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349)
이벤트 외전 7화
이상하게도 더 이상 아무것도 버티거나 견딜 필요가 없어졌다. 상쾌하리만치 해방감이 들었다.
“아이?”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자 은발 미남자가 보였다. 당혹한 표정마저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얼굴이 나를 충동질했다. 당장 손을 뻗었다.
“ㆍㆍㆍㆍㆍㆍ!”
의자가 옆으로 쓰러지며 쿠당탕 소리가 났다. 나 역시 바닥으로 넘어졌으나 상관없었다. 그의 탄탄한 몸이 내 아래 곱게 깔려주었으니까.
그대로 집어삼킬 듯이 입을 맞추는 동안 달콤한 해갈을 느꼈다.
좋아.
진짜 최고로 기분 좋아.
“아, 일렛?”
잠깐 숨 고를 시간을 주자 크게 당혹한 음성이 내 이름을 실었다.
뭐가 문제냐는 눈으로 그의 얼굴을 살피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물거울처럼 매끈한 그의 눈동자 안에 비친 내 모습이 수상했다.
나는 내 머리칼을 쥐어 눈앞으로 끌어당겼다. 까맸다.
마왕화 상태인가?
ㆍㆍㆍㆍㆍㆍ근데 그게 뭐?
머리칼을 휙 집어던지듯 놓고 다시 테실리드의 턱을 집어 올렸다.
“아무래도 좋아.”
“아이? 의식이 있는ㆍㆍㆍㆍㆍㆍ.”
그의 물음을 한입에 삼켰다. 원하는 만큼 탐한 뒤엔 입술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뭔가를 참듯이 잘게 떨리는 턱끝을 잘근거리다가 목선을 따라 훑어 내려갔다. 남성적으로 도드라진 부분을 스치기 무섭게 낮은 목울림이 내 귀를 즐겁게 했다.
그의 눈이 갈망으로 흐려져 가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렇지. 네가 나를 마다할 리가 없지.
“이런 장소는, 안 돼.”
속절없이 함락되어가는 게 뻔히 보이는 와중에도 최후의 기사도가 반항한다. 그렇다면 숨통을 끊어주는 수밖에.
그의 목에 입술을 묻었다. 그가 약한 곳을 깊게 빨아들이자 가파르게 오르내리던 흉곽이 일순 멈추었다.
“ㆍㆍㆍㆍㆍㆍ하.”
욕정 젖은 탄식과 함께 그는 모든 저항을 관두었다.
칭찬하듯 그의 은발을 쓰다듬던 나는 그 결 좋은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감촉을 즐기며 부드럽게 헤집다가 돌연 힘을 주어 내게로 끌고 왔다.
“입 맞춰.”
“ㆍㆍㆍㆍㆍㆍ.”
“입술 말고.”
그의 얼굴을 가슴에 파묻었다. 굴곡이 완벽한 입술이 열리며 고분고분 나를 머금었다.
✠
목덜미부터 쇄골을 지나 헐벗은 가슴까지 드러난 피부가 온통 맑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무구함이 도리어 더 성감에 자극적이었다.
그는 묵직한 무게를 양손에 받쳐 들고 예쁘게 익은 부분을 입술로 물었다. 입 안에서 촉촉하게 애무하자 보드랍던 감촉이 부풀어 서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혀끝을 더욱 정성스레 굴렸다. 완벽한 비례를 이루는 이목구비의 미남자가 눈을 내리깔고 숭배하듯 정중히 입을 쓰고 있다.
당장 욕망에 몸을 섞게 만들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 당연했다.
아일렛이 그의 옷을 느슨하게 벗겨냈다. 근육으로 잘 짜인 흉곽과 등이 노출되어 만져달라 유혹했고 그녀는 기꺼이 맨살을 쓸어 주었다.
날개의 흔적이 있을 법도 한 견갑골의 언저리를 덧그리자 바짝 조여들고 꿈틀대는 근육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너도 좋아하면서.”
“ㆍㆍㆍㆍㆍㆍ.”
“장소를 가릴 여유가 있어?”
은색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단정한 얼굴에 흐트러짐을 만들어낸 그 순간이었다.
“앗.”
그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듯 잡고 자세를 역전시켰다. 순식간에 위를 차지한 그가 그녀의 뒷머리를 감싸듯 받치고 곱게 눕혔다.
정중한 행동이지만 바닥이라는 장소는 그다지 신사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네가 오해하는 게 있어, 아이.”
사실 그는 우아하게 기사도를 어길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세상의 황혼을 수없이 겪은 회귀자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의 규율 따위가 아니었다.
오직 구원자만이 무상한 눈동자에 반짝이는 이채를 돌려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오직 그녀만이.
지금도 두 눈에 열망을 숨기지 않으며 그는 그녀를 원했다.
“아까 잠깐 사양하긴 했는데.”
“ㆍㆍㆍㆍㆍㆍ.”
“사실 나는 너만 있으면 어디든 상관없거든.”
만마전 너머의 추악한 나락조차 낙원으로 여기며 그녀와 영원히 사랑할 수 있었다.
만신전의 신성한 벽에 그녀를 기대어 세우고 더 없이 무도하게 욕망을 섞을 수도 있었다.
그의 파괴적인 고백에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그래?”
그녀의 손이 대담하게 그의 아래쪽을 파고들었다. 탄탄한 둔부를 터뜨릴 듯 쥐는 손아귀에 소유욕이 가득했다.
“그럼 빨리 나를 안아.”
거역할 이유가 없었다.
테실리드의 손이 곡선으로 차오른 아름다운 몸 위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늘씬한 허벅지 사이에 자리 잡은 그가 민감한 부분에 손끝을 댔다. 몇 번의 문지름만으로 도톰하게 부풀어 오르고, 그녀의 다리가 벌써부터 그를 끌어안을 듯이 허리를 감쌌다.
그는 자신을 향해 열린 곳을 향해 손가락을 가져갔다. 이미 촉촉하게 흥분해 있는 몸이 윗마디를 조여 물었다. 그것을 달래서 깊게 파묻고 개수를 늘렸다.
“아, 제발. 빨리.”
그는 애타는 재촉을 입맞춤으로 달래며 안쪽을 흥건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렇다고 여유롭지는 않았다. 모양 예쁜 귓바퀴를 잘근거리는 미남자는 고행을 참는 듯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이제 됐어.”
“아!”
손가락이 빠져나가는 감각에 그녀의 입에서 맑은 탄성이 터졌다.
번들거리도록 젖은 손을 닦아낸 그가 허리를 세웠다. 성급함을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을 하던 순간, 제 헐벗은 상체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말았다.
신의 역작이나 다름없는 남자의 몸은 단연 세상 모두가 원하는 대상이었다. 욕망당하는 건 익숙했다. 그러나 새삼스러울 것 없는 시선도 그 주인이 그녀인 이상 달랐다.
홀린 듯한 눈에서 그를 가지고 싶다는 선명한 욕심이 읽혔다. 제 몸을 바라봐주는 시선에 반응하여 그는 즉시 빠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미치겠어.”
거칠게 앞머리를 쓸어올린 그가 앞섶을 풀어헤쳤다. 감당하기 힘든 욕정으로 빚어진 것이 열기 띈 공기에 노출되었다.
뜨겁게 맥박치는 그것으로, 제 입과 손으로 다정하게 녹여놓은 여체를 열었다.
“하읏, 테리.”
느릿하게 파묻는 압박감에 의해 고운 입술이 벌어지고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그럼에도 아래로는 끈적하게 그를 반겨 받아들였다.
“하, 너무 들어왔, 어ㆍㆍㆍㆍㆍㆍ.”
“응. 나를 가득 받아줘서 고마워.”
담백한 척 말하지만 음성은 흥분으로 잔뜩 낮아져 있었다.
그녀가 맞물림에 겨우 익숙해졌을 무렵 그가 허리를 뒤로 물렸다.
“아, 잠깐, 아!”
세상에 오직 그밖에 없다는 듯한 눈을 똑바로 보며 안을 뭉개기 시작했다.
“테리, 읏, 테리!”
“응. 여기 있어.”
긴곡한 부름에 그가 달래듯 그녀의 뺨을 쓸었다. 애타도록 다정한 손길이었으나 허리 아래는 갈급하고 집요했다.
수려한 얼굴이 점차 욕망으로 무너져 갔다. 팔뚝으로 바닥을 짚은 자세로 욕심껏 움직이고 있는 그는 반쯤 제정신 아니었다.
지금 그의 밑에서 긴 머리칼을 흐트러뜨리고 발갛게 익은 맨몸을 내보이며 모든 것을 허락해주고 있는 여자는 그의 영원한 구원자였다. 온몸, 온 마음, 온 영혼으로 탐해야 마땅했다.
“아이ㆍㆍㆍㆍㆍㆍ. 평생, 너한테 갇혀 있, 고 싶어ㆍㆍㆍㆍㆍㆍ.”
거친 호흡과 흥분으로 분절된 고백이 흘러나왔다.
“너 이미, 갇혀 있, 흐읏, 는데.”
그녀는 온몸으로 그를 꽉 끌어안아 영원 같은 순간을 선물했다.
시선의 축을 고정한 채 두 사람은 흔들고 흔들렸다. 감각 신경이 예민하게 일어선 두 육체가 쾌락을 쏟아내고 빨아들였다.
“아ㆍㆍㆍ!”
임계점에 닿은 순간 그녀의 몸이 훅 조여들었다. 그가 가장 깊게 빨려 들어감과 동시에 탄력 있는 둔부가 볼이 패도록 수축했다.
젖어 붙은 은발 너머, 살짝 좁혀졌던 미간이 누그러지듯 풀렸다.
“하아ㆍㆍㆍㆍㆍㆍ.”
만족스러운 날숨을 쏟아낸 그가 상체를 일으켰다.
후희를 나누기 위해 그녀의 상체를 안고 목덜미를 입술로 다치지 않게 씹었다. 제 흔적이 남은 발긋한 살갗을 문 채로 울림을 전했다.
“아이.”
“으응, 테리ㆍㆍㆍㆍㆍㆍ.”
혼몽하게 눈이 풀린 그녀가 호응하여 두 손으로 그의 맨몸을 더듬었다. 열감 어린 손이 쓸어내리는 곳마다 그는 촉각이 황홀감에 몸부림치는 것을 느꼈다.
칠주선을 억압받아 온 세월이 덧없었다. 그는 그녀와 닿아 있을 때면 절제를 잊었다.
매력적인 부피감을 자랑하는 남자의 흉곽이 크게 부풀었다가 꺼졌다. 깊게 들이켜진 체향이 또 자극이 되어 그는 짙은 흥분에 굴복했다.
“아앗.”
그의 어깨를 건반 두드리듯 매만지던 손을 깍지껴서 바닥에 눌렀다.
풍만한 살을 가득 그러쥐고, 입술을 신음째로 먹어 삼켰다.
✠
덜커덩 덜커덩.
연속적인 소음과 진동이 내 정신을 흔들어 깨웠다.
뭐야, 언제 잠들었던 거지?
눈을 힘겹게 뜨며 잠들기 전 기억을 이어붙이려 했을 때였다.
“깼어?”
살짝 쉰 음성은 얼굴 바로 위에서 떨어졌다. 나는 테실리드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눈이 마주치자 회피하듯 고개를 슬쩍 돌렸다. 뭔가 찔리는 게 있는 듯한 그 태도에 직전의 기억이 바로 돌아왔다.
아, 그래. 했지.
테실리드가 깨달음에 이른 내 표정을 읽은 듯 조심스레 말했다.
“아직 머리색은 안 돌아왔지만ㆍㆍㆍㆍㆍㆍ 어떻게 진정은 된 것 같아 보여. 괜찮아?”
“응, 덕분에ㆍㆍㆍㆍㆍㆍ. 아니, 근데 그렇다고 그렇게 했냐고.”
짐짓 타박하자 테실리드는 기대했던 반응을 보여주었다. 죄책감을 못 이긴 듯 마른세수를 열심히 했다.
“ㆍㆍㆍㆍㆍㆍ미안해. 자제가 안 되어서.”
응. 그래서 좋았어.
하지만 좀 더 놀리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