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91)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91화(191/242)
Accident (4)
-삐이익-!
[아··· 모로코의 두 번째 골이 터집니다.] [모로코의 이스마엘 엘 하다드 선수가 모로코의 두 번째 골을 집어넣습니다.]***
<10월 A매치 평가전(2017.10.10)>
-빌-비엔느 티쏘 아레나
[후반 27분]대한민국 0 : 2 모로코
[골]대한민국 : (없음)
모로코 : 마히 (46) 엘 하다드(72)
***
비록 평일이라곤 하지만 한국시간으로 22시 30분, 그러니까 10시 30분에 시작되는 평가전이니만큼 아직 꽤 많은 사람들이 깨어있을 시간이었고.
[ㅈ도 못하면서 뭔 월드컵이냐 ㅄ들ㅋㅋㅋ] [진지하게 이정현이 근 몇년간 공격수중 젤 낫다]덕분에 인터넷은 평가전답게 꽤나 강력한 화력이 쏟아졌다.
물론 22시 30분 시작도 밤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늦게 끝나봤자 밤 12시 반 안에는 끝나는 경기였기에 성인이라면 조금만 마음먹어도 볼 수 있는 시간대라는 점은.
[감사합니다 덕분에 암이 암에 걸려 나았습니다.] [속보 : 대한민국, 2018 월드컵 3패 광탈 예약]라이브 중계에서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굉장히 많은 말들이 나오게 만들었다.
-에라이 ㅆㅂ 졌네. 오늘도 패배 예약이요.
-그냥 한국은 맛집이네 러시아 상대로도 따이고 모로코 2군한테도 따이고 ㅋㅋ
-월드컵 왜가냐? 어짜피 또 3패할 꺼.
-아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 ㅋㅋㅋ
그래도 그나마.
[그래도 러시아 때보단 나음]가끔씩은 칭찬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ㄴ-100점이든 -10점이든 도찐개찐이야 ㅆ
ㄴ그래봤자 센터백들이 뇌 없는 짓 하는 게 너무 큼.
ㄴ글게 ㅆㅂ 민제 왜 안데려옴?
ㄴ민제는 국내파라서 못온거잖아
ㄴ국내파 왜안뽑음?
ㄴ아 ㅆㅂ 어그로였네
금방 묻힐 정도로.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국가대표 까기 행렬에 가담하고 있었다.
마치 모두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안티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5분 후.
[아, 이준혁 선수, 길게 때려줍니다!]-어?
-오오?
[손흥빈, 손흥빈, 슛-! 고오오오올-! 골입니다!] [손흥빈 선수, 2016년 10월 6일 이후로 약 1년여만의 득점입니다!]-ㅆㅃㅇㅇㅇㅇㅇㅇ 소리질러!
-갓태영! 갓태영! 갓태영! 갓태영!
-갓흥빈! 갓흥빈!]
-믿고 있었다구!
-이준혁! 이준혁!
경기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
“나이쓰으-!”
“이야아아아-! 선배님! 싸랑합니다!”
“잘 했다. 흥빈아!”
-턱.
휴, 다행이다.
‘저놈들도 방심한 덕에, 라인이 조금 이상했어.’
덕분에 그냥 롱킥 한 방에 우수수 넘어뜨릴 수가 있었다.
‘진짜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어.’
뭐, 그렇지만.
-짝짝.
어찌 되었던 간에, 골은 골이고.
“자자, 이제 다들 역전 각 봐 보자!”
“그래, 준혁이 말대로다. 다시 한 번 만들어 보자!”
이제 다시 원점이다.
[아, 딱 좋은 타이밍에 첫 골이 터졌군요.] [다행입니다. 이대로 무너질 줄 알았는데요. 그래도 우리나라 선수들, 투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우리들이 차분하게 뭔가를 처음부터 만들어낼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거다.
“움츠려들지 마! 다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모로코는 잡아보자!”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직 갑자기 기세가 확 우리 쪽으로 기울거나 하진 않았다.
저들이 언론에서도 몇 번이고 조금 힘을 뺀 선수진이라고 했고, 아무리 모로코의 2군이라고 하지만.
저 쪽이나 우리 쪽이나, 비대칭이 될 수 있는 전력은 솔직히 비슷하다고 말해야 했다.
아니, 오히려 더 뼈대만큼은 좋다고 봐야 했다.
‘4-3-3의 세 중앙 미드필더가, 모두 빅 리거니까.’
저 쪽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분데스리가의 샬케, 라리가의 헤타페, 리그앙의 캉에서. ‘주전’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저 쪽의 원톱 공격수 미문 마히(Mimoun Mahi)도, 이번 시즌은 조금 부진한 편이긴 하지만, 어쨌든 에레디비지에 17골을 넣은 유망주였고.
이런 식으로 최소한 유럽의 루키 리그에서, 무언가 족적이라도 남겨 봤던 선수들이 이 모로코의 2군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 봐도
우리는, 그냥 모로코의 2군보다 약했다.
전반에 내가 거의 활약 못 하고 묻혔던 것도.
[우사마 탄난이, 다시 한 번 드리블을 시도합니다!]여기 윙어가 라리가 팀에서 경험치를 먹여 가며 키우고 있는 유망주였고, 덕분에 방심하면 내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을만한 능력은 가득했다.
그나마 ‘유망주’ 라서.
[그러나 이준혁 선수가 태클로 끊는군요!]가끔이나마 빈틈이 나오는가 싶을 때가 있었고.
[바로 공을 잡고 측면 돌파합니다! 이준혁, 중앙을 넘어갑니-!]그 빈틈을 노려 보고 있었지만.
-삐이익-!
[아··· 푸아드 차피크, 어느새 올라와 있었군요. 파울로 끊습니다.] [아까부터 신기한 게, 저 선수 이준혁 선수가 중앙으로 올라오는 걸 더 경계하는 느낌입니다? 중앙선 넘는다 싶으면 가끔은 손흥빈 선수를 버리고 달라붙네요?]저 쪽 라이트백이 날 이미 리그에서 만나본 녀석이라 그런지 경계가 아주 만땅이였다.
‘시발, 디종 녀석. 개막전 때 한번 제대로 당해서 그런지, 아주 그냥 작정하고 하프라인 위에서는 스로인 안 주려고 하네.’
그리고 중앙도, 왼쪽 측면도 이렇게 볼이 뚝뚝 끊기면.
우리의 최대 비대칭 전력인 흥빈이를 전혀 이용할 수가 없다.
그걸 생각하면 방금 전 내가 빈 틈을 타 깊게 한 번 찔러준 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활약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래도.
“연수야, 자꾸 대인마크 놓치는데, 너무 라인 컨트롤에만 집중하다가 놓치지 마! 왼쪽은 내가 컨트롤한다.”
“···알겠습니다. 선배!”
포기하고 싶지 않다.
아니, 포기 못 하겠다.
옛날에도 몇 번 느꼈지만, 오늘 특별히 더 느껴지는 게 있다.
‘국가대표팀 대회가, 확실히 클럽 팀 대회보다 공간이 더 많이 나와.’
국가대표팀 평가전과 클럽팀과의 수준을 비교하면. 대부분은 국가대표팀보다 클럽 팀이 더 강하다고들 한다.
팀 합을 사실상 매일매일 맞출 시간이 있는 클럽팀과는 다르게, 국가대표팀은 팀 합을 맞출 시간이 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실상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로 이루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스페인이나 바이에른 뮌헨 선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일처럼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팀 합 맞춰본 기간이 고작해야 일주일 정도밖에 못 맞춰본 놈들이라는 거다. 그걸 생각하면?
-삐이익-!
[이준혁 선수의 파울입니다.] [좋은 파울이에요, 놓치면 저거 위험했습니다.]나쁘게 생각할 경우 우리도 약점투성이라 저 쪽이 파고들 구멍이 많다는 거기도 하지만.
“창운아-!”
-뻐엉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도 비집고 들어갈 ‘구멍’ 정도는 얼마든지 있다는 소리다.
그 말은, 어떠한 조건이 맞아떨어질 경우.
[권창운 선수! 가나요! 가나요-?!]-삑! 삑! 삐이익-!
국가대표 경기는 사고치는 게, 클럽 간 경기보다 훨씬 쉽다.
[페널티킥! 권창운 선수의 페널티킥 유도입니다!] [동점 골을 넣을 절호의 찬스로군요! 손흥빈 선수가 준비합니다!]그러니, 이 장소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자.
그 무엇보다도.
-삐이이이익-!
[손흥빈-! 손흥빈의 멀티 골입니다! 그리고 바로 축구공을 가지고 중앙선으로 뛰어갑니다!] [동점에 만족하지 않겠단 소리겠죠!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까요!]내가 항상 바랬고, 필요하다고 하는 곳이자, 영향력을 가장 크게 흩뿌릴 수 있는.
“자, 자, 다들! 다들! 일단 진정하고! 다음으로 가자! 가 보자아-!”
이 곳에서.
.
.
.
.
.
.
-삑! 삑! 삐이이-!익!
-*-*-*-
-짝, 짝, 짝.
“자, 자, 다들 주목.”
“주목.”
소속팀으로 돌아가기 전 우리들을 잠깐 모은 신태영 감독님은, 우리들 앞에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이 여러 개 있지만, 일단 가장 먼저 말해야 할 건 이거겠지. 다들 그동안 욕 먹느라 고생 많았다.”
그 말에 나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쓰게 웃었고, 몇몇 선수들도 힘 없이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신 감독님도, 희미하게 웃었다.
“뭐, 그래,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 결국 무승부에 불과하니까.”
그래.
***
<10월 A매치 평가전(2017.10.10)>
-빌-비엔느 티쏘 아레나
[경기 종료]대한민국 2 : 2 모로코
[골]대한민국 : 손흥빈 (77, 88)
모로코 : 마히 (46) 엘 하다드(72)
***
아쉽게도, 비겼다.
우리의 실력은, 아직 부족했다.
“다들 저번 경기에서도 느꼈겠지만 우리는 약하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참이다.”
“······”
그래, 솔직히 모르코는 이번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을 경우 우리와 같이 포트 4에 배분될, 월드컵 최약체 팀이였다.
그런데 그런 모로코는 최전력을 내지 않았음에도 우리보다 전체적인 선수단 퀄리티가 더 좋았다.
이 소리는.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였지만, 오늘 경기만 봐도 확정되었다고 봐야겠지. 우리는 월드컵 1승을 거두냐 마느냐의 최하위 전력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의 월드컵은 3패 광탈이란 표현을 붙이기에 아주 적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라는 거다.
그래도.
“그래도, 아직 월드컵은 오지 않았다.”
아직은 월드컵 본선이 아니다.
“이건 평가전일 뿐이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너희들이 소속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그로 인해 조금이라도 자극받고, 소속팀에서 성장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0승을 1승으로, 2승으로 늘리는 사고를 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저번 경기에서 난 그 희망을 보았다.”
그 말과 함께, 감독님은 우리들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누군가는 말하겠지, 불가능할 거라고, 어차피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큰 전력 상승이 가능하겠냐고. 우리들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끊임없이 되물을 거다.”
그러다가.
“맞다. 실패할 확률이 사실 더 크다.”
조금 맥이 빠지는 소리도 하셨다.
“······”
“뭐, 맥 빠지는 소리라는 건 안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너희들도 알지 않느냐. 성장이란 걸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가 희미하게나마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그래도 너희도 느끼지 않았나. 러시아전보단 오늘이 더 낫다는 걸.”
“···하하.”
조금씩이나마 발전하고 있다는 믿음이였다. 러시아전보다는 모로코전이.
모로코전의 전반전보단 후반전이, 그리고 후반 극초반 보단 후반전 끝날 때 즈음이.
더 경기력이 좋았으니까.
“그리고 저기 너희한테 명령받으면 영광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나잇살 다 먹고 갑자기 명령하는 사람으로 바뀐 놈도 있잖느냐.”
그 순간 모두들 나를 쳐다봤고.
“······”
나는 정말 뻘쭘하게 음료수만 들이마셨다.
“그런 것처럼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다. 힘들고 어려운 길만이 있을 뿐이지. 자, 다시 한 번 물어보지. 우리는 어떻다고?”
“···약합니다.”
“그러니, 어찌햐야 한다고?”
“조금 더 성장해야 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짝.
신 감독님은 다시 한 번 박수를 치셨고.
“좋아. 이 정도면 됐다. 이걸로 이번 10월 평가전은 끝이다. 다들 소속팀에 돌아가 이번 경기를 잊지 말고, 기억해서.”
그 말을 끝으로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건냈다.
“다음 11월 평가전에서는 모두들 웃으면서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보자. 모두들 수고했다. 해산.”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