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죄송한데 둘 다 아닙니다.”
“예?”
“키메라 연구가의 신변을 넘기는 문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죠. 그리고 저는 성황청이 보낸 게 아니라 스스로 온 겁니다. 지금 모든 나라가 같은 상황이라 타국을 도울 형편이 못 되니까요.”
“모든 나라가 이렇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네. 각국 수도에 던전 버스트가 일어났는데 빈체스터 왕국과 히스펜릴 공국만 해결된 상태예요. 교국에는 히스펜릴 공왕께서 지원 가셨습니다.”
테실리드도 거들었다.
“레칸드로 후작께서도 지금쯤 수도 판엘에 도착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나와 테실리드 둘 다 직접 안 가고 딴 사람을 교국에 보낸 셈이다.
교단에 순명하는 보통의 교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위나드도 그 점을 지적했다.
“……교국에 먼저 안 가시고요?”
“저와 상성이 좋은 보스 쪽으로 왔습니다. 카발렌샤는 검을 쓰는 오러 마스터가 있어야 토벌할 수 있거든요. 제가 마침 최근에 마스터의 경지에 진입했습니다.”
무엇보다, 공략법을 아는 것도 나뿐이고 말이다.
“드, 들었어? 마스터래.”
“그럼 신성경은 9계위에, 오러 마스터까지 된 거야……?”
마도군들이 쑥덕이는 동안 위나드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는 여전히 납득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교국의 신성경이시지 않습니까. 우선순위를 판엘에 두지 않는 것을 교단이 허락할 리가…….”
“걱정은 감사합니다만.”
나는 위나드의 말을 부드럽게 끊고는, 웃으며 뒷말을 이었다.
“제 독단적인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집니다.”
내게 꽂히는 마도군들의 이목이 한층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참에 확실히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현재 양국의 수도가 모두 위험에 처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카발렌샤 토벌전에서 제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도 편을 갈라 우선순위를 정해야 맞을까요?”
“…….”
“교단에 순명하기 전에 저는 신을 섬깁니다. 그리고 제 신은 그렇게 편협하게 굴라고 가르치신 적이 없습니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잘 키운 신도의 모습에 뿌듯해합니다.]잠시간 침묵이 감돌았다.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렇게 뜬 공화국의 마도군들.
그들이 내 말뜻을 충분히 소화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크흡! 역시 성녀님이셔서 박애주의가……!”
“200년 전 루크레치아 성녀께서도 선행에 국경을 따지지 않으셨지…….”
“치졸한 성황청 놈들과는 그릇부터 달라……!”[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 [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 [ 무신론자를 개심시켜 신도로 만들었습니다.]
…….마법사들은 세속주의가 강해서 별로 기대 안 했는데 포교가 되긴 됐다.
‘아, 언령교주 코스튬을 입었으면 효과가 더 좋았을 텐데.’
약간 아쉬워하던 그때였다.[ 경고. 무대 시작 전까지 남은 시간: 5분 0초.]여유 부릴 때가 아니었다.
나는 마도군의 잔존 병력을 눈으로 헤아려 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참담한 숫자였다.
“위나드 경.”
“예, 신성경 예하.”
구태여 이게 전부냐고 아픈 구석을 찌를 생각은 없다. 나는 다른 필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5분 후 카발렌샤 토벌전을 시작하겠습니다. 화력 지원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대기하고 계시면 됩니다. 간간이 폭탄이 새어 나오면 처리해 주세요.”
전술은 나즈릴을 잡을 때와 비슷했다.
내가 나서서 보스를 샌드백으로 만든 뒤에, 다 같이 공격을 퍼붓는다.
“폭탄 말씀입니까?”
“네. 보스가 폭탄을 써서요. 그것도 엄청 많이.”
카발렌샤가 괜히 ‘폭렬(爆裂)의 가왕’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위나드로부터 알겠다는 대답을 들은 뒤, 겉만 탱탱한 200살 노인을 돌아보았다.
“모리피스, 당신도 마찬가지야.”
“나도 말이오? 짬 처리나 하기에는 내가 그래도 8써클 대마법사인데…….”
“그래 봤자 초반엔 쓸모없어. 오러 마스터 아니면 저 계단은 못 올라가거든.”
“끙. 여기선 오러 마스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가 보구려. 아무튼 시키는 대로 하겠소이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내 기사단 동료들은 알아서 할 일을 찾았다.
“이야, 오러 마스터만 잘하면 된다고? 그럼 우린 쉬자, 애쉬.”
“넵, 이페일 형님. 오러 익스퍼트라 참 편하고 좋습니다.”
“그렇지. 이러려고 우리가 마스터가 안 된 거 아니겠냐. 근데 테실리드 넌 뭐 하냐? 너도 이쪽으로 와야지.”
자학하듯 농을 치던 두 사람이 테실리드를 향해 손짓했을 때였다.
“난 빼줘.”
휘리리릭.
테실리드의 등 뒤로 오러 블레이드가 펼쳐졌다. 근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헉?!”
“오, 오러 마스터다!”
“성검의 주인도 마스터의 경지였다니!”
마도군들이 감탄하는 사이, 이페일과 애쉬가 넋을 잃은 표정으로 한마디씩 했다.
“미쳤네.”
“이럴 수가. 테실리드 형님까지…….”
동료들을 뒤로하고 테실리드가 내 정면에 섰다. 비검을 집어넣은 그는 중요한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이.”
“응, 테리.”
“공략 말인데, 우선 카발렌샤에게 접근해서 노래를 멈출 생각이지?”
“맞아. 그것부터 시작해야지.”
테실리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 그럼 내가 갈게. 넌 여기 있어.”
음성이 단호하고도 결연했다. 내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 대답이 없자, 그가 재차 의사를 밝혔다.
“일곱 자루의 오러 블레이드로 카발렌샤에게 접근하는 건 무리야. 나 혼자 갈게.”
“…….”
잠시 뒤, 삐딱한 음성이 나와 테실리드 사이의 침묵을 끊었다.
“……아그네스 성녀님?”
“아, 아니, 방금은 그런 뜻이 아니라…….”
당황한 나머지 허둥대는 테실리드를 향해 여기저기서 시선이 집중되었다.
곤란해하는 그를 보며 나는 푸스스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이?”
테실리드의 말 때문에 딱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말이 잠깐 없었던 건 생각할 게 있었던 것뿐이다.
답을 돌려주기 위해 나는 테실리드와 눈을 맞췄다.
“테리,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
“그런데 괜찮거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내기할까?”
“……내기?”[ 경고. 무대 시작 전까지 남은 시간: 1분 0초.]토벌전 시작까지 1분 전. 내가 제안했다.
“누가 먼저 정상에 도착해서 카발렌샤의 입을 막을지, 내기하자.”✠뭐든 알고 있다는 듯한 자신만만한 눈동자가 그를 직시하고 있었다.
발푸르기스의 밤 아래서도 또렷이 빛나는 눈은 꼭 두 개의 연둣빛 만월 같았다.
“할래?”
“…….”
“진 사람이 이긴 사람 부탁 들어주기.”
왠지 그녀가 이길 것 같았다.
그래서 잘되었다 싶었다.
그는 그녀에게 뭘 해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고, 뭘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껍기까지 했으므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아.”
그와 그녀는 미소를 오랫동안 교환하다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고개를 정면으로 바르게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계단 꼭대기를 향했다. 어느새 그들의 얼굴은 웃음기 한 점 없이 진지했다.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다다단-!
금관 나팔들이 묵직하고 어두운 피아노 선율을 흘려보낸다. 보스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아일렛과 테실리드가 기다렸다는 듯이 첫 계단을 밟았다.
첫 소절이 뽑혀 나옴과 동시에 원형 파문이 퍼지며 주변 일대를 매섭게 덮쳤다.
“보호의 가호.”
아일렛이 미리 준비하고 있던 스킬의 시동어를 읊조렸다.
카발렌샤의 음파는 보이지 않는 다른 파동과 부닥쳐 찌그러지듯이 상쇄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대응을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카발렌샤의 주무기는 노래가 아니었으므로.
두 번째 소절이 끝나자 카발렌샤의 몸과 드레스에 달라붙어 있던 진주들이 허공에 붕 떴다.
그것들이 부피를 키우고 증식했다.
“뭐, 뭐야, 저게!”
도무지 개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압도적인 숫자에 사람들이 경악한 그때였다.
강렬한 세 번째 소절.
그 순간 무수한 진주들이 화산의 분출물처럼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여기저기 날아가 박힌 거대한 진주들에 의해 건물과 도로가 폭파되었다.
그 진주가 바로 폭탄이었다.
진주는 계속 무한히 증식하고 있었다. 노래가 계속될수록 도시는 파괴되고 인명 피해는 커질 것이다.
‘최대한 빨리 카발렌샤의 노래를 멈춰야 한다.’
정상을 노려보는 바다색 눈이 예리한 빛을 띠었다.
촤라라락.
테실리드의 양옆으로 오러 블레이드들이 전개되었다.
열 자루의 비검들이 무수한 폭탄의 대군 속으로 날아갔다.
콰광! 콰앙! 쾅!
폭탄의 경로 자체는 단순하기에 테실리드의 공격은 백발백중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는 폭탄과 맞부딪친 순간 함께 소멸했다.
하나의 폭탄을 처리할 때마다 오러 블레이드가 일회용으로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새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하는 데는 약간이지만 시간 텀이 발생한다.
폭탄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내려오는 상황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현재 테실리드는 동시에 수십 자루의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할 수 있는 경지였다.
그는 재소환 시간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가용한 오러 블레이드가 일곱 자루 이하가 되지 않도록 했다.
그렇게 집중해서 폭탄을 처리하다 보면 계단을 한 칸씩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적의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압도적인 오러 블레이드 운용 능력으로 대응한다.
이것이 테실리드가 오랜 삶 속에서 얻어낸 카발렌샤 공략법이었다.
수십 자루의 비검을 다루는 오러 마스터, 즉 테실리드만이 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사실 정공법이 아니라 편법이지만.’
하지만 진리의 바이블에 물어봐도 정공법이 뭔지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해석이 불가능한 소리만 했기 때문이다.-리듬 게임처럼 하라.‘대체 무슨 뜻인지.’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