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83)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83화(183/242)
Conte de fées (5)
스포츠 구단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쥔 사람은 누구일까?
3초 안에 대답하세요.
1, 2, 3
갑자기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이렇게 묻는다면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팀의 슈퍼스타나 감독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단장을 말하거나 회장을 말할수도 있다.
그러나, 10초 이상의 넉넉한 시간을 주고 스포츠를 좀 아는 사람에게 묻는다면 대부분이 모두 입을 모아 한 사람을 외칠 것이다. 구단주라고.
당연한 게, 회사 안에서 권력이 가장 강해봤자 회사 자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권력에 비할 수 있겠는가? 구단 자체가 자신의 것인 구단주 입장에선 모두 다 자기 부하요 월급쟁이일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3초 안에 대답하라고 하면 구단주보단 감독이나 단장을 꼽는 이유는, 대부분의 구단주들은 감독이나 단장, 선수들에 비해 구단 운영의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적자가 일상인 스포츠 구단을 키우고 지원해줄 돈을 벌기 위해서는 발에 땀 나도록 뛰어다녀야 하니까.
그리고 마르세유의 구단주, 프랭크 맥코트는 그 대다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돈이 없는 구단주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기름부자까진 아니였으니 어느 정도는 일을 해야 했던 거였다.
그래서 이번 시즌 들어서 처음으로 마르세유의 경기를 보게 되었던 구단주는 이 경기를 보고.
-[고오오오올-! 모나코의 세 번째 득점은 콜롬비아의 스트라이커, 라다멜 팔카오의 두 번째 골입니다!]
짤막하게 한 마디만을 내뱉었다.
“엉망이군. 전반전에만 3대 0이라니.”
***
[première mi-temps 35]Monaco 3 : 0 Marseille
[Buts]Monaco : Glik(2), Falcao(20, 34)
Marseille : (rien)
***
그랬다. 하필이면 구단주가 찾아왔을 때 마르세유의 저점이 제대로 터져버렸던 거였다.
“···하, 하하, 매번 이렇지는 않습니다. 원래 이 경기 전까진 전승이었습니다.”
덕분에 구단주를 모시고 온 회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해야 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질 일은 아니었습니다. 운이 나쁘게도 부상도 좀 겹쳤고-”
“알고는 있네.”
물론 구단주도 바보가 아니다.
이 팀이 이 경기 전까진 좋은 경기력으로 리그를 이겨나가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고, 축구에서 패배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당연히 알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이란 그저 팀의 팬이라고 해도 팀이 자신의 눈앞에서 패배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는데.
자신의 쌈짓돈을 털어 비싼 선수들을 영입한 구단주가 이렇게 팀이 대패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그것도, 전반전에만 3대 0 으로 끌려가고 있다면?
“······”
솔직히, 구단주 입장에서 화가 안 나는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래서 회장도 그 이상으로 뭔가를 더 이야기하진 못하고,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젠장, 하필이면 구단주님이 보러 오신 경기에서 이렇게 크게 점수차가 나다니, 운도 참 없군.’
원래 이 경기가 적당히 팽팽한 경기였으면, 회장은 구단주에게 콩도그비아를 영입하기 위한 추가적인 자금 수혈을 부탁할 생각이었다.
본래는 가지고 있던 여유자금인 17m 유로로 그를 영입할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발렌시아가 임대 후 완전영입 시 25m 유로라는 꽤나 큰 제안을 들고 오면서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는 바로 이적료 주고 영입하는 거라 좀 더 적은 금액에 영입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2천만 유로는 들고가야 경쟁이 가능한데.’
그런데 지금 보아하니, 추가 영입 자금같은 걸 요구했다가는 자신의 모가지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쯧, 어쩔 수 없군, 콩도그비아는 놓친다고 봐야 하겠어. 이젠 정말 잉여 선수 처분에나 집중해야겠군.’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 같은 경우는 특수한 경우였고, 언제나 사람은 자기의 자리를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물론 갑자기 이 경기가 뒤집히거나 해서 구단주의 기분이 좋아진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리가 없지.’
가르시아 감독은 시즌 내내 A플랜을 주구장창 돌리는 감독이니만큼, 경기 시작 전의 플랜은 잘 짜는 편이지만 전술이 파훼당했을 때의 대처는 꽤나 느린 감독이다.
그런 감독이 초장부터 한참 박살나고 있는데 어떻게 역전을 바라겠는가.
‘팽팽한 경기라면 몰라도 이렇게 되어 있으면 답이 없다, 최소한 추가 골이라도 덜 먹히길.’
-*-*-*-
“···실수했군.”
이번 모나코 원정이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 들어서 비록 모나코가 수비진에서는 왼쪽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가 팔리고. 공격진에서는 오른쪽 윙어에 스트라이커가 나가면서 옛날에 선수들을 무제한으로 팔아치우던 마르세유만큼이나 큰 전력 약화가 있었지만.
마르세유와는 달리 모나코는 작년 승점 92점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었고, 그 선수들을 대체할 선수들을 비싼 돈을 주고 사들인 결과.
이번 시즌에도 개막 3연승을 달리며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전반에만 세 골을 먹힌 것은 그 누가 뭐래도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 맞았다.
‘왼쪽이 이렇게나 무너지니 답이 없군. 파예도, 은지도, 오캄포스도 빠진 게 클 거라곤 생각했지만··· .’
왼쪽 윙어를 봐줄 수 있는 친구들이 전멸했기에 결국 수비적인 5-4-1이라는 궁여지책을 꺼내들어서, 최대한 중원의 주도권만 내주지 않는 선에서 플레이하고 공격은 오른쪽의 역습에 맡기는 형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 했건만.
[이야, 역시 자르딤 감독입니다. 마르세유가 그야말로 모든 점에서 밀리고 있군요.] [예, 현재 마르세유가 공격의 주도권을 포기했다는 점을 아주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모나코 쪽이 그걸 파악하고 라인을 굉장히 위까지 끌어 올리면서 클래식한 4-4-2를 상대로도 단 하나도 전술적인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다.
‘측면은 몰라도, 중원까지 이렇게 장악당했다면, 전술적으로 완전히 실패군.’
이렇게 된 이상, 깔끔하게 백기를 들어 올려야 할 듯했다.
어차피 토너먼트 컵 대회도 아니고, 리그다. 그 중에서도 리그 초반이다.
1패? 당연히 할 수 있는 거고, 한다고 해서 뭔가 큰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란 거다.
‘그 1패가 챔피언스 리그 티켓 경쟁자인 모나코에게 돌아간다는 건 조금 신경쓰이긴 하지만···’
얼마든지 질 수 있는 일이고, 질 만한 팀에게 지는 거 아닌가.
‘다만 너무 큰 패배를 하면 사기에 좋지 않으니 선수들이 충격을 잘 추스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신인 선수들을 실험할 장으로 삼아야겠군.’
그렇게 지금 후보 선수들 중 유망한 선수들 위주로 후반에 집어넣을 각오를 하던 가운데.
-와아아-!
“···응?”
그동안의 함성과는 살짝, 작고 이질적인 함성이 들려왔다.
-*-*-*-
전술이 읽히면서 팀이 무너지고 있는 순간에 한 선수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극히 적다.
당연한 것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할 수 있는 한 시즌에 60골씩 처박던 전성기의 메시조차 뮌헨에게 바르샤가 탈탈 4대 0으로 털리고 있던 상황에서 크게 힘을 못 쓰고 있지 않았나.
전술이 읽히고, 시스템이 망가지고, 플랜이 망가져 있으면.
[아, 로니 로페스, 오늘 정말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측면을 혼자서 다 부수고 있을 지경이군요!]당연히 계속해서 위기가 찾아온다. 아니 찾아올 수밖에 없다. 우리 팀 선수들 대부분은 그저 이 경기장의 시계가 빨리 돌아가기만을 바라고 있지만.
[아, 로페즈, 후보찬을 뚫고 땅볼 크로스-!]이기고 있는 쪽은 신나서 축구하고 있으니까.
즐기는 자를 그만두고 싶어하는 자가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촤아악.
[아, 리가 패스를 밖으로 걷어냅니다. 모나코의 코너킥.]그래도.
“정신 차려-! 후보찬. 놓쳤다가 나중에 슬라이딩 태클로 카드 내줄 생각하지 말고, 차라리 처음부터 쫀득쫀득하게 마크해!”
아무리 어설프고, 엉망이고, 불리한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한 경기를 이렇게 버릴 마음은 절대 없었다.
이 경기 전에 이미 결심하지 않았던가.
“다들 정신 차려요! 아직 경기 안 끝났어! 후반전 남았다고! 후반전 역전 위해선 득점은 몰라도 추가 실점은 막아야 할 거 아냐!”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겠다고.
“홀란두! 목소리 높여줘요! 수비진이 왜 다들 말 없이 쥐 죽은 듯이 있어! 다들 입 열자! 입 열자고! 떠들어! 떠들면서 세트피스 대비하자고!”
물론 이 경기는 이미 반쯤 맛이 간 경기다. 5백을 쓴다는 건 수비를 중심으로 하겠다는 소린데 초반부터 실점하면서 그 플랜이 완전히 망가진 경기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봤자 내 노력이 전혀 보답받지 못할 경기가 될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다들! 평소처럼, 평소처럼 시끄럽게 말하자고!”
그래서 어쩌라고?
“카벨라,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믿을 건 순간적인 역습밖에 없으니까. 너는 올라가 있다가 내가 나중에 한국말로 “뛰어!” 라고 말하면 뛰어.”
“알겠어. 리.”
상황이 아무리 거지같아도 항상 발버둥치고, 발버둥치고. 또 발버둥치는 사람.
원래부터 그게 나란 사람이였고. 난 그 발버둥을 성공시켜가며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까.
-삐이익-!
[모나코, 코너킥 찼습니다!]“저기! 저기 바카요코한테 간다! 마크!”
“홀란두! 뒤에 팔카오!”
-뻐엉.
[마르세유, 아슬아슬했지만 홀란두가 걷어냅니다!] [세르티치가 공을 잡습니다!]누군가가 나에게 왜 그렇게까지 발버둥치느냐고 말한다면.
“세르티치이-!”
-뻐엉.
[아, 코너킥 이후 빠르게 역습에 들어가는 마르세유!] [리! 바로 빠르게 치고 올라갑니다!]누군가가 나에게 무언가가 안 될 거라고 말한다면.
[빠르게 달려나가는데- 아, 시디베가 막아서고, 밖으로 걷어냅니다!] [굉장히 좋은 수비였습니다! 시디베, 자칫하면 실점 위기였는데!]나는 그에 대답해줄 시간에 발버둥을 한 번이라도 더 쳐보겠다.
“뛰어-!”
그러다 보면.
[어, 그런데 리, 바로-! 길게 던집니다!]그렇게 하면.
제아무리 비루한 몸부림에 불과하더라도 저들도 방심하는 틈이 생기고.
[모나코! 위기가 끝난 게 아니였습니다! 리가 공을 던지고! 카벨라가 받았습니다!] [수비진도 아직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은 상황! 일대일 찬스! 카벨라!]방심은 곧.
-삐이이익-!
[카벨라, 골! 골입니다-!]결과를 뱉어낸다.
“으아아아-아아-!”
***
[mi-temps]Monaco 3 : 1 Marseille
[Buts]Monaco : Glik(2), Falcao(20, 34)
Marseille : Cabella(45+2)
***
-삐! 삐! 삐이익-!
[예, 말씀드리는 순간 바로 전반전 종료, 마르세유가 한 골이나마 만회하며 추격의 불씨를 되살립니다!]“아자-아!”
그래.
아직 이 경기는,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