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76)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76화(176/242)
Néanmoins (2)
-딸그락.
“[잘 먹었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잘 먹었어요.]”
후- 진짜 잘 먹었다. 프랑스의 고급 레스토랑은 다르구나.
“[여기 얼마에요?]”
가격만 괜찮으면 여기 종종 스트레스 풀 겸 먹으러 올 것 같은데? 맛이 진짜 끝내준다.
“[글쎄, 자릿세가 400유로라는 건 기억 나는데, 음식 가격은 기억 안 나.]”
···음, 자릿세가 50만원이 넘는다.. 라. 하하, 다시는 오지 말고, 할 말이나 하자.
“[저기 파예-]”
-부우우웅.
“[아, 잠시만. 뤼디빈한테서 전화 왔네. 먼저 해도 될까?]”
“[네, 통화 먼저 하세요.]”
그래, 마누라 전화는 받아야지.
“[뤼디빈? 그래, 호텔에 잘 들어갔어? 응, 응, 그래···]”
···? 잠만, 웬 호텔이야.
‘파예 집 있을텐데?’
파예가 이번 해에 주장이 되면서, 한번 1군 선수단을 모은다고 집에 몇몇 선수들을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본 집은 어디다 두고 호텔에 아내를 데려다놔?
“[···그래, 당분간은 거기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 나도 동료랑 이야기 끝내고 나면 바로 갈께. 미안, 사랑해.]”
-탁.
“[파예, 뭔 일 있어요?]”
“[아, 별 일은 아니고 그냥 집에 도둑이 들어서. 당분간 호텔에서 지내기로 했어.]”
“······”
어, 어, 어라. 뭐야, 시발.
“[집에 도둑 들었어요?]”
내 기억으로, 파예 집은 심지어 CCTV까지 있는 대저택이다. 그런데도 도둑이 들었다고? 아니. 대저택이니까 도둑이 든 건가?
“[뭐 어떻게 털린 거예요?]”
뭐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유리창 깨고 작정하고 털었나? 아님 뭐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것처럼 굉장히 신묘한 방식으로-
“[아니, 확인해 보니 그냥 내가 문을 안 잠궜다고 하더라.]”
“······”
음,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사람이 어떻게 완벽 초인이야.
볼 잘 차고 축구 잘하면 그만이지. 안 그래?
“[···나도 내가 한심하다는 거 아니깐 그런 눈으로 보지 말지?]”
“[···에이 뭔 말이에요, 주장. 전혀 그런 생각 없어요.]”
난 진짜 표정 숨기는 법을 좀 배워야겠다.
‘···그럼 오늘따라 표정 안 좋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지, 집안에 도둑이 들었는데 어떻게 표정이 정상이겠는가. 이건 솔직히 누구도 멘탈 제대로 유지 못한다.
“[손해 얼마나 봤어요?]”
“[좀 봤지? 그래도 녀석들이 양심이 있었는지 귀금속만 훔쳐갔어. 한 11만 정도?]”
와, 11만 유로면··· 한 1억 4천은 되잖아? 내 반년치 연봉이네. 진짜 멘탈 제대로 터지겠-
“[뭐,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야, 다친 사람 없고, 크게 손해보진 않아서.]”
···아 맞다. 저 인간은 주급이 11만이지? 그럼 잃어버리면 화나고 기운 없긴 하겠지만 월급 한 450만원 받는 사람이 100만원 잃어버린 거네, 별로 기운 안 빠질-
‘···아닌가? 빠지나? 빠질 것 같은데?’
돈 많이 버는 직장인이라고 해도 하루아침에 100만원 도둑질당하면 멘탈 바스라질 것 같긴 한데···
에라이, 몰겠다.
“[그래서 오늘 그렇게 지친 표정이었던 거에요?]”
“[어? 하하, 그래, 그것도 있지. 하지만 괜찮아. 이건 연례행사니까 말이야.]”
네?
“[그게 연례행사에요?]”
“[꽤 흔하지, 당장 내 기억으로 1군 선수단에서 매년 두 번 정도는 도둑 사건이 터졌으니까.]”
“······”
이런 시발. 뭐야 이거. 매년 1군에 축구선수가 30~40명 정도 왔다갔다하는데 그 중 2명이 도둑질당한다고?
‘···이거 다른 말로 하면 같은 교실 친구들 중에서 세네명씩은 집안이 털린다는 거잖아.’
하, 이거, 마르세유가 치안이 안 좋다는 게 이렇게 또 팍 느껴지는구나. 가끔씩은 진짜 이 도시가 무섭다. 무서워.
“[하여튼, 정말로 걱정 안 해도 돼. 별 일 없어.]”
저기요, 주장님?
“[···그런 것치곤 너무 표정이 어두우시던데요.]”
“[응? 하하, 티 났어? 그래, 역시 티가 나는구나?]”
당연하죠 시발. 그렇게 부정적인 오오라 뿜고 있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눈치챈다. 뭣보다 ‘그것도 있다.’고 말하는 건 다른 이유도 있다는 소리잖아.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 보나마나-
“[뭐, 별 건 아냐. 그냥, 올해도 우승은 글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역시나네.
그 말과 함께, 파예는 쭉 와인을 들이키더니, 조금은 엉뚱해 보이는 소리를 했다.
“[있잖아. 리. 넌 이 구단을 어떻게 생각해?]”
“[어···좋은 구단이죠?]”
가끔씩 도시가 살짝 거지같은 느낌도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구단은 정말 좋은 구단이다.
‘당장 저번 프리시즌 때 스포르팅하고 경기하는 게 우리 홈 구장에서 하는 것도 아니였는데 사람들 무지 찾아와줬잖아.’
같은 프랑스 지역 내라곤 해도, 여기랑 거기 경기하는 곳 거리가 서울에서 부산보다 먼데도 와줬다.
무려 ‘프리시즌’ 경기를 말이다.
이렇게 열정적인 팬도 많고, 성적 낼 의지도 구단주 바뀌고 나서부턴 나름 뚜렷해 보이는 이런 구단이 좋은 구단이 아니면 어디가 좋은 구단이겠는가.
“[그래, 그래서 난 여기가 내 커리어의 마지막이 되길 원했어.]”
“······?”
그런 것치곤 여기에서 웨스트햄으로 이적하지 않았- 아. 원하는 이적이 아니었던 건가?
“[그래서 다시 돌아오라고 하는 제안을 받았을 때 주급이 좀 깎이긴 했어도 별로 고민하지도 않았어, 여기가 그리웠으니까.]”
···음, 와, 음. 저건 좀 대단하다. 연봉을 줄이면서 왔던 거야? 저 나이에? 이적하기 전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베스트 11까지 찍어놓고?
-쪼로록.
“[그래서-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이 좀 그렇게 느껴지네. ]”
“······”
그 말에 나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EPL이란 팀에서 베스트 11을 먹을 정도로 잘 하는 선수이자.
현재 부상만 없다면, 무조건 프랑스 국가대표팀에 불려갈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가.
“[우리의 우승컵이 올해도 멀어 보인다는 사실들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서 말이야.]”
저렇게나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모습은 처음 봤으니까.
“[···올해 못 하면, 내년 노리면 되죠.]”
“[내년? 내년이라··· 글쎄, 리 저 녀석들이 내년이면 더 약해질까?]”
···음, 이건 할 말이 없네. 그래, 돈의 차이가 있는 만큼, 앞으로 더 강함의 차이는 점점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지 않나요.]”
“[하하, 리, 너는 어리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
순간적으로 내가 뭐가 어리냐는 말을 하려다가 참았다.
저 선수도 어느덧.
“[내 나이는 벌써 30이야, 올해까진 몰라도, 내년부턴 슬슬 내가 기량이 떨어질 거야.]”
노장의 반열에 들어가는.
슬슬,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선수였으니까.
“[그래서인지··· 요즘 좀 집중이 안 되네.. 하하.]”
저런 감정을 이해 못 할 건 아니였다.
다만. 조금은.
“[그래도 파예, 당신이 이러면 안 되죠.]”
“[···응?]”
말하고 싶었다.
“[당신은 주장이잖아요. 당신이 그렇게 기운빠져 있으면, 훈련장도 그렇고 절대로 좋은 분위기가 안 나온다고요]”
우리 팀 사람들이 전부 다 저 사람의 몸짓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받아질 수밖에 없고, 팀 분위기는 모두 저 사람을 따라가게 된단 말이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프리시즌에서 좋았던 모습은-]”
아, 신기루를 뭐라고 하지?
“[몽땅 사라져 버린다고요.]”
젠장, 좀 멋있게 말하고 싶은데, 프랑스어 압박이 이렇게 찾아오네. 쉽게, 쉽게 말하자.
“[그러니까. 힘 내 주세요. 주장. 올해 우리가 우승컵 들기 조금 힘들어진 건 사실이예요.]”
겁나게 힘들겠지. 아마 리그는··· 솔직히 절대로 못 먹을 거다. 전력 차가 워낙 크니까.
“[그래도 뭐, 컵 대회 한두 개 정도는 운빨 터지면 저희가 먹을 수도 있잖아요. 저희가 그 정도도 안 돼요?]”
물론 거기에서도 파리가 우리보다 더 강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축구라는 구기종목 중에서 가장 운빨좆망겜의 요소가 큰 스포츠에다. 토너먼트라는 대회의 특성이 겹쳐지면.
우리가 먹을 수도 있다. 충분히. 충분히 가능하다.
막말로 아무리 강팀이라고 해도 약팀한테 운빨로 한 골 넣고 영혼을 갈아넣은 두 줄 수비축구로 겁나게 버텨가지고 무승부 당하거나 패배하는 일은, 굉장히 흔하게 일어나니 말이다. 한 네 경기당 한 번 꼴로?
그리고 설령.
“[뭐 그리고 만약에 우승을 못 하게 된다고 해도, 그게 뭐가 문제죠?]”
세상엔 수많은 축구 클럽이 있고. 이 프랑스의 20개 클럽 중 우승이라는 영광을 얻을 수 있는 팀은, 단 한 팀 뿐이다.
그런데, 우리 솔직해지자.
그럼 남은 19개의 팀들은 모두, 실패한 시즌인가?
단언컨데, 아니다.
“[우리가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그치고, 2등 하면 뭐 실패한 시즌이에요?]”
아니다, 이 팀은, 정말 오랫동안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조차 실패해오면서, 계속 목말라왔다. 그 정도만으로도 다들 성공한 시즌이라고 할걸. 마르세유의 부활이라며 말이지.
그리고 만약에, 만약에···
“[그리고 뭐, 저기 파리가 너무 강해서 힘들다고 하면···]”
파리 놈들이 너무 강하다면. 그렇다면.
“[유로파 리그 우승을 노리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래, 아예 유럽 대항전 우승을 노려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솔직히, 4대 빅 리그에서의 우승과 유로파 우승을 비교하라고 한다면 유로파 우승이 더 값어치가 떨어지겠지만.
이 루키 리그의 끝이자 빅 리그의 시작점인 리그앙 우승컵과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비교하면, 솔직히 비등비등하지 않나?
“[그러니까, 개막전도 이틀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주저앉아서 우울해 있지 말자고요. 팬들이 자동차 불태우는 모습 보고 싶어요?]”
그렇게 내가 내 속에 있는 말을 전부 퍼붓자.
“[···하하, 너, 프랑스에서 유럽 대항전 컵 들어올린 게 벌써 30년은 되어간다는 걸 알고 하는 소리야?]”
파예는, 조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솔직히 어이가 없겠지, 유로파 우승도 쉬운 게 아니다. 당장 작년에 약해졌다곤 해도 맨유가, 그 맨유가 유로파 우승을 위해 전력으로 달려들지 않았는가.
그런 걸 보면 유로파 우승을 노린다고 해도, 파리만큼의 강팀을 한 번 정도는 꺾어야 한다.
근데.
“[그렇게 걱정한다고, 뭐 되는 일은 없어요. 파예.]”
그렇게 계속 걱정만 하면, 저 놈들이 우리를 봐주거나, 안 만날 수 있나? 전혀 아니지.
아무리 걱정한다고 해도, 결국 저놈들이랑 싸워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어차피 저 놈들이 뭐 하는 놈들이건 간에, 어떤 강팀이건 간에 결국 만나게 됐으면 저희에게 필요한 건 딱 하나잖아요.]”
바로-
“[니들이 강하건 말건 일단 닥치고 이기겠다는 생각.]”
“[······]”
“[아녜요?]”
푸하하-
“[하하, 리, 아주 그냥, 말은 달변이구나. 그냥 니가 주장 하지 그래?]”
“[에이, 말이 되는 소릴 해요, 제가 주장 달아봤자 제 말 듣겠어요? 당신이 말해야 듣죠.]”
뭐, 이번 시즌에 스로인으로 한 10어시스트 정도 하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 뭔 말하려고 하는지는 알겠다. 내가 너무 지레 겁먹었네. 결국 우리가 해야할 일은 변하지 않는데.]”
-척.
“[그래, 말해줘서 고맙다. 이번 시즌, 최대한 발버둥쳐 보자고.]”
“[옙, 잘 부탁합니다.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