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69)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69화(169/242)
돌파구 (4)
“···롱 스로인을요?”
“그래, 스로인 말일세.”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떠올려지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로리 델랍처럼, 말입니까?”
사실 스로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선수가 이제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옛날 옛적, 스토크 시티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로리 존 델랍(Rory John Delap)
커리어 내내 프리미어 리그 중하위권 팀에서 뛰고, 가끔씩은 챔피언십 팀에서 뛴 적도 있는 나름 실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유명해질 만한 실력까진 아니었던 이 선수는.
전직 창 던지기 선수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남들보다 훨씬 상체, 특히 어깨가 발달해 있었다.
이 점에 착안하여, 우리나라에도 박지성 선수가 활약하던 시절이라 익숙한 프리미어리그 2008-09 시즌 그의 소속팀인 스토크 시티는 그를 스로인 전담 선수로 기용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전까지 리그 어시스트가 4개밖에 안 되던 선수가 한 시즌에만 6도움이라는 개인 공격포인트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평범하디 평범했던 32세 노장 미드필더는 인간 투석기라는 멋들여진 별명이 붙었고.
특히 이 때 아스날의 벵거 감독이 이 스토크 시티의 스로인 전술에 톡톡히 당하면서.
-공이 바깥으로 나갈 때 손으로 공을 던지는 것은 축구에서 필요 없는 팔 힘이 강한 선수들에게 너무 유리하다. 공이 바깥으로 나가면 공을 손으로 던지지 말고 발로 차도록 만들자.
라는 말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스로인은 아주 위력적인 공격 옵션이 된 적이 있는 옵션이긴 했다.
“그래, 스로인 하면 그 선수가 가장 대표적이긴 하지. K리그 기준으로는 우리 팀 영민이가 대표적이고. 나는 조금만 연습하면, 자네가 그런 스로잉을 갖추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렇지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성래야, 그게 효과적이냐?”
‘될 수도 있다.’ 정도다.
“그래, 그건 나도 동감되는구나. 나도 상무 시절 환성이를 스로인 전담으로 가끔 써 봤지만, 생각보다 큰 이득을 보진 못했으니.”
길고 긴 축구의 역사 속에서, 저 로리 델랍만이 스로인으로 축구팬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듯이.
솔직히, 스로인은 ‘있으면’ 좋은 거지, 그걸 잘 못 쓴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코너킥 못 한다거나, 프리킥 못 한다거나 해서 까이는 선수는 꽤나 수두룩하지만, 스로인 못 한다고 해서 까이는 선수를 본 적이 있나?
솔직히 없다.
오히려 스로인은 자주 할수록 하는 팀에게 불리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로 가치가 정말, 정말 떨어지는 놈이기에,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죽은 볼이다.
“그리고 당장 그 로리 델랍도 그 정도 활약은 한 시즌 반짝이었잖아. 내 기억으로는 그 시즌 이후론 어시스트 거의 못 쌓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다. 2개밖에 못 쌓았더라고요.”
“야, 근데 스로인을 추천해? 차라리 그냥 오버래핑 타이밍이나 더 가르쳐 주는 게 나을 껄. 쟤 머리 쓸만하니까 그것만 해도 효율 적당히는 나올 거야.”
그만큼 롱 스로인은, 축구의 역사에 있어서 변방 중의 변방이다.
주목받은 적이 극히 드물고, 주목받더라도 일시적인 관심에 불과한. 죽은 전술.
하지만,
“알고 있지만, 저는 이게 쓸 만하다고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노성래 감독님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물론 저도 스로인이 아직 별로 관심을 못 받고 있는 건 압니다. 그렇지만 다들 생각해 봐요. 현대 축구에서 지금 맹렬하게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포지션이 어딥니까.”
그리고 그 말에, 두 분은 이구동성으로 말하셨다.
“그거야 풀백이지.”
“풀백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
그래. 그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현재 맡는 역할이 가장 격렬하게 전술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포지션을 꼽자면, 단연코 풀백이었다.
“근데 90년대 시절 봐 봐요, 사람들이 풀백에 관심이나 줬습니까? 하나도 관심 없었어요.”
“······”
그리고 이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역대 최고의 풀백으로 꼽히는 파울로 말다니조차 원래 선수생활 시작은 센터백이었을 정도로, 풀백은 그냥 일단 8명을 채우고 남는 선수가 가는 자리였다.
“결국 현대 축구란, 옛날에는 관심 없거나 흔하게 지나쳐갔던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뜯어보고 맛보는 거고, 저는 이 스로인이 과거 풀백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재력이 충분해요. 아직 사람들이 충분히 연구하지 않아서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죠.”
그렇게 노성래 감독님이 말을 끝마치자, 나머지 두 감독님은 조금 고민에 빠진 얼굴이 되셨고.
“어때, 해 볼 마음 있냐? 할 마음만 있다면, 내가 기꺼이 도와주마.”
나에게 직접 다시 의향을 여쭤보셨다.
“···그게 됩니까?”
“그래, 마침 내가 P급 논문 주제로 생각하고 있었던 게 쓰리백에서의 센터백과 이거 두 개거든.”
“······”
내 대답? 내 대답이야.
“노 감독님.”
“응?”
“내일 아침부터 바로 시작해줄 수 있습니까? 모든 스케쥴 다 취소하고, 진지하게 배우고 싶습니다.”
솔직히,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
“일단, 그냥 한번 던져 봐라. 비거리를 알아야 하니까. 조준은 신경쓰지 말고 최대한 멀리.”
“예!”
-삐이이-!
좋아, 내가 하던 대로 해 보자.
한 발.
도움닫기 충분히 하고,
다리에서부터 허리, 어깨를 당겨서-!
“흐압-!”
오, 날아간다, 날아가, 몇 미터···
-퉁.
“와!”
30m다! 이 정도면 진짜로 비거리는 바로 완성됐-
-삐익!
“아냐, 아냐, 조금 짧다.”
“···네? 첫 바운드까지 30m나 나왔는데요?”
일반적으로 스로인을 잘 하는 선수는 20m~25m 정도를 던지고, 우리나라에서 스로인 잘 던진다고 하는 헌영민 선수나 환성 선배가 30m 정도를 던진다.
그리고 지금 기록이 도움닫기가 조금 길긴 했지만, 30m 나왔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아니, 조금 더 멀리 가져가야 한다. 내가 느낀 바로는 스로인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 35m는 던져져야 해.”
그 말과 함께, 감독님은 추가적으로 설명을 덧붙이셨다.
FIFA와 UEFA의 축구장 규정에 따라 축구장의 크기가 보통 가로로는 100~110m, 세로로는 68~75m 사이를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30m 스로인은 위력적인 옵션이 되기엔 제한 꽤 많이 생기고, 약 35m는 넘게 던져야 비로소 스로인이 스로인으로서 강력함을 발휘할 수 최소 조건이 된다는 말씀이셨다.
“로리 델랍의 평균 비거리는 보통 38에서 40미터 정도였고, 그 덕분에 위력적일 수가 있었던 거야. 그러니 일반적으로 40m는 나오게 해야 한다.”
후우, 까다롭구만.
‘하긴 그렇게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개나 소나 다 롱 스로인 던질 수 있으면 누가 그렇게 안 하겠냐.’
좋아, 그럼 이번엔 비거리를 좀 더 신경 써서 높게-
-삐익!
“그렇다고 그냥 멀리 던지기만 하면 안 된다. 그럼 너무 느려서 수비수가 대응할 시간을 줘 버려.”
예?
“그럼 어느 정도 수준이여야 합니까?”
“발로 차는 것보다 많이 느리지 않아야 하는 정도··· 그래, 한 60킬로 정도는 돼야 한다.”
이런 미친.
‘그 속도를 축구공으로 내야 한다고? 하 씨.’
공 좀 만져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축구공은 가벼워서 저렇게 빠른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가벼운데 왜 빠르게 속력을 내지 못하냐고 묻는다면, 당장 농구공과 축구공 두 개를 각각 던져보고 비교해 보라. 농구공이 더 무거운데 훨씬 더 멀리 날아간다.
부피에 비해 너무 가벼운 축구공은, 오히려 저 속력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하, 아, 이거 생각보다 어렵네. 젠장. 그러니까. 40m를 던지면서도, 엄청 위로 올렸다가 내려가는 식의 비거리만 늘리는 스로인은 상대방한테 읽히기가 쉬우니까 하면 안 되고. 또 그러면서 속도까지 60km 정도로 내야 한다고?’
참 어렵구나, 어려워.
어려운 놈이다.
···뭐 그래도.
“예, 그럼 다시 해 보겠습니다.”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웠다.
물론 솔직히 감독님이 롱 스로인을 언급했을 때는 좀 당황스럽긴 했다. 이런저런 잡기술에 관심이 많은 편인 나도 롱 스로인을 기습적으로 사용해 본 적은 있지만.
그런 나도 이걸 아예 작정하고 연습해본 적은 없었고, 솔직히 선수들 중 그 누구도 이 스로인을 연습하겠다고 먼저 나서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 로리 델랍도, 결국 따지고 보면 저걸로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한 시즌 정도가 다였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겠지···’
그렇지만.
-결국 현대 축구란, 옛날에는 관심 없거나 흔하게 지나쳐갔던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뜯어보고 맛보는 거다.
노성래 감독님의 저 말은, 나에게 굉장히 많은 공감이 됐다.
00년대의 풀백과 2017년, 현재의 풀백이 하는 역할이 달라진 것처럼.
현대 축구는 계속해서 옛날에는 불가능하고 생각했던 데이터를 통해 보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쏟아지는 연구들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계속해서 변화하고 또 발전하고 있다는 걸.
나는 K리그에서, 프랑스에서 절실하게 깨달았고. 그것을 깨달음으로 인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러한 진보의 물결을 거부한다는 건, 솔직히 이상하지 않나?
‘···뭐, 솔직히 아직도 풀백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곤 해도 여전히 낮게 평가받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더 이상 사람들은 풀백이 전혀 쓸모가 없는 선수가 서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축구를 데이터로 분석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생각도 슬슬 변화하면서 온갖 데이터 자료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처럼.
축구는 분명 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변화의 흐름을 타고.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의 선봉장에 서서.
나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 보는 것도 매력적이지 않겠는가.
.
.
.
-삐이익!
“좋아, 이번엔 속도도 괜찮았고, 비거리도 괜찮았다. 나쁘지 않았어!
“예!”
“그럼 이번엔 콘을 맞추는 훈련까지 같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빅 리그에서 스로인을 쓰는 선수는, 지금 없어.’
그 말은. 지금 내가 롱 스로인을 성공적으로 장착하는 데 성공한다면. 성공하기만 한다면.
나는, 흔하디 흔한 선수 평범하게 잘하는 A가 아니라.
스로인이란 특이한 무기를 가진 유일무이한 선수가 된다.
.
.
-삐이익!
“빗나갔다. 다시!”
“예!”
그건, 너무나도 매력적인 생각이었다.
사람이 먹고 사는 게 충족되면, 다음엔 어떤 것을 바라게 될까?
명예, 오로지 명예다.
정말 쓸모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말 모든 것이기도 한 이 것을 내가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아무리 봐도 이것뿐이다.
평범하게 잘하는 선수보다야 단 한 번만이라도. 그것이 아주 사소한 것이더라도. 이 축구라는 세계에서 1등을 단 한 번만이라도 해내는 선수가 기억되기 쉽다.
.
.
-삐이익!
“이번엔, 속도가 살짝 느렸다. 조준도 좋지만, 최대 힘으로 던지는 것에 좀 더 집중해라! 다시!”
“예!”
그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내가 이걸 즐겁게 연습할 이유는 충분했다.
세계 축구사의 한 단락에, 로리 델랍이 있었고. 그리고 이준혁이 그 뒤를 이었다는 언급 정도만 남길 수 있다면.
내가 이렇게 최선을 다할 여지는 충분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1등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면.
“계속 간다! 다시!”
“예에-!”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 있는 종족.
그게 축구선수고, 운동선수니까.
솔직히, 내 대답은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이미 정해졌던 거였다.
해 보자고. 롱 스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