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71)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71화(171/242)
변한 것들 (2)
-투웅-!
후, 자, 하나, 둘, 세엣-!
-휘익-!
-투웅-!
“그만, 수고했다.”
“헉, 헉. 예.”
휴우- 젠장. 겁나 힘드네.
‘5kg 메디슨 볼로 연습하는 건, 확실히 힘들다···’
진짜 한 원래 축구공보다 무게 10배는 되는 볼을 던지는 거라서 그런지, 엄청 무겁게 느껴지네.
“이제는 그래도 제법 자세가 나오는구나. 이제 그럼 마지막이기도 하니. 몇 번은 메디슨 볼로 던지지 말고-”
-퉁, 투둥.
“축구공으로 한 번 골 포스트에 맞춰 봐라.”
“예.”
후우- 자, 어디 배운 대로 해 보자고.
‘먼저, 그립부터 제대로 잡고.’
스로인에 뭔 그립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야구를 배울 때 직구 던지기 위한 손 모양부터 배우고, 농구를 제대로 배울 때는 농구공 잡는 방법부터 배우듯이.
제대로 스로인을 던지려고 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축구공을 손으로 잡는 방법부터 다시 차근차근 교육받아야 했다.
‘뭐 물론 스로인은 야구 변화구처럼 그립이 몇십 개씩 있는 건 아니여서 잡는 방법이 조금 적은 편이긴 하지만···’
야구에서 똑같은 구종을 던져도 사람마다 그림을 다르게 잡고, 농구공도 사람마다 잡는 방법이 제각각이듯이. 축구공 스로인도 그립이 제각각이고 중구난방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축구공 양 옆을 잡고 던지고, 어떤 사람들은 앞으로 던지는 거니까 추진력을 온전히 앞으로만 전달하도록 축구공 뒤쪽에 양 손을 모아서 하기도 하는 등 아주 다양했다.
‘나는 이제까지는 농구에서 농구공 스로인처럼 던졌고 말이지.’
뭐 솔직히 지금까지는 그렇게만 해도 충분했지만. 노성래 감독님은.
-근본적으로 축구공은 야구공처럼 공에 실밥이 있지도 않고, 농구공처럼 우둘투둘하지도 않아. 제대로 던지려면 좀 다르게 잡아야 한다.
라고 하시면서, 새로운 그립을 가르쳐주셨다.
-엄지와 검지로 양 손에 V 표시 만들고, 그걸 이어서 W 표시를 만드는 식으로 잡아라. 이게 기본 자세다.
물론 정확히는 W라기보단 V V느낌으로, 양 손 엄지손가락 사이에 한두마디 정도는 떨어뜨리게 잡는, 좀 떨어진 W였지만. 뭐 그게 중요한가. 대충 알아들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하여튼 이렇게 그립을 잡고 나면, 두 번째 스텝으로 넘어간다.
‘도움닫기.’
이건 내가 옛날에도 몇 번 스로인을 던지면서 자연스레 알게 됐던 거지만, 기본적으로 스로인은 도움닫기가 길면 길수록 더 멀리 던질 수가 있다.
뭐 당연한 게, 사람이 달리면서 공을 던지면 팔 힘만 더해지는 게 아니라 원래 달리는 속도가 그대로 공에 +되어버리는 셈이니까 도움닫기가 길수록 공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창던지기 할때 사람들이 앞으로 달리면서 던지고, 야구에서도 외야수들이 공 던질 때 앞으로 달리면서 던지는 것도 다 그런 이유지.’
뭐, 이걸 매번 형편 좋게 길게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아직은 연습이니, 충분히 길게 가져가 보자. 하나- 두울···’
그리고 던질 때, 허리와 팔을 힘차게 뒤로 젖혔다가.
“세엣-!”
세 발짝을 뛰는 순간, 발을 모아서 앞으로 온 힘을 다해 던지면-
“으라차-차-!”
자, 과연 결과는-?
아니지. 궁금해하면 안 된다. 그보단 빠르게 포지션 잡아야지.
먼저 풀백으로서의 위치해야 할 위치에-
-떠어어엉-!
‘···맞았- 관심 끄자!’
솔직히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하지만.
‘원 위치로, 원 위치로 먼저 돌아가야 한다.’
그래, 그래야만 한다.
축구에서 세트피스, 데드 볼의 종류 중 가장 높게 평가받는 것은 단연코 프리킥이다. 그리고, 가장 낮게 평가받는 것은 스로인이다.
왜 이 차이가 날까? 뭐 프리킥은 종류에 따라 직접적으로 골을 노릴 수도 있고, 스로인은 이렇게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적다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감독님은 이렇게 설명하셨다.
-선수가 축구장 안에 필드 플레이어로서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의 차이다.
그 말을 듣고, 바로 이해가 됐다.
몇 번이고 강조해도 부족하지만, 현대 프로축구의 전술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숫자싸움이다. 선수 두 명이 한 명을 이기고, 선수 세 명이 두 명을 이긴다는 논리.
그런데, 스로인은 그 던지는 사람이 잠시나마 필드 밖으로 나가게 되기에 오히려 던지게 되는 쪽이 10대 11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숫자싸움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져가는 현대 축구에 있어서 굉장히 치명적이다.
– 내가 대학교 친구들한테서 통계를 한번 내 본 적이 있는데, 스로인을 하는 팀이 볼을 그대로 소유하고 있을 확률은 50%에 불과다고 하더구나.
물론 따지고 보면 저 소리는 코너킥도 선수가 필드 바깥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기에 별로라는 소리지만.
글쎄, 상대편 골대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차게 되는 거라서 빼앗기더라도 위험성이 덜한 코너킥과. 우리편 골대와 가까운 곳에서도 몇 번이고 벌어질 수 있는 스로인을 같은 선상에 둘 수 있을까?
그건 절대 아니다.
그러니- 스로인의 완성은.
-짝짝짝.
“좋아, 아주 멋진 스로인, 거기에 던지고 나서 빠르게 포지션으로 복귀하는 것까지 모두 매끄러웠다.”
던지고 나서, 얼마나 빠르게 원래 필드 위에 내가 있어야 할 위치로 돌아갈 수 있느냐다.
“단 2주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제대로 된 롱 스로인이 던져지는구나. 수고 많았다.”
그렇게 박수를 치던 노성래 감독님의 뒤에서 지켜보던 박 감독님은.
“어이가 없구만. 허허.”
헛웃음을 지으셨다.
“이준혁이 자네, 왜 야구 안 했나?”
“···옛날에 야구하다가 머리에 공 맞은 적 있어서 그렇습니다.”
“허어, 그래? 대한민국이 위대한 투수 한 명을 잃었던 건지도 모르겠구만.”
그리고 조 감독님은.
“아뇨, 제가 보기엔 우리나라 배구계가 인재를 잃은 것 같은데요.”
한술 더 뜨셨는데. 나도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지금 내 스로인은.
“어떻게 스로인 비거리가 평균 40m에 속도는 64키로가 나오는 거냐. 이 녀석아. 말이 돼? 너 솔직히 배구하지 그랬냐? 서브 에이스 팡팡 나올 것 같구만.”
“···하하하.”
정말이지, 내가 봐도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이 재능을 이제서야 찾았다는 게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국가대표팀은 신욱이가 다시 신물나게 뽑히겠구나. 하하.”
“···글쎄요, 버텨주는 것만으로 따지면 근오가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요?”
내가 축구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당당하게 세상에서 가장 내가 뛰어날 수도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생겨났다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가슴이 벅찬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박흥서 감독님, 조덕재 감독님, 노성래 감독님···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이 재능을 깨닫지 못했을 거니까.
“아니다. 나는 그냥 성래 소개시켜 준 것밖에 없으니, 하려면 성래한테나 감사인사 하거라.”
“···뭐, 나는 너한테 다른 건 몰라도 스로인에 대해서는 딱히 해준 게 없으니. 할 말도 없구나.”
“하하, 그런 소리 할 필요 없어. 나도 자네 덕분에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몇몇 훈련방식이랑 이론들을 실증할 수 있었으니.”
그리고 이 말들에, 나는 앵무새처럼 나는 한 가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
“···그래서, 그분들에게 선물은 잘 해드리고 온 거냐?”
“예. 일단은 최고급 한우 세트로다가 하나씩 보내 드렸습니다.”
그 말에, 아버지는 조금 의아한 표정이 되셨다.
“나쁠 건 없지만, 왜 굳이 한우 세트를? 이럴 때는 가장 무난한 게 홍삼 세트일 텐데.”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일단 홍삼이 모든 사람들한테 잘 맞는 건 아니라서요.”
홍삼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홍삼은 과학적으로 어떠한 효과를 제대로 입증받은 식품도 아니고, 한의학적으로도 모든 사람한테 좋은 약재는 아니다.
‘당장 나도 한번 선물받은 홍삼을 챙겨먹어 본 적이 있는데. 몸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체력이 더 떨어지는 기분만 들었으니.’
그리고 무엇보다.
“홍삼 사주면, 자기 늙었다고 생각하냐면서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아, 하긴 그렇구나.”
그래, 물론 대부분의 전직 운동선수는 그런 건강기능식품 있다 하면 좋다고 먹는 성격인 경우가 많긴 해도. 그렇게 선물 사주고 욕먹을 수 있는 리스크를 감안하느니 그냥 아무리 봐도 비싸고 맛 좋은 선물인 한우 세트가 가장 무난하다.
“네가 그런 건 나보다 낫구나. 다 컸어.”
“···아닙니다. 아버지.”
“아냐. 진심이다. 그보다 방명록은 다 쓴 게냐?”
“잠시만요, 거의 다 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바스티아전 풀타임까지. 총 6경기, 480분 정도 뛰었네요. 유럽에 가서도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예. 이제 다 썼네요. 빠진 것 없이 다 적었습니다.”
“그래, 엄마도 네 소식을 가장 궁금해하셨을 테니까.”
그렇게, 1년 전보다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방명록을 다 적고난 뒤.
“기일은 어떻게 챙길 생각이냐?”
“글쎄요, 한국 시간에 맞춰서 챙겨드리고 싶은데, 음식이 문제네요. 어머니가 뭘 좋아하실지 모르겠어서요. 프랑스 요리 좋아하시려나?”
“뭐, 네가 생각하기에 맛난 걸로 고르거라. 네 엄마랑 네 입맛이 비슷한 편이었으니.”
제사 문제까지도, 이제는 울거나 언성을 붉히지 않으면서 아버지와 이야기 할 수가 있었다.
“예, 그럼 뭐.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맛난 요리 몇 개 골라다가 지낼게요.”
“그래, 그럼 이제 비행기 타러 가야하는 거냐?”
“예. 여기에서 버스 타고-”
“아니, 차에 타라. 데려다주마.”
“밤 늦었는데요.”
“잔말 말고.”
“···넵.”
그리고 공항까지 태워다주는 자동차 안에서도.
“그 스로인 말이다.”
“예.”
“네가 세계 최고 수준인 거냐?”
“···아마도요.”
“그래, 강자들과의 대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출난 게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 법이지. 잘 됐구나.”
아버지와 나는,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빼먹은 건 없지?”
“없을 겁니다. 아마도요.”
“그래, 혹시라도 빼먹은 물건 있으면 말해라. 빼먹은 게 있으면 내가 이 주소 택배로 보내줄 테니.”
“예, 감사합니다.”
그냥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대화를.
“아버지. 건강하세요.”
“그래, 너도 잘 지내라. 다음 여름에 또 다시 오고.”
헤어질 때 나누는 일상적인 인사를 나눴을 뿐이었다.
“내년 여름에 또 올게요.”
“그래.”
내년에 또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날 것을 알고.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까톡!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공 던질 때 침이나 땀 같은 거 묻혀서 던져보거라.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이제는, 서로의 가장 큰 아픔이었던 것을 정면으로 마주보고도 평범하게 지낼 수 있을만큼 시간이 지났고, 상처가 아물었다는 것이 느껴졌기에.
-예, 참고해볼게요. (:
그것 또한, 정말 큰 기쁨이었다.
-손님 여러분, 파리 드골 공항까지 가는 스타얼라이언스 아시아나항공···
정말, 많은 것을 얻은 한국에서의 나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