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93)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93화(193/242)
Empêchement (2)
어릴 적에 난 무협지나, 배틀만화를 참 좋아했다.
주인공이 삼류 낭인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구르고 또 굴러서 나중에 결국 참 행복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결말이 나오는.
그런 뻔하디 뻔한 스토리가 있는 작품들을 참 좋아했다.
주인공이 역경과 고난을 겪지만, 결국에 그 끝은 성장으로 이루어지고.
그 성장을 통해 하여금 최후의 순간에는 승리하니까.
그리고, 어릴 적의 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역시 그런 주인공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머리가 조금만 굵어져도 알게 된다.
[파리의 역습 기회! 음바페가 볼을 받습니다!]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일은 절대 쉽지 않고, 어려우며.
결국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나이를 조금 더 먹고 경험을 쌓다 보면 한 가지를 더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음바페, 라인을 타고 빠르게 달립니다!] [리가 붙긴 했지만, 살짝 밀리는군요! 음바페가 더 빠릅니다!]나에겐 정말로 온 힘을 다하고 다해야 이루어낼 수 있을까 말까 한 것처럼 느껴지던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겐.
[음바페, 완벽하게 속였습니다! 노마크 찬스!]너무나도 쉬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정말, 정말 슬픈 일이다. 세상이 내가 바라던 것을 이루지 못하는 것까지는 가슴에 묻을 수 있어도.
[중앙으로 파고들고, 한 번 접고! 슛-!]그 가슴에 묻은 뭔가가.
[골-! 킬리안 음바페의 선제 골입니다!] [음바페! 이로서 PSG에서 9경기만에 5골 4어시스트라는, 평균적으로 공격 포인트를 하나씩 쌓아주는 기록을 벌이고 있습니다!]누군가에겐 정말로 하찮을 만큼 쉬운 거라는 것은···
사람을 좀··· 비참하고 허무하게 만든다.
하물며 그걸 깨닫게 해주는 사람이.
[이 선수가 정말 18살이 맞나요? 작년 44경기 26골 11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가, 멈추지 않고 이번 시즌 더 발전했습니다!] [역시 프랑스의 보물! 프랑스의 보배! 메시와 호날두 그 뒤를 이을 세계 축구의 미래가 될 선수! 킬리안 음바페입니다!]나보다 10살은 더 어린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 효과는 도저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고.
***
[première mi-temps 37]PSG 1 : 0 Marseille
[Buts]PSG : Mbappe(36)
Marseille : (rien)
***
-피융, 펑, 펑···
[Wonder, Wonder,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내일 아침 수상자가 확정될 2017 골든보이 상은, 저 선수의 것이 확실합니다!]-Un message aux Marseillais, Allez vous faire enculer···
(마르세유의 팬들에게 말해주마, 그냥 콱 뒈져버리렴···)
[그렇죠, 뎀벨레도, 제수스도 훌륭한 선수지만, 저 선수에 비할 수는 없어요! 그 누가 저 나이에 뛸 때마다 공격포인트를 올립니까! 그건 저 나이의 메시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One est venu selulement chanter, PSG Allez Allez
(우리는 그 앞에서 노래하겠노라, PSG 만세, 만세라고.)
그리고 적들의 환호와 폭죽과 홍염 앞에서.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조금.
아니, 많이 비참했으니까.
“···하, 씨발.”
그래, 저게 세계 최고의 재능이란 놈이구나.
레알 마드리드가 전전긍긍하고, 전세계가 경악한.
세계 최고의 유망주란 녀석의 재능.
“···하하, 좆같네.”
오늘 우리의 중심 전술은 선 수비였다.
4-2-3-1인 만큼 완벽하게 수비 일변도는 아니지만, 중앙의 선수들이 최대한 수비적으로 굴고. 공격은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어떻게든 맡김으로서.
수비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역습 기회를 제외하고는 선 수비 마인드를 가지는 전술이었다.
그리고 그게 통하려면 모든 수비적인 전술이 그렇듯이.
[마르세유는 이제 라인을 올려야 합니다. ]선제 실점은 하지 말아야 했다.
수비를 한다는 건, 득점을 반쯤 포기했다는 거였고.
그 말은 실점을 하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선제 골을 넣은 다음에나 해야 했다. 그래야 수비 전술이라는 기조를 많이 바꾸지 않고, 유지하면서 적들을 초조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그걸 망쳐버렸다.
이제, 우리는 반강제적으로 공격을 가야 한다.
‘···난 저 나이에 뭐 했지?’
아, 그래. 19세 되기 직전이니까. 그럼 대학교 1학년 시절이네. 그냥 힘차게 주전자 들고 골대 들고 공 주워다니고 그랬구나?
나름 열심히 살긴 했다. 빠따 안 쳐맞고 바릿빠릿하게 굴기 위해서, 그리고 프로에 기가 위해서.
뭐, 그렇긴 한데··· 저 녀석은 뭐.
작년 고3 고삐리 주제에 시즌 30골 가까이 쳐넣고 있었지?
“······”
하, 하하.
뭐 사실, 나도 재능이 없는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리그앙이란, 빅 리그의 말석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빅 리그로는 취급받는 자리까지 왔는데 재능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말을 했다가는 이 리그에서 주전을 차지하지 못한 전 세계의 수많은 선수들이 쌍욕을 박겠지.
단지 18살에 이미 세계 대부분의 프로가 평생 단 한 번이라도 기록하길 꿈꾸는 성적을 찍어보고,
그 위를 바라보며 메시와 호날두 이후를 이끌 주인공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될 거라고 기대받고 있는 선수의 재능에 비비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하고 또 미약한 재능일 뿐이기에 그럴 뿐이다.
하긴, 세상 대부분이 그렇다.
나와 고등학교에서, 내셔널리그에서, 그리고 고양과 상무에서 함께 하던 선수들은 정말 꽤나 많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나와 같이 뛰지 않고 있고, 어느 순간엔가 그만두거나 멈춰섰다.
몇몇은 재능의 부족으로 인해, 몇몇은 부상을 이유로 더 이상의 노력을 지속할 수 없게 되어버린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 역시 자신이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모두들 각자 어느 정도의 선에서 멈춰버린거다.
그리고, 이젠 그 순간이 나에게도 온 거다.
풀백으로 전환한 후. 멈춰있던 성장이 다시 차오르며 꿈 속에서 사는 것만 같았던 나에게.
나의 얄팍한 재능과 노력이란 놈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벽이. 다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래.
“···리, 괜찮아?”
“···하하, 어, 괜찮아.”
‘다시’ 찾아왔을 뿐이다.
-짜악.
“못 막아서 미안하다. 세르티치, 막았어야 했는데.”
그리고 그렇게 희미하게나마 웃으며 탈탈 흙먼지를 털어대는 날 보고.
“···그래, 역시 생각한 대로구나. 넌, 괜히 걱정했네.”
날 일으켜 주던 세르티치도 살짝 웃었다.
휴우- 그래.
나는 음바페 저놈만큼 드리블을 잘할 수 없고, 그보다 빠를 수도 없으며 어시스트나 골을 쌓을 수도 없다.
물론 나는 수비수고 저놈은 공격수니까 일대일 비교는 불가능하긴 하지만. 내가 앞으로 살면서 평생 저러한 선수들을 손쉽게 막는 반열에까지 오르는 일도··· 없을 거다.
아니, 오히려 차이가 점점 벌어져만 갈 꺼다.
저 놈은 나보다 10살이나 어린 선수고. 그건 저 녀석은 앞으로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다는 소리지만.
반대로, 나는 이제 성장한다고 해도, 여기에서 조금, 아주 조금 더 올라가는 게 끝일 거다.
이제 나는 나이라는 파도가, 나를 잡아먹기 직전의 시점까지 왔으니까.
그런데, 이미 겪어왔던 일이다.
나보다 더 몸싸움을 잘하는 놈들.
나보다 더 드리블을 잘 치는 놈들.
나보다 뭐가 되었든 축구를 더 잘하는 놈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은.
나는 저 녀석이 일깨워주지 않더라도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순간이 이제 다시 찾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 장면도 몇 번이고 찾아왔으니.
이젠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알고 있지 않던가.
이럴 땐 그냥, 그냥.
[리, 측면을 따라 돌파를 시도합니다.]하는 거라고.
저 녀석에 비하면 단점투성이에, 실패할 확률도 높지만.
[아, 그러나 역시 알베스가 저지합니다.] [리, 너무 감정적인 드리블이었습니다. 별로 좋은 드리블 시도는 아니었어요.]그럼에도 계속 움직이고, 시도하는 것.
[이제 알베스가, 공을 빼앗으려 드는데-] [아, 빼앗기진 않는군요, 리가 다시 중앙으로 볼을 돌립니다.]그것만이 우리같은 선수들에게 있어서 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이럴 때마다 여러가지 감정이 든다.
내가 여러가지를 배웠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해도 내 재능이 저들보다 떨어진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세상이 왜 이리 불공평하냐며 소리치고 싶고, 좆같아서 모든 걸 때려치고 싶다고, 그만하고 싶다고 고래고래 외치고 싶다.
그러면서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두긴 아깝다는 생각에 조금만 더 해볼까 하는 반발심이 들기도 한다.
재능이란 놈의 차이가 있는 한.
이렇게 계속해서 흔들리고 오만가지 감정에 휩싸이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나도 놀고 싶고, 쉬는 날에 큰 지장이 없다면 달디 단 아이스크림을 잔뜩 먹고 싶고, 라면도 먹고 싶은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니까.
그래도 아직 하는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그냥 하는 거다.
[사카이, 빠르게 올라갑니다!]“세르티치- 중앙 연계?”
“아냐! 그냥 포백만 좁혀!”
그래, 그래도 하는 거다.
뭐, 그리고 왜 새삼 이제 와서 포기하겠는가.
도망칠 거라면 진작에 도망칠 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3년 전 상무의 원서를 거부할 수 있었던 그 순간.
아니면 유럽에 오기 전에, K리그에 남을 수 있었던 순간.
아니, 최소한 이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뭐 몸이 안 좋다거나 하는 식으로 빠지는.
조금 더 편하고 나은 길을 선택할 수는 얼마든지 있었다.
[사카이, 크로스-!] [아, 중간에 막힙니다. 라비오가 공을 가로챕니다.]그럼에도, 나는 끝내 오늘 저들을 마주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이렇게 계속 위를 바라보다 보면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거라는 걸 분명히 알았는데도.
[라비오, 바로 오른쪽 음바페에게!]나는 굳이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괴롭고,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이처럼 계속해서 찾아 오겠지만.
“오캄포스-!”
그와 함께, 저 천재들의 재능에 열 번을 당하더라도.
[음바페가 공을 잡는 순간 바로 여러 선수가 달라붙습니다. 옆에는 오캄포스, 앞에는 리!]굳이 저 천재놈들에게 한 방이라도 먹여줄 수 있는 것을 상상할 수라도 있는 길을 택했다.
[음바페, 그래도 자신있게 드리블을 시도- 하지만 막힙니다!] [오캄포스가 가로챕니다! 바로 접고, 리에게 백 패스.]이건 나에게 있어서 불평의 대상이지, 포기의 대상은 아니다.
[리, 한번 접고 길게 올립니다-! 그리고 그곳엔 파예가 있습니다!] [파예, 스투아니, 스투아니, 다시 파예, 슛-! 아, 그러나 골키퍼가 잡아냅니다.]물론 쉽진 않고, 전개는 성공해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할 거다.
포기하는 순간부터는 아무 일도 벌어질 수 없으니까.
-삑! 삐! 삐이익-!
[아, 전반전이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1대 0으로 홈 팀 파리가 앞서나갑니다.]자, 남은 45분.
여전히 절망적이고, 힘겨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아직 이 게임은 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그게 내가 우는 모습이 될지. 웃는 모습으로 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아직은-
발버둥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
-짝짝.
“자, 자, 다들, 빠르게 빠르게 앉고! 바나나 필요한 사람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손만 들어라!”
그래, 아직 나- 아니.
“좋아, 다들 빠르게 집중해라! 아직은 1실점이다. 충분히 뒤집을 수 있으니 다들 집중하고 잘 듣도록! 지금 우리들이 경기를 분석한 결과, PSG는-”
우리들은 아직 이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