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35)
35화
강체는 살짝 올랐지만 무기술은 경험치 획득이 아예 없었다. 초고속 성장의 가호가 있음에도 이 정도면 방법이 잘못된 게 분명했다.
캐시샵에서 검술 스킬을 사서 배우면 될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모든 전투 스킬은 구매 조건에 능력 각성이 붙어 있었다.[‘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오러는 기본적으로 몸을 쓰는 분야고, 몸은 정직하게 단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합니다.]‘일단 그 단련법을 모르겠는데요……?’
운동을 하듯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다.
애초에 오러 패키지를 구매하면서 각오를 단단히 했으니까.
문제는 혼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오러 각성은 성향에 맞는 무기술, 체질에 맞는 심법, 올바른 동작 및 보법 훈련이 필요하므로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고 말합니다.]언령님의 조언을 들으니 확신이 섰다.
“끄응. 독학은 무리야. 선생님이 필요해.”
어쩌지? 프린츠처럼 망나니놈의 검술 수업을 참관해야 하나? 아니면 혹시 캐시샵에 홈트레이닝 동영상 강의 같은 건 없나?[‘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응? 무슨 뜻이지? 의아해한 그때였다.
“엄마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서 기겁하는데 십자가 목걸이가 번쩍번쩍 빛을 내뿜었다.
곧 빛무리가 뭉치더니 웬 금발 미인의 형상을 만들었다.[ 영웅급 성녀의 자아 ‘사복검의 아그네스’가 재출현합니다.]성녀의 자아? 아그네스?
유령같이 반투명한 형상이 반갑게 인사했다.
“어, 음, 혹시 카틀레야 추기경님의 친구분……?”
“아, 네. 잘 지내세요.”
아직 경황이 없어서 얼떨떨하게 대답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본업이 뭐셨는데요?”
“…….”
흠칫, 내 어깨가 본능적으로 떨렸다.
아그네스가 발랄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 잠재력은 어떻게 아셨어요?”
신성력 전직 패키지인 ‘전설적인 성녀의 영혼’ 때문에 내 몸값이 오른 듯하다.
나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아일렛 로델라인이요.”
순간 세상 선량하고 해맑았던 표정이 소멸했다.
씨익, 섬뜩한 미소를 입가에 건 그녀가 말했다.
아그네스는 이곳이 길레트 영지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몹시 좋아했다.
“정말요? 처음 들어요.”
아그네스의 안내에 따라간 곳은 외진 방풍림이었다. 숲이나 마찬가지인 장소 한복판에 정말 훈련장이 있었다.
소규모 체육관 크기의 야외 공간. 그러나 시설은 이것저것 잔뜩 밀집되어 있었다.
통나무 징검다리, 외줄 다리, 철봉 구름다리, 암벽, 짚트랙 등등이 있었는데, 전부 연결되어 하나의 달리기 트랙을 이루었다.
‘처, 철인 장애물 경기장인가?’
육체 단련에 진심인 건축가님이 내 평가를 즉시 부정했다.[‘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볼풀만 없다 뿐이지 키즈카페 수준이라고 평합니다.]키, 키즈카페 갈 나이 지났는데!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지만 오러 패키지 환불은 불가능했고 트레이너님의 의욕은 충만했다.
“잠깐, 안전 점검은…….”
“으익!”
아그네스의 형상이 사라지더니 십자가 펜던트가 나를 물리력으로 잡아끌었다. 얼떨결에 출발했다.
뜀틀부터 시작해서 늑목을 넘고 구름다리를 건널 때까지는 괜찮았다.
‘어린애 몸이라 가벼워서 매달리기가 쉽다!’
하지만 통나무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흙탕물에 빠질 뻔한 고비를 다섯 번쯤 넘기고, 가파른 암벽을 겨우 올라 짚트랙 앞에 섰을 때는 조금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
“저, 저기, 저 높은 곳은 좀…… 꺄악!”
그렇게 각양각색의 코스를 돌파하면서 손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의 근육을 야무지게 다 써야 했다.
“헉, 허헉…….”
기념비적인 첫 주파는 42분이 걸렸다.
“흐엉.”
채찍질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아그네스가 호통만 친 것은 아니었다.
한 코스를 마칠 때마다 ‘좋았어!’, ‘잘했어!’, ‘훌륭해!’ 등의 추임새를 넣어줘서 많은 응원이 되었다.
살면서 이렇게 칭찬 많이 받아본 거 처음 같아…….[‘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조련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보라고 말합니다.]그, 그런 건가!
철봉에 매달려 영차, 영차 구름다리를 건널 때였다.
아그네스가 추억에 젖은 잡담을 들려주었다.
“끄응, 끙차! 헉헉…….”
“끄으으응……? 헉헉헉…….”
“끄응……. 그, 그 말, 끙! 기억해 둘게요. 헉헉……. 끙차!”
“끄어엉……!”세 바퀴를 완주하고 나자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털썩.
“더, 더 이상은 못 해요. 헉헉헉…….”
나는 숨을 헐떡이며 잔디밭에 대자로 누워 붉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흙탕물에 빠진 탓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입안에서 흙의 맛이 느껴졌지만 뱉을 힘도 없었다.
“누구 없나요……. 저 못 일어나겠는데……. 아빠…… 오빠…….”
가족을 불러보았다. 물론 본 장르는 육아물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만 재확인했다. 흑흑.[‘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체력이 F급이라 벌써 지쳤냐고 약을 올립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지금까지 S급이랍시고 다방면에서 오밸이었으니 체력은 더 너프 먹어도 될 것 같다고 평가합니다.]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이래서야 자신이 만든 시련의 탑을 오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혀를 쯧쯧 찹니다.]얄미운 신들 같으니. 서럽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시끄러우니 다들 조용히 하라고 화를 냅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진흙 범벅이 된 당신의 몰골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고, 고마워요, 언령님……. 역시 언령님밖에 없어…….’
팔다리가 젖어서 그런가. 살짝 추워서 코를 훌쩍였을 때였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속상함을 견디지 못하고 충동구매를 합니다.]응? 충동구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당신에게 ‘신삼(神蔘) 엑기스 30포’를 후원합니다.][ ‘신삼(神蔘) 엑기스’
에덴 농원산 만년삼에서 추출한 진액. 복용 직후 2시간 동안 체력이 샘솟고 근육 재생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참고: 빡세게 트레이닝하면 2시간 동안 일주일의 운동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헐. 완전 대박.[‘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한 달치 월급을 털어 넣어 신도에게 역조공하다니 미쳤냐며 놀라워합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본부장 월급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더 놀랍니다.]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역시 공무원은 박봉이라며 이직을 알아봅니다.]언령님에게 열렬한 감사를 표한 뒤 신삼 엑기스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망설일 것 없이 한 포를 뜯어서 쭉 들이켰다.
“우와!”
조금 전까지 물 먹은 솜 같았던 몸이 순식간에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아차,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훈련 종료와 함께 목걸이 속으로 들어갔던 아그네스를 불렀다.
“교관님! 아그네스 교관님!”
퇴근해서 그런지 말투가 상냥했다.
“저 훈련 더 하고 싶어요!”
“네!”
2시간 동안 일주일의 효과라고 하지 않았던가. 1초도 낭비할 수 없었다.
나는 달밤에 힘차게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시간이 다 되었을 때쯤엔…….[ 축하합니다! 강체(强體) Lv.7을 달성했습니다.]신삼 엑기스와 초고속 성장의 가호. 두 오밸의 결합으로 몸이 엄청나게 튼튼해졌다.
아그네스는 조금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헤헷.”
움찔.
과연 1타 교관의 눈썰미. 도핑이 걸렸다.
“사실 제가 믿는 신께서 뭘 좀 주셔가지고요…….”
“네.”
‘엄격한 질서와 선’은 아니지만. 이건 차차 때가 되면 밝히기로 하자.
상황을 납득한 아그네스가 의욕에 차서 외쳤다.
“네!”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