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89)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89화(189/242)
Accident (2)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하는 거지만.
현대 축구로 오면 올수록, 그리고 프로 축구로 오면 올수록 가장 중요한 건 머릿수다.
돈이 많이 되지 않아서 하는 선수도 적고 겸업하는 선수도 뛰던 20세기 초반 시절의 축구나, 별의별 사람이 다 뛰는 동네 축구나 유소년 축구에서는 잘 하는 선수와 못 하는 선수의 격차가 크기에.
잘 하는 선수 한 명이 못 하는 선수 세네명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일이 꽤 빈번하게, 쉽게 일어났다.
하지만 산업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큰 돈이 굴러가면서 레드오션 시장이 되어 버린 21세기의 축구는?
대부분의 레드오션 시장에 접어든 회사가 수많은 직원들을 정리해고하면서 재정을 확보하듯이, 현대의 축구 구단도 축구선수를 팍팍 잘라대면서. 자연스럽게 잘하는 선수-못하는 선수 간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고.
덕분에 아무리 잘 하는 선수라고 해도 상대편 선수가 두명씩 달라붙어도 간단하게 제쳐버리는 일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굉장히 드문 일이 되어 버렸다. 한 선수만 빼고.
하여튼, 그러니까 현대 축구로 오면 올수록, 선수의 머릿수. 이 ‘수적 우위’라는 개념은 현대 축구의 알파요 오메가고,
축구의 룰이 바뀌지 않는 이상 미래로 갈수록 그 중요도가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는 거다.
다시 말하자면.
한 선수가 퇴장당하고 10명이 된다면.
[발로텔리, 발로텔리이-! 슛!] [골-! 골! 니스가 추격 골을 집어넣습니다! 이제 스코어는 3대 4!]11명한테 겁나게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
[seconde mi-temps 38]Nice 3 : 4 Marseille
[Buts]Nice : Balotelli(4, 82), Seri(16)
Marseille : Ocampos(26, 44) Gustavo(48), Lees-Melou(50, CSC)
***
[현재 후반 38분이니 남은 시간은 정규 시간 7분, 추가시간까지 생각하면 10분 정도가 남았네요!] [승점을 가져갈 희망이 보입니다! 니스!]망할.
– 다들 정신 차려-! 아직 10분 남았어!
···어려울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진짜 어렵구나.
-삐이익!
[파예 선수가 세르티치 선수로 교체되는군요. 수비 강화를 위한 교체네요. 이렇게 되면 포메이션이 어떻게 될까요?] [공격형 미드필더가 빠지고, 퇴장 이후 두 윙어도 내려앉아서 잘 올라가질 않으니 사실상 4-4-1이라고 봐야겠습니다.]세르티치는 들어오면서, 감독님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리, 이젠 역습 사실상 포기하고, 전원 수비하래”
“Ça va(오케이.)”
휴, 이제 정말 힘들어지겠구나.
[왜 바로 교체하지 않고 이제서야 교체한 걸까요? 수비를 생각하면 진작에 교체하는 게 나았을 텐데.] [파예를 교체하면 방패야 더 좋아지겠지만, 가장 날카로운 창을 버리게 되는 꼴이니까요.]역습으로 저 놈들 주춤하게 만들 수도 없으니.
이젠 온전히 수비만 하며 남은 시간을 버텨야 한다.
‘…뭐, 그래도 1점 차이에, 10분 남은 상태다.’
버텨봐야지.
물론 10명인 상태로 10분을 버티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 대부분은 한 골을 더 먹힐 위험이 가득하지만.
-짝짝-!
“디-펜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질 것 같진 않다.
‘지금, 10명이라서 그런가?’
거의 2년 만에 처음 맞이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옛날과는 다른 게 보인다.
“내줄 점수 내준 거야! 집중하자!”
비록 저 쪽이 1명 더 많다고 해도, 아직은 동일한 조건인 것이 하나 남아 있다는 게.
‘옛날에는 알면서도 잘 보지 못했던 놈인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다른 게 보인다.
“다들 자리 지키자고! 철저하게 지역방어로 가자-!”
10명이어도, 아직 공간은 동일하다는 것이.
-*-*-*-
축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을 꼽으라면 퍼거슨, 빌 샹클리 등등 여러 말이 나오겠지만.
가장 ‘영향이 큰 전술가’ 을 꼽으라면 3등 안에는 무조건적으로 들어갈만한 감독이 하나 있다.
아리고 사키(Arrigo Sacchi)
이 감독이 왜 위대한지에 대한 설명은 A4용지 30장씩 보고서를 써도 부족한 감이 있겠지만 그건 경기중에 생각하기엔 너무 길고 복잡한 생각이고.
[아, 막시맹, 플레아!]지금 중요한 건, 이 감독이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잘 짜여진 5명이 10명의 흐트러진 선수를 이길 수 있다.
“디펜스! 디펜스! 세르티치! 자리 지켜-!”
-리-! 중앙으로!
“이미 가고 있어-!”
그리고 사키는 자신의 그 말을 증명하기 위해. 5명인 팀을 상대로 골을 넣는 데 15분을 주고 10명이 골을 넣어 보라고 하는 훈련을 여러 번 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훈련에서.
[아, 플레아, 망설이다가 공을 다시 뒤로 빼냅니다.]그 10명은 골을 넣지 못했다고 했다. 단 한 번도.
10명이 어중이 떠중이가 아니라 굴리트, 반 바스턴, 레이카르트와 같은 선수들로 이루어진, 축구에서 가장 강력했던 클럽 팀이라는 평가가 심심찮게 나오는.
축구계의 전설로 남은 ‘밀란 제너레이션’의 주전들로 채워져 있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이건 축구에서의 수비는, 수비만큼은.
[수케, 멘디, 막시맹, 멜루 막시맹- 돌파를 시도하고, 제치는데! 뒤에 있던 리가 바로 붙습니다.] [그리고 홀란두도 붙습니다!]선수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이라는 거다.
-뻐엉.
[힘껏 멀리 차내는 마르세유.] [역습은- 아니군요, 계속 니스의 공격입니다.]휴우-
“리, 너 다시 왼쪽으로-”
“가고 있어! 다들- 다시 빠르게 자리 잡자아-!”
상대편이 플레이를 하려고 들어오는 공간을 점유함으로서, 쉽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선점하고.
[사르, 멜루, 이번엔 니스가 마르세유의 오른쪽을 공략합니다.]동료를 보고, 동료가 어떤 공간을 지키고 있는지, 어떤 플레이를 막고있는지를 파악하여.
“중앙으로 좁힙니다!”
“Ça va!”
공이 어떤 곳으로 올지를 예측하고.
[멜루, 발로텔리에게-]최종적으로 상대편이 최후에 골대로 공을 넣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적절한 공간’ 을 절대로 내주지 않음으로서.
[발로텔리, 슛!]-뻐억
[몸으로 막는 리, 공은 다시 페널티박스 바깥으로!]어떻게든, 골만은 들어가지 않게 만든다.
“리! 왼쪽으로!”
“예, 세르티치! 압박 가!”
[시간이 자꾸 가고 있습니다! 니스, 이제 추가시간도 1분이 채 안 남았어요!] [승점을 1점이라도 따기 위해선 이젠 넣어줘야 합니다!]자, 아직, 아직이다.
지금, 이상하리만큼 머리가 명쾌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감각을, 놓치면 안 돼.’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야 한다.
지금 공은? 발로텔리에게 있다.
상대편은? 골키퍼만 빼고 다들 공격하러 올라왔다.
우리 팀은? 세르티치가 압박하러 가고 있고, 홀란두가 그 곳을 커버하느라 살짝 나와 있다.
그럼 내가 있어야 할 빈 공간은? 페널티박스 왼 쪽에서 조금 더 벌어져 있는.
-타닷.
‘플레아가 들어올 공간을 먹어야 한다.’
옛날에는 이게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할 수 없었는데.
[발로텔리, 플레아에게 패스!]이제는 되는구나.
[그러나 리가 지키고 있습니다. 플레아, 빨리 선택해야 합니다!]자, 플레아. 선택해라.
드리블 칠 거라면, 나는 한 발짝 더 다가가서 뺏을 거야.
그리고- 그렇게
‘슈팅을 할 거라면’
나는 너의 슈팅 각도를 좁혀서.
[플레아, 슈웃-!]골키퍼가 예상하기 쉽도록. 그래서-
[마르세유의 수호신, 만단다. 공을 잡아냅니다! 경기 시간을 보면- 끝났군요! 마르세유의 승리입니다!]골만큼은 절대 안 되게 만들 거야.
‘자, 다음은? 다음 공은-‘
-삑! 삑! 삐이익-!
[경기! 종료됩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결국 마르세유가 승점 3점을 따냅니다!]···아, 끝났어?
“으아아아아-! 으아아아-! 지켜냈다! 지켜냈어!”
“이겼다! 이겼다고! 으하하, 리그 3연승이다!”
···음, 이런 마음을 품으면 안 되겠지만.
조금, 아쉽네.
‘뭔가가, 잡힐 것 같았는데···’
***
[jeu terminé]Nice 3 : 4 Marseille
[Buts]Nice : Balotelli(4), Seri(16)
Marseille : Ocampos(26, 44) Gustavo(48), Lees-Melou(50, CSC)
***
“흐아아앗-?!”
악 씨발!
“리, 너 왜 그래?”
“어우 씨, 찬물밖에 안 나와.”
와, 정신 확 드네.
“뭐? 어디- 와우, 그러네?”
“니스 쪽이 지네 졌다고 온수 보일러 끈 건가?”
“···아마 그런 거 같은데?”
···와우, 대단하다. 쪼잔킹들 같으니.
“와, 이건 좀 의외네? PSG나 리옹도 아니고 니스가 이런다고? 딱히 악연 있는 팀도 아닌데.”
···잠깐, 뭔가 이상한 말이 들린 거 같은데. 악연 있으면 이래도 돼?
“···이런 일이 흔해?”
“시즌에 몇 번은 겪는 정도? 그래도 니스가 이러는 건 좀 이상한데. 헤이-! 코치님! 저희 찬물만 나옵니다!”
그렇게 인단 니스 쪽에 코칭스태프들이 연락을 취하러 간 사이에.
“에라이, 난 그냥 씻을래.”
“그래, 겨울도 아니고 가을인데 뭐 어때?”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냥 기다리지 않고 하나둘씩 샤워장에 들어왔다.
“으아- 조금 차갑긴 하네.”
“찬 물이 근육 회복엔 좋잖아? 그냥 이해하자고.”
“찬물 샤워가 건강에 좋다고? 누가?”
“요즘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70도에서 버티게 하는 크라이오테라피인가도 뭔가 하는 것도 있다던데? 그냥 그런갑다 해.”
나? 나는.
“아흐흐흐흐흐···”
이미 물 묻혔는데 별 수 있나. 젠장.
‘···그래, 찬물 샤워라도 바로 할 수 있는 게 어디냐. 옛날에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샤워 순번 기다려야 했던 때에 비하면 양반이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얘들아, 그냥 구단 관리인 실수란다, 니스 홈 쪽도 당황하고 있던데. 하여튼 이제 온수 나올 거야.”
“어 그래요?- 오-! 나온다. 나와.”
“······”
괜히 뭔가 억울해졌다.
“어라, 리, 너는 벌써 샤워 끝났어? 아직 5분밖에 안 지났는데.”
“···5분이면 샤워하기 충분하지.”
“그게 말이 돼? 적어도 10분은 있어야지.”
응, 말이 돼. 논산에 가 보렴.
“그나저나 오늘 움직임, 진짜 신들린 움직임이던데 어떻게 한 거야? 진짜 알게 모르게 포지셔닝 완벽하던데.”
“···몰라, 나도 모르게 보이더라.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그러자, 세르티치가 헛웃음을 지었다.
“니가 모르면 누가 알아?”
“······”
음, 이건 할 말이 없네.
진짜 내가 모르면 누가 알- 아니다.
“글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누가?”
뭐긴 뭐야.
우리 소속팀이나만큼, 아니 우리 소속팀보다 오히려 나한테 더 관심이 많을 수도 있는 팀.
“국대 코치님들한테, 한번 여쭤보려고.”
그래, 지금은 10월. A매치 기간.
국가대표팀 A매치를 치루러, 러시아로 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