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01)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01화(201/242)
vétéran (3)
2017년 12월 20일.
하나-둘, 하나, 둘.
-삑! 삐이이이-익!
[경기 종료됩니다! 리그앙 19라운드 마르세유 대 트루아, 트루아 대 마르세유의 결과는 마르세유의 4대 1 승리! 이로서 2017/18 시즌 리그앙 전반기가 종료됩니다!]***
[jeu terminé]Marseille
4 : 1 Troyes
[Buts]Marseille : Payet(31), Gustavo(66), Thauvin(78), Germain(84)
Troyes : Pelé(14)
***
-Allez, Allez, Allez Allez Allez. Marseillais Allez↗ Marseillais···
[관중들이 아주 신나하는군요!] [그럴 만도 하죠, 이번 전반기의 마르세유는, 리그앙 출범 이래 최고로 좋은 전반기를 보냈으니까요!]그랬다.
원래 마르세유의 전반기 최고 기록은 3년 전 2014/15 시즌, 마르세유는 13승 2무 4패 승점 41점으로 전반기 1위를 달렸던 것이 최고 기록이였지만.
지금의 마르세유는 14승 3무 2패, 승점 45점으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으니까.
[예, 그 외에도 모나코와 리옹이 마르세유를 승점 4점 차이로 바싹 따라가고 있으니, 챔피언스 리그 티켓 싸움이 아주 치열합니다!]그러나 해설자들은 하나같이 우승이란 말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고.
-Nous irons en Ligue des Champions!
-(우리가 챔피언스 리그로 간다!)
그건 마르세유의 서포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아! 이제 다른 팀들의 경기도 모두 끝났다고 하는군요, 이로서 리그앙 2017/18 전반기 순위표가 확정됩니다!]이번 시즌의 리그앙에는, PSG라는 미친 괴물이 있었으니까.
PSG.
19경기 16승 2무 1패, 그리고 58득점 15실점 +43득실점 승점 50점이란 기록을 세우며.
올 시즌 승점 100점을 채워버릴 기세인 팀이 있었으니 말이다.
[워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솔직히 파리, 정말 압도적이군요!] [그렇습니다! 마르세유도, 리옹도, 모나코도 정말 평소대로라면 리그 우승을 노려볼 만한 페이스인데 PSG에 비하면 손색이 있습니다!]그리고 서포터들도 이유가 있었다.
당장 3년 전 역대 최고 전반기를 보냈던 14/15시즌 때, 리그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설레발쳤던 그 시즌은 결국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도 실패하며 최종적으로는 ‘실패한’ 시즌이 되어 버렸던 기억이 생생했기에.
괜히 설레발을 떨다가 그때처럼 막 챔스 진출도 실패하고 다음 시즌에 강등 위기를 겪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설진들은 이번 시즌 리그앙에 대해서 살짝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르세유, 리옹, 모나코 셋 다 모두 평소대로라면 우승할 수 있을거라고 말할 수 있는 페이스였는데도 파리라는 괴물이 너무나도 좋은 페이스로 달리고 있어서 리그 우승경쟁이 조금 루즈해진 경향이 있었고.
전통의 명문팀이자 인기팀들인 보르도, 셍테티엔, 릴이란 인기 팀들이 15, 16, 18위로 자칫하면 강등될 위기였으니까.
하지만, 해설진들은 그런 생각도 잠시뿐.
[그래도, 시즌 전 생각했던 것보단 아주 팽팽하게 리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 정도면 아주 팽팽하다고 볼 수 있죠!]오늘따라 굉장히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단, 시즌 전 생각보다는 그래도 덜 일방적이였기 때문이었다.
[영국 놈들이, 시즌 시작하기 전 저희 리그를 너무 뻔하다며 욕했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은 꼴이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팀간 격차가 없다던 EPL을 보시죠! 1위와 2위 승점이 11점이나 나고 있습니다. EPL이야말로 맨시티가 독점하는 리그죠!]덕분에 이렇게 영국 놈들을 깔 수가 있게 되었으니, 이 어찌 아니 훌륭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습니다! 아주 통쾌한 일입니다!]물론 해설진들이 말끝마다 굉장히 목소리를 높여가는 이유는 이것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했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직장인들이 항상 꿈꾸고 바라오는.
[예! 그러면 저희는 내년에 다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장기 유급 휴가 기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
2017년 12월 23일.
“흐아아암-”
으하아-암. 쩝. 몇시지? 지금 시간이.
“···와우, 해가 중천을 넘어갔네, 나 12시 반까지 한 번도 안 깼다고?”
평소에는 항상 6시까지만 딱 자고 일어나서 프랑스어 공부하는데, 이건 늘어진 것도 있지만···
“하, 진짜 엄청나게 몸이 지쳐 있었구나.”
에휴- 그래, 하긴 슬슬 진통제를 경기할 때마다 챙겨먹을까 말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었으니까. 긴장이 풀린 지금 이러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티비 보면서 밥, 아니 빵이나 좀 먹자, 지금 축구가···”
-삑.
***
[41 : 24]EVE 0 : 0 CHE
***
“오, 마침 잘 됐네, 첼시랑 에버튼 경기하는구나? 빵 좀 먹으면서 봐야겠다.”
축구 선수 중 뛰기만 하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왜 집에서까지 축구 경기를 보냐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쉴 때 항상 축구 경기를 꼭 보는 편이였다.
일단 뭐, 전술을 공부하다 보니 사람들 움직이는 게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선수들 움직임 보며 공부한다는 용도도 있지만. 요즘은 거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붙어버렸는데.
-아스필리쿠에타, 볼을 이끌고 달립니다!
-아, 역시 활동량이 넘치는 선수입니다. 이 선수!
“어휴- 좋다. 역시 남이 뛰는 걸 누워서 보는 게 참 꿀맛이네.”
아직 시즌 중반이긴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경기당 평균 11.7km정도를 뛰었다.
10.5km를 뛰는 경우 리그에서 상위권 활동량을 가진 풀백이고, 활동량 11km를 넘으면 포지션 불문 리그에서 가장 많이 뛰는 10위권 정도 안에 드는 거라는 걸 생각하면···
나는, 정말 매 경기마다 죽어라고 뛰는 풀백이였다.
‘스프린트도 아마 상위권이긴 할 텐데, 이건 순위권까진 아니여서 잘 모르겠네.’
뭐, 하여튼 그래서인지 에브라가 빠지고 풀타임 선발로 계속 뛰니 좀 지친다는 느낌이 최근 들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약간··· 좀 놀부같은 마인드가 생겨버렸고.
-와그작.
“아, 재밌다. 재밌어.”
지금은 그 놀부 마인드가 200% 충족되고 있었다.
우리 팀은 이번 리그앙의 크리스마스 휴식기, 12월 21일부터 1월 11일까지의 22일 휴식기 중에서 오늘 23일부터 1월 3일까지.
약 12일간 구단으로 훈련하러 가지 않아도 되는 긴 휴가가 주어진 덕에 ‘완벽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날인데, 이렇게 남들 뛰는 걸 지켜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자, 자, 힘 내라. 힘. 힘 내라 힘, 나는 쉬고, 너흰 뛰고!”
물론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는 굉장히 중요한 전통인 만큼 대부분의 리그가 우리보다는 길게, 혹은 짧게라도 휴식했지만.
자본주의의 논리인지 뭔지, 그건 내가 쳐다보고 있는 EPL에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저놈들은 이 크리스마스 기간에 쉬기는커녕 오히려 26일에 ‘확정적으로’ 경기를 뛰어야 했다.
‘이런 걸 보면 왜 EPL이 돈을 더 많이 받는지가 팍 이해된다··· 실력도 더 좋은 놈들이 근무 외 수당까지 챙기는데 돈을 못 벌면 말이 안 되지, 하하.’
그리고, 이제야 왜 돈 더 많이 주겠다는데도 EPL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도 알 것 같았다.
EPL은, 정말 부자인 동네다. 강등권 팀이 타 리그 유로파 내지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노리는 팀만큼 연봉을 줄 수 있는 리그다.
그래서 나도 여기에서 뛰기 전까지는 왜 돈 더 주겠다는데 굳이 EPL을 거부하는 거지? 바본가? 같은 생각을 했는데. 역시 직접 체험해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저런 것만 봐도 워라밸이 참 거지같은데다가. 경기를 보다 보면.
[자파코스타, 라인을 타고 드리블하는데-] [아, 마르티나가 깊숙한 태클로 막습니다! 경기 막바지가 되니 거칠어지네요!]나도 모르게 한탄이 나오게 된다. 너무 거칠어서.
“···미치겠네, 크크, 저게 파울도 아니라고?”
뭐 여기 리그앙도 거칠기로는 엄청나게 거친 편이지만, 저기는 진짜 한 술 더 뜬다. 더 떠. 종아리 걷어차는 태클이 파울이 안 불린다고?
“저기에서 진짜 흥빈이가 큰 부상 안 당하는 게 용하다. 용해···”
거친 리그, 그리고 휴식기 따위 없는 일정. 이 둘이 합쳐진다면··· 정말 부상이 일상일 수밖에 없는데도 저렇게 버티다니.
정말, 정말 대단한 거다.
‘···롱 런을 바라는 선수가 있다면 진짜 EPL은 최악의 선택이겠다. 왜 EPL에서 십년 넘게 뛰는 선수가 드문지 요즘 참 잘 알 것 같구만.’
거친 거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다른 리그에는 있는 휴식기도 없다니. 선수 생명 갈아넣기 딱 좋은 곳이다.
‘한 십년 넘게 뛰다보면 선수 매일 진통제를 먹는 건 기본이고 가끔씩은 대포주사까지 손을 대게 될 것 같네. 진짜.’
이러니까 제라드도 그렇고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나이 들고 EPL에서 은퇴하기보단, 대부분 다른 리그로 가는 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마지막 순간에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은지 정도는 생각해라.
귓가에 에브라의 이 말이 다시 스쳐지나갔다.
“하, 씨. 또 생각나네. 요즘 빡세게 뛰느라 잊고 살았는데.”
사람이 좀 한가하게 살면 바로 떠올라 버리는구나. 젠장.
선수로서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은지를 생각하라고?
진짜, 내가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생각이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인생인데 그딴 걸 언제 생각할 시간이 있었겠냐. 그냥 살아남기 위해서, 주전을 먹기 위해서, 현재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만 노력해왔지.
그런 장기적인 비전 따윈 이전까진 한번도 생각 안 해 봤단 말이다.
“에라이 씨, 에브라 그 인간, 끝까지 사람 머릿속 복잡하게만 만들고, 뭐 도움 하나도 안 주는 인간 같으니.”
하, 안 되겠다.
쇠질, 쇠질이라도 하면서 좀 머리를 식혀야-
-부르르
“아이 씨, 누구··· 파예네?”
흠흠, 그럼 목소리 좀 가다듬고.
“리, 뭐해?”
“그냥 집에서 축구 경기 보면서 푹 쉬고 있었죠. 왜요?”
“아, 너도 엘 클리시코 보던 중이였냐?”
어라.
“그거 지금 했어요?”
“···당연하지, 그럼 너 뭐 보는 중이였어?”
“···EPL이요. 첼시랑 에버튼.”
“이런, 나쁜 경기는 아니였겠지만, 살짝 아쉽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망할, 딴 채널 틀어볼껄 그랬네.
“하여튼 리, 올해 크리스마스에 계획 있어? 고국으로 돌아간다거나.”
“네? 딱히 없습니다. 그냥 집에서 계속 쉬고 있을 것 같네요.”
그러자, 파예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떤 제안을 꺼냈는데.
“잘 됐네, 그럼 말이야, 너 우리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나올 생각 있어? 파트너랑 같이.”
“······”
내 입장에서는 매우, 심히, 곤란한 제안이였다. 왜냐하면.
“···파트너가 없는데요.”
“······”
그 말에, 파예는 잠깐 침묵하다가.
“괜찮아! 꽤나 건전한 파티가 될 거야. 부모님이라도 같이 모시고 온다면 아주 좋을 껄.”
다른 제안을 해왔지만.
“···저기, 파예, 그것도 불가능인데요.”
내가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아버지는 전화해 봤는데 슬슬 방학철이라 오히려 더 바쁘시다고 거절했고 어머니는··· 뭐.
“그냥 불가능해요.”
“······”
그러자, 파예는 이번엔 꽤 오래 침묵하더니.
“아하하,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아니,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진짜로 힘들어서 그래요, 파트너 없이는 못 가나요?”
“···올 수는 있는데, 시선이 좀 집중되긴 하겠지?”
음- 그건 좀 별론데. 그냥 진짜로 거절하고 푹 쉴···
“아, 잠깐만요, 거기에 누구누구 오나요?”
“음, 뭐, 젊은 놈들은 빠졌는데, 구단 내 베테랑들은 가족하고 느긋하게 보내는 파티를 원해서-”
“그럼 가겠습니다. 무조건 가겠습니다.”
근 한 달이 넘게 내 머릿속을 맴돌던.
-마지막 순간에 어떤 모습으로 남고 싶은지 정도는 생각해라.
나와는 다른 삶을 산 그들에게.
그리고 이제··· 은퇴를 앞둔 그들에게 물어본다면.
이 말에 대해 무언가 실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