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86)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86화(186/242)
Changer (1)
-끼릭-끼릭. 텅.
“휴우-”
운동할 수 있는 방이 이렇게 있다는 게, 확실히 편하구나.
‘이건 정말 파예랑 카벨라한테 고마워해야겠네. 이런 집을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흔쾌히 월세로 내주다니.’
여기로 오느라 원래 있던 집에 보증금 조금 얹혀줘야 하긴 했지만··· 솔직히 한번 와 보니 전혀 후회 안 된다. 카벨라가 여기로 돌아올 경우엔 11개월 정도밖에 못 산다는 게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휴우- 아니다. 그건 나중에나 생각해야지.”
또 막상 그 때가 되면 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니.
‘그보단 A매치 지금쯤이면 기사도 좀 나올 타이밍인데, 한번 볼까?’
-톡톡.
***
<한국, 이란 무승부, 우즈베키스탄전 1대 0 승리···>
지난 8월 말 이란-우즈베키스탄 2연전을 모두 승리로 끝내면서, 대한민국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과 함께 조 1위를 달성하며 월드컵 예선을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수정해야 할 점이 아직 수두룩한 것도 사실이다.
이란전은 선제골을 먹히고 초반엔 고전하다가, 신태영 감독이 리우 올림픽때부터 중용하던 권창운이 후반 25분에 넣은 골을 간신히 지키며 무승부를 챙겨낸 경기였고.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이후의 우즈베키스탄전은 전술을 실험하겠다는 듯이 주민구와 같은 K리그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결과도 있지만, 1대 0 진땀승이였다.
김민제의 발탁을 통해 수비가 좋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이대로라면-
***
“또 이러네.”
-획.
이대로라면, 이라는 말을 보는 순간, 나는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버렸다.
“기자들은 진짜 왜 꼭 이겨도 요즘 사족을 붙이는 걸까.”
아, 걍 이겼으면 됐지, 뭐 기사가 일일이 단점까지 따지고 있어. 월드컵 진출했으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기뻐할 일인데 칭찬은 진짜 조금뿐이네.
‘솔직히 요즘 기자라는 것들 보면 국가대표를 존중해 주는 게 아니라 까려고 하는 것 같단 말이지.’
애초에 시메오네식 4-4-2랑 수비적인 4-2-3-1 왔다갔다 하면서 다득점이 나올 수가 있겠냐? 그 시메오네도 4-4-2 쓰면 골 더럽게 안 나와가지고 세트피스 엄청 연습시키는 게 현실인데.
‘물론 다득점 못하는 게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제 슬슬 우리는 월드컵에서 포트 4가 될 게 거의 확정되는 약팀인데.’
이게 뭔 말이냐면, 대부분의 오래된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시드라는 게 있다.
옛날에 이 대회에서 얼마나 잘했는가를 따져서 팀에 랭킹을 부여해서, 강한 팀과 강한 팀이 초장부터 맞붙게 하기보단. 초반에는 강한 놈들과 약한 놈들끼리 붙게 만들어서
이 대회에서 여러 번 이기면서 팬도 많고 인기 좋은 강한 팀끼리 싸우다가 둘 다 개처럼 망해버리면서 실력도 별로고 영세한 팀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는 거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한 가지 큰 단점이 생긴다.
-아 개노잼, 너무 뻔하잖아.
그렇다. 솔직히 한 한 동티모르같은 사람들이 이름을 잘 알지도 못할 나라의 국가대표팀과 세계 1위라 할 수 있는 브라질이 만나면 아무리 공이 둥글다고는 해도 결과가 너무 뻔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축구는 여기에서 포트(Pot)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강한 팀 몇개를 묶고(Pot 1), 조금 강한 팀 몇 개를 묶고,(Pot 2) 조금 약한 팀 몇 개를 묶고(Pot 3), 약한 팀 몇 개(Pot 4)를 묶어서 4개로 나누어진 팀들을 각각의 항아리(Pot) 에 넣고.
그 각각의 항아리에서, 한 팀씩 총 4개를 꺼내서 그들이 조(Group)를 이루게 하고, 그 조 안에서 아주 짧은 리그를 치르게 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아까보다는 훨씬 약팀의 반란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기에 현재 월드컵을 비롯한 전 세계의 축구 대회는 이 방식을 이용하여 토너먼트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아마도 이번에 가장 약한 팀.
그러니까 Pot 4다.
우리가 월드컵 조별예선을 우승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약팀이고, 좀 더 수비적으로 가지 않으면- 전혀 힘도 못 쓰고 파도에 쓸려내려갈 거라 이 말이다.
‘휴- 기자들이 하긴 뭘 알겠어. 쯧. 이번에 대승했으면 저런 이야기도 쏙 들어갔을 텐데, 대표팀에 도움이 못 돼드려서 너무 죄송하네.’
그랬다. 이번에 A매치에 나는 빠져버렸다.
저번 모나코와의 경기 이후 왠지 가슴이 쿡쿡 찔러왔는데, 알고 보니 갈비뼈에 금간 거여서 2주짜리 부상 끊어버렸던 거였다.
‘덕분에 리그도 한 경기 날렸지. 아- 아쉬워 죽겠네.’
뭐, 아직 A매치 뛸 기회야 널리긴 했지만. 그래도 상암이 만석이 되었다던데, 그걸 못 본 게···
“너무 아쉽다. 아쉬워.”
만석이 아니여도 정말 함성이 끝내주는 곳인 만큼, 6만 명 만석이 되어버린 그곳에서 이긴다면··· 그거야말로 정말로 끝내줬을 것 같은데.
‘···뭐, 어찌 보면 그 덕분에 재계약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기도 하지.’
모나코와의 경기 이후 구단이 내 계약을 월 5만 유로, 주급으로 말하자면 11,700유로로 올려주면서.
이제 난 2020년 여름까지 환율에 따라 다르지만 그래도 총 24억원 이상의 금액을 받는 게 확정되었다.
어찌 보면 적어 보일 수도 있지만, 내가 시즌에 24경기 이상씩을 소화하는 준주전 역할을 계속 해낸다는 가정을 할 경우 생활비는 보너스로 떼우고도 남을 거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주급은 온전히 내 계좌로 쏘아질 거고. 그럼 세금 떼고도 12억이니 이 계약이 끝났을 때 수도권에 집 두 채 얻는 건 충분히 가능할 거다. 아버지 집, 내 집.
‘뭐, 이렇게 많이 오르고도 마르세유에서 아직 순위를 따지면 하위권 연봉이긴 하지만···’
사실 뭐 그래서 재계약이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고작 한 경기 가지고 구단주나 단장이 옛다 하고 마음을 바꾸는 정도가 되려면 그래도 아직은 연봉이 하위권이니까 가능한 거지.
그래도. 이제 대한민국에서 프로로서 번 돈이.
성공이라는 말을 마음껏 써도 될 수준까지는 왔다.
그러니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다시 경기에.
-딸깍.
<코앞에 다가온 17-18 유로파 리그 본선, 그리고 죽음의 조에 뽑혀버린 마르세유와 리옹>
이제 시작된 유로파 리그에 집중할 때다.
-*-*-*-
2017년 09월 15일.
[예,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SPOTV와 함께하는 2017-18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1차전, 마르세유 대 바샥셰히르, 바샥셰히르 대 마르세유 경기입니다.]이번에 OTT까지 기반을 확장한 스포티비는, 동시에 열리는 수많은 유로파리그 경기 중에서 에버턴과 아탈란타라는 빅 매치를 포기하고, 이 경기의 생중계를 선택했다.
이 수많은 경기 중 한국 선수가 확실하게 출연할 거라고 생각되는 경기가 이 뿐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그럼에도 어차피 풀백이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였는데.
-야 스포티비에서 마르세유 생중계한다.
ㄴ리그앙 중계를?
ㄴ아니 유로파임
ㄴ아, ㅇㅋ, 함 보다가 졸리면 자야겠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니,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휴-반응이 있구나.”
생각보다는 꽤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오, 나 쟤 유럽에서 뛰는 거 생중계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이준혁이 뛰는 리그 앙은, 한국 방송사에서 중계권을 사들이지 않은 덕에 사람들이 볼 방도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리그앙에 한국 선수가 분데스리가처럼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고. EPL이나 라리가처럼 그런 거 없이도 고정 팬층이 확고한 것도 아닌데.
왜 방송사가 앞장서서 중계권을 사들이겠는가? 방송사도 사람이다 사람.
거기에다 리그앙 특유의 프랑스어를 못하면 현장 취재가 불가능하다는 점까지 맞물려서 기사의 개수도 극히 적었으니, 사람들은 이준혁이란 선수에 대해 알음알음 들을 뿐. 실제로 경기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본 적은 없었다.
그 덕분에,
-쟤 요즘 잘한다고 들었는데 어떰?
-지금 리그에서 1골 2어시인거 보면 잘하는거 같음.
-오 쩌네? 근데 왜 이번에 국대 안뽑힘?
-몰러 부상이라고 들었었는데 다 나았나보네.
새벽 2시임에도 생각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다.
덕분에 담당 PD는 유로파리그 생중계를 이 경기로 강력하게 민 자신의 판단을 칭찬했지만.
-그런데 마르세유 이번에 통과 힘들지 않음?
그 말을 듣자 갑자기 기분이 다운됐다.
-ㅇㅇ 리옹보다 더 헬조 걸림.
-ㄹㅇ? 리옹이 애버턴 아틀란타랑 같은 존데?
-ㅇㅇ, 마르세유는 밀란이랑 호펜하임에 4포트도 터키리그 준우승팀임. ㅈㄴ 헬조에 걸렸음.
그랬다.
마르세유는, 이번 유로파리그 죽음의 조 1위에 당당히 이름을 내밀 수 있는 조에 걸려버렸다.
일단, Pot 1. AC 밀란.
솔직히 재작년 7위, 작년 6위에 그친 만큼 지금은 엄청나게 강팀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밀란이다. 유럽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두 번째로 많이 들은 그 밀란.
명문에겐 뒤따르는 클래스라는 걸 무시할 수가 없고, 솔직히 객관적인 전력만으로 봐도 세리에 6위는 리그앙 4위보다 수준이 낮다고 말하긴 뭐하다.
그리고 Pot 3, 호펜하임.
젊고 유능한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Julian Nagelsmann)을 중심으로. 지난 2016-17시즌 분데스리가의 양강이라 할 수 있는 뮌헨과 도르트문트를 이어 리그 3위를 달성해낸.
솔직히 위르겐 클롭 감독하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리버풀을 만나지만 않았어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확정적이라 평가받았을 정도로, 이 팀은 그저 유럽 대항전 역사가 짧아서 Pot 3에 위치했을 뿐.
객관적인 전력만 봤을 땐 밀란이고 마르세유고 간에 여기에서 가장 뛰어난 팀이었다.
그리고 Pot 4. 오늘 겨루는 바샥셰히르 FK.
이 팀은 그나마 약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이 팀도 약팀이라고 하기엔 조금 그랬다.
그도 그럴 게, 이 팀은 터키 리그에서 최근 3년간 4위-4위-2위라는 꾸준한 상위권 성적을 찍으며 챔스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운이 없게도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스페인의 4위 클럽 자리를 굳혀가는 세비야에게 총합 스코어 4-3로 정말 아깝게 무너져서 유로파로 떨어진 팀이니.
그래서- 모든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말했다. 이 조는 정말 누가 탈락을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고 해도 될 정도로, 한 치도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그래서 스포티비의 피디들은 꽤나 간절하게 빌었다.
‘제발 마르세유 올해 유로파에서 떡상하게 해주세요. 이왕이면 강팀들 만나지 말고 길게길게.’
그래야 빅매치는 빅매치대로 시청률 뽑아먹고, 마르세유는 또 마르세유대로 시청자를 끌어모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느라 그들은, 바로 눈치채진 못했다.
[경기 명단을 먼저 보겠습니다. 먼저 홈 팀인 마르세유의 포메이션은··· 4-3-3이 아니네요?] [이거 신기한 일이군요, 평생동안 4-3-3 계열의 전술만 써오던 가르시아 감독이, 4-4-2를 꺼내들었습니다.]마르세유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