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82)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82화(182/242)
Conte de fées (4)
“···정말인가요?”
“···아마도, 그렇게 봐야 합니다.”
하.
“···구단의 저에 대한 방침이 그냥 계약기간 끝날 때까지 부려먹다가 FA로 풀 예정이다- 라. 하.”
솔직히,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렇습니다.”
그는 가차 없이 담담하게 그 말이 사실이라는 소리를 나에게 전달해줬다.
“재계약 테이블이 계속해서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아서 모나코가 찔러보도록 유도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구단이 저희에게 개인협상을 허락하지 않은 것을 보면 확실합니다.”
하. 개새끼들, 머리 잘 쓰네.
‘···하긴 그래도 계약서상 큰 문제 없지? 날 다음 시즌까지만 써먹고 버릴 생각이라면.’
내가 유럽에 올 때 쓴 계약상, 그렇게 해도 전혀 문제 없다.
‘···그 때 계약기간을 더 짧게 했어야 했던 걸까?’
그렇게 잠깐 유럽에 올 때 썼던 계약서에 대해 고민했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냐, 2년 6개월이면, 딱 적당한 계약기간이었어, 그 이하로 계약기간을 잡으면 날 데려가겠다는 구단이 단 한 팀도 없었을 거야.’
계약기간이 거의 무조건 준수되기에 항상 계약 만료 직전에야 새로운 계약을 준비하는 타 스포츠와는 다르게, 유럽에서 뛰는 축구선수들은 계약기간 2년 이하로 남으면 슬슬 움직여야 한다.
왜냐하면, 축구는 선수들간의 이적이 그 어느 스포츠보다 활성화되어 있어 계약 기간 안에 이적한 다음 이적료를 지급하는 일이 굉장히 빈번하고.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보스만 룰이라고 해서 소속팀과의 계약기간이 6개월이 남았을 때부터 자유롭게 다른 팀과 가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이가 있어 구단에서 먼저 단년계약을 제시하는 게 아닌 이상에야 선수가 2년 이하로 계약하려고 든다면.
-음, 나는 너랑 길게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여기에서 한 시즌만 뛰다가 너희한테 이적료 한 푼도 안 주고 FA로 연봉 두둑하게 받으면서 나갈 거야.
라는 소리나 다름없기에, 계약 자체가 성립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내가 만일 계약기간을 2년 6개월 이하로 잡았다? 실적도 없는 선수가 그딴 짓거리를 했다가는 애초에 유럽에 오지 못할 확률이 엄청나게 높았고.
만에 하나 계약을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미 구단에 이런 이미지가 박혀 버렸을 거다.
-나이도 있는데, 실력도 검증 안된 선수고, 어차피 나갈 선수.
그렇게 될 경우, 입사해놓고 1년만에 다른 곳으로 이직하겠다는 소리를 빈번하게 하는 사람에게 회사가 중요한 일을 맡기거나 크게 대우해줄 이유가 없는 것처럼.
나를 영입한 구단도 그냥 나를 1년간 부상선수가 있을 때 한두번 써보는 용도로 끝냈을 거다.
1년만에 다른 팀으로 가겠다는 늬양스를 팍팍 드러내면서 이적료도 땡전 한 푼 주지 않을 거라는 태도를 보이는 선수에게 구단이 기회를 줘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그걸 생각하면, 내 계약기간은 이게 최선이었다.
“···이거, 미리 바이아웃을 넣어서 해결했어야 했던 걸까요?”
차라리 조금 연봉을 낮추더라도, 한 2~3m짜리 바이아웃을 넣어서 저 쪽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하는 걸까?
“아뇨, 그건 아닙니다. 애초에 리그앙은 바이아웃 제도가 불법입니다.”
“···예? 진짜요?”
그건 또 뭐야, 아예 바이아웃 제도가 불법이라고?
“예, 프랑스 축구협회 조항에 딱 적혀있습니다. 클럽의 지도자들은 계약에 있어서 바이아웃 조항을 넣을 수 없다고요.”
“······”
참 이런 걸 볼 때마다 ‘유럽축구’ 라고 같은 범주에 넣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느끼게 된다. 법이 나라나 협회별로 아주 지멋대로여.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설령 바이아웃을 넣었다고 해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바이아웃은 구단이 무시하려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습니다.”
“예?”
바이아웃은 내가 알기로는 선수에 대해 일정금액 이상의 오퍼를 받으면 소속 구단의 허가 필요없이 바로 개인협상만 완료하면 이적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서 이적료 = 위약금이라면, 바이아웃은 ‘사전에 미리 정해둔 위약금’이라는 거다. 난 이렇게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였어?
“믿기 힘드시다는 눈치시군요? 이해합니다. 암묵적으로 대부분은 지켜지니까요.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습니다. 가브리엘 에인세라는 선수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어···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박지성 선수의 맨유 초창기 시절 풀백이랑 센터백 번갈아 뛰었던 선수입니다.”
“···아! 아, 기억 났습니다. 한 2년 지나서는 레알 갔던 선수 맞죠?”
그래, 기억났다. 남아공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그것도 레프트백으로 뛰었던 선수잖아.
“예, 그런데 사실 그 선수는 원래 리버풀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리버풀이 바이아웃 금액을 제시했고, 선수도 리버풀을 원했거든요.”
“···네?”
이건 뭐야. 그랬는데 어떻게 레알로 갔···다는 건?
“맨유가 바이아웃을 무시했다는 건가요?”
“정확합니다. 라이벌 팀에 팔 수는 없다며, 레알로 보냈죠.”
“······”
그 말은 명확했다.
“이런 식으로 스페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축구구단에서 보통 바이아웃은 명문화되지 않은 비공개 사항이기에 구단이 베짱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법정싸움 가면 일단 선수 손해고, 가더라도 보통은 구단이 이기거든요.”
바이아웃도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스페인은 왜 예외인가요?”
어차피 스페인은 난 외국인 제도때문에 가는 게 불가능하겠지만, 이유나 들어보자.
“거기는 의무적으로 바이아웃을 넣도록 되어있어서요. 명문화가 되어있기에 원 소속팀이 아무리 거부해도 선수가 바이아웃 금액을 내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습니다.”
아, 이거 뭔지 알겠다.
“네이마르가 그 케이스인가요?”
“그렇습니다.”
허 참.
‘괜히 유망주들이 스페인을 선호하는 게 아닌가보네···’
그러나.
“그렇지만, 스페인도 결국 완전한 자유는 아닙니다. 바이아웃 금액에 상한선이 없으니, 막 10억 유로를 바이아웃으로 걸어도 되거든요.”
“···그걸 선수가 받아들여요?”
에이전트님의 이어지는 말은.
“받아들여야죠, 그러지 않으면 애초에 영입을 안 시켜주는데요? 당장 호날두가 그 정도 바이아웃이고, 네이마르도 올해가 지나면 2억 5천만 유로로 또 바이아웃이 오르도록 계약이 되어있었습니다.”
스페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줬고.
그 말까지 들으니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결국, 모두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거군요?”
“뭐, 그렇습니다. 아무리 엘리트 선수라고 할지라도 선수는 구단이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로’ 구단을 마음대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가장 큰 저항이 태업 정도에요.”
정말 새삼스러운 생각이긴 하지만,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축구 구단이란 존재는, 절대로 선수에게 있어 천사같은 존재가 아니라 약점을 하나라도 더 잡으려고 드는···
“그 때 했던 계약은, 저희 입장에선 가장 최선의 계약이었습니다.”
“···그렇군요.”
양아치요, 블랙기업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앞에선 그저 바람 앞의 촛불에 불과했다. 엘리트 선수라면 태업해도 데려갈 곳이 많다지만, 그들조차 좋지 않은 꼬리표가 붙어다니며 가격이 후려쳐질 염려가 생기는데.
고작 6개월 남짓 실적을 쌓은 내가 태업을 하거나 하는 순간엔, 그냥 바로 자리가 사라지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럼, 제가 여기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사실 선택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 말과 함께, 에이전트는 안경을 고쳐쓰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첫 번째로, 계약을 준수한 후 FA로 구단을 나간다. 사실 이게 유럽에서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밟는 일반적인 길이죠.”
“물론 이 경우로 갈 경우 29세에 FA 계약을 맺기에 3년 이상의 장기계약은 바라기 힘들지만, 만일 이준혁 선수가 이 페이스를 유지하신다는 가정하에 FA로 나가면··· 잠시만요.”
-타닥, 탁.
“예, 3년 연봉 총액 60에서 70억원짜리 계약 정도를 맺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어?
“생각보단 나쁘지 않군요?”
“그렇죠, 이게 FA의 힘입니다. 그냥 2년 동안 커리어를 쌓으신다고 생각하고 그 후에 리그앙 아무 팀에나 가도 이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그 정도면 금액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나라 A급 야구 선수가 벌어들이는 금액은 된다는 소리니까.
하지만-
“하지만, 이건 장기 계약을 원했던 이준혁 선수의 성격상 바라시지 않겠죠?”
“···예. 그렇습니다.”
내가 근 2년간 운 좋게 성공이라는 선택지만을 밟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한 번 부상이라도 심하게 당하면 바로 나가리될 위태로운 성공이였다.
만일 내가 도중에 6개월짜리 부상이라도 한 번 당하면, 오히려 이 계약에 감사했어야 할 정도로.
그렇기에, 장기 계약을 원했던 거였다.
이제는 슬슬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기 위하여.
그런데 이렇게 될 경우엔 앞으로도 2년은 부상이 없길 기도하고 불안해하며 살아야 한다. 이 개태클이 난무하는 리그앙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결국 저희에게 남은 방도는 하나뿐이죠. 두 번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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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에브라. 오랜만일세. 요즘 잘 지내고 있나?}”
“{예예, 물론이죠,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토뱅 자네도 오랜만이러군. 돌아온 마르세유에 불편한 건 없나?}”
“{걱정해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그리고-}”
-두 번째는, 구단이 계약 연장을 했을 때가 더 이득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겁니다.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군, 리 선수? 맞나?}”
“[예, 반갑습니다. 구단주님.]”
“{···어허? 이런, 영어보다 프랑스어가 더 익숙한 건가?}”
“{···아, 죄송합니다. 선수들하고 대화할 때 거의 프랑스어만 쓰다보니 저도 모르게.}”
-지금 마르세유는 이준혁 선수가 필요없어서 재계약 제안을 거둔 게 아닙니다. 이준혁 선수가 애매하게 성공해버려서 비슷한 선수를 지금 데려오려면 돈이 꽤 드니까 내린 판단이에요.
“{호오? 그건 좀 흥미롭군, 자네 온 지 한 반 년 정도밖에 안 지났을 텐데, 그 사이에 배운 것치곤 훌륭한데?}”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하하.}”
-그러니, 결국 재계약시 주급을 올리더라도 계약기간을 늘리면 나중에 이적료나, 그 이상으로 팀의 성적에 확연하게 이득이라는 확신을 줄 수만 있다면.
“{구단주님, 이제 올라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그럼 좋은 경기 기대하겠네!}”
-너무나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자자, 이제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들 상대편 정보에 대해 숙지하도록! 자르딤 감독의 특성상, 측면을 이용한다. 그러니 우리는 중앙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도록 해야 하는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
그래.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할 일, 해야할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측면은 수비가 중요하다. 그러니 수비수들은 다시 한 번 상대팀 윙어와 풀백의 정보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도록!]”
“Oui.”
상대 팀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수집하고.
내가 그 상대방에게 통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생각해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축구를 하면 되는 거였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다였다.
“[선수들 이제 슬슬 입장, 입장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좋아, 가 보자!]”
“[그래, 가 보자! 개막 4연승 가 보자고!]”
그래, 나의 최선이 어디까지인지.
한번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