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08)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08화(208/242)
La révolte (1)
-삑-! 삑! 삐이익-!
[아, 경기 종료됩니다. 브라가의 2대 0 승리입니다.] [11연승을 기록하던 마르세유의 연승이 여기서 끊어지는군요.]***
<2017–18 UEFA Europa League round of 32>
[Game Over]Braga 2 : 0 Marseille
[Goals]Braga : Horta(,
Marseille : (nothing)
***
그러나, 패배했음에도 마르세유의 선수들은 하나같이 웃고 있었고.
[뭐, 그래도 끊어질 거라면 오늘 경기에서 끊어지는 게 낫긴 했죠.] [예, 지금 끊어진 게 다행이라고 봐야겠습니다.]해설자들도 하나같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이였다.
[어쨌든 다음 라운드에는 진출하니까요.]그랬다. 지난 브라가와의 32강 1차전에서 마르세유는 3대 0으로 대승리를 거두었기에, 이번 2차전에서는 노골적으로 후보 선수를 내보내면서 참패를 하지 않는 데에만 주목했고.
[물론 연승이 끊긴 건 아쉽겠습니다만, 그래도 마르세유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봐야겠죠?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으니까요.]덕분에 2대 0이라는 완패를 하고도 결과적으로는 웃을 수가 있었다.
[이제 3일 후에 리그의 행방을 가를 경기를 치뤄야 하는 마르세유 입장에서는 아주 기분 좋은 패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그렇게 경기 결과와 영향을 정리한 후.
[예, 그럼 이것으로 유로파리그 중계를 마칩니다.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들께는 다행히도! 드디어 리그앙 중계권 협상이 완료되어서 이제 리그앙도 라이브 중계로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중계 홍보까지 알뜰하게 끝낸 후에야.
“으어어···”
“···후아- 수고했습니다. 형님.”
그들은 피곤함을 표현할 수 있었다.
“와, 진짜 유로파리그 중계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몸이 작살나는 느낌이다.”
“하하, 그래도 오늘은 편한 편 아니였어요? 오늘은 5시 중계였잖아요. 좀 일찍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할 만 했는데.”
“그래도 피곤한 건 피곤한 거야··· 그리고 저번엔 새벽 3시짜리 중계였잖냐.”
그렇게 몸을 갈아넣는 새벽 중계를 끝내고.
“흐-암. 그래도 오늘은 좀 무리하면 바로 집에 가서 잘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집으로 바로 갈까?”
“하아아암··· 그냥 숙직실로 갑시다. 형님. 그러다가 졸음운전 하기라도 하면 망해요.”
“···하- 씨부럴. 또 그 접이식 침대 신세 져야겠네.”
라꾸라꾸 침대라는 블랙기업과 대학원생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접이식 침대에 몸을 뉘이러 가려던 찰나.
“아, 그러고 보니 형님.”
“왜.”
“마르세유 있잖아요, 주전 뺀 것까진 이해하는데 아예 원정 명단에도 포함 안 시킨 건 왤까요?”
해설진 중 한 명이 그 와중에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넌 이 상황에서 그게 궁금하냐?”
“에이, 왜요, 궁금한 건 궁금한 거죠. 쟤네 한 골만 더 먹혔으면 유로파리그 탈락이였잖아요.”
그리고 그 질문을 들은 선배 해설자는.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다. 보통 그래도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쉬게 하더라도 후보 명단에는 넣는데, 아예 빼버린 건 좀 이례적이긴 하지?”
피곤한 와중에도, 그 질문에 꽤나 진지하게 답변했다.
그들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축구 광팬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한 회당 20만원 남짓의 돈을 받아가며 몸을 작살내는 새벽 해설을 하겠는가.
“역시 주전 선수들이 부상이 좀 있는 걸까요?”
그리고 그 예상의 첫 번째로 꼽히는 건, 역시 부상이 있다는 추측이었다.
일반적으로 주전인 선수가 교체 명단에까지 빠지는 경우엔 보통 그러한 경우가 많았으니 가장 정석적인 예측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아니라고 봐.”
“왜요?”
“수비진이 한두명만 빠지는 게 아니라 싸그리 2군이였잖아.”
하지만 부상이 갑자기 뜬금없이 주전 수비수 4명에게 온통 들이닥친다? 솔직히 이렇게 예측하긴 힘들었다.
“아, 그렇네요. 그럼 뭣 때문일까요?”
“글쎄··· 내가 선수 시절에 경험해 본 바로는 하나가 더 있긴 한데···”
“오, 뭔데요?”
“···야 야, 나도 대학교때까지만 축구했던 사람이라서 확실하지는 않으니까 너무 확신하진 마라.”
그렇게 어느새 틀릴 수도 있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스포츠 해설의 훌륭한 대화법을 일상 대화에서도 써먹기 시작한 한 이름 없는 신입 해설자는 이렇게 말했다.
“감독이 주전 선수들한테 뭔가 특별한 훈련이나 요구를 했다는 거일 수도 있어.”
-*-*-*-
-코르네, 다시 볼을 잡고, 크로스-!
아, 씹.
다시 생각해 봐도 열받네, 저 때 너무 돌파만 생각했어.
-아, 골! 골! 디아즈의 쐐기를 박는 골입니다!
-막스웰 크르네의 깔끔한 크로스에 이은, 마리아노 디아즈의 깔끔한 헤더! 리옹이 2-0으로 앞서갑니다!
크로스 올릴 걸 생각하고 조금 더 달라붙었어야 했는데.
‘하아- 아프구만, 아파. 실점 장면들을 저렇게 쳐다보니 기분이 참 새록새록 엿같아지네.’
그리고 나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였는지, 나를 포함한 수비진들은 모두들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리며 진지하게 화면을 쳐다보거나, 보기도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짝짝.
“자, 다들 잘 보았나?”
“······”
예, 아주 잘~ 봤습니다. 감독님.
“흠, 다들 표정이 그리 좋지 않군, 하지만 양해해주길 바라네, 지금 우리가 다음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으니.”
그렇게 말한 가르시아 감독은 언제나 그렇듯 무뚝뚝한 소리로.
“자, 이제 실점 영상들을 봤으니 다시 한 번 묻겠네, 우리 팀의 가장 큰 실점 원인이 무어라고 생각하나?”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질문에 우리가 할 말은 너무나 뻔했다. 그냥 눈이 있다면 볼 수 있는 약점이였으니까.
““세트피스에 약합니다.””
“정답일세.”
그래, 올해 우리 수비진은 리그에서 최소 실점 3위를 기록하고 있었으니 약한 수비진인 것은 아니였지만, 1위를 노린다는 말을 하기엔 살짝 부족했고.
그 중에서도 세트피스에 정말 약한 편이였다.
방금 영상으로 보여진 리옹과의 경기에서도 우리의 2실점은 하나는 프리킥으로 인한 실점. 하나는 코너킥 이후 적의 공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상황에서의 실점으로.
전부 세트피스, 혹은 세트피스 이후의 전개 상황에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실점이었다.
“참 웃기는 일 아닌가? 이번 시즌 세트피스로 많은 득점을 올린 우리가 정작 세트피스 수비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말이지.”
···그나마 내 스로인 덕분에 세트피스로 분류되는 득점은 문제 없는 게 다행이긴 하구만.
“그러니, 내가 자네들에게는 특별한 미션을 주겠네.”
“···무엇입니까?”
“오,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니야. 브라가와의 원정 경기에서 자네들은 명단에서 빠지고, 세트피스 수비만을 적극적으로 연습하게 될 거라고 말하는 걸세.”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얼굴을 더욱 떨떠름하게 굳혔다. 그도 그럴 게.
“저기 감독님, 그게 며칠 연습한다고 될지 의문인데요?”
“맞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이 많은 건 우리의 축구적인 실력 문제 이전에.
“저도 동감합니다. 이건 저희가 모두 다른 국적 사람이라서 벌어지는 일 아닙니까.”
언어 문제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었다.
원래 수비수의 수비에서, 언어가 그렇게까지 많이 필요하진 않다.
솔직히 말해서 수비수라면 경기에서 듣는 말이라고 해 봤자. 딱 이 네개 단어가 대부분을 차지하니까.
영어로는 레프트! 라이트! 포워드! 빽! 프랑스어로는 고쉬!(gauche), 드와!(droit), 아벙(avant), 어휏투(retour)로 대표되는.
-왼쪽! 오른쪽! 앞! 빽!
이 네개 단어다.
왜 뒤! 는 우리나라 말이 아니라 영어냐고 한다면, 뒤라는 말보단 빽이란 말이 조금 더 발음하기 쉬우니까.
그 정도로 수비에서는 단순하게라도 간결하고, 빠르게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수비진이 한국인-포르투갈인-프랑스인-일본인으로 이루어진, 모두 다른 국적을 가진 환장의 조합.
좀 급한 상황이다 싶으면 왼쪽 오른쪽, 슈케르 쎄르토, 고쉬 드와, 미기 히다리 등등 그냥 4개 언어가 쏟아지는 게 일상이였고.
특히나, 섬세하게 위치 조정이 필요한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이게 정말로 큰 약점이 되고 있었다.
‘민제가 뛸 경우 보통 라미랑 같이 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지···’
골키퍼-센터백끼리 쓰는 언어가 달라서 의사소통이 안 될 경우, 그만한 재앙이 없으니까 말이다.
“오, 맞네, 맞아.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이건 언어만 통일된다면 자네들이 지금보다 훨씬 막강한 수비력을 자랑할 수도 있다는 소리기도 하지.”
“······”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식간에 바뀔 수비였으면 진작에 바뀌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클로드?”
“예. 감독님.”
“앞으로 남은 일주일 간 만이라도, 철저하게 이 친구들에게 세트피스 훈련을 시키도록 하도록.”
그렇게 시작된 세트피스 훈련은.
“Agarrar-se-!”
“쟤 잡아!”
뭐 예상한 대로.
-철썩.
전혀 성장이 없었다.
“아, 이런, 미안하다. 얘들아. 나도 모르게 또···”
“···아냐, 나도 이번엔 한국어 나왔네.”
진짜 나도 어떻게 어떻게 프랑스어 쓴다고는 해도, 아직 한국인이 맞구나. 이렇게 급할 때는 계속 한국어 튀어나오는 거 보면 말이야.
‘에휴- 이거 어떻게 하냐. 진짜.’
이건 뭐 어떻게 바로 고칠 방법이 있기는 한 거야?
그 순간.
“야, 이거 안 되겠다.”
라미가 조금 색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영어로 통일하는 건 어때?}”
이렇게 된 이상 만국 공통어인 영어로 언어를 통일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 한 거였다.
“나도 세리에나 라리가에서는 영어로 대화했고, 홀란두 너도 뭐··· 거의 포르투갈에서만 뛰긴 했지만 영어는 되잖아?”
하지만.
“안 돼! 그럼 나도 영어로 하라고? 영어로는 길게 말 못한다고. 내가 그 점 때문에 EPL에서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 문제는 골키퍼의 반발로 인해 무산되었다.
자고로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최고 권력자는 골키퍼가 1순위요, 센터백이 2순위고, 풀백은 4순위에 불과했으니까.
3순위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애초에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1대 1 몸빵에서 가장 강력한 놈이 발언권이 쎄고, 피지컬이 스피드에 많이 몰빵되어야 하는 풀백은 발언권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렇지, 이대로 가다간 우리 망해. 게다가 리나 홀란두는 몰라도, 킴은 아직 프랑스어 아예 못 알아듣는다고.”
“그래, 그냥 영어로 하자, 만단다. 너도 영어 아예 안 배운 건 아니잖아?”
물론 우리 입장에서야 라미 말이 더 옳아 보였기에 라미 편이였지만.
“영어로 한다고 쳐도, 킴은?”
“······”
문제는 아직 우리 수비진 주전 중에서 한 명이 아직 영어도 잘 안 된다는 점이였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야, 그래도 프랑스어보단 나을 거 아냐. 영어 듣기는 될 껄.”
“맞아, 최소한 세트피스 상황 몇몇 상황에서 대형을 짜는 번호를 만들던가 하는 식의 약속은 필요할 거 같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모두가 가지고 있었기에, 서로 다들 끈질기게 이야기를 시도했다.
이 약점을 메꾸지 않고서는.
절대로 다음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없을 테고.
25.02.18 (27 ère journée)
Olympique de Marseille vs Paris Saint-Germain
그 순간, 리그 우승이란 꿈도 물거품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