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77)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77화(177/242)
Néanmoins (3)
2017년 08월 06일
<콘도그비아, 영입 난항···>
쯥, 이 친구 영입 취소되려나.
‘하긴, 뭐 올해 이미 돈을 쓸 만큼 쓰긴 했으니까. 영입에 대해 까다로울 수밖에 없겠지.’
올해 마르세유는 리그 내에서 더 지출이 많은 팀이 파리, 릴 두 팀밖에 없을 정도로, 이미 돈을 많이 썼다.
그리고- 리그 우승이 힘든 한, 이렇게 지출을 아끼는 게 현명한 길이었고.
‘뭐, 나이도 어리니 구단주가 나중에 마음 바꾸고 영입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보는 게 맞겠지.’
하, 좀 아쉽-
아냐. 모든 게 잘 될 수는 없지.
그래, 지금 우리 팀엔 저런 선수 한 명 오는 것보단.
-삐이익-!
“[자, 얘들아, 이제 다시 세션 시작할 시간이다! 모두 일어나라!]”
““···Oui!(예!)””
지금과 같은, 그래도 힘을 조금이라도 내 보자는 분위기를 미력하게나마 올리는 게 훨씬 중요하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축구도 어느 정도는 멘탈 싸움이고, 특히나 이런 팀 게임일수록 멘탈은 더 빛을 발하는 편이니까.
그리고 지난 며칠간, PSG에서 벌어진 네이마르의 영입 등등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우리에겐 그게 더더욱 중요했고.
-짝짝.
“[자, 자, 다들 힘내자! 경기 전 마지막 훈련이니까. 조금만 좀 더 큰 목소리로, 조금만 더 집중해서 하자고!]”
“Oui, Capitaine!(예, 주장!)”
어제부터 파예가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함으로서, 조금이나마 다시 분위기가 끌어올려지고 있었다.
-[여기-! 공 좀 더 필요합니다!]
-[미니게임 진행하려면, 골대 간격 좀 더 좁혀야죠, 조금만 더 앞으로 당깁시다.]
정말 사소한 대화지만, 이런 꼭 필요한 대화도 하지 않던 때에 비하면 정말로 좋아졌다.
-삐이익!
“[리, 스투아니, 제르망, 오캄포스, 토뱅, 파예는 이 쪽으로 모여라! 마지막으로 스로인 세션 점검이다!]”
“Oui!”
.
.
.
.
.
.
-삐이익-!
“[훈련 종료! 훈련 종료다!]”
오··· 벌써 저녁 5시야?
“[경기 4시간 전이니, 다들 준비된 식사를 섭취하도록!]”
“Oui!”
그 말과 함께, 선수들은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거나, 구단에서 차려준 식사를 먹으러 이동했다.
개막전 경기가 9시에 있는 만큼, 다들 살짝 일찍 저녁을 섭취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야 언제나 그렇듯, 당연히 구단에서 준비한 식사를 먹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아, 리, 자네 식사 시간이 보통 몇 분 걸리나?]”
갑자기, 코칭스태프가 나에게 한 번도 묻지 않던 것을 질문해왔다.
“[···어, 보통 30분 정도입니다.]”
“[그건 자네가 식사하고 나서 양치와 같은 세면활동을 다 끝낸 상태의 말인가?]”
“[그럼 10분 추가죠.]”
근데 갑지기 이건 왜 물어보는 거지.
“[좋아, 프랑스어 실력도 나름 꽤나 좋아졌고. 시간도 충분하니··· 자네, 식사 후에 인터뷰 한 번 해 볼 생각 있나?]”
···뭐라고?
“[La Provence 쪽에서, 경기 전에 자네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말이 나왔거든, 물론 거절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아니, [하겠습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 La Provence 소속의 기자 프리데릭 임호프입니다.]”
“[안녕하세요. 리입니다.]”
음, 음, 제대로 발음한 거 맞나? 맞겠지?
“[휘유- 프랑스어 꽤나 잘 하시는군요? 고작 반 년밖에 안 됐다고 했는데, 아주 능숙하시네요?]”
휴,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 말을 듣자, 비로소 조금 안심할 수 있었고.
“HaHa, A Rome, fais comme les Romains.”
(하하,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죠.)
자연스레, 말도 조금이나마 편하게 나왔다.
“[아직 틀릴 때가 많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우, 훌륭하군요. 벌써부터 당신이 마음에 드는걸요? 좋습니다. 음료수, 아주 비싼 놈으로 주문하시죠. 그 정도 예의는 있어야겠군요.]”
“[감사합니다.]”
프랑스어를 죽어라고 배운 보람이 있구나. 다행이다.
‘그건 그렇고, 라 프로방스 쪽에서 날 찾아오다니, 좀 뜻밖이네.’
라 프로방스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지역신문 같은, 그러니까 번역하자면 경상신문, 전라신문 뭐 이런 느낌의 신문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그렇다고 우리나라 종이신문처럼 생각하면 안 되는 게, 종이신문과 지역신문이 거의 다 죽어가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아직 프랑스는 종이신문의 파워가 꽤나 강하고.
덕분에 이적설이라던지 선수 부상같은 것을 가장 먼저 보도하는 곳이 바로 이 지역신문이기에, 파워가 상당히 강한 신문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인데···
‘여기에서 나를 인터뷰하려고 찾아오다니.’
···뭐, 이유야 뻔하지만.
“[먼저, 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리 선수, 지난 프리시즌에서 리 선수는 정말 특이한 공격을 보여주셨습니다. 아시죠?]”
역시나다.
“[예, 스로인이죠.]”
그래, 내가 기삿거리가 될 만한 거라면, 이것뿐이지.
“[예, 그렇습니다. 리 선수는 이번 프리시즌에서 스로인만으로 총 4어시스트라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그 중 두 개는 정말 아깝게 어시스트로 이어지지 못해서, 사실상 6어시스트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죠.]”
오, 그런 말도 나왔어?
‘흠, 최근 들어서 마르세유 팬사이트에서 내 언급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이건 좀 띄워주려고 하는 으레 하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마르세유의 팬들은 리 선수를 보고, 로리 델랍의 재림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하하, 그렇게 봐주신다니 감사할 뿐입니다.]”
그렇게 무난한 반응만을 보여준 후에.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더군요, 도대체 어떤 매력적인 훈련을 했기에, 단 2주만에 그런 무시무시한 스로인을 장착해 오신 겁니까?]”
나는 이 질문을, 어떻게 프랑스어로 답변할지를 머리속으로 열심히 쥐어짜냈다.
‘으··· 어떻게 말하는 게 좋으려나? 길게 설명하기엔 내 프랑스어가 좀 저렴한데. 가장 간단히 말 할 수 있는 방법이···’
아. 그래.
“[음- 클레르퐁텐은 아시죠?]”
“[하하, 이 프랑스에서 축구 인터뷰를 하는 기자가 그걸 모를 수 있을까요?]”
Clariefontaine.
프랑스가 자랑하고 최초로 세웠다고 볼 수 있는. 유소년 선수들과 지도자 코스를 밟는 코칭스태프들을 위한 강습, 세미나가 이루어지는- 세계 최고, 최초로 세워진 축구를 배우고 싶은 자들을 위한 아카데미.
“[대한민국에 거길 본딴 시설이 있습니다. 파주 NFC라고, 그곳에 있던 분들이 저에게 스로인을 던지길 권해주셨는데 그게 저한테 아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그 말을 들은 기자는.
“[오, 그거 아주 멋지군요!]”
굉장히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 멀리 아시아에서 온 선수가, 갑자기 신기한 스로인을 던져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왔더니 프랑스어도 잘 할 줄 알고, 그 스로인을 배운 곳이 프랑스에게서 영향을 받은 시설에서 배웠다?
마치,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 호주나 대만 선수가 우리나라 야구 팀에서 성장하더니 ‘한국 야구 최고입니다.’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촥 펼쳐주는 느낌일 거다. 호의를 가질 수밖에 없겠지.
‘그 어느 나라던 간에, 자기 나라 칭찬하는 외국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야.’
뭐, 우리나라 파주 NFC가 클레르퐁텐 본땄다는 건 틀린 말도 아니고. 그러니 거짓말은 아니잖아?
“[하하,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리 선수는···]”
그리고 이렇게말한 덕에, 이렇게 서로 웃으면서 인터뷰하니까 얼마나 보기 좋은가. 이것이야말로 상생 관계, 아니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것 아닐까?
덕분에 가끔씩 말문이 막혀도.
“[아, 그러니까··· 으으.]”
“[하하, 힘드시면 영어로 하시죠.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이렇게 서로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지 않은가.
토탈리 퍼펙트, 아니 토탈리멍 파흐페. 아주 만족스러워.
그렇게 몇 개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터뷰를 나눈 끝에.
“[아,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군요.]”
이 인터뷰의 끝이 다가왔다.
“[하하,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쉬운 것으로 해 주시죠.]”
“[아, 당연하죠, 쉬운 질문입니다. 이번 시즌, 마르세유의 자리는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나는 웃음지으며 답했다.
“[음, 그건-]”
-*-*-*-
“[자, 그럼 다들 모였나?]”
“···Oui(예!)”
우리들의 대답에 가르시아 감독은 무뚝뚝한 얼굴로 우리들을 훑어보았다.
“[좋아, 전술은 어제 미리 예고한 대로다. 언제나 그랬듯 4-3-3으로 갈 거고, 여유가 있다면 플랜 B를 실험해 볼 생각이다. 질문 더 있나?]”
당연히 여기까지 와서 질문을 할 멍청이는 없었고.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모두 경기에 나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럼, 나가기 전에 여러분들에게 잠시 이야기를 하나 해보도록 하지.}”
“······?”
가르시아 감독은, 갑자기 뜬금없이 우리들에게 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다들 들을 수 있도록 영어로.
“{어떤 팀이 하나 있었다. 그 팀은 굉장히 강했고, 충분히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이었지.}”
그 말에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그리고, 성공할 뻔했다. 리그 38경기에서, 26번의 승리, 7번의 무승부, 5번의 패배를 거두며 85점이라는 승점을 거머쥐었으니, 평소라면 우승하기에 정말 충분한 승점이었지.}”
너무나도 구체적인 사례에 조금 움찔했고.
“{그런데, 라이벌 팀이 더 강했다. 2년 전엔 무패 우승을 해낸 팀이 더 강해지면서 서른 세 번씩 승리하고 무승부도 세 번씩 기록하면서 역대 최다 승점인 102점을 기록했거든.}”
여기에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눈치 챘다. 승점 100점이 넘을 정도로 리그를 지배했던 팀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저 라이벌 팀의 이름은 세리에의 제왕 유벤투스였고.
“{그래서, 다들 절망했다. 그들은 저 팀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며,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는 패배감에 시달렸고-}”
“{-덕분에 다음 시즌 전력이 더 좋아졌는데도 그 팀은 오히려 더 낮은 승점인 70점만을 따냈다. 다들 어차피 안 된다며 포기해 버렸던 거지. 다들 이 팀의 이름이 뭔지 알겠나?}”
저기에 맞선, 그 팀은, 가르시아 감독이 지도했었던.
“{몇몇은 눈치챘겠지만 그 팀의 이름은 AS 로마다. 내가 지도했던 팀이지.}”
토티, 데 로시, 제코, 라멜라 등등이 있었는데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정말이지 우승을 하기에 단 한 발짝만이 부족했던 팀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지난 며칠간 고민이었다. 패배감에 휩싸여 있을 자네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다. 이걸 해결 못한다면 자네들은 올해 우승은커녕, 챔피언스 리그 진출조차 힘들 게 뻔했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가르시아 감독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그런데, 뜻밖의 모습을 보았다. 어제와 오늘 자네들은 스스로 그 패배감을 떨쳐내는 분위기더군.}”
파예를 바라봤고.
“{무슨 일이 있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나를 지긋이 노려봤다.
“{기뻐해도 좋다. 너희들의 멘탈은, 역사에 남을 선수들인 토티와 데 로시가 있던 그 로마보다 더 뛰어나다는 거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해주지.}”
그 순간 나는 분명히 온 몸에 전율이 돋는 것을 느꼈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저 비언어적 의사표현을 못 알아들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저 감독은, 지금 무려 나와 토티를 비교해준 거였다. 멘탈적인 측면뿐이긴 하지만 로마의 역사에 남을 그 선수와 나를.
그리고 내 주변의 선수들 역시 상당수가 표정에 웃음기가 나타났다.
물론 남과의 비교란 굉장히 어린애 같은 짓이지만. 그래도 세리에에서 유일하게 유벤투스의 대항마로 꼽히던 그 로마보다 우리가 낫다는 말은.
“{지금 저 목소리가 들리나? 오늘 5만 5천 명이 찾아왔다고 한다. 만석이 아니라는 건 살짝 아쉽지만. 그래도 충분히 많지.}”
굉장한 칭찬이었으니까.
“{뭐, 오늘 우리가 당장 저 들에게 우승을 약속할 수는 없을 거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우리가 PSG에 비해 약하다는 것은 담백한 사실이니.}”
우리는, 약하지 않다는.
“{다만, 확실한 것은- 지는 날이, 오늘은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한다. 다들 알아들었는가?}”
“Oui. Entraîneur!(예, 감독님!)”
그러니, 어찌 그런 말을 듣고도 물러서겠는가.
“{그럼, 나가라. 나가서 오늘의 승리를 가져와라.}”
“Oui. Entraîne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