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인페리노스에게 딱히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월정액 상품 ‘폭력성 심의 필터’를 프리미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합니다. 빙의자의 평정심을 유지시키는 정신 방벽이 견고해집니다.] [ 상품의 가격이 99,000캐시/월에서 199,000캐시/월로 변경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과금으로 강해졌고.[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개연성과 신성을 소모하여 당신에게 가호를 내립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의 특애(特愛)’가 적용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의 특애’
언령교 제1사도가 언령 스킬에 당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언령 스킬에 대한 내성이 200% 상승한다.]신의 보우를 받았으며.[ 당신의 응원석에서 이루어진 ‘갓 태어난 혼돈악’의 열렬한 응원으로 당신의 스킬 내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 적대 대상의 응원석에서 이루어진 ‘테실리드 아르젠트’의 불성실한 응원으로 ‘마왕 인페리노스’의 스킬 효과가 소폭 하락합니다.]응원으로 사기가 진작되었다.
이상의 세 가지를 요약하자면 결국 정신력이 강화되었다는 말로 퉁쳐도 충분하지 않은가.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부가적으로 나를 도울 뿐이다. 정신을 차리는 데는 당연히 내 의지가 주축이 되어야 했다.
살고자 하는 필사적인 저항 의지는 알아서 넘쳐흘렀다.
‘내가 죽으면 테실리드도 죽으니까.’
이번에도 기어코 그는 귀속의 수호를 발동시켰을 것이다. 제 목을 내 목 대신 바칠 각오로.
그것에 생각이 미치자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열댓 걸음의 먼 거리를 벌린 채 인페리노스와 대치했다. 나는 자세를 잡으며 리브릴리를 고쳐 쥐었다.
바닥에 내린 낫날에서부터 오러의 빛이 타고 올라왔다.
현재 나는 오러 마스터와 9계위의 경지를 이룩한 신성 강림 상태. 오러의 질에 변화가 있었다.
리브릴리를 감싸 안은 청명하고 신성한 오러는 테실리드의 전유물이었던 신성 오러였다.
이 싸움은, 할 만하다.
‘내가 이긴다.’[ 궁극 스킬 ‘여왕의 괴력’이 발동됩니다.]콰광!
괴력을 사지에 싣고 도움닫기를 하듯 땅을 박찼다.
조금 전까지 내가 서 있었던 곳에 크레이터가 만들어지며 폭발적인 스피드가 두 다리에 깃들었다.
접근하는 나를 보며 인페리노스가 황급히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소용없어. 과금했다고.”
이제 인페리노스의 언령은 감히 내 몸의 통제권을 넘보지 못한다.
직선거리를 돌파하며 스킬을 쌓았다. 불가침의 갑주를 입고 신의 가호를 청하는 찬가를 불렀다.
자아, 이제 내가 거느린 군세를 불러들일 때다.[ 궁극 스킬 ‘만개하는 검’이 발동됩니다.]스스스슷!
허공에 수십 자루의 오러 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가공할 힘을 담은 빛의 검들이 내 좌우로 화려하게 개화한다.
나는 검의 군세를 이끌고 달려들었다. 내게 맞서기 위해 인페리노스는 청금의 머리칼을 길게 늘였다.
굶주린 십수 마리 뱀 떼 같은 머리카락이 꿈틀거리며 내게로 매섭게 쇄도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카락은 내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공격의 궤도를 수정당한다.
이제 다섯 걸음 앞.
제 영역을 범하게 두지 않는 인페리노스에게 접근하는 건 이때부터 고비였다.
전투에 대한 계시를 신에게 요청함과 동시에 돌파 스킬을 쌓았다.[ 초월 스킬 ‘일찰나의 미래시’가 발동됩니다.] [ 궁극 스킬 ‘패도의 길’이 발동됩니다.]
방어진을 뚫고 접근을 재개했다. 네 걸음, 세 걸음, 그리고…….
“인페리노스!”
기합처럼 적의 진명을 부르며 발을 내디뎠다.
마침내 두 걸음 앞. 내 공격의 사정권 안에 인페리노스가 들어왔다.
이미 십수 개의 스킬을 휘감은 내 몸은 전신의 혈맥이 요동치고 있었다.
여기에 스킬을 하나 더 때려 박았다.
이게 마지막이다.[ 초월 스킬 ‘천외천(天外天)의 무도’가 발동됩니다.]이 순간 극성에 이른 무예가 내 몸에 깃들었다.
유의 극치나 다름없는 움직임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리브릴리의 낫과 검을 자유자재로 교차해 가며 스텝을 밟았다.
내가 파고들고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동안 인페리노스 역시 가공할 만한 힘으로 머리카락을 휘두르며 나를 끌어당기고 뿌리쳤다.
콜로세움의 무도회장. 이곳에서 왕위를 지키려는 자와 왕위를 빼앗으려는 자가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그러나 붉은 눈은 황홀하다는 듯이 흥분해 있었다. 조금씩 몸에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음에도.
그녀도 나도 직감했다. 승부의 추가 점차 기울고 있음을.[‘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합니다.]나와 인페리노스가 사방에 흩뿌리는 파멸의 빛. 망막을 태울 듯한 밝음 속에서도 시선이 맞부딪쳤다.
서로가 뭔가를 느낀 듯 자세를 새롭게 잡는다.
인페리노스의 커다란 들숨에 온 사방의 마기가 그녀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다음 순간, 응축된 마기가 땅과 하늘을 울리며 폭발했다.
콰르르르릉!
청금의 머리카락이 세상을 뒤덮을 듯 넓게 펼쳐진다. 그것들이 나를 삼키고자 온 사방에서 뻗어왔다.
흡사 활짝 폈던 꽃송이가 다시금 시간을 되돌려 봉오리 형태로 오므라드는 듯했다.
철컥.
나는 접근을 멈추지 않으며 리브릴리의 세로축이 정면을 향하도록 했다. 뾰족한 첨단이 인페리노스를 향해 번뜩였다.
바위산을 갈아버리고 호수를 증발시키는 힘을 일점에 담았다.
리브릴리를 앞으로 내지르는 기세만으로 내 뒤로 돌풍이 여러 쌍의 날개처럼 펼쳐졌다.
마침내 푸른 식인화에게 내 몸이 삼켜진 그 순간.
파성추나 다름없는 일격을 적에게 찍는다.
“인페리노스으으!”
콰과과광!
섬광이 인페리노스를 꿰뚫었다.
강대한 마기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높은 격을 가차 없이 깔아뭉개며, 종국에는 적의 육신을 깨부순다.
두 팔을 타고 전해지는 관통의 감각. 이건 진짜다.
매질을 타고 전달되는 원형 충격파가 콜로세움을 산산조각으로 갈아버렸다.
태산처럼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도록 강화된 내 두 다리조차, 반동으로 인해 뒷꿈치가 땅을 긁으며 밀려났다.
어느덧 명멸하던 시야의 빛이 가라앉았다. 반딧불처럼 흩날리는 빛 가루 속에서 시각이 제 기능을 되찾았다.
시야 중앙에 숙적이 보였다.
“…….”
리브릴리에 꿰뚫린 인페리노스.
그녀는 천천히 부서져 사라지고 있었다.
“아일렛 로델라인.”
어느덧 평상시로 돌아온 음성이 귓가를 울린다.
“너를 인정한다.”
“…….”
챙그랑!
전장의 바람이 깨진 유리조각 같은 몸을 휩쓸어갔다.
왕답게 고고한 죽음이었다.[ ‘왕위 쟁탈전’이 종료되었습니다.] [ 승리자 ‘아일렛 로델라인’이 패배자 ‘마왕 인페리노스’의 힘을 포식합니다.] [ 새로운 암흔 ‘마왕언’을 획득했습니다. 성마의 낫이 가진 전환 효과에 의해 암흔 ‘마왕언’이 성흔 ‘왕명(王命)’으로 전환됩니다.]온몸이 뜨겁다.
공기에 가득한 붉은 불티가 마치 내 날숨에서 빠져나온 열기의 잔해 같았다.
전장 한복판에 선 나는 격렬하게 고동치는 심장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렸다.✠전투가 끝나고도 토벌군은 한참 동안 숨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
신성경이 보여준 압도적인 무위. 그건 천외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이 직접 현신한 듯했다.
종언 시대의 선봉장은 결국 마왕을 무찌르고 최후의 승리자로 남았다.
반짝이는 은발이 승리의 깃발처럼 길게 휘날렸다. 경외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신성경 예하께서…….”
“해냈, 해냈어. 마왕을 이겼어!”
“살았다……! 살았어……!”
“신성경 예하께서 이기셨다! 우리의 승리다!”
와아아, 함성이 쏟아져 하늘을 뒤흔들었다.
승리의 기쁨은 그녀를 지상에 내려준 신을 향한 찬양과 신앙 전파로도 이어졌다.
언령교의 교세가 확장될 조짐을 보였다.
“아이…….”
특등석에 묶여 있던 테실리드가 엷은 안도의 미소와 함께 눈을 감았다.
허공을 부유하던 성마의 검이 바닥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검은 여전히 하얀 검신과 푸른 스퀘어 보석이 인상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선을 지키기 위해 악이 되고자 한 비장한 각오가 무색하게도, 마검이 필요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역시 그의 아일렛 로델라인이었다.
늘 스스로의 힘만으로 기어코 목적을 관철해 내고 만다.
그녀가 보여준 행보는 자신의 과거와 대비되었다. 힘이 부족해서 절망하고, 최선이라 생각했던 선택이 항상 최악의 결과로 치달았던 자신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그녀는 저처럼 어둠에 물들지 않겠지. 분명 끝까지 선하게 남을 것이다.
그런 그녀의 곁에 함께하는 것만으로, 그가 선했던 시기에 겪었던 실패한 시간선들이 치유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의 방식으로 세상을 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바라게 된다.
세상의 구원을 바라는 선한 자신으로 되돌아가 버리고 만다.
다소 어렵고 힘든 길을 걷더라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회개한 죄인은 그렇게 바랐다.
……그러나 그는 잠시 잊고 있었다.
그의 신은 항상 가학적인 방식으로 그의 바람에 응답해왔다는 것을.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윽!”
전장 한복판에 오연히 서 있던 아일렛이 돌연 허리를 꺾었다.
“……아이?”
그녀를 보는 테실리드의 눈과 음성이 떨린다.
반사적으로 상체를 일으키려 했으나, 결투가 끝난 후에도 어째선지 관중석은 그를 놔주지 않았다.
아직 무언가가 더 남았다는 것처럼.
혹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것처럼.
바다색 눈에 불길함이 스쳤다.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