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90)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90화(190/242)
Accident (3)
<신태영호, 러시아 출국···’옥석가리기 스타트’>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을 확정짓기 위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이번 10월 유럽 평가전에서 맞붙는 러시아와 모로코는 각각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각각 64위와 56위로 한국보다 순위가 낮지만. 둘 다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역대 전적만 봐도 러시아와는 1무 1패로 열세에 있으며, 모로코와는 한 차례 만나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리하지 못한 팀이다.
다만 특이할 점이라면, 부임 이후로 김민제와 주민구 같이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던 신태영 감독답지 않게, 이번 10월 친선경기 명단은 전원 해외파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신태영 감독은.
“올해 두 차례 조기소집에 협조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클래식 구단을 위한 배려다. 특히 K리그 클래식의 순위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구단들의 사정을 고려해 국내파 선수를 소집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고 하였다.
이 때문에 이번 두 차례 유럽원정 평가전은 자연스럽게 해외파 선수들의 ‘옥석 가리기’로 치러지게 됐다.
특기할 점이라면, 이번 평가전이 유럽에서 열린다는 점 때문에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기존 파주에 모였다가 인천공항을 통해 가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대표팀에 개별적으로 합류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 특혜가 아니냐는 표현도 시차 부적응을 방지하기 위한 신태영 감독의 배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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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06일, 모스크바.
“입 벌려보세요.”
아아아-
“좋아, 그나마 다행이네요. 잠은 잘 오나요?”
“에에에-흐, 예, 잘 옵니다.”
마르세유랑 모스크바는 시차가 두 시간밖에 차이 안 나서 그런지. 저번같이 시차 때문에 고생하진 않았다.
다만.
“그래, 그건 그나마 다행이네요. 수면제까지 복용할 필요는 없으니.”
“그으러어-에에에-취!”
이번엔 망할 감기가 달라붙었을 뿐.
‘시발. 어떻게 국대 올 때마다 이런 식으로 컨디션이 지랄나냐.’
처음 국대 뽑혔을 때는 돌틸리케 때문에 정신 나갈 뻔했고, 6월 때는 더운 날씨+시차가 괴롭히고, 8월 이란전은 부상으로 빠지고. 이번에는 감기 걸리고···
하아- 국대에서 좀 좋은 폼을 보이고 싶은데 그게 좀처럼 쉽지가 않네.
“쯔쯔, 옷 좀 더 따뜻하게 입고 오지, 이게 뭡니까? 이준혁 선수. 따뜻한 마르세유에 있던 사람이 여기 모스크바로 온다고 하면 좀 더 조심했어야죠.
그래, 일단 저게 컸다.
마르세유에서 살다가 모스크바로 날라와 보니, 완전히 그냥 얼어뒤질 것 같다. 대비한다고 대비했는데도 온도차이가 평균 온도가 10도가 넘게 차이나니까 그냥 답이 없을 정도로 시려왔다.
‘괜히 남미 축구선수들이 날씨가 안 좋아서 컨디션 안 좋다 같은 소리를 하는 게 아니구나···’
한국에서 27년 동안 온갖 추위를 경험해본 내가 고작 마르세유에서 9개월 살아놓고 이 모양이라니.
물론, 치명타는 따로 있긴 했는데.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수중훈련까지 하니 몸이 배겨요?”
“······”
그래, 저게 너무 치명타였다. 젠장. 안 그래도 추위에 몸이 시려울 지경이었는데, 저 짓까지 겹쳐버리니까 답이 없었던 거다.
“하여튼 모가지 부운 것도 그렇고, 코도 살짝이지만 부어 있으니까 훈련표 바꿔야겠네요, 차 코치님.”
“예. 선생님.”
“다행히 많이 부운 건 아니라서, 이틀 정도 푹 쉬고 나흘 뒤부터 적당히 약한 강도의 훈련으로 복귀시키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잠깐. 그 말은?
“···저기, 선생님.”
“네.”
“그러면, 혹시 러시아전엔 못 뛰나요?”
“모로코전은 모르겠지만, 러시아전은 못 뛴다고 봐야지. 당장 경기가 내일인데.”
아 시발.
“에에-취! 훌쩍, 그냥 감기약 먹고 뛰면 안 돼요?”
원래 선수는 반쯤 맛 간 상태에서 뛰는 건 일상이고, 그 중에서 감기 걸리는 정도는 아주 애교 수준이다.
“종목이 다르긴 한데 조던도 감기 걸렸는데 경기 뛴 적 있잖아요.”
그래, 당장 그 농구의 신이라는 마이클 조던도 NBA 결승전인데 감기 걸려서 컨디션 바닥인데도 출전을 감행했고.
그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면서 그 경기를 Flu Game이라고 특별히 명칭을 붙이기도 하지 않았던가.
“경기 시각 한 30분 전에 좀 쎈 약 하나 먹고 뛰면 될 거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내가 말하는 순간.
“안 돼.”
“안 됩니다.”
코치님도, 팀닥터님도 딱 잘라 말씀하셨다.
“일단 코치 입장에서 먼저 말하자면, 준혁아, 이거 평가전이다. 월드컵 예선전이나 월드컵이 아니야.”
···그 말이 맞기는 했다.
“지금은 월드컵이 확정되고, 최종 엔트리를 짜기 위해 계속해서 선수들 조합을 실험해 보는 때니까. 네가 모로코전에 나와서 조합을 한번 맞춰볼 수만 있으면 크게 문제는 없어.”
그리고 팀 닥터님도 말씀하셨다.
“예, 지금 목이 많이 부어 있는 것도 아니고, 푹 쉰다고 가정했을 때 딱 모로코전 정도 되면 그래도 정상 컨디션에 가까운 수준으로 돌아올 겁니다. 지금은 좀만 참으세요.”
결국, 러시아에서는 빠져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아- 좀 아쉽다.’
러시아 놈들이
“푹 쉬고, 우리가 가져다 주는 자료 가지고 모로코전 준비나 해라.”
“···예.”
그렇게 아쉬움을 애써 삼키고 일어나려던 도중.
“아, 그리고 깜빡할 뻔했는데 이준혁 선수. 조던의 플루 게임은 감기 걸린 게 아니라 피자 잘못 먹고 식중독 걸린 거였습니다.”
···네?
“···그럼 왜 플루 게임이라고 한 거예요?”
Flu! 감기란 뜻이잖아! 배탈이 났으면 그냥 food poisoning을 쓰든가 stomach를 쓰라고!
“언론이 조던 모습 보고 취재하지도 않고 그냥 감기라고 착각하고 신문에 기사 써버려서 굳어진 겁니다.”
“······”
와, 미국도 기자들은 다 똑같구나. 젠장. 무섭네, 무서워. 거짓도 진실로 만들어 버리는 인간들···
“그럼 최대한 말 줄이시고, 방으로 들어가서 가습기도 틀어 놓고 하면서 푹 쉬세요.”
그 말을 듣고, ‘예 알겠습니다’ 의 ‘예’ 까지 나온 말을 간신히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고 마스크 몇 장 받아가고 나서야 진료실을 나올 수 있었다.
‘···휴우- 감기 덕분에 졸지에 마스크 쓰게 됐네.’
뭐, 좋게좋게 생각하자. 감기 걸린 덕에 독방에서 조용히 나에게 생긴 변화점을 되짚어보고 영상도 볼 시간이 생겼잖아.
‘푹 방 안에서 좀 쉬고 모로코전이나 준비해야지.’
그래, 평가전이니까. 평가전.
못 나간다고 자책하기보단, 다음 경기 바로 준비해야지.
‘뭐, 물론 또 지면 사람들이 뭐라고 뭐라고 하겠지만···’
설마 그래도 지금 좀 진다고 엄청 심하게 뭐라고 하진 않겠지? 월드컵 진출 확정지었는데?
***
<10월 A매치 평가전(2017.10.7)>
[경기 종료]러시아 4 : 2 대한민국
[골]러시아 : 표도르 스몰로프(45), 김주형(55 OG, 56 OG) 알렉세이 미란추크(83)
대한민국 : 권경원(87) 김보겸(90+3),
***
<총체적 난국, 신태영호, 1.5군 러시아에게 참패.>
<궁여지책으로 3백을 선택했던 신태영호의 처참한 실패.>
<신태영호, 왜 되도 않는 3백을 계속 고집하는가>
<총체적 난국인 국가대표팀에 더 늦기 전에 히딩크를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는 성토가 빗발···>
아, 그만 보자.
기분만 더 나빠질 것 같다.
“하아아-”
에라이 시발. 평가전인데도 지니까 언론들이 개처럼 물어뜯네. 진짜.
‘Putain de Merde, Putain Fait chier bordel, c’est trop casse couilles···’
그렇게 바깥으로 내뱉으면 감기 기운 낫는 데 조금이라도 방해될까봐 마음 속으로만 여러 번 욕을 뱉어낸 후에야.
다시 기사들을 천천히, 냉정한 눈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뭐, 감독님이 활용하신 쓰리백이 실패가 맞기는 했지.’
그래, 솔직히 우리 전술의 실패가 있긴 있었다.
자책골을 빼더라도 우리가 골을 넣은 건 적들이 방심한 틈을 타 넣은 2골뿐이고. 상대방은 2골을 정상적인 루트로 넣었으니까.
그렇지만··· 솔직히 우리도 전력은 아니였다.
‘국내파가 빠졌잖아.’
일단 이러니저러니해도 우리나라 국가대표의 주축은 해외파가 아니라. K리그다.
물론 해외로 빠져나간 선수 대부분이 K리그에서 성공한 선수들이고, 그에 따라 해외파가 더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선수 개인의 ‘현재 실력’ 만으로 따지면. 해외 선수보다 K리그 선수가 더 좋은 경우는 얼마든지 보이고.
무엇보다 해외 진출한 선수들로만 포메이션을 짤 경우, 4백으로 포메이션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 포지션이 완전히 비기 때문이다.
그래. 풀백.
해외에서 뛰는 ‘전문 풀백’ 이 우리나라는 없다.
나 빼고.
그러니까. 감독님이 되도 않는 쓰리백 쓴 건···
내가 감기 걸려서라는 거다. 하아.
‘···젠장, 죄송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진짜.’
그렇게 다시 아무 욕이나 머릿속으로 중얼거리던 도중.
-똑똑똑.
“이준혁, 자리에 있냐?”
감독님이 찾아오셨다.
-끼이익.
“말 아직도 안 나오는 거냐? 팀 닥터한테는 괜찮아졌다고 들었는데.”
“···아뇨, 제대로 나옵니다. 그냥 조심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렇게 내가 모로코전에 정상적으로 뛸 수 있다는 말을 돌려 말하자.
“좋아, 그럼 다행이군.”
감독님은 짧게 웃으셨다. 그리고 나는 그 웃음을 보자.
“···죄송합니다. 감독님.”
나도 모르게 사과부터 나왔다.
“응? 뭔 소리냐?”
“제가 부상당해 버려서 계획에도 없던 쓰리백을 쓰셔야 했지 않습니까.”
지금 이 사달이 난 원인은, 솔직히··· 나 때문도 있었으니까.
내가 몸 관리를 조금만 더 잘 했다면. 당연히 익숙한 포백을 사용했을 거고, 이런 일도 안 일어났을 텐데.
그런 뜻을 담은 사과의 말을 전하자. 감독님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시더니.
“하하. 이준혁. 너무 신경쓰지 마라.”
“······”
“음, 신경 계속 쓸 것 같은 분위긴데. 자리에 좀 앉아서 이야기할까?”
그 말과 함께 털썩 의자에 앉으신 감독님은.
“그거 아냐? 원래 아시안컵에서, 내가 지휘했었다. 슈틸리케가 아니라.”
“···네?”
대뜸 폭탄부터 던지셨다.
2015 아시안컵 준우승.
슈틸리케가 굉장히 말이 많았음에도 중국에게 지기 전까지 그 까임방지권 하나로 어찌어찌 감독직을 유지하게 해준 그 업적이···
사실 신태영 감독님의 업적이었다고?
“감독님이 지휘하셨었다고요?”
“그래- 조별리그 3차전 때부터 말이지.”
···이거, 전혀 몰랐다. 그래, 웬지 그 막장 감독이 어떻게 아시안컵은 잘 했나 했다. 이런 비화가 있었구나.
“그럼 왜-”
“내가 한 일이라고 언론에 말하지 않았냐고? 그야, 그러면 팀이 흔들리니까.”
“······.”
그러니까. 지금 저 사람은···
오로지 팀을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고?
‘···호군가?’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나 같으면 지금 이렇게 말 나오기 전에 언론 진압 용도로다가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을 것 같은데.
“너 방금 호구라고 생각했지?”
“······”
“근데, 그게 맞아. 감독이란 존재는 호구가 되어야 한다. 가끔 불합리한 상황이 닥쳐도, 입을 다물고 오로지 결과로만 증명해야 하는 자리지.”
탁.
“그리고, 널 뽑은 사람은 나고, 그러니 책임도 실패도 내가 지는 거다. 그게 감독이란 직책에 앉은 사람이 할 행동이다.
-툭툭.
“그러니까 마음 쓰지 마라. 실패도, 책임도 내가 지는 거지. 네가 지려고 할 필요는 없어. 너무 무겁게 살려고 하진 마라. 어린 놈이.”
···어린 놈은 아닌데.
“그래, 바빠서 길게 이야기는 못 하겠고··· 내일 모로코전 뛸 준비는 됐냐?”
“···예.”
“좋아, 그럼 난 이제 간다.”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열러 가시던 감독님은 나가시기 전에.
“정 미안하면 그럼 내일 내가 왜 너를 뽑았는지를.”
-덜컥.
“네가 어떤 선수인지를 똑똑히 보여줘라.”
-쾅.
딱 두 마디를 덧붙이셨다.
“······”
그리고, 그 후에. 나는 조용히 문을 보며 말했다.
“네.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