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04)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04화(204/242)
Déclaration de Marseille (2)
2018년 01월 21일.
-삑! 삑! 삐이이이-익-!
-[경기 종료됩니다! 리그앙 22라운드 마지막 경기의 승자는···]
-쾅.
“이예에에에에에에-! Bravo-!”
-쿠당탕.
“리옹 놈들이 한 건 해줬구나! 해줬다고! 데파이 만세! 황파이 만세! 감사합니다! 아리가또우! 셰셰!”
-벌컥.
“···어우 시끄러, 형 뭐해요?”
아, 이런.
“아 미안하다, 민제야. 너무 시끄러웠냐? 조용히 할게. 다시 들어가라.”
“아니, 뭐 그걸 따지는 건 아니고, 뭔 일이 있길래 그렇게 환호성을 지르시는 거예요?”
하하, 뭔 일이냐고?
“리옹이, 파리를 잡았다! 잡았다고!”
마르세유의 선수로써 이 어찌 아니 기쁠쏘냐! 풍악을 울-
“아, 그래요? 그럼 기쁠 일이긴 하네요? 리그 우승할 수도 있는 거니까!”
-리려다가, 민제의 저 말에 살짝 이성을 되찼았다.
“아니, 2.5점 차이라고 보는 게 맞을거야.”
“네? 왜요?”
왜긴 왜야.
“···득실점 차이가 너무 많이 나.”
옛날 상무 때도 2위인 대구랑 시즌 중반에 득실점 한··· 12점 차이였나? 났었는데 그 득실점차는 대구가 결국 리그 끝날 때까지 극복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PSG는 그보다 한 술 더 떴으니까.
52득실점과 38득실점. 총 17득실점이란 차이.
솔직히, 솔직히 말해서 이건 우리가 절대 못 따라잡는다.
“그리고 솔직히 이거 리옹이 이긴 건 좀 운빨이야.”
“왜요?”
“1대 1 상황에서 PSG쪽이 57분에 선수 한 명 퇴장당했거든.”
“아.”
뭐, 그래도!
“그래도 기쁜 건 기쁜 거지! 으하하하! 2점 차야, 2점 차라고! 소리질러!”
“···형, 그래도 너무 환호성지르는 거 아니에요?”
뭐래 이 녀석이.
“야, 마르세유 선수가 됐으면 파리가 졌을 땐 그냥 기뻐해야 하는 법이야. 수원과 서울이 서로 지면 환호성 지르듯이. 언더스탠?”
이렇게 내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줬지만.
“아 형, 저 이적한지 아직 한 달도 안 됐습니다. 너무 충성을 강요하지 마세요···”
민제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선배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는 모습이였다.
“어허, 이게 나만 좋으라고 하는 건 줄 알아? 있는 말 없는 말 주워담아서 없는 충성심도 꾸며서 표현해야 할 판에 초 치는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이게 다 너 잘되라고-”
그렇게 열번을 토하던 순간, 나는 멈칫했다.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형, 방금 되게-”
“···그래, 말 안해도 알거같으니까 닥쳐···”
에효, 젠장. 나도 선배 되니깐 참 듣기 싫어하던 잔소리가 절로 나오는구만.
“뭐, 그래도 뭔 말인지는 알겠네요. 그럼 당분간은 그냥 형만 믿고 가겠습니다.”
“···그게 왜 그런 결론이 나오냐?”
니 머릿속 사고과정은 어떻게 된 거야.
“여기 형이 통역해준 데뷔전 인터뷰요. 할 때는 몰랐는데 완전 포장 잘해주셨던데요?”
***
-[첫 데뷔전을 치르셨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팀에서의 첫 데뷔전인데, 기분이 어때?
-아, 꿈꾸던 유럽 진출을 하게 되어 기쁘고, 바로 경기에 뛰게 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언제나 이러한 큰 팀에서 뛰는 것을 바라왔고, 영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을 위해 경기에서 뛸 수 있었다는 것과 승리를 가져왔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다른 구단의 오퍼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이 구단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뭡니까?]
-여러 구단 중에서 이 구단을 콕 찝어 선택하게 된 이유가 뭐야?
-어, 다른 팀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저와 전북에게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이 마르세유였고, 그렇기에 크게 고민하진 않았습니다.
-[예, 솔직히 유럽의 몇몇 클럽들이 저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팀들 중에서 마르세유만큼 저에게 끌리는 팀은 없었고, 덕분에 크게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
.
.
.
***
“통역할 땐 몰랐는데 이것들 보니 진짜 형님이 말을 창조해 내시는 수준이시던데. 그냥 형이 제 인터뷰 계속해주시면 안 돼요? 어차피 전 수비수라서 인터뷰할 일도 별로 없을 텐데.”
민제의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냥 헛웃음지었다.
“야 임마, 내가 축구선수지 통역사냐. 나도 저 때는 통역해주려고 미리 사전연습까지 해가면서 했으니 가능했던 거지, 매번 저렇게는 못 해준다.”
괜히 구글신으로 AI번역이 익숙해지는 와중에도 통역사들은 대우받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다음에 인터뷰할 일 있으면 구단에 말해, 통역사 구해달라고. 넌 그럴 정도 대우받고 왔잖아. 내가 통역사 구하라는 말은 어디다 팔아먹고 여기로 온 거야?”
그렇게 한 마디 했지만.
“그래서 리옹 갈까 하다가 여기로 왔으니까 결과적으로는 좋은 거 아닙니까. 하하.”
민제의 이어지는 말에 조금 놀랐다.
“리옹이 널? 왜?”
“전북이 리옹이랑 유소년 협약도 되어있고 현태가 리옹 스폰서라서 재계약 인원 왔다갔다하다가 제 경기 봤다고 하더라고요.”
···아하, 그렇구만. 하긴 현태가 리옹 메인 스폰서지?
“그런데 그렇게 경쟁 붙었는데도 통역사는 안 붙여줬어?”
“예, 리옹은 반값만 지원해준다고 하고, 마르세유는 형 있으니까 그냥 형한테서 받으라고 하던데요. 형이 언어의 신이라면서.”
···잠깐, 그건 또 뭔 소리야?
“내가 왜 언어의 신이야? 아직도 정신 바싹 안 차리면 말하기 힘들어서 죽겠구만.”
일상회화야 이제 나름 가능하지만, 아직 은유적인 표현이나 정치, 경제 이야기까지는 잘 못 쓴단 말이다.
“형, 집중한다고 1년만에 저렇게 원어처럼 말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을껄요. 솔직히 형은 축구실력보다 언어 실력이 더 사기에요.”
“······”
저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하냐, 아님 욕으로 받아들여야 하냐?
“그러니까 언어교습까지도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립니다. 하하.”
아, 그래?
“···귀찮아, 임마. 이제 난 잘 거야.”
싫어. 임마. 내 공부도 힘들어 죽겠는데 니 공부까지 어떻게 도와주냐.
“에이, 돈은 드릴게요.”
“고용할 돈은 있고? 나 몸값 싸진 않다 임마.”
“에이, 제가 형님 집이랑 같이 살면서 방값도 아끼고 있고, 형님보다 몸값 몇 배는 더 받으면서 왔는데, 당연히 있죠.”
그 말에 나는 쓴웃음이 나왔다.
“그래, 너랑 내 대우가 다르긴 다르더라.”
내 이적료는 50만 유로(약 6억 5천만원)이였고, 민제의 이적료는 약 200만 유로(약 26억원)였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네 배 차이.
그런데, 여기에 전북은 추가로 하나 더 조건을 붙여서 팔았다. 재이적시 이적료 20%.
그러니까 이건 만일 민제가 마르세유의 주전급으로 자리잡아서 천만 유로정도를 받고 이적한다고 했을 때, 전북은 또 200만 유로를 이적료로 먹을 수 있다. 그 반만 해도 백만 유로고.
그걸 생각하면, 마르세유는 사실상 민제를 최소 내 여섯 배는 되는 가격에 사들였다는 거다.
당연히, 모든 면에서 대우가 달랐다. 떡하니 구단에서 차량도 그렇고, 많은 걸 준비해주더라.
‘···참 자본주의 세상, 더럽다 더러워. 아니, 이 경우엔 나이가 깡패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민제가 나보다 몸값이 이렇게까지 비싼 이유는 K리그나 국가대표 실적도 있지만, 나보다 6살은 더 어린 나이에 해외진출했다는 것. 솔직히 이게 가장 컸으니까.
그런 걸 보면 쟤가 저런 소리 하는 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딱.
“악!”
“그래도 헛소리하지 마 임마, 이적료는 니가 몇 배는 더 비싸도 봉급은 내가 아직 더 많아.”
그건 이적료고, 그래도 봉급은 아직 내가 조금이나마 더 많다 이 녀석아.
“너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리그앙 중계권사네 마네 하고 있을 정도니까 그냥 구단에 당당히 요청해라. 뜯어먹을 건 최대한 뜯어먹으라고.”
“···.아오, 아, 아. 겁나 아프네. 형 딱밤 왜 이렇게 매워요?”
“난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잘 한단다.”
그건 손가락 힘도 포함이야.
“그니깐 꼼수부릴 생각 하지 말고 프랑스어나 열심히 배워, 언더스탠?”
“···예 예. 전 그럼 가볼게요… 아오.”
“옹야.”
그렇게 업무과다가 되는 상황을 일찌감치 제거해버린 후에, 나는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순위표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지금 그럼 우리가··· 리그는 16경기 남아있는데 승점 2.5점차, 리그컵은 4강. FA컵도 아직 살아있고. 유로파도 32강이네.”
그럼, 이제 슬슬···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가 오기는 했다.
“리그냐 리그컵이냐 FA컵이냐 유로파냐. 말이지.”
특히나 지금.
-28.01.18 – vs Monaco (Ligue 1 23 ère)
-31.01.18 – vs Monaco (Coupe de la Ligue Demi-finales)
모나코라는 강적을 리그와 리그컵에서 2연전으로 만나는 게 예정되어 있으니 더더욱.
“···하하, 추억돋네, 옛날에 상무에 있을 때는 두 개 다 잡자고 말하고 다녔는데.”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때 상무가 PSG 같은, 모든 것을 노릴 수 있을법한 절대자의 포지션이였다면.
지금의 마르세유는 선택과 집중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약자였으니까.
무엇 하나도 놓치기 싫어하려다가. 모든 걸 놓칠 확률이 너무나도 컸다.
“···그러고 보니, 여기 감독님은 어떻게 말씀하실지 모르겠네?”
···여기의 감독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실까.
-*-*-*-
-털썩.
“···하아아. 파리 녀석들, 왜 괜히 퇴장을 당해버려가지고···”
가르시아 감독은,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 리옹과 파리의 경기에서 파리가 승리하길 바랬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전에 단장이 말했었다.
-이번 시즌 저희의 목표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 3위입니다.
-···그리고, 혹시나 가능하다면 챔피언스 리그 본선 진출권을 얻게 2위를 따내는 겁니다. 만일 그에 성공한다면 바로 장기 재계약을 안겨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가르시아 감독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올해 마르세유는 꽤 많은 돈을 썼고, 그러한 지출을 내년에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챔피언스 리그에서 수익을 벌어들어야 했다.
그래서 오늘 리옹이 패배하길 바란 거였다.
그렇게만 되면 마르세유는 리옹과의 승점 차이를 9점으로 벌리며 챔피언스 리그 본선 직행이 굉장히 안전권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
“휴- 물론 승점 2점 차이가 된 건 의미가 있지만···”
우승이라는, 초과 목표의 달성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있나.”
가르시아 감독은 이런 눈앞에 보이는 허상에 쫓기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경험을 겪어봤고, 쓴맛을 봐 왔다. 그렇기에.
“데이터들이 말해주고 있는데 말이지.”
그는 수많은 서류로 이루어진 데이터를 믿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니까.
그리고, 지금 데이터는 마르세유의 우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축구란 무엇인가, 득점을 많이하고 실점이 적을수록 좋은 팀이다.
그리고 현대 축구에 데이터 분석이 들어옴에 따라, 리그에서의 득점과 실점을 통해 얼마나 승점을 확보할지를 매우 높은 확률로 예상할 수 있었는데.
복잡한 수학적인 계산 다 빼고 결과만 말하자면 마르세유의 예상 성적은 정확히 2위였다. 파리와 승점 차이가 약 6점 이상 나는 준우승.
팀에서 핵심 선수의 부상이 파예 단 한 번, 그것도 몇 경기 되지 않는 부상밖에 일어나지 않은 운이 좋은 시즌이였는데도 데이터가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결국 리그 우승은, 불가능이라는 거였다.
다만.
“···뭐, 하지만 선수들을 유혹하기에는 충분한 미끼지.”
그와는 별개로, 가르시아 감독은 이를 이용할 생각이였다.
자신은 우승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라도,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다르게 생각될 수밖에 없다.
-승점 2점 차. 잘 하면, 우승할 수도 있다.
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선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감독이라면 비록 믿지 않더라도.
믿는 것처럼 연기하여 선수들의 의욕을 끌어내야 했다.
그리고 이게 최종적으로 2위라는 성적을 안정적으로 차지하는 데는 더 도움이 된다면 더욱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Bompard : 감독님, 다음 모나코전 준비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가르시아 감독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컵 대회는 버려라, 우리는 리그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