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70)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70화(170/242)
변한 것들 (1)
정시 칼퇴근. 주 35시간 근무. 1년에 총 4주+α의 유급휴가가 있고 전 국민이 그걸 거의 100% 사용하는.
2주 정도의 연차 휴가가 주어지긴 하나 실질적으로는 그걸 반도 사용 안 하는 경우가 많은 대한민국에 비하면 노동자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 프랑스.
이 나라에서는 여름이면 한 달 정도 푹 쉬면서 바캉스를 즐기는 것이 ‘상식’ 이지만···
“으어어어…”
“일 좀 그만 하고 싶다··· 휴가 가고 싶어···”
그딴 상식은 이 스포츠 구단이라는 블랙기업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애초에 중학교 팀 감독이나 코치한테 300~400(약 38만~51만원) 수준의 봉급을 줘가며 부려먹는 열정페이가 기본 중의 기본이라 유소년 코칭스태프들이 필수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겸업하게 만들거나 본업을 따로 두는 게 일반적인 이 블랙기업에서 휴가?
그건 그냥 계~속 푹, 영원히 쉬고 싶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 아니면 기업이 봉급을 주기 싫어서 주는 강제 무급휴가거나.
그리고 당연히 사람이란 게 남들은 다 노는데 자기만 회사에 나와 있으면, 돈은 받아야하니 회사에는 나오지만 격렬하게 일을 하기 싫다는 태도를 가지게 되고.
“어 친구들, 오늘자 La Provence 신문에 우리 소식이 떴는데?”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신문도 회사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 무엇보다 재미있어진다.
“그래? 뭔데?”
“나도 좀 보자고.”
“같이 좀 보지.”
***
La Provence (Marseille)
2017. 06. 24
<마르세유는 모나코의 주전 스트라이커 발레르 제르망(Valère Germain)과의 메디컬 테스트를 끝마치고 최종 계약만을 앞두고 있다>
<토뱅의 완전 영입에, 우승 팀의 스트라이커를 뺏어 오며 챔피언스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실행해가고 있는 마르세유의 다음 타겟은?>
***
“흠, 소식 빠르네? 우리 꽤 비밀스럽게 진행했다고 생각했는데.”
“뭐, 우리 지역진데 저 정도 정보력은 있어야지.”
그렇게 쓸데없는 추임새나 넣던 그들은.
“그런데, 우리 올해 몇 위 할 거 같아?”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난 3위 본다. 챔스는 갈 거라고 생각해.”
“아니, 무슨 소리야, 2위는 해야지. 모나코는 선수들 못 지켜. 솔직히 우승도 했으니 이젠 선수들 다 나가려고 할껄.”
“그래, 멘디, 실바, 바카요코 모두 4천만 유로(약 514억원) 이상씩은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고, 음바페는 뭐. 그 셋 합친 것보다 더 받아낼 수 있는 선수니. 당연히 팔껄. 모나코 이제 나락 갈 꺼야.”
직원들은 전부 하나같이 아주 열정적으로 마르세유의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회사에 대한 미래를 활기차게 관심을 가지고 일하다니. 이 얼마나 숭고하고 생산적인 일이란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사원들이 회사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으니 사장님들이 보게 되면 당장 함박웃음과 함께 박수를 치며 표창장을 내리고도 남을 아름다운 장면이 틀림 없었다.
“글쎄, 난 챔스 진출 이번에도 어려워 보이는데? 고미스 거르고 저 친구라니. 이거 맞아? 쟤는 고미스보다 득점력도 훨씬 떨어지는데.”
“그래도 스트라이커 하나 더 찾고 있잖아. 어떻게 되지 않을까?”
“야, 그거 하나 영입한다고 해서 걔가 고미스보다 더 잘한다는 보장이 있겠냐. 안 그래도 지금 주전 센터백도 빵구나서 수비도 영입해야 하는데.”
그렇게 구단의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의식을 한껏 뽐내며 시간을 떼우던 도중.
“음, 저기, 다들 잘들 지냈나?”
갑자기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감독님? 아직 휴가까진 2일 남아 있었는데, 벌써 복귀하신 겁니까?”
“뭐, 해야 일이 많기도 하니, 일단 복귀 자체는 한 거지.”
이어지는 말엔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고 말이다.
그러나
“······”
다들 딱 거기에서 그쳤다. 프랑스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감독 중 하나이자 새로운 구단주가 사정사정해오며 모셔온 상사를 무슨 수로 말리겠는가.
“뭐, 일단 26일 훈련에 바로 복귀할 인원은 확정되었나? 그것부터 알고 싶은데.”
“···여기 있습니다.”
“고맙군.”
그 말과 함께, 26일 훈련 재개에 바로 참가하고자 하는 선수의 명상을 살펴본 가르시아는, 선수단 중 두 명의 이름이 빠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제대로 된 명단이 맞나?”
“예? 예, 그렇습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이렇게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토뱅과 리는 왜 여기에 없지?”
“아, 그 두 선수들은 7월 3일 스위스로 가는 훈련부터 합류하겠다고 하더군요. 그 이전까지는 개인훈련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가르시아 감독은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어차피 스위스로 가기 전에 하는 훈련 일정은 별 거 없다. 그저 비시즌 기간 동안 망가진 선수들의 몸을 다시 원상태로 복구시키는 체력훈련이니까. 하려면 개인훈련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래도 솔직히, 못 미더운 게 사실이다.
‘엄마 나 게임 딱 1시간만 하고 공부할게!’ 하는 아이들치고 정말로 게임 1시간만 하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는 것처럼.
개인훈련한답시고 껍신거리는 선수 중에서 정말로 딱 체지방 9~10%를 유지하는 선수는 없고, 보통 한 체지방률 15% 찍고는 그게 들통나면.
-아, 부상당해 있어서, 체질량 관리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또 다른 핑계를 대기 마련이다.
그리고, 가르시아 감독은 그 꼴을 볼 생각따윈 없었다.
“그 둘. 개인훈련에서 뭐 하는지 보고하라고 하고, 몸무게 매일 적어서 제출하라고 해. 예외 없이.”
이번 시즌 마르세유를 챔피언스 리그로 이끄는 게 목적인 그로서는, 주전 두 명이 망가져 있으면 상당히 골치 아플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예, 토뱅 선수에게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리도 포함시켜야지.”
“아, 리 선수는 이미 매일 몸무게와 체지방률 검사표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가르시아 감독은 살짝 의아함을 느꼈고.
“······? 체지방 몇이었나?”
“10% 였습니다.”
이어진 보고에는 가르시아 감독도 눈을 커다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저런 식으로 귀찮게 계속 보고한다는 건 대충 쉬고 싶어서 핑계대는 개인훈련이 아니라 진짜로 팀 훈련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고 있기에 한다는 말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어떤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지를 말할 수는 있나?”
“예, 영상 몇 개를 보내왔고, 스카우트 팀은 이미 영상을 가져간 상태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
-텅!, 텅-! 텅-!
영상 속에서 선수가 계속 공을 던지는 것을 본 스카우트들은, 다들 입이 쩍 벌어졌다.
“···저거, 손으로 던진 거 맞죠?”
“맞지, 지금 영상으로 보여지고 있잖나.”
“그런데 어떻게 저 속도가 나오는 거죠? 스피드건 오류 뜬 거 아닙니까?”
-58, 63, 59
물론 여기는 프랑스, 미터법의 본고장답게 다들 저 단위를 마일로 착각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놀라운 속도임에는 틀림없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이 축구화를 신고 볼을 강하게 찼을 때 나오는 속도가 6~70km/h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저걸 연습한 지 얼마나 됐다고 했죠?”
“···6일. 6일 만이라고 했다.”
“···허, 고작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저렇게 됐다고?”
그리고, 저게 연습한 지 일주일 만에 찍은 영상이라는 것이 더 놀라웠다. 조금 더 시간을 주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쉬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우리는 지금 로리 델랍을 영입해 버린 건가?”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꽤나 중대사였다.
지금까지 스로인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스토크 시티뿐이었기에, 스로인 전술을 이용하려면 그 때의 스토크 시티와 같은 색깔을 가져가는 것이 옳았는데.
그 때 스토크 시티는 피지컬이 뛰어난, 소위 떡대가 좋은 선수를 전방과 중원에 가득 들어차 있었지만.
현재 마르세유의 공격수들은 지금 영입한 제르망까지 합해도, AC 밀란에서 복귀하는 루카스 오캄포스(Lucas Ocampos)를 제외하고는 전부 170의 단신들만 있었으니 말이다.
“···이거, 영입해야 할 공격수 스타일 중에서 펄스 나인 스타일은 무조건 빼야겠군요.”
“그래야겠지. 저걸 제대로 활용한다면, 꽤나 위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는 건 확실해 보이니.”
물론 팀에 이미 가장 부족한 게 전방에서 버텨줄, 떡대 좋은 최전방 공격수라는 것을 아는 그들은 이미 그런 유형의 선수를 찾고 있었으나.
“지루는 계속 오퍼를 거절하고 있나?”
“예, 구단 협상까지는 마무리되었지만, 본인이 프리미어리그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쯧, 라카제트가 그 쪽으로 가는 게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는데도 그런 태도라니.”
그들의 1순위 매물, 프랑스 국가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 올리비에 지루가 그들의 오퍼를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잇었다.
물론 그들은 바보가 아니었고, 플랜 B, C도 준비되어 있었지만.
“칼리니치(Kalinić)는?”
“본인이 AC 밀란을 계속 강력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젠장. 바스 도스트(Bas Dost)는?”
“···여전히 25m(약 321억원) 이상을 요구합니다.”
“빌어먹을. 그 금액은 안 돼. 아무리 그 친구가 포르투갈 득점왕이라고 해도.”
이들도 역시, 길고 긴 줄다리기 협상을 하거나 놓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상황에서는.
“일단, 5m 이하로 구매할 수 있는 싼 백업 스트라이커라도 빠르게 영입해야겠군.”
“예, 괜찮은 생각 같습니다. 아예 새로운 유형이니, 좀 빠르게 영입해서 팀합을 맞춰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들은 팀의 3순위 스트라이커를 빠르게 영입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 가운데서.
“그러면,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이준혁을 아주 싼 값에 후려친 공로가 인정되면서 약간의 금일봉을 받았던 케빈이 번쩍 손을 들었다.
“말해보게.”
“저렴한 가격에 쓸 만한 최전방 공격수를 원하는 거라면 제가 생각하기에, 미들즈브러에 괜찮은 선수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순간, 모두들 고개를 갸웃했다. 미들즈브러는 EPL의 16-17 강등팀이니만큼 마르세유 쪽에서도 쓸 만한 선수가 튀어나올지 꽤나 예의주시하던 팀 중 하나였지만.
이미 휴가도 반납해가며 눈물을 머금고 훑어봤던 결과는, 그 팀에서 쓸만한 선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네그레도를 말하는 거라면, 그는 별로-”
“아니요, 저는 크리스티안 스투아니(Cristhian Stuani)를 말하는 겁니다.”
“···그 선수는 윙포워드 아닌가?”
“아니요, 그 선수의 최적의 포지션은 센터 포워드입니다. 실제로도 센터 포워드로 뛰었을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요.”
그리고 케빈은, 으레 비추아이를, 이준혁의 영입을 주장했을 때처럼.
“이 친구, 잘만 터지면 최대 리그앙 득점왕입니다.”
강력한 눈빛으로 주장했다.
“···이적료는?”
“미들즈브러에서 그 선수를 영입했을 때 3m(약 38억원)을 썼으니, 한 2m(약 25억원)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좋아. 그 금액이면 실패해도 큰 부담도 없겠군. 실행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