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03)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03화(203/242)
Déclaration de Marseille (1)
2018년 01월 16일.
[리, 스로인을 준비합니다.]휴우- 좋아. 스투아니, 앙귀사, 구스타보, 오캄포스까지.
‘오늘따라 참 활용할 수 있는 뚝배기가 넘쳐 나는구만.’
원래 이 중에서 한두명 정도는 부상으로 빠지거나 로테이션 돌리는데, 오늘은 특이하게도 다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이럴 경우 – 자주 던지면 1점은 어떻게든 얻는 경우가 많았지.
‘자, 슬슬 들어가라. 하나- 둘- 세엣!’
[던져집니다! 리의 롱 스로인-] [아, 그러나 마르티네즈가 공을 따냅니다.]···쯥, 이번에도 실패인가.
‘확실히 스로인의 위력이 후반기 들어서 많이 죽긴 했어.’
이 스로인의 위력이란 게 결국 어떻게 보면 좀 더 자주 날아오는, 살짝 구질이 다른 코너킥 느낌이기에 의외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리그의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한 번씩 경기에서 보고 나니깐 아직 안 통하는 것까진 아니지만 확실히 내성이 조금 생겨버렸다.
‘에휴, 뭐 어쩔 수 없지, 페널티박스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볼 우리 껄로 만들게 빨리 움직여야- 어?’
[어! 토뱅! 토뱅!]-삐이이이익-!
[골! 플로리안 토뱅이 밖으로 튀어나온 볼을 바로 때려버리면서 추가 득점에 성공합니다!] [이것으로 4대 0! 마르세유의 승리가 확정적으로 보이는군요! 전반기 파리를 잡은 스트라스부르가 마르세유한테는 2승을 내주기 일보 직전입니다!]그 모습을 보고 나는 그저 웃음만 나왔다.
‘하, 저 새끼 대단하네 진짜. 확실히 쟤가 우리 팀에서 ‘공격적인 재능’ 만 치면 가장 넘치는 것 같단 말이지.’
아 물론 우리 팀의 에이스는 파예다. 아마 이건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거다. 애초에 파예 빠지면 우리가 볼 굴러가는 느낌이 다르거든.
다만 ‘공격적인 재능’ 에 있어서는 저 친구가 왜 최고냐고 말하냐면, 사람들이 공격수를 평가할 때 무조건 평가하게 되는 두 가지. 드리블 실력과 골.
토뱅은 이 두 개가 우리 팀에서 가장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드리블은 최고고, 득점력도 스투아니와 엇비슷할 만큼.
-짜악.
“나이스, 토뱅.”
“나이스 스로인 리.”
뭐, 어쨌든 덕분에 이제 4대 0이네.
‘이렇게 보니 느끼는 거지만, 참 우리 팀이 견실해지긴 했다.’
일단 뭐 득점력이야 공격진이 4점 넣으면 할 일 다 했다고 봐야 하는 거고.
-뻥
[아, 스트라스부르 선수들,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보니 그냥 앞으로 뻥뻥 날리는군요. 선수들 달려듭니다!]“마이 볼! 마이 볼!”
오케이.
‘구스타보가 일단 따낼 것 같긴 하네. 그러면 구스타보가 따낸 볼은 보통 이쪽으로-’
[구스타보가 바로 따냅니다!] [그리고 세컨 볼을 리가 주워갑니다.]좋아. 캐치. 이러면 다시 우리 공격이다.
[아, 이러면 다시 마르세유의 공격입니다.] [스트라스부르의 홈 팬들은 어두운 얼굴이군요, 역습을 해도 저렇게 바로 빼앗겨버리면 답이 없죠.]중원에서 바로 커트하면서, 점유율을 점유하고 무실점을 할 만한 단단한 수비까지.
확실히, 시즌 초반의 모습에 비하면 정말 강해졌다.
‘팀 전체가 균형이 잘 갖춰져 있어.’
최전방 공격수도, 2선 공격형 미드필더들도, 3선의 중앙 미드필더들도, 그리고 우리 포 백까지 딱히 크게 구멍이라고 할 만한 점이 없다.
그나마 문제점을 찾자면···
-삐이익!
[아, 파울이네요. 스트라스부르의 간접 프리킥입니다.]이런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수비 전문으로 해줄 발 빠르고 공중볼 경합이 좋은 센터백이 없다는 거였는데.
그것도 이번에 선수 하나를 영입하면서 해결됐다.
-투우웅
[이, 킴! 킴이 볼을 따냅니다!] [새로운 마르세유의 센터백이 공중을 지배합니다!]민제.
참 대단한 후배다.
고딩 졸업 이후 대학교 아주 잠깐 갔다가 나가버리고 내셔널리그로 가서, 거기에서 인정받고 전북으로 가서 바로 주전 먹은 다음.
압도적인 실력으로 K리그에서 수비수로 시즌 MVP 먹고 여기로 오는 이 과정이 고작 3년만에 이루어진데다.
[저 민제-킴이란 선수, 이제 단 3경기밖에 뛰지 않았는데도 정말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군요.] [예, 온 지 고작 3경기밖에 안 되었지만, 확신할 수 있습니다. 킴은 정말 괴물이에요, 괴물, 저 선수는 분명 머지않아 이 리그의 지배자가 될 겁니다.]나와는 달리 오자마자 모든 축구계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정도의 압도적인 실력.
‘···뭐, 나와는 달리 으레 천재라는 거겠지.’
-삐이익-!
[아, 마르세유, 교체입니다. 베디모 선수를 오랜만에 테스트하는 여유까지 부리고 있네요.]***
Marseille
In : 12 Bedimo
Out : 23 Lee
***
[하긴 지금 이럴 때 리를 아껴줘야죠.] [그렇죠, 사카이가 레프트백을 소화할 수 있다고는 해도, 이번 시즌 리가 나올 때와 나오지 않을 때의 마르세유 경기력은 꽤나 차이가 큽니다.]-짜악!
“잘 부탁합니다. 베디모.”
“그래.”
그렇게 내가 벤치로 들어오자, 감독의 으레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벤치로 가 음료수 병을 쭈욱쭈욱 빨면서 보니.
[베디모, 뒷공간- 아, 킴이 처리합니다. ] [아, 킴이 커버하지 못했더라면 위험할 뻔했어요.]···확실히 좀 부족한 면이 보이기는 했다.
‘베디모도 완전히 나이 들었네.’
그리고, 저게 앞으로 내 5년 후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꽤나 크다.
···그러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없긴 하다.
-쪼옵.
‘올해나, 내년 안으로 우승을 꼭 해야 할 텐데···’
***
[jeu terminé]Marseille
4 : 0 Strasbourg
[Buts]Marseille : Stuani(17), Payet(45), N’Jie(52), Thauvin(71)
Strasbourg : (rien)
.
.
.
2017.01.18
<파리 셍제르맹, 디종 상대로 9대 0 승리> – BBC Sports
***
-쪽, 쪽쪽쪽쪽쪽.
“하, 씨발.”
엿같네.
“파리 새끼들, 어떻게 9대 0이 나와?”
아니 시발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고. 어떻게 된 게 우리가 강해졌다고 생각하면 항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거냐.
‘하아- 이 기세대로라면 저 새끼들 리옹 원정도 그냥 개바를 것 같은데.’
휴.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 했지만··· 진짜 한숨밖에 안 나온다.
결국 이번 시즌이든 다음 시즌이든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저 매번 시즌 전관왕을 노리는 파리새끼들을 어떻게든 한 번은 조져야 한다는 건데.
진짜로, 진짜로 저 놈들을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각이 잘 안 보인다.
“하아- 스트레스네. 쩝.”
아냐, 나쁜 생각 그만하자.
오늘 아침으로는 이것만 먹고 바로 가볍게 뛰어야 하니-
“어? 리? 너 거기에서 뭐 하냐?”
어라.
“아, 미안 토뱅. 아침 먹는 중이야. 여기 네가 아침 먹는 자리였어? 비켜줄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그 자리에서 아침먹는 게 루틴까진 아니거든.”
아 그렇군.
“그럼 왜?”
“아니, 니가 맥도날드 음식 먹는 게 신기해서? 너 식단 엄청 가리는 성격이잖아.”
“···뭐, 가끔은 나도 먹어.”
내가 식단 가리는 편이긴 하고, 맥도날드 음식이 엄청나게 운동선수에게 치명적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렇게 스트레스 받을 때는 좀 군것질도 해야지.
“뭐 먹··· 이런 젠장. 스낵랩에다가 헤쉬 브라운 정도만 샀어?”
“그래, 그래도 최소한의 식단은 관리해야 하니까.”
물론 소스나 튀김옷을 최대한 줄여서 먹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한 일탈이지.
“하, 진짜 깐깐하네. 너답다.”
그렇게 말한 토뱅은, 콜라와 감자튀김을 꺼내들었다.
“···잠깐, 토뱅 넌 빅맥 세트 먹어?”
“그래,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야지.”
···이 자식 그나마 콜라는 제로콜라 같긴 한데, 그래도 그렇지, 세트메뉴를 먹는다고?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스위스에서도 식단 관리 크게 안 했던 것 같은데···?’
설마.
“토뱅.”
“왜?”
“너, 식단 관리는 안 해?”
“뭐 그렇지? 거의 안해. 체지방률 11%만 지키는 쪽이지.”
“······”
미친놈. 지금껏 아침은 매일 그래놓고도 스투아니랑 우리 팀에서 공동 득점 1위라는 거야?
-쪼오옥.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한 마디를 내뱉으려는 가운데.
“저기, 토뱅-”
“아 아, 리, 뭔 소리하려는진 알겠어. 식단 관리하라고?”
그렇게 말을 끊은 토뱅은 어느새 햄버거를 꿀꺽 삼키고 한 마디 내뱉었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 리. 내가 식단 관리 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잖아? 나도 알아. 한 2년 전까진 나도 그렇게 치열하게 했어. 덕분에 EPL도 한 번 경험해 봤고, 지금 여기까지 올라왔지.”
그래, 저 자리까지 올라갔으면 그걸 알 만한 놈이 왜-
“그런데 말이야, 그것도 한계가 있더라. 재능의 벽이라는 게 있으니까.”
“······? 네가?”
그 말에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토뱅은 피식 웃으며 몇 마디를 추가적으로 던졌다.
“리, 내 자랑같긴 하지만, 난 재능 꽤 있는 편이지? 우리 팀에서 나보다 드리블 잘 치는 놈은 없으니까.”
“그렇지.”
이건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당연한 거니까.
“그래, 그런데 좀 더 범위를 넓혀봐, 네이마르라던가, 아니 그냥 나보다 더 어린 음바페 같은 친구들이랑 비교해보면 어때?”
“······”
그리고 내가 이 말에는 잠깐 머뭇거리자.
“그래, 그런 거야. 내 재능이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그건 이 리그앙 기준이야. 난 최고가 되기엔 살짝 부족한 재능이야.”
“······”
“그러니 뭐, 마음 편하게 먹고 이렇게 사는 거지. 어차피 이 이상은 오르기가 너무 힘든 나무니까.”
토뱅은 그렇게 말하곤 이젠 감자튀김을 물기 시작했고, 나한테도 한 마디 덧붙였다.
“리, 그러니까 너도 슬슬 대충 해. 대충. 체지방률만 대충 유지하면서 좀 편하게 살라고. 평생 그렇게 사는 건 재미 없잖아? 여자도 좀 만나고 그래.”
나는 그 말에 살짝.
“···하하하.”
아니, 좀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뭔데? 내가 틀린 말 했어?”
“아니, 아니. 어느 정도는 동감해.”
그래, 이 세상은 정말 불공평하다.
선수별로 타고난 재능의 크기가 정말이지 너무나도 다르고, 제각각이라.
잘 하는 놈은 술 빨고 게임 뛰어도 잘 하고 못 하는 놈은 아무리 노력해도 못 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일이 흔하디 흔하게 발견되는 세상이라는 걸.
나는 그 누구보다 뼈져리게 잘 알고 있다.
다만- 한 가지만큼은 조금 다르다고 말해주고 싶네.
“그 재능이란 거 말이지, 정말로 끝까지 찾아봤어?”
“···뭐?”
“그러니까, 네 재능의 한계라고 생각되는 지점까지 찾아봤냐고.”
재능이란 건, 그렇게 물 자르듯 뚝 누가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장, 나는 한 4년 전까지는 한국 2부리그 미드필더였다.
그런데, 나에겐 풀백의 재능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덕분에 1부리그 최상위까지 왔고, 국가대표까지 올 수 있었고.
풀백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한 가지 재능을 발견했다. 스로인이란 재능. 이 재능을 발견함으로서, 나는 남들보다 특별한 무기가 하나 더 있는 풀백으로서 꽤 높은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생각해보면 단 하나의 계기였다.
전화를 받고, 상무에 도착해서, 포지션 변경을 한.
단 한번의, 발자국을 내디어 보는 시도.
내 성장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한 번 더 발을 내밀어 보는 것. 단지 그것뿐이였다.
그러니까.
아직, 내 선수 생명이 끝나기 전까진.
내가 어느 위치에서 끝날지는, 아직 정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생각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곧 이제, 나의 전성기는 끝난다.
그러니- 비록 될 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시간동안만큼은 후회 없이. 온 힘을 다하여.
“그래도 아직 난 더 발버둥쳐 볼 생각이라서, 재미없게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