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88)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88화(188/242)
Accident (1)
[안녕하신가, 친구들! 이번 유로파에서 우리 마르세유가 안타깝게도 져 버렸지. 거기에 대한 리뷰를 좀 해보려고 하네.]-ㅆㅂ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글쎄, 나는 딱히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산 시로 원정이었잖아.
-그래도 밀란 놈들이 4일 뒤에 로마랑 싸우니까 좀 힘 빼고 나왔잖아.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지.
[하하, 맞아, 나도 그래서 승리를 기대했지. AC 밀란도 전력이 아니였으니까. 그렇지만 패배해버렸고, 그래서 나는 오늘 왜 패배했는가. 그 점을 좀 파보려고 해.]-그냥 왼쪽 윙에 상송 쳐박은 것 때문 아님?
-ㅇㅇ 맞아. 솔직히 ㅆㅂ 중미를 왜 갑자기 왼쪽 측면에 쳐박아 그것만 아니였어도 우리가 이겼다.
[뭐, 솔직히 나도 그게 가장 크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것 말고 다른 것도 있어. 수비, 그 중에서도 센터백의 문제야.]그 순간, 멍하니 프랑스어 귀 뚫리게 하는 용도로 틀어놓은 동영상을 그냥 대충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나는 잠깐 멈칫했다.
-? 굳이 문제 따지자면 리 아님? 리가 페널티킥 줬는데 웬 센터백 이야기?
[음, 이유는 간단해, 여기에 온 친구들이면 알겠지만 우리 팀이 쓰는 4-4-2는 모나코식 4-4-2를 거의 그대로 배껴온 거야. 좋은 공격수, 단단한 중앙, 그리고 공격적인 측면을 기반으로 한 거지.]-ㅇㅇ 암.
-다 아는 거 질질 끌지 말고 말해.
[그런데, 이 전술은 완성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해. 바로 발 빠른 센터백, 거기에 리딩이 되는 센터백 조합이지.]그 순간.
-짝짝짝.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이 분, 뭘 좀 아시는구만?”
그렇다. 우리의 4-4-2가 좋은 전술처럼 보이긴 하지만 감독이 유로파 리그에서만 쓰겠다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공격적인 4-4-2는, 약 6명이 상대편 진형으로 넘어가 공격을 하게 된다.
그러고 나면 우리 진형에 남는 선수는 2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2명의 센터백 뿐인데, 이 중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서 또 조금은 올라가야 하고.
그러면 센터백도 당연히 위로 올라간다.
자, 이러면 어떻겠는가? 당연히 뒷공간이 뻥뻥 비어버릴 수밖에 없고, 상대편도 뒷공간 털어먹고 싶어진다.
물론 그를 보충하기 위해 중앙의 미드필더들이 수비력이 좀 괜찮은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고. 또 우리가 완전히 가둬넣고 패면서 그런 상황이 나오는 경우를 최대한 줄였지만.
그래도 저 쪽도 프로인 이상 우리가 뒷 공간이 털리는 일을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고, 이럴 때 필요한 게 발 빠른 센터백인데···
‘우리는 그게 없지. 하하.’
다들 도리아 빼고는 나이가 좀 있고, 그 도리아도 커버가 글쎄,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 좋은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겁나 뛰어당기고 커버하다가 체력 떨어진 막판에는 결국 제대로 못 막고 페널티킥 하나 내준 거였고···
‘에라이, 쯥. 생각해보니 화나네. 그것만 넘겼음 무승부는 딸 수 있었는데.’
에휴, 잊자, 잊어. 쳇.
[그걸 생각하면 슬슬 젊은 센터백이 필요해, 한때 도리아가 게임에서도 그렇고 굉장히 유망했던 선수지만, 내가 보기엔 저 친구는 이제 슬슬 없다면 슬슬 팔아치워야-.”-톡.
오케이, 잠깐 이제 여긴 넘기자. 프랑스 언어 공부고 뭐고 팀 동료 까는 부분은 양심상 좀 스킵해야지.
‘···그건 그렇고 분석 꽤나 잘하시네?’
확실히, 유럽이 축구에 미치긴 했다. 포럼,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팀 팬카페에 저런 짧은 5~6분짜리 리뷰 영상 올리고 그러는 거 보면 말이지.
그리고 분석도 꽤나 훌륭했다. 모나코식 4-4-2랑 우리가 유로파에서 쓰는 4-4-2를 비교하면서 우리가 왜 부족한지를 말하는 것도.
‘뭐, 저런 것과는 별개로 이길 수 있을 것 같긴 했지만.’
AC 밀란 원정, 가끔 TV로만 보던 산 시로 원정이라서 좀 잔뜩 기대했는데
‘솔직히 축구가 조금 더 어렵긴 했지만, 그냥 국내 리그 원정 갔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었지.’
밀란이면 항상 경기장 꽉꽉 채우는 줄 알았는데 2만 2천 명 정도 오는 게 뭐냐, 뭐긴. 어떻게 우리 홈에서 터키랑 하는 유로파 1차전 경기 때보다 관중이 더 적게 오냐?
게다가 솔직히 비행기 타는 시간이 그 때보다 좀 더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잠깐이었어가지고 해외 원정이라는 기분이 영 안 들더라.
‘거기에다 우리 원정 팀 팬도 나름 꽤나 찾아와서 더더욱 리그 경기 같았지.’
물론 자동차로 6시간 넘게 운전해야 하는 거리가 가까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해외 경기라서 우리 팀 팬 진짜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이 깨졌다. 유럽은 국경선 넘기 엄청 쉽나?
하여튼 그 덕분에 솔직히 그냥 옛날 릴 원정갔을 때보다 조금 더 빡센 느낌? 딱 그 수준이였다.
‘국제 경기 느낌 제대로 나려면 아마 호펜하임 원정때나 느낄 수 있으려나.’
그 때는 그래도 비행기 한 3시간은 넘게 탈 테니까.
[···하여튼, 그래서 결론은 우리가 몸 튼튼하고 떡대 좋아서 공중볼 잘 따내면서도 근성도 있고 빠르면서 젊은 수비수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거지. 겨울에 그런 수비수 하나는 더 영입해야 돼! 그래야 완벽해! 지금은 너무 약점이 뚜렷하다고!]근데 참 듣다 보니 욕심 많네, 이 분.
‘그런 수비수가 어디 겨울 이적시장에 똑 어떻게 떨어집니까. 할배.’
그런 완벽한 수비수를 영입할라믄 여름에나 영입했어야죠, 한참 시즌 진행 중인데, 그런 선수를 팔겠어?
[···뭐, 그래도 그건 가벼운 불편사항 정도고, 지금은 구단을 믿어줘야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리그 3위니까.]오, 그래도 이 분 칭찬도 하시는구나?
‘하긴, 지금 성적이면 완전한 만족까진 몰라도,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밖에 없지.’
그래, 지금 우리의 리그 성적은 7전 5승 1무 1패.
위에는 오직 6승 1무의 PSG와 6승 1패의 모나코만이 있을 뿐이었다.
[물론 시즌 초라곤 하지만 작년 이맘때엔 13위를 빌빌 기던 때에 비하면 확실히 좋은 신호니까. 칭찬해줄 건 칭찬해야지.]오호, 그랬어? 난 몰랐는데.
‘3년 전에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는 건 알았는데.’
비엘사 체제 이후로 가장 좋은 스타트라고 신문에서 몇 번 나와서 알았다. 물론 그때 시즌 4위로 끝나면서 배드엔딩 떠버렸지만.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이유가.
[그것도 리그에서 쓰는 4-2-3-1도, 4-4-2도 불완전한 전술이라고는 해도 어느 정도 로테이션도 돌리면서 이 성적 찍고 있는 거니까 말이야. 상송 윙어도 그 일환이고.]쓰던 놈만 쓰는, 소위 쓸놈쓸이라 불리는 주전 선수들의 혹사로 인한 폼 저하라는 걸 생각해보면.
아직 일정이 널널한 지금부터 로테이션을 돌려가면서 이 성적이라는 건 꽤나 바람직한 일이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짝 희생했는데도 이 정도 페이스가 나왔다는 거니까.
[그럼, 다들 다음 니스전 끝나고 웃으며 볼 수 있길 바라자고, Alors, à bientôt !]다시 보자는 인삿말하는 거 보니 이제 끝났구만. 그럼 이제 광고 나오기 전에 얼른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자.
“하아- 니스, 니스 원정이라···”
조금 긴장되긴 하네.
물론 지금 니스는 그렇게 잘하는 팀은 아닌 만큼 그냥 평범하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한데-
‘솔직히 저놈들이 도대체 어던 모습으로 나올지를 모르겠단 말이지.’
저 작년 3위란 전력에서 사실상 레프트백 하나만 빠져서 전력이 엄청 약한 건 아닌데 막상 순위표 보면 9위.
또 그래놓고 우리가 개발릴 뻔한 모나코에게 유일한 1패를 안긴 올해의 도깨비 팀, 니스.
‘저 팀이 어떻게 나오려나.’
제발 경기력 주사위 1 떠라, 1. 모나코처럼 6 뜨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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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스포츠 판에서 도깨비 같은 팀이라는 용어가 있고, 영국에서는 Robin Hood 같은 팀이란 은어가 있다. 이건 번역하면 의적 팀이란 용어가 적절하겠지.
그리고 이런 별명이 붙는 팀들은, 한 가지 특색이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강한 팀에게 약하고 약한 팀에게 강한, 소위 강약약강이 상식인데.
그런 상식을 거스르고. 강한 팀에게 강하고 약한 팀한테 약한 강강약약을 실천하면서 강팀들한테 승점을 벌고 약팀들에게 승점을 베푸는 팀이라는 것.
그래서 의적이라고 하는 거고, 예측할 수 없다고 해서 도깨비 같은 놈이라고 하는 거다.
그리고
-삐이이익-!
[아, 니스, 이게 뭔가요?]나는 지금 확신할 수 있었다.
니스는 진짜 도깨비 같은 팀이라고.
[이 시점에서 자살골이라뇨!]***
[seconde mi-temps 6]Nice 2 : 4 Marseille
[Buts]Nice : Balotelli(4), Seri(16)
Marseille : Ocampos(26, 44) Gustavo(48), Lees-Melou(50, CSC)
***
자살골이라니.
‘아니 우리 상대로 기껏 운 좋게 전반엔에만 두 골 넣어놓고··· 이건 뭐 하자는 거냐?’
경기력 주사위 전반까진 나름 우리랑 치고받고 하면서 6 뜨다가 왜 후반전 되니까 갑자기 1 뜨는 건데?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아니 뭐, 이기니까 좋긴 한데. 개판 5분 전 경기가 따로 없구나. 우리는 얼떨결에 중거리 쐈는데 먹히고, 저 쪽은 자살골 넣고.
‘뭔 시발 아직 시즌 초반밖에 안 됐는데도 이런 경기 뜨냐?’
에휴, 이런 걸 보면 진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이런 어이없는 경기가 나름 상위권 전력을 갖추고 있는 팀간의 경기에서 나온다는 게 말이지.’
뭐, 이런 경기라고는 해도.
[멘디, 막심에게, 막심, 리 제치고 플레아에게-!] [그러나 패스 미스! 라미가 밖으로 걷어냅니다!]···방심했다간 내가 조져질 수 있는 느낌이라는 건 언제나 똑같지만.
‘쳇, 이 새끼들, 어떻게 된 게 나만 쳐 노리네.’
왜 오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이 쪽 공격만 이렇게 활발하냐. 내가 유로파에서 한번 페널티킥 내줬다고 노리는 거냐?
뭐, 그래도.
[아, 마르세유, 슬슬 수비적으로 진형을 바꾸고 있습니다.]그럼 안 올라가면 그만이다.
[막심, 플레아에게-] [하지만 리의 인터셉트! 패스길을 읽었군요!]그럼 어느 정도는 수비가 된다고.
‘솔직히 후반인 상황에서 2점 차이로 이기고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지.’
오캄포스한테 헤트트릭 못 챙겨주는 건 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 나중에 밥이라도 한 번 사 줘야겠-
-삐이이익-!
[아, 발로텔리, 땅을 구릅니다. 볼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구스타보와 충돌이 있었나보네요.]아, 구스타보 형님, 수비하는 건 좋은데 파울 좀 약하게 하세요, 또 치즈 드시게 생겼네.
[어, 주심이 카드를 꺼내드는데요-빨갛습니다!]···시발. 이건 또 뭐야. 치즈가 아니네?
[아, 구스타보, 옐로 카드가 아니라 레드 카드! 퇴장! 퇴장입니다!]-우와아아아-!
[니스 팬들이 환호성의 함성을 지릅니다!] [그렇죠, 니스 팬들 입장에선 환호성을 지를 만한 일이죠!] [현재 후반전 21분이니, 경기는 아직 24분이 넘게 남았습니다. 이 경기, 아직 몰라요!]하. 망할.
‘내가 가장 싫어하는 미션 떨어졌네.’
한 30분 동안, 10명으로 11명 버텨내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