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79)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79화(179/242)
Conte de fées (1)
-[예, 이제 기사 내려갔습니다. 슬슬 잠잠해질 겁니다.]
휴.
-톡톡.
-[예, 예, 그럼,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휴우- 기사 드디어 내려갔네.”
저번 개막전 승리 후 La Provence가 <[독점] 마르세유의 리에 대하여>, 로 나에 대한 기사를 올렸지만.
그 기사는 묻혀버리고 별 이름없는 언론사가
<프랑스의 축구는 위대하다! 마르세유의 Lee, 강력한 스로인의 비결에 EPL 쪽이 아닌 프랑스 협회가 도움을 줬다고 말해.>
이렇게 제목을 지은, 언론사도 안 나온 찌라시 기사가 오히려 훨씬 더 이슈를 타 버렸다.
‘참 웃기는 일이네, 기사를 또 인용해서 기사의 기사를 만들었는데 그게 원본보다 훨씬 유명해지다니.’
뭐, 왜 그러는지 이해는 한다··· 이해는.
애초에 저렇게 어느 언론사가 썼는지도 나오지 않는 인터넷 기사 따위는 제목이라도 저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이슈가 되기 힘든 게 사실이니.
근데 시발. 이건 좀 그렇잖아. 내가 듣기로 프랑스 영국 관계가 우리나라랑 일본 관계랑 비슷하다고 알고 있는데. 아마 이걸 우리나라 식으로 표현하자면
<열도가 깜짝 놀라고 경악한 우리나라 OO의 위대한 시설.> 이런 거일 텐데, 저런 걸 클릭할 리가··· 있겠구나?
‘음, 하하. 이해되네. 이해돼.’
나 같아도 궁금해서 한두 번은 클릭해볼 것 같다. 저거 잘만 이용하면 돈 좀 벌겠네?
‘뭐, 그나마 다행인 건··· 저런 자극적인 제목을 뽑은 것 치고는 조회수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거라고 해야 하나?’
왜냐고?
<개막전에 출전하지 않은 음바페, 이적 확실시된다.>
<음바페 영입전에서 아스날은 손을 뗐다.>
<레알, 파리 2파전··· 음바페의 최종 행선지는 어디로?>
<2차전부터 출격한다고 하는 네이마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온통 개막전에 나오지 않으면서 이적이 확실시되어가는 음바페 소식에다가 +α로 이제 2차전부터 출격할 네이마르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주 그냥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기삿거리가 엄청 남아있는데 왜 굳이 내 이야기를 사람들이 보려고 하겠나.
게다가.
<개막을 앞둔 EPL, 시즌 전 전문가들의 예상>
<무리뉴 3년 차를 앞둔 맨유, 과연 이번엔 비껴갈까?>
.
.
.
<아르센 벵거의 아스날은 부활할 수 있을까?>
“EPL 기사가 오히려 더 많네···”
기사 수만 보면, 오히려 자국 리그보다 옆 나라 EPL이 오히려 더 인기가 많다.
‘덕분에 내 뉴스가 묻혀서 좋긴 한데···’
왜 이렇게까지 EPL 뉴스가 많은 거지?
EPL 한번 가본 선수는 알려나?
-*-*-*-
“[그래서, 그게 궁금하다고?]”
“[예, 주장. 잠들기 전에 좀 말해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파예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냐? 저기 저 대선배님 놔두고.]”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저 선배님이 나보다 훨-씬 더 잘 알 텐데?]”
에브라가 있었다.
“[저 선배님이, 너희나라 예능에도 몇 번 나가고, 많이 놀러가서 너한테 가장 잘 설명해줄 텐데?]”
그래, 에브라라면 아주 잘 설명할 수 있겠지. 저 사람은 한국도 프랑스도 영국도 잘 알 테니.
그렇지만, 한 가지 아주 커다란 단점이 있잖아.
“[···포지션 경쟁자한테 물어보긴 좀 그렇죠.]”
솔직히, 저 인간은 나랑 레프트백이라는 한정된 자리를 두고 다투는 선수 아닌가. 뭔가를 물어보기엔 좀 그렇다.
물론 상무에 있을 때는 포지션 경쟁자인 포진이 형님이랑 친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그건 거기가 군대라는 점이랑 그 형 원래 포지션이 라이트백이란 게 겹쳐서 그럴 수 있었던 거였고.
당장 서울에 있을 때는 원래 내가 오기 전에 레프트백이던 고광민 선수랑 거의 대화 못 할 정도로 어색하게 지냈다.
’물론 작년에는 몇 마디씩 하긴 했지만···’
그건 내가 누가 봐도 후보였으니 그랬던 거였고, 이번 시즌은 내가 스로인 덕택에 주전으로 올라와 버리니까 서로 한마디도 못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에브라한테 물어본다?
음, 솔직히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뭐, 그렇긴 하네. 음···그럼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너 옛날에 유명했던 프랑스 선수 누구누구 알아?]”
프랑스 선수? 음- 당장 떠오르는 선수 중에선.
“[지단, 앙리, 플라티니··· 정도죠? 더 깊게 가면 칸토나, 비에이라, 마케렐레 정도까지 있고요.]”
뭐 더 댈 수도 있겠지만. 바로 당장 떠오르는 선수 정도라면 이 정도다.
“[그래, 그리고 그 선수들이 전성기를 어디서 보냈어?]”
“[레알, 유벤투스, 아스날, 첼시, 맨유··· 아!]”
···아. 알겠다.
“[이해가 빨라서 좋네. 그래, 프랑스의 위대한 선수들은, 거의 다 프랑스 바깥에서 자신들의 전성기를 뽐냈거든.]”
야, 생각해 보니 진짜 그렇네.
프랑스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두 선수. 플라티니와 지단은 유벤투스에서 최고 전성기를 보냈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앙리 같은 선수들도 프랑스에서 쌓은 게 아니고 전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커리어를 쌓았고.
“[그래서 프랑스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팀을 꼽으라면 유벤투스나 레알이라고 보면 돼.]”
자국에서 가장 축구 잘하는 선수가 해외에서 뛰었으니, 자국 선수들이 자연스레 외국에서 뛰는 선수 따라서 팀을 응원한다-라.
이해됐다. 그러니까 저걸 알아듣기 쉽게 해석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팬이 많은 팀이 맨유인 거랑 똑같은 거네. 크크.
‘진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간에 참 비슷한가 보다.’
비행기 타고 12시간 넘게 날아와야 하는 곳도 이렇게 똑같구나.
“[이해했어요. 그럼 지금은 EPL이 인기 많은 이유는요?]”
“[아스날 덕분이 좀 크지. 우리나라 감독이 한 수 위라고 생각되는 EPL에서 우리나라 선수 데리고 성적 냈었으니.]”
음- 어디 보자. 리그앙이랑 EPL 관계를 우리나라랑 비교하려면··· 그래, 일본 야구랑 우리나라 야구 정도로 비교하면 알맞겠네. 실력 격차도 그렇고.
그렇게 생각해보면 저건 우리나라 야구 감독이 일본으로 넘어가더니 한국 선수 대량으로 데려가서 막 최다승률 우승같은 거 몇 번씩 하면서 기록을 세운 거라고 보면 비슷하려나?
···음, 생각만 했는데도 짜릿하다. 안 좋아할 수가 없겠네.
“[그래서 파리가 그렇게 네이마르 영입한 거에 열광하는 건가요?]”
“[그래, 여기 리그앙은 굳이 따지자면 스타를 배출하는 곳이지 데려오는 곳이 아니었는데. 엄청난 스타가 온 거니까.]”
이건 우리나라로 따지면··· 그나마 비슷한 비유가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한 이치로를 데려오거나 한 거라고 보면 되고?
‘히야, 이렇게 생각해보니 프랑스 언론사들이 이해 가네, 이해 가. 괜히 네이마르랑 EPL에 이렇게 열광하는 게 아니였구나?’
그리고 왜 저렇게 음바페를 파리가 붙잡으려고 하는지도 알겠다. 현역 선수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리베리, 벤제마, 포그바, 그리즈만 등등 국가대표 선수 모두 다 바깥에서 뛰고 은퇴할 분위기-
-는 아니구나?
“[···리, 갑자기 왜 날 그렇게 빤히 쳐다봐?]”
여기 바로 내 앞에 EPL에서 기껏 그 레알에서 뛰었고 아스날의 에이스인 외질만큼이나,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도 딱 1년 반만 뛰고 돌아온 선수가 있으니.
그저, 이 팀에 우승컵을 되찾아주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아니, 그냥 신기해서요. 우리나라랑 똑같아서.]”
“[그래? 너희도 이래?]”
“[예엡, EPL에 환장하거든요. 옛날엔 맨유, 지금은 토트넘에.]”
“[···하하하-! 지구 반대편도 똑같구나.]”
새삼, 파예가 어떤 생각으로 이 팀에 온 건지를 조금이나마 더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난 잠 좀 잔다?]”
“[예엡.]”
저 주장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동화를 자신의 손으로 일궈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남들이 하지 않던 행동을 택한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뭐, 솔직히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심되지만.’
일단 그런 말을 할 자격이라도 생기려면.
<낭트의 라니에리, 마르세유에 대해 충분한 준비 마쳤다. 자신 있어.>
21세기 최고의 동화를 쓴 저 남자에게 당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
21세기 축구계에서 가장 예상 외의 팀이 우승한 경우를 꼽으라면, 모두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할 것이다.
EPL 2015/2016 시즌, 리그 우승을 이루어낸 레스터 시티라고.
전 시즌 14위에 그친 팀이 단 한 시즌만에 우승팀으로 바뀌어버리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솔직히 만화나 소설로 이런 이야기 쓰면, 개연성 없다고 욕 엄청나게 먹으면서 연재 중단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동화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왜 그럴 수 있었는가’를 사람들은 찾는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따져보니 은골로 캉테, 제이미 바디, 마레즈, 드링크워터 등등의 우수한 선수들이 있었다는 것도 있지만, 그 무엇보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Claudio Ranieri)
2015/16 레스터 시티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기적을 쓴 남자. 이 남자의 공이 가장 컸다고 대부분 말한다.
비록 그 다음 시즌엔 경질로 끝나며 잔혹동화가 되어 버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구단에 우승이라는 역사를 남긴 그 남자는 지금.
[상송, 로페즈, 패스하면서 앞으로-!]-뻥.
[아, 발로투레가 바로 달라붙으며 패스워크를 끊어냅니다!] [확실히, 낭트가 수비가 정말 좋아졌습니다! 작년에 비해 미드필더의 수비 조직력이 비교도 안 되게 좋아졌군요.]상대 팀의 감독으로서, 우리 앞에 서 있었다.
***
[seconde mi-temps 10]Nantes 0 : 0 Marseille
[Buts]Nantes : (rien)
Marseille : (rien)
***
[역시 라니에리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두 줄 수비를 저렇게까지 숙련시키다니요. 4-4-2 마스터답습니다.]하하. 젠장.
‘진짜 대단하네. 대단해.’
세계에서 현대적인 4-4-2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남자는 디에고 시메오네일 거다. 그야 이걸 만들어낸 사람이니 최고로 잘 아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두 번째로 잘 아는 남자는 단연코 저 남자일 거다.
[그렇죠, 시메오네와 함게 4-4-2로 맡은 팀을 우승시킨 감독 유이한 감독이니까요.]그것도 전력상 밑바닥이었던 레스터를 맡으며 우승까지 해냈으니 더더욱.
[낭트가 리그앙 감독 2위에 달할 정도로 비싼 연봉을 치러가며 데려온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네요.] [그렇죠, 개막전에 4골을 터트린 마르세유의 창이 전혀 힘을 못 쓰고 있어요.]젠장. 어설프게 수비한 디종은 그래도 우리가 알아서 파낼 틈이 보였는데, 쟤넨 전혀 안 보이네.
‘역시 원조는 다르다는 건가?’
지금까지 봐 왔던 얼치기 4-4-2와는 비교가 안 되는 난이도다. 후반전인데도 아직 마땅히 뚫을 곳이 안 보이네.
‘그럼 뭐··· 세트피스 써야지.’
이번에야말로 쓸 때구나.
-삐이익-!
[밖으로 걷어냅니다. 마르세유의 스로인- 어? 리가 오른쪽으로 갑니다!] [오, 보여주는 건가요? 정말로?]롱 스로인.
드디어, 리그전에서 제대로 된 스로인을 보여줄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