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55)
55화
오오, 드디어!
대규모라더니 업데이트 시간이 오래 걸렸다. 기다림과 비례하여 내 기대는 더욱 커졌다.
두근거림을 품고서 시스템 화면을 보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공개된 컨텐츠란……![ ‘시련의 탑 업데이트’
이세계에 빙의한 용사여! 당신의 한계는 어디인가! 탑 최상층에 도전하여 당신의 무한한 강함을 증명하라!]“우와!”
그렇지! 이거지!
튜토리얼 하면 역시 탑이지.[‘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회심의 역작이라고 말합니다.]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보통은 100층이 최상층인데 당신이 오밸이라서 300층까지 만들어야 했다며 치를 떱니다.] [‘만상의 혼돈을 감시하는 눈동자’가 QA하다 빠질 뻔한 눈알을 어루만집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당신의 공략을 기준으로 밸런스 패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힙니다.]개발 본부의 신들은 한마디씩 하고는 회식을 하러 사라졌다.
“아그네스, 훈련하러 가요. 언령님이 저를 위해 실전 훈련장을 내려주셨어요.”
“네. 통이 크신 분이라서요.”
그때 불현듯 중요한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잠깐만요, 언령님! 급한 질문 하나만요!’[‘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무슨 일이냐고 묻습니다.]‘혹시나 해서 여쭈는데요. 한 번 탑에 들어가면 최상층을 정복할 때까지 못 나가는 건 아니겠죠?’
얼마나 많은 탑들이 도전자를 감금했던가.
괜히 강해지겠다고 들어갔다가 실종되어 부모님께 불효를 저지를 수는 없었다!
다행히 언령님은 내 걱정을 훨훨 날려주었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그런 고구마적인 통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시련의 탑 입장과 퇴장은 24시간 자유롭다고 설명합니다.]‘빙의자 서포트 시스템’의 일부라서 그런지 사용자 편의적이었다.
‘네, 답변 감사합니다. 회식 잘 다녀오세요!’
이제 마음에 걸릴 것도 없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사첼백을 챙겨 들었다.
“그렇죠?”
“우와! 드디어 검다운 검을 허락해 주시는 건가요?”
아그네스가 말한 검은 3년 전 ‘검은 소금 사막’ 던전에서 획득한 전리품을 의미했다.
본래 토벌자인 엄마의 것이지만, 엄마는 장창과 단창을 주로 쓰기에 필요 없다고 했다.
그리하여 내 것이 된 검, 에우로페.
오랫동안 사첼백 구석에 넣어놓았던 것을 꺼냈다.
에우로페는 은청색으로 빛나는 유려한 검신을 가진 검이었다.
에우로페를 허리에 차고, 긴 머리를 질끈 올려 묶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가요, 아그네스.”[ ‘시련의 탑 입구’로 이동하시겠습니까?]예!
하얀빛이 나를 휘감았다.✠‘하아, 성녀…….’
성황청의 젊고 잘생긴 금발 성기사, 클로비스 아르젠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베잘리우스 아르젠트 추기경의 친아들이자 성전 기사단의 단장으로서, 실로 전도유망한 성기사였다.
그러나 지금 경력에 오점을 남기게 생겼다.
성전 기사단이 성녀 수색 임무를 맡게 된 지도 어언 3년.
대륙 전체를 뒤지고 있지만 성녀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던전에라도 쭉 처박혀 있었나. 어떻게 신성력이 아예 없는 것처럼 안 느껴질 수가 있지?’
그래도 이번에 성녀가 가진 은총의 그릇이 인간의 한계에 다다름과 동시에 존재감이 한층 뚜렷해졌다.
성황청에 귀환할 때마다 아직도 성녀를 못 찾았냐고 볶아대는 추기경들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희망이 보였다.
“‘엄격한 질서와 선’이시여, 이제는 제발 꼭꼭 숨겨둔 성녀님 얼굴을 영접할 기회를 주십시오.”
성호를 긋고 굽혔던 무릎을 펴서 일어났을 때였다.
“형님.”
“아, 테실리드. 와 있었나.”
“예.”
신의 축복을 증명하는 특별한 은발을 가진 소년, 테실리드 아르젠트가 그의 등 뒤에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아르젠트의 성을 쓰지만 피는 섞이지 않았다.
성흔양에게는 추기경이 대모나 대부로 붙게 된다. 테실리드는 클로비스의 부친이 그 역할을 담당했기에 아르젠트라는 성을 받았다.
대부라고 해봐야 명목상일 뿐이었다. 어차피 고아 출신인 성흔양의 보육은 교육성부에서 전적으로 도맡았다.
추기경들도 자신의 대자(代子)에게 책임감을 갖지 않았다.
성흔양에 대한 성황청의 취급은 세계 구원을 위한 공공재나 다름없었으니까.
이런 삭막한 환경에서 클로비스라고 딱히 다르지 않았다.
클로비스가 성황청에 귀환할 때마다 테실리드의 얼굴을 잠깐 마주하는 게 접점의 전부이다시피 했다. 지금처럼.
“지난겨울에 성기사 서임을 받았다지.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듣자 하니 성흔양이 검사성부 이단심판국 소속으로 재편되었다던데. 이제 외부 활동을 시작하는 건가?”
“시작한 상태입니다. 그제까지 세 번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벌써? 무슨 임무였지?”
“던전 토벌이었습니다.”
지난 2주일 동안 교국을 돌아다니며 B급 던전 두 곳과 A급 던전 한 곳을 토벌했다. 첫 시작부터 난이도가 셌던 편이다.
토벌대는 테실리드를 포함한 성흔양들과 4명의 견습 힐러로 구성되었는데, 모두가 미숙해서 위험한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
특히 A급 던전에서 막다른 곳에 갇혀 보스와 싸워야 했을 때는 테실리드가 혼자 캐리하다시피 했다.
그는 절벽 동굴에 부상당한 토벌대들을 두고, 홀로 흑마룡과 맞섰던 때를 잠시 회상했다.
절벽과 절벽을 잇는 얇은 암벽 다리 위에서, 힐도 없이 한 싸움은 참 힘들었다.
‘쓸 만한 힐러 좀 있었으면.’
원작 내내 끊이질 않던 테실리드의 입버릇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럼 다음 임무는?”
“모레, 아고니 지역을 정화하고 그곳 토착민들을 포교하기 위해 떠납니다.”
클로비스가 눈썹을 슥 올렸다 내리는 모습이 테실리드의 눈에 박혔다.
“으음, 아고니면…… 라그네이프 마도 공화국과 인접한 곳이군. 혹여 그곳에서 성녀에 관한 단서를 찾으면 알려다오.”
“그리하겠습니다.”
“그래.”
늘 그렇듯이, 이만하면 충분히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 테실리드가 묵례하고 돌아서려 했을 때였다.
“잠깐, 테실리드.”
“하실 말씀이 남으셨습니까?”
“아고니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아까도 석연찮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아 뭔가가 있는 듯했다.
“오래전에 던전 버스트로 입은 피해가 복구되지 않은 땅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거기는 이단자의 소굴이다.”
“…….”
“이단자 포교가 실패했을 시 교단의 규율은 알고 있겠지.”
“…….”
테실리드의 손끝이 움찔 떨렸다. 동요를 눈치챈 클로비스가 강한 어조로 못을 박았다.
“이단심판국 소속으로 발탁되었으니 이제부터 너에게는 파문의 권한이 있다. 파문당한 자에게는 인권이 없고, 그자를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니다. 내 말을 명심하고 신과 교단에 순명하는 일을 망설이지 마라.”
“…….”
테실리드는 대답 대신 눈을 내리깔았다.
배타적인 유일신을 섬기는 교단.
그들 탓에 테실리드는 가끔씩 자신의 신이 ‘엄격한 질서와 선’이 아니라 ‘엄격한 질서’로 느껴지곤 했다.
선보다 중시되는 질서, 규율, 교리, 규칙.
제 왼팔 안쪽에 새겨진 특별한 성흔도 같은 맥락이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할 말을 삼키는 일에는 익숙하다.
테실리드는 예를 취하고 돌아서서 예배당을 빠져나왔다.
긴 회랑 복도를 걷는 그의 걸음을 짙은 그림자가 끈질기게 뒤쫓았다.
본격적으로 고구마길을 걷게 될 테실리드의 표정은 미래를 예측한 듯 어두웠다.✠나는 풀 냄새와 부드러운 미풍 속에서 눈을 떴다.
드넓은 초원 위에 우뚝 선 웅장한 탑이 나를 맞이했다. 높은 꼭대기는 망막을 태울 듯한 태양 빛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거대한 철문 앞에 섰다. 친절한 주의 사항이 붙어 있었다.
[신성 강림 금지!]안 그래도 치트키는 쓸 생각이 없었다. 본연의 실력으로 승부해야지.
철문을 열고 고풍스러운 실내로 들어선 순간이었다.
쿠웅!
철문이 저절로 닫혀 퇴로를 막았다.[ ‘시련의 탑 1층’에 입장했습니다. 주변을 경계하세요.]곧장 전투 돌입. 마음에 든다.
부쩍 어두워진 조도에 눈이 적응하길 기다리며 청각에 집중했다.
‘기척은…… 하나.’
저층이라 1대1인 모양이었다.
아그네스의 경고를 들으며 에우로페에 손을 가져갔다.
쿵! 쿠웅! 쿠우웅!
진동이 느껴질 만큼 묵직한 기척. 적이 천천히 다가온다.
정체불명의 적이 횃불이 비치는 지역까지 접근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보게 된, 1층의 무시무시한 보스란 바로……!
물컹물컹![ 시련의 탑 1층 보스, ‘귀엽고 깜찍한 슬라임’이 등장했습니다!]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