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05)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05화(205/242)
Déclaration de Marseille (3)
“···그러니, 우리는 모든 컵 대회는 앞으로 로테이션 멤버만 사용하고, 모두 리그에 집중한다.”
와우, 미친.
‘이건 좀 쎈데.’
언론에서도 그렇고,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현실적으로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대회는 리그컵, 혹은 FA컵 정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리고 그 정도만 해도 성공적이라는 생각했다. 지난 2011-12 시즌의 리그 컵 우승 이후 마르세유는 우승이 없었고, 2012-13 시즌 이후엔 챔피언스 리그에 돌아가지 못했으니.
그러니 5년만의 챔피언스 리그 복귀, 6년만의 우승이라면 충분히 성공적인 시즌 아니겠는가.
그런데 컵 대회를 포기한다니.
‘꽤나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셨네.’
···뭐, 하여튼 나는 찬성이였다. PSG랑 승점 2점 차이나는 이런 기회가 얼마나 오겠냐. 도전할 수 있을 때 시도해야지.
다만 반발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데.
“감독님, 그럼 유로파까지 포기한다는 겁니까?”
현재 우리가 32강, 토너먼트 대진에 진출한 유로파 리그 때문이었다.
유로파 리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클럽 대항전 대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나 4대 리그의 우승컵보다야 못하지만, 그 다음가는 위상을 가진 대회의 대회를 너무 초반부터 포기한다는 것은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내 생각으로는 그렇다. 유로파는 리그에 비하면 중요도가 낮으니.”
다만, 감독님의 저 말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였다.
유로파 우승컵. 그게 프랑스 리그 우승컵보다 더 가치가 높냐고 한다면, 고개가 좀 갸웃거려지는 놈인 것도 확실하긴 하고.
‘난이도에 비해 들어오는 것도 적으니까.’
유로파는 계속해서 진행하게 될 경우 우리보다 명백히 상위에 있는 팀을 2~3팀은 무조건적으로 만나게 될 수밖에 없기에 우승을 노린다는 가정하엔 오히려 리그 우승보다도 더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에 비해서는, 들어오는 수입이나 이득같은 게 아주 적다.
이번 시즌, 우리가 유로파 리그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얼마일까? 최대 1571만 유로, 그러니까 약 212억이다. 그리고 이 중 650만 유로가 우승했을 때의 상금이다.
그러니까, 4강까지 진출해 봤자 상금이 천만 유로도 채 안 된단 소리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가 조별 리그에만 진출해도 1270만 유로를 확정적으로 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터무니 없을 정도로 돌아오는 것이 적다.
‘물론 이건 중계권료 빼고 그냥 상금만 따졌을 때 이야기긴 하지만···’
그래도 적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포기하더라도 이상한 건 아니-
“다만 구단 쪽에서 미리 요청이 들어오더군, 유로파는 그래도 아예 버리지는 말고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가달라고. 그리고 나도 동의했다.”
···어라, 이건 또 의외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만은 아니였는지, 일부 사람들이 살짝 어깨를 들썩거린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감독님도 예상했다는 듯, 그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래, 다들 이상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 우리와 비슷하게 리그 우승을 도전하는 나폴리는 모든 대회를 다 포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빅 리그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는 팀은 두 팀이다. 세리에의 나폴리, 리그앙의 우리.
그리고 나폴리의 경우, 챔피언스리그 탈락 이후 리그에만 집중하겠다고 이미 반공개적으로 선언한 상태였다.
리그의 지배자를 꺾고, 언더독의 우승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일단 첫째로, 우리는 다행히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
-쾅.
“그리고, 우리는 마르세유. 이 프랑스의 전통적인 리딩 클럽이라는 거다.”
“······”
잠시간의 침묵 후에, 감독님은 다시 가벼운 목소리로 말씀하셨고.
“우리는 마르세유. 이 프랑스의 리딩 클럽이자, 가장 유럽 대항전 성적이 화려한 팀이다. 그러니, 로테이션을 돌리긴 하겠지만 갈 수 있는 곳까지는 가 보자- 이게 구단의 의견이다.”
그 다음에는 우리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자네들에게 묻겠다. 리그 우승을 위해, 달려볼 자신 있나?
그리고 감독님의 말에.
“Oui. ”
나를 포함한 몇몇은 힘차게 대답했지만.
“···Oui.”
세 명은 살짝 불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중엔 이 팀에서 아마 가장 우승을 바랄 선수도 섞여 있었다.
-*-*-*-
“파예, 왜 그랬어요?”
“어? 뭘?”
“아니, 리그에 집중하자고 감독이 말할 때, 조금 망설였잖아요.”
그 순간, 같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즐기던 파예는 살짝 움찔했다.
“···눈치 빠르네. 하하. 그게 그렇게 티났어?”
“아뇨, 그 정돈 아니고, 그냥 그래 보였어요.”
원래 운동부란 곳에서 몇 년간 살다보면 눈치는 늘어난다. 다만 그 눈치를 챈 이후의 행동이 쳐맞을 짓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게 문제지.
그리고 나는 궁금한 거는 못 참는 성격이다.
“뭣 때문에 그런 거예요?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은퇴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특히나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면 더더욱.
“아니, 조금··· 불안해서 말이지.”
불안할 건 또 뭡니까.
“리, 너 생각해 본 적 있어? 솔직히 말해서, 우리같은 팀이 파리랑 승점 2점 차이면 언론이던 서포터즈건 엄청나게 난리쳐야 하는데. 엄청나게 조용하잖아.”
···어, 그러고 보니, 좀 그렇긴 하다? 원래 이 정도면 몰락한 명문의 부활이니 뭐니, 언론에서도 꽤나 이슈되고 난리나야 하는데.
“왜 그런 거죠?”
“리그 우승이라는 기대를 했다가, 몇 번이고 배신당해왔거든. 나를 포함한 세 명은 특히나 더 그래서 조심스러워.”
파예를 포함한 세 명··· 이라.
“3년 전 주전이었던 선수들이요?”
“그래. 잘 아네. 2014-15시즌 비엘사 감독님이 있던 시절이야.”
그 말과 함께 파예는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 때, 우리는 전반기를 1위로 끝냈고, 덕분에 드디어 마르세유가 명가 재건을 시작했다며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질렀어.”
그 표정이 정말···
“그리고 그건 우리도 느끼고 있었고, 우리가 봐도 비엘사 감독님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도 정말 완벽한 축구를 했었거든.”
뭔가, 아련한 추억을.
자신이 최고였던 추억을 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후반기 들어서는 좀 힘이 빠지면서 1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희망이 넘쳤어. 7경기 남긴 상황에서 파리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승점 2점 차였거든.”
그리고 언제나 최고였던 추억을 말하는 자들이 그렇듯이, 그리고 내가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듯이.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이였고, 맞대결만 이기면 자력 우승이 가능했던 상황이였는데··· 져버렸지. 2대 3, 정말 한 끗 차로.”
그 끝은 비극이였다.
“그러고 나선 뭐··· 정말 순식간에 끝없이 떨어지더라, 파리한테 지고 나서 모두 멘탈이 나가서 4연패 박고 나니깐, 순식간에 5위까지 떨어졌으니까.”
그 말까지 한 후, 파예는 잠시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그 말이 끝나고 살짝 말을 멈췄다가.
“그리고, 그 이후는 뭐··· 너도 알지?”
그 이후는 말하기 싫다는 듯이 설명을 생략했는데.
“···예, 뭐. 저도 알죠.”
뭐,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도 아는 역사였다.
결국 그 시즌은 챔피언스 리그 진출도 실패하고, 선수 마구마구 팔아치우면서 다음 시즌은 강등 걱정할 정도로 망하고···
‘그러다가 마르세유 스카우트가 나한테 오퍼넣는 일 생기고 그랬는데 알아야지.’
그렇게 설명을 생략해도 된다고 말하자, 파예는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럼 내 입으로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구만. 그래서 그랬던 거야.”
“더 좋은 상황에서도 실패했던 우승을 하자는 소리를 한다는 게··· 솔직히, 너무 허황된 꿈처럼 느껴지거든, 차라리 리그컵이나 FA컵이라면 모를까.”
그 말을 듣고,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잠시 머뭇거리고 있던 순간.
-부르르르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파예의 핸드폰이 올렸다.
“아, 이런,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내야 할 것 같은데. 리? 사업상 문자가 와서.”
“아, 예예, 그러세요.”
“그래, 너도 잘 자고 내일 훈련때 다시 보자.”
그 말과 함께, 파예는 자러 갔지만.
“······”
나는 평소 루틴과는 다르게 낮잠이 영 올 기세가 아니었다.
“하아- 젠장.”
그리고, 며칠 전에 토뱅이 했던 약간 그 패배주의적인 말도 살짝이나마 이해갔다.
-어차피 이 이상은 오르기가 너무 힘든 나무니까.
저런 일을 눈앞에서 겪은 3년 전에 주전이였고, 그 이후에 야심차게 도전했던 EPL에서도 실패했었으니 그런 생각 안 드는 게 더 이상하긴 하겠구만.
“뭐, 잠도 안 올 기센데 점심 소화나 할 겸 공 가지고 트래핑이나 하고 있을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걷던 도중.
-자, 자, 그러니까··· 이번 우리 남쪽 구역은 이렇게 카드섹션을 걸 테니까, 자네들은···
뭔가, 내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법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저기?”
그리고 그렇게 말을 거는 순간.
“응? 누구- 오-! 리? 리 선수?”
“어? 사카이 아니야?”
“바보야, 사카이 선수는 키가 180이 넘어, 저건 리야.”
“맞아, 게다가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로 말하는 걸 보면 리지. 반가워요! 리! 악수 한 번 하죠!”
···뭔가, 몬가 한 마디를 했더니 열 마디가 돌아오고 있었다.
“이거 미안하군! 자네가 말 걸기 전까지 전혀 못 알아보다니! 변명하자면 훈련장이랑 경기장 빼곤 도저히 밖에 나오질 않으니 사복 차림을 만나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탓일세!”
“아, 예예. 이해합니다.”
이해하고 말고요.
“하하, 이해해주니 아주 고맙군! 그럼 사인 좀 해줄 수 있나? 자네들 중에 리 유니폼 입은 친구 없어?”
“저 있습니다!”
“오, 잘 됐구만, 펜 꺼내! 사인 받아서 워크숍에 걸어놓자고! 리, 사인 좀요!”
아, 예예, 해 줄 수 있죠.
“해드릴 테니까, 그럼 저도 부탁 하나 할 수 있을까요?”
“오! 물론이지! 내 마누라를 달라고 해도 기꺼이 빌려주지!”
아니 그건 너무 나갔고요. 아저씨.
“저기 그 서포터즈 워크숍에, 저도 좀 가봐도 되나요?”
-*-*-*-
“···우와.”
“하하, 놀랐나?”
“···예, 솔직히, 엄청나네요. 이게 다 응원도구들이라고요?”
정말, 정말 너무나도 많은 응원도구들이 눈앞에 보였다.
응원할 때 사용하는 카드섹션에 쓰이는 천, 북, 그 외 수많은 깃발들···
“그렇다네! 하하. 몇십년 동안 만들고 모아온 것들이지! 이것도 봐 보겠나?”
“오- 이건, 빅이어 그린 깃발이네요?”
“그렇지! 하하. 옛날 1993년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했을 때 만든 깃발이라네! 내 보물 중에 하나지!”
정말이지, 이들이 얼마나 이 마르세유에 진심인지가 팍팍 느껴졌다.
“···응? 저기요, 아저씨, 아니 제루알 씨.”
“왜 그러나?”
“여기에 침실이랑 샤워룸은 왜 있는 겁니까?”
그리고 약간 여기에 왜 있나 싶었던 시설들도 있었는데.
“당연히 원정경기 이후에 집까지 갈 시간이 없는 친구들을 위한 시설들이지! 응원하고 푹 여기에서 잤다가 바로 출근하는 걸세!”
설명을 들으니 이젠 숫제 광기가 느껴졌다.
‘저거, 암만 봐도 야근 많이하는 회사에서 이동시간도 아까우니까 침실이랑 샤워실 마련해놓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래서, 조금 궁금해졌다.
“저기, 여러분.”
“응? 왜 그러나?”
“여러분은 올해 바라던 목표가 어디셨습니까?”
이 ‘진짜’ 들의 마음은 어떤지.
“목표? 뭐, 챔피언스 리그 진출만 해도 좋고, 컵 대회 하나 정도 들면 정말 대 만족이지.”
“저도 동감입니다. 아마 다들 이 정도를 목표치로 잡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
살짝 충격적이였다.
‘승점 2점 차인데도 리그 우승을 말하는 사람이 이렇게 없을 줄이야.’
모두가 살짝,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그래서.
“아저씨.”
“왜 그러나?”
“이 우승 깃발, 우승하기 전에 미리 만들어두는 거죠?”
“그렇지.”
나도 모르게 조금 반발심이 들었다.
“그럼 제가 하나 살 테니까. 나중에 이런 깃발 하나 만들어서 저한테 주시면 안될까요?”
“오, 뭔가?”
그리고.
“하하, 그건 좀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약속하신 겁니다?”
“뭐, 돈도 준다는 데 못 만들 게 뭔가? 언제든지 말만 하게.”
일단, 눈앞의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
“하하, 예,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요청드릴게요. 그럼 이만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래, 내일 경기 잘 부탁하네!”
팬들이라는 자들에게 설레발이라는 감정을. 마음껏 기대하고, 떠들고, 기대하는 감정을 가지게 해 주고 싶었다.
그게, 정상적인 팬이니까.
저들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현실적인 소리를 하기보단.
마음껏 공상을 꿈꾸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의 할 일이니까.
그러니···
내일, 나의 동료들이 넘지 못했던 벽을 넘어 본.
그리고 이번 시즌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준 두 팀 중 한 팀인.
“예, 내일 모나코를 박살내 보겠습니다!”
그대들에게 물어보겠다.
우리가, 우리가 저들에게 리그 우승이란 공상을 다시 꿈꾸게 해줄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