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80)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80화(180/242)
Conte de fées (2)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강력하고 단단한 수비를 자랑하는 두 줄 수비 전술이 나타난 현대 축구에서 이 수비 전술을 파훼할 수 있는 열쇠는 세트피스라고.
[리, 던집니다아-!] [스투아니, 높게 점프!]그렇지만 순수하게 통계적으로 따졌을 때, 세트피스는 주된 득점원이 될 수 있는 녀석은 아니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세트피스란.
[헤딩-!] [아, 그러나 수비수가 박스 밖으로 걷어냅니다!]굉장히 성공 확률이 낮은 득점 방식이기 때문이다. 코너킥이 골로 이어질 확률은 평균적으로 약 3%로 낮다.
물론, 이건 코너킥이기에 그러는 거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렇다면.
[하지만 저 자리에 이미 구스타보가 있군요! 이러면 다시 마르세유의 공격인데- 론지에, 경합!]-삐이익!
[아, 론지에의 파울이 선언됩니다. 심판이 주의를 주는군요.] [그와 동시에 마르세유의 직접 프리킥이 선언됩니다!]가장 직접적으로 득점을 노리는 세트피스, 그러니까 가만히 놓여있는 공을 때려서 골을 노리는 직접 프리킥(direct free kick)은 득점확률이 몇 퍼센트일까?
[플로리안 토뱅이 준비합니다. 토뱅, 슈웃-!]여러 말이 있지만.
[아, 아쉽게도 골대를 넘겨 버리는군요! 낭트의 골킥입니다!]대부분 평균적으로 약 6% 남짓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직접 프리킥 찬스는 보통 한 경기에 세네번 밖에 안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코너킥에 비해 특별히 더 위험하다거나 한 것도 아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직접 프리킥을 전담하여 한 시즌에 세 골만 넣어도 일류 프리키커라고.
실제로도 세계 최고의 프리키커라고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호날두가 지난 3번의 시즌동안 8골밖에 못 넣었음에도, 사람들은 호날두를 계속 일류 프리키커라고 하고.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레알 마드리드가 굳이 프리키커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정도면 일류를 자처하기에 그리 큰 흠결이 아니라는 거다.
그럼에도 전현직 감독들이, 더 나아가. 축구계의 사람들이라면
-삐이익-!
[아, 또 리의 스로인입니다!] [이거, 긴장해야겠는데요 낭트? 마르세유가 리의 스로인을 필두로 계속 세트피스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모두 최근 들어서 계속 세트피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왜일까?
도대체 왜 이 축구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페널티킥까지 포함해야 전체 득점의 5분의 1에서 4분의 1을 겨우 왔다갔다하는 세트피스 득점 방식에 이렇게 집착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이유는 세트피스가 미리 계획할 수 있다는 것, 그것 단 하나다.
축구에서 수많은 선수들과 감독들은 이야기한다. 좋은 수비수란 무엇일까?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복과 숙달을 통해 기계처럼 딱딱 정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수비할지를 아는 선수가 좋은 수비수다.
그렇다. 우리는 좋은 수비나 수비수를 표현할 때 ‘기계적으로’ 움직이거나 ‘철벽’ 같다는 등의 살짝 단단하고 무생물에 가까운 이미지에 빗대어 칭찬한다.
그럼 여기에서 고개를 공격진으로 돌려보자. 공격 측면에서 좋은 패스를 뿌려주는 선수들은 어떤식으로 칭찬하는가?
음악가, 지휘자, 아름답다. 화려하다··· 이런 식으로 예술가나 창작자에게 붙일법한 추상적인 표현들로 칭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딱 봐도 뭔가 칭찬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차이난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다들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거다.
축구에서의 공격 작업은 예술을 평가하고 예상하기가 매우 힘들듯이, 예측하고 정량화하기가 정말로 힘들다는 것을.
쉽게 말하자면 수비는 학문이고, 기계다.
한번 A라는 것을 이용해 B라는 결괏값을 만들었으면, 일반적으로 다음에도 A를 통해 B라는 결괏값이 나오니 어느 정도의 예측이 가능하단 소리다.
반면에, 공격은 예술이자 창작에 가깝다.
한번 α라는 것을 이용해 β라는 값이 나왔으면, 다음에 α을 넣었을 때 β가 나올 수도 있지만 Γ, δ, 등등 다른 결괏값도 우수수 튀어나온다.
당연히 예측이 힘들어진다.
그리고 이건 팀을 운영해야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 이건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같은 행동을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시즌 중반에 짤린 감독을 대신하여 새로이 부임하게 되는 감독들 십중팔구는 공격보다는 수비를 강조하고 또 강조하면서 팀에 조직적인 수비전술을 쌓는 데 훨씬 집중한다.
그게 조직에게, 팀에게 훨씬 더 예측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니까.
하지만 결국 축구란 높이 2.44.m이자 폭이 7.32m인 저 골대라는 곳에 공을 넣어야 이길 수 있는, 쉽게 말해서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
당연히- 수비만으로는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없고, 공격도 수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축구 공격을 예측 가능한 범위로 끌어올리는 데, 그러니까 ‘학문화’ 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예술이 비록 아직도 평가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옛날에 비해서는 훨씬 더 계산이란 게 가능해지고 정량화되어 학문에 가까워진 것처럼.
축구에서의 공격이 그러지 못할 것은 무엇이냐는 말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그 정량화의 첫 번째 대상으로 꼽힌 것이 바로 이 세트피스, 혹은 세트 플레이다.
왜 그럴까? 일반적인 오픈 플레이 상황이 훨씬 더 많은 득점기회를 창출해내는데?
일단 가장 큰 장점은, 필드 플레이가 재개되는 시점을 우리가 가지게 된다는 거다. 그 말은?
“[4번! 4번! 다들 제대로 서!]”
우리가 원하는 구도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작할 수 있다. 이 말인즉슨 우리가 훈련에서 연습하고 준비하면서 성공했던 상황을 그대로 경기에 이식 가능하다는 거다.
[리- 던졌습니다아-! 과연 이번엔!]그리고 그 말은.
[아! 아쉽게도, 이번엔 공을 건드리지 못하는 스투아니!] [낭트의 카를루스가 건드린 볼은, 골대 뒤로 넘어갑니다. 마르세유의 코너킥!]비록 실패했다고 할지라도.
“{스투아니, 훈련 때보다 좀 높았어?}”
“{아니, 안 높아, 저 쪽 수비수, 잘 달라붙었다.}”
그 실패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알기에.
“{좋아, 다음엔 저 수비수한테서 떨어지려고 해봐.}”
“{계속 따라붙으면?}”
“{그 때는 너 말고 오캄포스한테 줄게, 오캄포스, 준비 됐지?}”
“{오케이. 맡겨 둬.}”
다음 성공을 위해 우리가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기 위한 수정을 가할 수 있다.
그래, 일반적인 축구에서의 공격과 달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통용된다.
미리 계획서를 짜둘 수 있고, 그를 통해 다음으로 나갈 수 있다.
즉, 골이란 결과값에 점점 가까워질 수 있다.
물론 세상에 계획서를 잘 지켜내는 사람이 극히 드물듯이.
[리, 다시 한 번 스로인-!] [아, 그러나 이번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리의 스로인이 너무 높았어요!]계획대로 진행하려고 해도 수많은 오류가 생긴다.
왜 한자어를 거의 안 쓰는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도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사자성어는 어린애들이 잘 알고 있겠는가.
[이제 추가시간입니다! 추가시간은 3분!] [낭트가 마르세유를 상대로 승점을 가져가기 일보 직전입니다!]세상은, 인생은, 그리고 축구는 계획을 짠다고 해서 모두 계획처럼 되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미안! 미안하다!}”
“[괜찮아! 아직 안 끝났어! 그대로 가자! 가! 계속 공격 가자고!]”
모두들 그 지켜지지 않을 계획을 계속 짜낸다.
망가질 계획이라고 해도, 짜는 것이 안 짜는 것보다는 몇 배나 더 낫다는 것을 아니까.
그러니 계속 시도하는 거다.
물론 한 번으로는, 당연히 실패한다. 그러니 두 번 한다.
두 번을 시도해도 실패할 확률은 여전히 높지만, 한 번보단 높아진다.
그리고 두 번으로 안 되면, 세 번, 네 번. 여러 번 한다.
다른 팀들이라면 이렇게 여러번은 못 하겠지만.
“(그래! 풀 죽어있지 마! 스로인 기회는 얼마든지 생기잖아!)”
내가 있다.
-삐이익!
[마르세유의 스로인입니다! 그리고 또 세트피스 상황 만들 수 있는 위치네요.] [낭트는 정말 이제 지긋지긋할 겁니다! 막아도 막아도 계속 달려드네요!] [동감합니다. 진짜 몇 번이나 세트피스 상황을 만들어내는 거죠?]내 롱 스로인을 통해, 세트피스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남들보다 세 배씩 늘려준다.
남들이 한 번 던질때, 세 번, 네 번 시도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니. 두들긴다.
[그래도 시간상 이것만 버티면 낭트는 무승부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마르세유의 마지막 공격 기회! 리, 스로인-!]두들기고 또 두들길 수 있도록 만들어라.
[카를루스가 먼저 볼을 건드립니다!]비록 나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런데 오캄포스가 쳐낸 그 자리에!]모두가 한 마음으로 두들긴다면.
[골! 골! 고오오오올-! 루이스 오캄포스, 추가시간 골입니다!] [라니에리의 방패는, 마지막 3분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90분의 혈투를 결정지은 승자. 루이스 오캄포스입니다!]열릴 것이다.
***
[jeu terminé]Nantes 0 : 1 Marseille
[Buts]Nantes : (rien)
Marseille : Ocampos(90+2)
***
와아. 이겼다.
“(후우- 이겼네.)”
“[으하하하, 이겼다. 이겼어···]”
진땀 승부였다. 진짜.
이런 승부를 할 때마다 가장 아름다운 승리가 1대 0의 승리라고 하는 놈들을 참 이해할 수가 없다. 젠장.
축구 하는 입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승리는 그냥 가능한 한 많은 골 차이로 이기는 승리다. 한 5대 0, 6대 0. 이렇게 이기면 얼마나 마음이 편한가. 보는 관중도 시원하니 좋고, 우리도 즐겁고.
‘후아- 지친다. 그래도 나름 할 일은 다 했네. 다음 앙제전은 나 아마 교체 선수겠지?’
물론, 이 스로인까지 합치면 내가 계속 뛰는 게 맞겠지만.
홈 경기에다가, 앙제라는 하위권 팀이니까 에브라를 출전시킬 게 뻔하다.
사람들이 솔직히 요즘 좀 못한다고 소문나기 시작한 이영표랑, 좀 잘한다고 슬슬 소문나는 베트남 선수 응우옌 둘 중에서 누굴 보러 경기장에 찾아오겠냐?
당연히 이영표지. 시발.
게다가 솔직히 성적에만 신경쓰는 감독이라고 해도 에브라가 꾸준히 경기감각을 유지하도록 몇 경기는 뛰게 만들 거다.
‘내가 몸에 잔부상이 없는 타입이라곤 하지만. 시즌 40경기 이상 뛰어본 경험은 없으니까.’
몇 번씩 밤을 새워본 사람들은 밤새도 할 일을 어느정도 할 줄 알지만, 한 번도 밤 안 세워본 사람이 대비 하나도 안 하고 처음으로 밤 새고 나면 헤롱헤롱하지 않던가.
나에겐 시즌 40경기 이상이 그렇다. 한 번도 안 가본 영역이기에 대비하고 또 대비해야만 폼이 수직낙하 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그러니 몸을 아낄 수 있을 때 아껴야지.’
올해 이 레프트백 자리는, 내 꺼라는 걸 이번 두 경기에서 그 누구보다 잘 보여줬으니 말이다.
“[리! 같이 마사지나 받으러 가자.]”
“[그래. 같이 가자.]”
그러니 내가 가장 주의해야 할 건 이 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거다. 특히나 앙제와의 3라운드 경기 다음에.
***
27.08.17 (4 ère journée)
AS Monaco vs Olympique de Marseille.
***
우리는 리그 앙 디펜딩 챔피언을 만나러 가야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