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195)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195화(195/242)
Empêchement (4)
2017년 10월 23일
“Salut, La Quotidienne(The Daily)입니다. 어제에 이어 르 클라시크 특집입니다. 어젯 밤 경기에서 대부분의 도박 사이트들이 파리의 승리를 점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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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ect Score
Bet365 : Home 3-1
Pinnacle : Home 3-0
1Xbet : Home 3-1
Betfair : Home 3-1
888sports : Home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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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대부분의 2점차 이상으로 마르세유가 패배할 것으로 예측되었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마르세유가 원정에서 승점을 가져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를 보고 시청자 분들도 재미있는 표현을 해주셨는데요. 몇 개를 읽어보겠습니다.”
-이게 르 클라시코지! 난 믿었어! 믿었다고! 경기장에서 직접 느끼지 못한 게 겁나게 아쉽네!
-마치 3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씨발!
“하하, 숨어 있던 마르세유 팬분들이 꽤나 나오고 있네요.”
그랬다. 3년 전, 비엘사의 경질 이래로 고난의 세월이였던 마르세유의 서포터들이, 조금씩 다시 기어나오고 있었다.
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마르세유의 순위는 2위였으니까.
물론 8승 2무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파리보다야 못하지만. 총 10점 7승 2무 1패로, 단 1패 차이.
시즌 초라고는 해도 굉장히 주목할 만한 일임은 틀림 없었다.
“덕분에 전문가들도 서서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올해야말로 마르세유가 6년째의 무관을 끊을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고요. 리그 컵이든, FA컵이든 말이죠.”
그러나, 전문가들이란 자신이 틀렸을 때를 대비해 꼭 반댓말을 붙이는 법.
“하지만, 한편으로는 3년 전에는 더 좋은 페이스였으나 결국 무너져버린 기억이 있기에 아직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섣부르다고들 합니다.”
게다가 실제로 사례도 있었기에 더더욱 망설이지 않고 ‘아직 모른다’를 붙였다.
“과연 큰 산을 넘은 마르세유가 앞으로도 다가오는 경기들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리그앙 소식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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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어서 프리미어 리그 소식입니다. 지난 주말, 프리미어 리그에서 무리뉴의 맨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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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시즌 다큐멘터리에 올릴 단독 인터뷰를 찍어야 한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허, 참. 이건 또 뭐야?
“그거 하려면 시즌 초부터 찍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시즌 다큐멘터린데 초반 10경기를 날려서야 어떻게 하려고?
“뭐, 그게 문제긴 한데, 그건 저희가 이리저리 찍어 둔 영상 몇 개 잘 끼워맞추고, 선수들 인터뷰나 편집만 좀 이렇게 보충하면 될 거 같더군요.”
···아, 그러니까. 어차피 평소에도 찍는 소스는 충분하니까 그냥 그 부분은 알아서 하겠다고? 그게 말이 되-겠구나?
‘···하긴, 뭐 그래도 적당히 영상은 나오겠다. 평소에도 카메라가 그렇게 많았으니.’
상무 때까지만 해도 내가 찍은 영상이라곤 그냥 그 이상한 패러디 영상 하나가 다였고, 서울에서도 홈 경기 영상을 찍긴 했어도 뭔가 엄청 자세하게 구단 내부를 다루는 건 아니였지만.
여기, 마르세유는 아예 걍 마르세유 영상만 미친듯이 찍고 방송하는 구단 전용 채널이 있어서 평소에도 그냥 미친 듯이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대충 거기에서 나온 영상 몇 개만 살려내도 전반기 다루는 다큐 한 편 뚝딱 뽑아내는 건 일도 아니긴 하겠다.’
다만 신기한 건.
‘그런데, 애초에 왜 다큐를 찍냐? 구단이?’
원래 축구 구단에서 영상을 찍으면, 보통 경기 후 승리 영상, 그리고 입단 인터뷰, 막 그런 걸 찍고 올리는 정도가 보통인데 아예 시즌 요약 다큐를 찍겠다고 하는 건 좀 생소했다.
‘국대나 선수 다큐도 아니고 그런 영상이 어디 팔리나? 인건비도 안 나올 것 같은데.’
그런 거 찍어도 팔아먹을 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돈이 넘쳐나는 EPL 구단들도 선수 다큐는 꽤 있지만 이런 한 팀의 한 시즌을 라이브로 찍는 다큐는 아예 전례가 없던 걸로 아는데 말이지.
구단 내 행사라서 거절할 수도 없고, 일만 늘어나고 정말이지 쓸데없는 짓거리-
“아, 참, 맞다. 이거 깜빡할 뻔했네요. 리. 이건 구단 행사라 의무긴 한데 상정하지 않은 훈련 외 구단 행사로 들어가서 당연히 수당 들어갑니다. 여기에 사인 한 번 해 주시면-”
“아, 넵. 넵.”
-가 아니구나. 아주 쓸모많고 좋은 거군.
“사인 다 끝나셨죠? 그럼 인터뷰 시작합니다.”
“예.”
“그럼 모나코전때, 3대 0으로 끌려가고 있었을 때 어떤 느낌이셨나요?
“어, 이 때는···”
···기억이 잘 안 나네.
“기억이 잘 안 떠오르시나요?”
“아하하, 죄송해요, 결국 져서 그런지, 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잠시만요···”
음, 아 모르겠다.
“별로 크게 생각하진 않았네요, 그냥 이대로 질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대충 맞겠지 뭐.
“그렇군요, 그럼 한 골 넣고 나서는 또 어떤 생각이셨나요?”
“그 때는···”
“음,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 어. 더 자세하게라면…”
그 순간, 카메라맨의 표정이 살짝 무너지는 게 보였다. 분명히 내가 생각보다 너무 미숙해서였으리라···
‘아오, 괜히 죄송하네. 좀 집중해보자.’
그렇지만 마음가짐만으로 되는 게 세상에 별로 없듯이,
“음···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다시 해주시겠어요?”
“다시.”
···수많은 NG를 내고 나서야.
“예, 수고하셨습니다. 나가셔도 됩니다.”
“···예, 예.”
파김치 상태로나마 방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오, 촬영이 쉬운 게 아니구나.”
그냥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하는 건데도 뭐 이리 힘든 건지 원.
‘난 진짜 그냥 축구로만 먹고 살아야 할 인생인가 보다.’
유명한 선수들은 막 예능같은 것도 나가고 그러는데, 난 그런 건 진짜 못할 거 같다. 저렇게 같은 말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돌리는 짓은 못 할 것 같아.
‘으함- 하여튼 이제 촬영도 끝났으니 적당히 조금만 더 운동하고 저녁 먹으러 가야겠네. 뭐 먹냐.’
그렇게 나가서 어떤 식당에서 먹을까, 아니면 집도 제대로 된 곳으로 이사한 김에 요리를 한번 해 볼까를 고민하며 걷던 도중.
“어, 세르티치?”
“아, 리? 너구나.”
복도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왜 아직 퇴근 안 하고?”
“아, 나도 너 다음에 영상 찍어야 해서. 부상당한 김에 촬영 몇 개 미리미리 하래.”
“···어디 아파?”
“아킬레스건 손상이야.”
그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입이 쩍 벌어졌다가.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어, 다행히 좀 쉬면 된다는데. 한 한 달 정도.”
“···오, 그나마 다행이네.”
이어지는 말에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킬레스건 부상이라면 잘못하면 시즌 아웃을 넘어 선수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는 부상인데, 그걸 조기에 발견해서 그 정도 부상으로 끝난 거니.
“너는? 왜 늦었던 거야?”
“아, 그냥 촬영한다고 하더라. 시즌 다큐 찍는다나 뭐라나.”
“오, 잘 된 일이네. 좋겠네?”
“[···좋긴 개뿔]”
“응?”
아, 실수. 암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말이 좀 거칠게 나왔네.
“미안, 한국말이였어. 좋을 거 하나 없더라.”
“어? 왜?”
“귀찮아. 저런 거 찍을 시간이 있으면 다음 릴 경기나 보겠다.”
그러자, 세르티치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푸핫··· 진짜 너다운 말이다. 너다운 말이야.”
그런 말을 하며 씩 웃었고. 그 미소를 보자 나는 그저께 원정 경기에서 저 녀석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래, 역시 생각한 대로구나. 넌, 괜히 걱정했네.”
‘···그 때도 그렇고, 얘 나한테 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지.’
뭐, 날 적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별 신경 안 쓰고 넘어가고 있지만. 가끔 저 녀석 속 머릿속을 들여다 보고 싶다.
“세르티치, 너 그럼 오늘 택시 타고 왔어?”
“어? 그렇지. 발목 부상이니까.”
“그럼 오늘은 내가 태워다 줄게. 다 끝나면 문자해.”
“오- 그거 고마운 일인데, 그럼 답례로 저녁은 내가 살게.”
···음, 의도하진 않았지만 저녁도 해결이구나.
“좋아, 그럼 스트레칭이나 하러 가 보실까-”
-뚜둑.
“아, 아우 씨. 망할. 몇 경기나 뛰었다고 아려오냐?”
···다시 약 먹어야 하나.
-*-*-*-
“그럼 세르티치 선수,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해서 당분간 전력에서 빠지게 되어 버렸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그 질문에 세르티치는 살짝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아쉬울 뿐이죠. 팀이 상승세에 있는데 그 과정에서 빠지게 된다는 건 언제나 슬픈 일입니다.”
그렇지만, 슬픈 일만 말해서야 너무 다큐가 되는 법.
“하지만, 저는 동료들을 믿습니다. 이 팀은 제가 뛰었던 그 어느 팀보다 강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어요. 항상 승리를 원하고, 포기하지 않죠. 그러니 안심하고 저의 재활에만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세르티치는 적당히 양념을 쳐줬고, OM TV의 촬영진들은 모두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래야 진짜 방송이지.’
아까 리 그 친구는 정말이지 너무 분량 뽑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5분도 안 되는 분량 뽑는 데 시간을 그렇게 많이 들여야 한단 말인가.
“그럼, 그 중에서도 가장 믿음직스러운 동료 한 명을 꼽으라면 누구를 꼽고 싶은지?”
“음- 저는 개인적으로는 리를 꼽고 싶네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통 선수들에게 믿음직한 동료를 꼽으라고 한다면 토뱅이나 파예같이 번뜩이는 에이스라던가, 아니면 베테랑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라미나 스투아니를 꼽았는데. 리라니?
조금 특이한 대답이여서 촬영진은 추가적인 질문을 던졌고. 세르티치는 웃으며 대답했다.
“확실한 건, 전 선수로서 다른 동료들도 좋아합니다. 파예나 토뱅은 그야말로 ‘와’ 라는 말밖에 안 나오는 천재고, 스투아니나 라미처럼 베테랑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선수도 있죠.”
그렇지만-
“그 어디에서도, 리만큼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선수는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그 말과 함께, 세르티치는 마응속에 있던 말들을 우수수 내뱉었다.
“리의 나이는 27입니다. 저랑 비슷하죠. 그리고 제 나이쯤 되면 슬슬 벽을 쌓게 됩니다.”
“어떤 선을요?”
“나는 여기까지가 한계다. 여기까지가 끝이다 같은 것 말이죠.”
촬영진들이 아직도 의아한 표정을 짓자, 세르티치는 웃으며 추가적인 말을 덧붙였다.
“솔직히 말해서, 유망주 때는 다들 열심히 노력합니다. 실력이 쑥쑥 느는 게 재미도 있고, 프로로서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죠.”
그러나, 프로로서 어느 정도의 돈을 거두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솔직히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노력하면 실력이 늘긴 느는데, 똑같이 노력해도 더 많이 느는 놈들이 보이거든요. 그래서 재미가 없어집니다.”
거기에다가 슬슬 아파오는 몸뚱아리는 덤이다.
이만하면 됐다며, 이만하면 만족할 만하지 않느냐는 유혹이 끊임없이 몰려온다.
“그런데, 리는 그런 게 없어요. 그냥 벽이고 뭐고, 좆까라는 식으로 항상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어쨌든 노력하면 느는 거 아니냐고.”
그 모습은, 세르티치에게 정말로 충격이었다. 저 나이에 아직도 저런 열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부럽고, 대단해서.
그리고- 그렇게 벽(Empêchement)을 같이 두들기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서.
“그 친구를 가장 믿음직한 동료로 꼽고 싶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뛰는 건, 저 자신도 노력하게 만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