어져 있었다.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경계를 푸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여, 여긴 어디지?”
“예쁘다. 장난감이 잔뜩이야.”
“막 움직여. 신기해.”
“어? 나 저 인형 갖고 싶었는데!”
작년 성탄절에 부모님이 사주지 않았던 장난감을 보자 아이들의 눈이 돌아갔다.
몇몇 아이들이 장난감을 제 것인 양 손에 쥐기 시작하자 머뭇거리던 아이들까지 욕망을 못 이기고 선동되었다.
나와 테실리드를 제외한 아이들은 장난감을 헤집고 선물 상자를 뜯느라 여념이 없었다.
“함부로 손대지 마! 여긴 던전 안이야!”
테실리드가 외쳐봤지만.
“와아! 신난다!”
“여기 있는 거 가져가도 되나 봐!”
“내놔! 이 인형은 내가 먼저 골랐어! ……아씨, 너 때문에 팔 찢어졌잖아!”
말을 들으면 아이들이 아니었고, 말로 해결할 능력이 되면 고구마패스가 아니었다.
애초에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를 구하려 드는 게 고구마라니까.
내가 테실리드를 말렸다.
“소용없어. 쟤들은 마수가 뛰쳐나와야만 던전이라고 생각할걸.”
“알아. 의무 때문에 한 거야.”
“…….”
그렇지. 얘한테는 선행도 비즈니스지. 그런데 꼬박꼬박 의무라고 얘기하네.
테실리드가 불쑥 물었다.
“넌 왜 쟤들처럼 선물에 안 달려들어?”
“내 정신연령이 보기보다 한참 높아. 누나라고 불러도 돼.”
“던전에 들어왔는데 침착한 것도 이상하고.”
“처음이 아니거든. 너야말로 성황청에서만 살아서 던전은 처음이잖아. 괜찮아?”
“나는…….”
그때 접견홀의 허공이 일렁임과 동시에 테실리드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공간을 열고 나타난 것은 백발의 미청년이었다.
“어서 오세요, 어린이 여러분! 오르슈 백작님의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연미복 차림인 것이 딱 봐도 집사 포지션의 마족이었다.
‘아직은 아니야.’
신성 강림의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여기서 힘을 드러내 봐야 집사는 공간 이동으로 도망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폐쇄된 보스룸에 밀어 넣고 해치우는 수밖에 없는 상대라는 뜻이다.
보스룸은 마족에게도 배수진의 영역. 들어와서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은 나가는 게 불가능하니까.
낯선 존재의 등장에, 천둥벌거숭이처럼 놀던 아이들이 행동을 멈추고 집중했다.
“하하! 그렇게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인형과 장난감을 제자리에 가져다 둘 필요도 없고요. 왜냐하면…….”
펑! 퍼벙!
집사 마족의 등 뒤에서 폭죽이 터졌다.
“여러분은 선택받은 아주아주 특별한 손님들이거든요! 이곳의 장난감, 인형, 과자, 케이크는 물론이고 저택의 모든 것들이 여러분을 위해 준비된 것이랍니다.”
“지, 진짜? 진짜요?”
“그럼 이거 다 가져도 되는 거 맞죠?”
순진한 아이들이 반색하며 되묻는다.
“그럼요. 여러분을 극진히 모시라는 주인님의 분부에 따라 준비한 것들이니까요. 이 로드리고, 집사로서 특별한 손님들의 대접을 위해 성심을 다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는 놀이도 잔뜩 준비해 두었답니다. 저와 함께 신나게 놀아보아요!”
“와아아!”
귀여운 동물 인형들이 다가와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달걀을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스터에그다!”
“나 배고팠는데!”
성탄절에 이어 이번에는 부활절 모방이었다. 악취미적이라는 점에서 마족답다.
“달걀 다 받으셨죠? 그럼 먹기 전에 멋진 저택으로 초대를 해주신 백작님께 감사 인사를 할까요? 따라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오르슈 백작님’!”
“감사합니다, 오르슈 백작님!”
배고팠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달걀 껍데기를 깠다.
“먹지 마!”
물론 이번에도 테실리드의 의무적인 말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달걀은 아이들의 입속으로 쏙 삼켜졌다.
흐뭇해하는 집사 로드리고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게 휘었다.
“오르슈 백작님은 참으로 훌륭하신 분이랍니다. 여러분처럼 착하고 순수한 어린이를 아주 좋아하시죠. 정확히는…… 착하고 순수한 어린이의 영혼을!”
“커, 커헉!”
달걀을 먹은 아이들 중 몇몇이 목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거품을 토하며 발작하던 몸이 이내 뿅 하고 인형으로 변했다.
“히, 히익?!”
아이들이 놀라는 동안 나는 시스템 상태창에서 디버프를 확인했다.[ ‘인형화’
인간의 영혼을 신선한 상태로 보관 및 추출하기 위해 로드리고가 만든 흑마술 디버프. 오르슈 백작저 안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하면 인형으로 변하여 사망이 지연된다. 대신 영혼이 다 뽑힐 때까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몸이 된다.
참고: 주변에 널려 있는 장난감과 인형은 다 어디서 났을까? 생각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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