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62)
62화
[ 기본 스킬 ‘치유 Lv.67(+10)’이 발동합니다.]생도의 팔에서 피가 멎으며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자, 봐라. 이것이 레벨빨로 상급 스킬의 경지에 이른 나의 치유다!
“맙소사!”
“세상에, 이런 힐이……!”
예상대로 열렬한 반응이었다. 특히 요하킴은 입을 떡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나는 미소 지으며 모두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힐러입니다. 저랑 같이 가실 분?”
“저요! 저요!”
“저 데려가 주세요!”
사람들이 사관생도의 뒤로 줄을 섰다. 요하킴 빼고 전부 다.[‘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쓸데없는 파티 결성을 싫어합니다.]건축가님이 솔플 성향을 표출하며 투덜투덜했다.
“뭐, 뭐야…….”
이제껏 떠받들어지다가 졸지에 버림받은 요하킴은 넋 빠진 얼굴을 했다.
“이런 무슨, 마,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컥!”
“사제님, 저도요~.”
누군가 요하킴의 어깨를 퍽 소리 나게 치고 지나갔다. 다분히 고의적으로.
볼품없이 쓰러진 그를 부축하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그러게,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든가, 아니면 제 무덤을 파질 말든가.
이건 뭐 동정할 가치도 없다.
“부상을 치료해야겠네요. 한 분씩 봐드릴게요.”
“헉! 사제님께서는 이런 상처까지 치료해 주시는 겁니까?”
“저쪽에 계신 사제님은 신성력 아깝다고 뼈 부러진 거 아니면 참으랬는데…….”
“역시 센 분은 다르셔!”
“치유 속도도 봐요. 누구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르시네요!”
요하킴은 후려치고 나는 올려치고.
토벌대원들이 요하킴을 어르고 달래던 실력을 발휘하여 내게 칭찬을 쏟아냈다.
“이이…… 아까까지는 나한테 힐을 구걸했으면서……!”
요하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분노 조절을 잘할 것 같지는 않은 모습이다.
그렇다면.
“아, 일일이 부상을 살펴보려니까 오래 걸리고 번거롭네요. 한꺼번에 치료할게요!”
팟!
귀찮아서 그룹힐 ‘힐링 필드’를 발동했더니…….
“헉!”
“헐!”
“와!”
상급 스킬이 내뿜는 찬연한 빛. 시전자인 내 몸에 휘감기는 성스러운 미풍.
충만히 흘러넘치는 신성력이 주변을 압도했다.
네, 그걸 노린 겁니다.
모든 사람들의 부상이 동시에 치료되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
요하킴은 어느새 차분해져 있었다. 얼굴색도 분노 조절을 잘할 것 같은 평범한 살색이었다.
잠시 후.
“아이고, 자매님!”
요하킴이 다른 사람들을 밀치며 내게로 쪼르르 달려왔다.
“사제복이 아니셔서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잖습니까! 아이 참, 눈치 좀 주시지!”
“…….”
“고강한 신성력을 가진 자매님께서 힐러로 오셨으니 제가 보조를 해야겠군요. 모쪼록 자매님께서는 편한 대로 힐만 하시고, 해독이나 면역 같은 잡다한 건 싹 다 제게 맡기십시오. 네?”
“…….”
“호, 혹시 마음에 안 드십니까? 어, 아, 음, 그, 그러면……! 저 혼자 힐 다 할까요?! 제, 제가 신성력을 쥐어짜서! 어, 어떻게든 호, 혼자 다 해보겠습니다! 자매님께서는 그저 감독만 해주십시오!”
“…….”
한마디도 안 했는데 이런 결과가?
힐 셔틀을 적극적으로 자처하는 요하킴을 보며 토벌대원들이 수군거렸다.
“요하킴 사제가 저렇게 굽신거리는 거 처음 봐.”
“사람이 어쩜 저렇게 달라질 수가…….”
요하킴도 나름 필사적일 것이다. 그를 대체할 상위호환 힐러가 나타난 상황.
철면피처럼 굴어서 보조 힐러 자리라도 꿰차지 않으면 토벌대에서 버려질 테니까.
나는 결정권을 넘긴다는 뜻으로 토벌대장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눈치 빠른 요하킴이 곧장 대장에게도 싹싹하게 굴었다.
“아까 있었던 불의의 사고에 대해서는 성황청에 잘 보고 올리겠습니다, 대장님!”
“……힐러님은 많을수록 좋겠지요. 두 분 모두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결정이 내려졌다. 그럼 간단한 통성명을 할 시간이다.
“저는 ‘순금사과단’의 토벌대장, 안네입니다.”
“토벌대원 카일이에요.”
“여동생인 카나입니다. 같은 소속이고요.”
“용병으로 들어온 마법사, 세이진입니다.”
“레이라고 부르면 된다.”
“애쉬라고 합니다.”
“프레제예요.”
“자매님의 믿음직스러운 형제, 요하킴입니다!”
어째 성 없이 이름만 밝히는 분위기였다. 잠깐 보고 말 사이니까 그런가.
그럼 나도.
“아일렛입니다. 편하게 불러주세요.”
나 포함 총 아홉 명의 인원이 이동을 시작했다.
던전 안의 출구 게이트는 랜덤하게 발생되었다가 소멸한다.
시스템 지도는 애석하게도 게이트까지 표시해 주지 않기에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찾는 수밖에 없었다.
동굴 통로를 걷는 동안 요하킴이 자꾸 친한 척 말을 걸었다.
“아일렛 자매님, 자매님은 어쩌다 이런 누추한 곳에 혼자 계시게 된 겁니까?”
“어쩌다 보니까요.”
“일행은요? 힐러를 목숨 걸고 지켜줘야 할 토벌대원들은 다 어디 갔죠? 괘씸하군요!”
“일행 없어요.”
“네? 일행이 없다고요? 여기 S급 던전인데요……?”
요하킴뿐만 아니라 토벌대원 몇몇이 나를 놀란 눈으로 보았다.
“혹시 언니도 프레제처럼 커다란 구멍에 휘말려서 여기 들어온 거예요?”
아까부터 내 곁에 바짝 붙어서 걷던 갈색 포니테일의 꼬마가 끼어들어 주었다.
좋은 설정을 던져 줬으니 가져다 쓰기로 했다.
“응. 던전 싱크에 휘말렸어. 프레제도 그랬나 보구나.”
“네. 분명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떠보니까 주변에 슬라임이 잔뜩인 거 있죠?”
자다가 던전 싱크에 빠지는 세계. 역시 생존 난이도 S급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운이 나쁜 경우이긴 하지만.
문득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없었고 너 혼자 들어온 거니?”
“네. 프레제 혼자였어요.”
“그럼 슬라임들 틈에서는 어떻게……?”
“파묻혀서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여기 있는 아저씨가 프레제를 구해줬어요!”
지목을 받은 사람은 통성명할 때 자신을 레이라 밝힌 사관생도였다. 그는 움찔하더니 몹시 억울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왜 난 아저씨고, 저쪽은 언니지……?”
“그래, 프레제. 이쪽 기사 지망생분한테도 오빠라고 해줘.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데.”
“……두둔해 주는 건가?”
“저희 오빠도 사관학교 생도라서요. 이런 불의를 그냥 두고 볼 순 없죠.”
“그렇군.”
하지만 프레제는 완고했다.
“그렇지만, 기사 사관학교 제복을 입으셨는걸요. 우리 아빠가 사관학교 가면 아저씨랬어요. 사관학교 생도 아저씨!”
“크윽.”
이 세계나 저 세계나 너무한걸…….
심심한 위로를 건네보았다.
“어, 음, 아쉬운 대로 저라도 오빠라고 불러드릴까요?”
“아니, 됐다.”
“넵.”
작게나마 호감이 형성된 듯했다. 이참에 질문을 해야지.
“레이 생도님, 질문이 있는데요…….”
“나에 대해 궁금한가 보군. 사관학교 117기 차석 졸업생이고, 현재 관례에 따라 기사 서임을 받기 위해 1년간 기사 수련 여행 중이다. 여기 ‘순금사과단’ 토벌대에는 여비를 벌기 위해 용병으로 지원했어.”
“그렇군요. 차석 졸업 축하드려요.”
“고맙다. 오랜만에 받는 순수한 축하로군.”
“차석의 애환이 느껴지네요. 수석이랑 비교 많이 당하셨나 봐요.”
“……그렇지. 안 그래도 만년 2등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가만히만 있어도 1등과 비교당하기 일쑤였는데, 그 와중에 졸업까지 차석으로 마무리했으니까. 하…….”
“아, 그런데 제가 여쭤보려고 했던 건 이런 게 아니고요.”
“그, 그래? 그럼 뭘 물어보려고 했는데?”
“생도님은 귀족이신가 봐요. 초면에 하대가 자연스러우시네요.”
“아…….”
뻔뻔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레이는 민망한 얼굴로 지레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게, 부모님 외의 사람에게 존댓말은 익숙하지가 않아서.”
“정말이요? 사관학교에서 다른 귀족들도 많이 만났을 텐데요. 교우 관계는 괜찮으셨어요?”
“크흠! 다들 나보다 신분이……. 음, 아니다. 그보다.”
레이가 말을 돌리고자 했다.
“네 오라비도 사관학교 생도라 했지. 내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겠군.”
“아, 그러고 보니 저희 오빠도 이번에 졸업했거든요. 레이 생도님이랑 졸업 기수가 같겠네요.”
“그래? 이름이 뭔데?”
외지에서 동문의 흔적을 발견하면 없던 반가움도 생겨나는 법. 레이가 눈을 빛냈다.
그런데.
“프린츠요. 이번에 졸업생 대표 연설도 했는데.”
“…….”
왜 오빠의 이름을 밝힌 순간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걸까?
“프……린츠?”
“네.”
“프린츠……라고?”
“뭔가 문제 있나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얼굴이 전혀 아닌데?
왜 이러지? 우리 오빠가 남 해코지하고 다닐 성격은 아닌데? 착하고 똑똑하고 잘생겨서 완전 호감형일 텐데?
그때 레이가 나를 보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너 분홍 머리…….”
그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대체 왜 그러냐고, 이유라도 좀 알자고 캐물으려던 때였다. 돌연 레이가 내게서 사사삭 거리를 벌렸다.
“저기요……?”
“미, 미안하다. 내가 분홍 머리 알러지가 있어서. 좀 떨어져 줬으면 해.”
“…….”
뭔 되도 않는 변명인가 싶었는데, 그는 정말 알러지가 있는 사람처럼 식겁하고 있었다.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상종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합니다.]아그네스와 건축가님이 내 편을 들어줘서 고마웠다.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