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76)
76화
나는 방긋 웃었다.
“무려 대규모 업데이트 컨텐츠를 완료했잖아요. 당연히 보상이 있겠죠?”[‘창조경제 관리자’가 상도덕적으로 옳은 의견이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사업본부장님은 긍정했다. 하지만.[‘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움찔합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움찔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움찔합니다.]으응?
반응이 왜들 이러실까?[‘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헛기침을 합니다.]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이게 다 당신이 너무 빨리 탑을 공략한 탓이라고 성토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사달을 낸 신은 잠자코 있으라며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에게 눈치를 줍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아무리 부실 공사를 했어도 그렇지, 세 개 층을 하루 만에 공략할 줄은 몰랐다고 말합니다.]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부실 공사가 아니라 미완공이라고 정정을 요구합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개발본부의 미흡한 일 처리를 비웃습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울컥하여 까도 자기가 깐다고 외칩니다!]“…….”
신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내 표정은 천천히 어두워졌다.
자그마치 7년 만에 달성한 업적이다. 그런데 보상이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니.
“흐으으으으응.”[‘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당신에 대한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합니다.]나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된 이상 별수 없지. 지금은 언령님의 얼굴을 봐서 물러나되, 차후에 지급 지연 보상도 따로 받아내야겠다.
하지만 이 계획은 금세 폐기되었다.[‘창조경제 관리자’가 크게 봤을 때 관리국의 책임이니 이번 보상 문제는 본신이 해결해 주겠다고 나섭니다.]이걸 사업본부장님이?[‘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사업본부장의 원조에 반색합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어쩌려는 거냐며 궁금해합니다.]내게 메시지가 떴다.[ ‘창조경제 관리자’가 당신에게 ‘VIP 포인트샵 이용권’과 ‘100,000포인트 쿠폰’을 후원합니다.][ ‘VIP 포인트샵 이용권’
아주아주 특별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VIP 포인트샵’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다.
참고: 원래는 빙의자 전용 캐시샵에서 100억 캐시 이상을 쓴 호갱에게만 주어진다.][ ‘100,000포인트 쿠폰’
VIP 포인트샵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화폐가 충전되어 있는 쿠폰이다.
참고: 10만 캐시 소비당 1포인트씩 충전된다.]“오…….”
나는 손 안에서 번쩍번쩍 광채를 발하는 금색 티켓과 은색 쿠폰을 바라보았다.[‘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보상이 너무 오밸인 것 같다고 항의합니다.]밸런스 담당자님의 반응으로 보아 합리적인 보상인 것 같다.
좋아, 만족.[‘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사업본부장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창조경제 관리자’가 사업본부는 항상 개발본부의 편이라며 동지애를 강조합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다다음 달 대규모 업데이트 컨텐츠라서 아직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부분만 빼면 완벽하다고 말합니다.] [‘창조경제 관리자’가 마감 화이팅이라고 응원합니다.]뭐, 결국 보상이 유예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이용권과 쿠폰은 사용할 수 있는 날까지 곱게 모셔두기로 했다.
15장. 고장 난 시계
바야흐로 튜토리얼 종료까지 3개월 남짓 남은 시점.
시련의 탑 폐관 수련도 마쳤겠다, 슬슬 원작을 대비해야 할 차례였다.
시스템의 금족령이 풀리면 나는 한동안 백작성으로 못 돌아올 것이다. 인수인계부터 하기로 했다.
“엄마, 아빠. 여기가 바로 말씀드렸던 던전 농장이에요.”
“어머나.”
“세상에.”
나는 그간 우리에게 고급 약초를 저렴하게 납품해 주던 약초 상회의 실체를 부모님께 밝혔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에피덴을 비롯한 해골들이 절도 있게 인사하며 턱관절을 움직였다.
“헬베로스, 너도 낯가리지 말고 나와서 인사해.”
화마룡의 불타는 심장을 완전히 소화시킨 뒤로 헬베로스는 또박또박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머! 귀여워!”
인간화도 가능해졌다. 지금 헬베로스는 빨간 머리와 빨간 눈을 가진 여섯 살짜리 남자아이 모습이었다.
“어쩜, 우리 린츠 어렸을 때 생각나네! 이름이 헬베로스라고? 우리 헬뷔, 몇 짤?!”
“……아, 몰라! 귀여워!”
엄마는 헬베로스를 끌어안고 뺨을 부비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동안 나는 아빠에게 중요한 사항들을 전달했다.
“던전 농장의 시간은 현실보다 3배 빠르게 흘러가니 참고해 주세요. 생산성을 향상해서 수확량이 꽤 많아요. 그래서 로델 포션 상회가 쓰고 남는 건 몇몇 상단에 납품하고 있었어요. 여기 쪽지에 명단이요.”
나는 막대한 현질 비용을 충당해 왔던 비자금원까지 털어놓았다. 아쉽긴 하지만 이제 내가 관리할 여력이 없을 테니까.
“이럴 수가. 아이, 아빠 몰래 약초 상회를 운영하고 있었다니…….”
“어머나, 우리 딸! 용돈 올려달라고 안 한다 싶었더니, 뒷주머니를 차고 있었구나?”
“하하, 네.”
예상 밖으로 크게 혼나지는 않았다. 엄마 아빠는 앞으로 용돈을 많이 올려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농장의 관리자는 에피덴이에요. 저기 두개골이 가장 예쁜 친구요. 필요한 건 다 에피덴한테 말씀하세요.”
“잘 부탁합니다, 에피덴 씨.”
달그락달그락!
“혹시 의사소통 문제가 생기면 헬베로스를 통해서 해결하시면 돼요. 그리고 헬베로스는 채식주의 악마니까 참고해 주시고요.”
“잘 부탁하네, 헬베로스 군.”
인수인계를 마친 뒤에는 에피덴이 내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엄마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 결정은 변함이 없고?”
“네. 오빠처럼 수련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집을 오래 떠나는 사유로 여행만큼 좋은 게 없지.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동안 너무 백작성에서만 지내긴 했지. 우리 딸도 세상 구경 좀 할 때 됐어.”
“그쵸. 저는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예요. 세상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죠.”
“훌륭한 자세야. 늦봄에 떠난다고 했던가? 5월이면 여행하기 딱 좋을 때지, 암.”
엄마는 흔쾌히 허락했다. 하지만 아빠는 못내 섭섭하고 아쉬운 듯 말했다.
“잠깐만, 엘테아. 난 좀 걱정돼. 괜히 나갔다가 아이가 웬 사내 녀석이랑 같이 돌아오기라도 하면…….”
“레오. 그거 내 얘긴데.”
“하면 아주 좋을 것 같네! 다녀오렴, 아이!”
“네, 아빠. 꼭 아빠 같은 남자 데리고 올게요.”
든든한 아군인 엄마 덕에 아빠의 설득에도 성공했다.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참, 엄마.”
“응, 우리 딸. 왜?”
“여행 준비 문제로 할아버지께 도움을 받았으면 해서요. 괜찮을까요?”
“뭘 그런 걸 허락받고 그러니. 알아서 하렴.”
정말 괜한 걸 묻는다는 투였다. 엄마와 할아버지 사이의 골이 많이 메워진 상태인 듯했다.
마음 편히 할아버지께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구해달라고 하면 되겠다.
지금 나는 백작성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까.
그때 엄마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여행 가면 할아버지 댁에도 한번 들르고 그러렴.”
“네. 그럴게요, 엄마.”
아빠도 한마디 했다.
“떠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자주 차 마시자, 아이.”
“네, 아빠.”
웃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앞으로 3개월. 소중하디 소중한 내 가족과의 시간을 듬뿍 만끽하고 갈 생각이다.✠내가 없어도 로델 포션 상회가 무리 없이 돌아가게끔 모든 인수인계를 마쳤다. 그다음으로는 두 통의 편지를 썼다.
첫 번째 편지의 수신인은 현재 왕국 수도에 있는 내 절친, 비안카였다.
비안카는 1왕녀의 전속시녀로 발탁된 이후로 왕궁에 갇혀 지내다시피 했다.
때문에 우리는 수년째 얼굴을 보지 못하고 편지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다.
나는 비안카에게 내 여행 계획에 대해 알렸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었는데, 보고 싶다는 말이 일곱 번이나 들어간 것을 보고 조금 머쓱해졌다.[‘만상의 혼돈을 감시하는 눈동자’가 맞춤법도 내용도 완벽하니 바로 부치라고 채근합니다.]두 번째 편지의 수신인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에게도 내 결정에 대해 알리며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부탁했다.
프린츠에게도 편지를 쓸까 고민했지만, 어차피 지금 수련 여행 중이라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 관두었다.
“편지도 다 썼고. 그럼 이젠 연금술과 요리를 해볼까.”
포션과 도시락을 종류별로 잔뜩 만들어서 사첼백에 쟁여두기로 했다.
아공간 인벤토리는 유통기한을 무시하니까 참 편했다.
우선 연금술부터.
최상급 포션을 만들기 위해 시련의 탑 298층 보스, 운디드시엘을 잡고 나온 ‘인어의 눈물’을 꺼내서 가공할 때였다.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아그네스가 물었다.
“출혈이 심할 때는 힐만으로 안 되고 포션으로 혈액 생산을 돕는 게 필수거든요. 그리고 또…….”
“제가 다쳤을 때 힐 써줄 사람이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중상을 입은 상태인데 신성 강림 후유증 때문에 기절해 버리기라도 하면?
아무리 내가 힐을 만렙 찍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요리까지 마친 뒤에는 훈련하기 적당한 뒷마당으로 갔다.
폐관 수련이 끝났다고 해서 게을러졌다간 검 끝이 무뎌질 테니까.
수련은 주로 오러 감응을 위주로 했다.
“마스터 되고 싶다……. 나도 오러 블레이드…….”
“네.”
그렇게 보름쯤 단조로운 일상이 반복되었을 때였다.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