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09)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09화(209/242)
La révolte (2)
-철썩.
“음, 아무래도 이게 맞는 것 같지?”
“그러게, 수비방식이 더 낫긴 한 것 같다.”
지난 나흘간 훈련시간의 대부분을 세트피스에만 집중한 결과, 우리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 우리 그냥 맨투맨 수비(대인 방어)로 가자.”
세트피스를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것도 수비라는 행위를 하는 것은 같아서 굳이 분류하자면 이렇게 분류할 수 있다.
선수가 선수를 따라다니면서 수비하는 대인 방어.
선수가 일정한 공간을 지키는 지역 방어.
그리고 그 둘을 적절히 섞은 조합 수비.
그리고 그 중 대인 방어는 흔히 맨투맨 수비라고도 불리는, 각자 전담 수비할 선수를 결정해 그대로 따라붙는 수비 전술이다.
사실, 이 전술이 수비의 방법에 있어서 가장 직관적이긴 하다. 맡은 선수만 수비하면 되기에 선수가 머리를 굴리다가 실수할 여지가 적은 전술이기도 하고.
물론 이게 문제가 없는 건 아닌데.
“···그게 맞는 것 같긴 한데, 우리 체력이 버텨줄까?”
너무나 수동적인 전술이기에,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축구에서 수비수들에게 수비 잘 하는 법을 질문하게 되면 맨 처음 듣고, 선수생활 끝날 때까지 아마 계속 듣게 되는 말이
-절대 먼저 달려들지 마라.
-침착해라.
-공격수가 실수하길 기다려라.
이런 말일 정도로, 애초부터 축구에서의 수비란 공격수가 어떤 행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변화해야 하는 매우 수동적인 행위다.
하지만 그러한 수비의 수동적인 행위를 것을 그래도 조금이나마 능동적으로 만드는 것이 수비시 공간, 즉 지역을 지키는 지역방어인데 그걸 포기한다는 말은.
“PSG 놈들한테 그냥 하루종일 휘둘릴 수도 있을 텐데?”
저 말마따나,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권을 내주면서 원하는 플레이는 하나도 하지 못하고 박살날 수도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프로팀은 대부분은 보통 조합 수비를 선호한다. 마치 짬짜면이 짜장면과 짬뽕을 한번에 먹을 수 있으니 아주 완벽한 선택처럼 보이는 것처럼.
수비에서도 저 둘을 섞을 경우 서로의 약점을 줄이고 강점은 살리는 그런 현상을 기대할 수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 같은데.”
“그래, 지금은 이게 맞는 것 같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지역 방어를 버리자는 데 동의했고.
“나도 찬성”
나도 동의했다.
세상은 이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만이 아니고, 짬짜면도 양 대비 가격이 적어서 완벽하게 짜장면과 짬뽕의 단일 메뉴가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대인 수비나 지역 수비 중 어느 한 쪽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둔 팀들은 여전히 존재해오고 있었고, 그게 ‘아예 틀린 답’까진 아니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훈련인데도 아직도 가끔씩은 언어가 통일 안 되잖아.”
아직도 훈련에서조차 심심찮게 모국어가 튀어나오는 게 너무 컸다.
지역 방어를 할 경우엔 상대팀이 공의 위치를 옮겼을 때 어떻게 수비진들이 합을 맞춰 움직일 것인가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미리 전략을 짜 놔야 하는 건 필수고.
그리고 경기장에서도 선수끼리 계속 말하면서 그 전략을 계속 인지시켜줘야만 하는데. 언어가 갈린다?
“지금 이 상황에서 지역 방어는 안 하느니만 못한 반쪽짜리 같아.”
그렇게 우리의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는 분위기가 되자, 이제까지 훈련 세션을 짜고 우리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거의 터치 안 하던 클로드 코치는.
-짝.
“좋아, 그렇다면 오늘로써 드디어 자네들도 결론이 난 건가?”
“예, 그렇습니다. 경기만이라도 프리킥이랑 코너킥 상황에서만큼은 대인방어 위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떠난 지 3일만에 우리의 의견이 통일된 모습을 보고 웃었고.
“하하, 좋게 결론이 나서 다행이야, 뭐, 확실히 내가 봐도 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으로 보이는군.”
우리의 의견을 지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내일부터 대인수비를 할 것을 생각하고 PSG 선수들의 세트피스 움직임에만 집중해서 연습하도록 하지. 이만 해산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
-부르르.
“예, 감독님. 도착하셨습니까?”
“그래,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렸지. 어떻게 되었나?”
앞뒤 다 짤라먹은 질문이였지만, 클로드 코치는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감독이 자신에게 맡긴 임무래봐야. 세트피스에서 최선의 수비진 조합을 찾는 것 아니였던가.
“뭐, 100%는 아니지만, 나름 그래도 이 정도면 예상대로는 되었다고 봐야겠습니다. 옆에서 추임새를 몇 번만 넣어주니 감독님하고 같은 결론을 꽤나 빨리 내리더군요.”
그리고 그 답변을 듣자, 가르시아 감독은
“휴우- 다행이군.”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하, 왜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십니까. 어차피 이 위치까지 올라온 선수들이면 머리가 빈 선수는 거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
물론 몸이 너무 좋아서 머리가 가끔 텅텅 빈 선수도 가끔, 가아끔 있긴 하지만. 솔직히 그런 선수는 공격수라면 몰라도 수비수에서는 굉장히 드물었다.
그렇기에 코치는 수비수들을 붙여 놓고 집중 훈련을 하면 그 정도 결론은 쉽게 나올 거라고 예상했고.
“그래,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
가르시아 감독도 그걸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감독이란 자리가 만에 하나라는 걸 계속 걱정하게 되는구만.”
하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공감하게 될수 밖에 없는 이 말에.
“하하···”
클로드 코치는 멋쩍은 듯이 웃음을 지을 뿐이었고.
“그리고 시간이란 제한도 있지 않나. 주전 수비진을 통째로 한 경기를 제외시키는 결정을 했는데도 고작 일주일이네,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었어.”
이어지는 말에도 크게 반박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시즌 내내 가지고 있던 약점을 일주일 내에 보완시킨다는 것은, 정말이지 힘든 미션이긴 했으니까.
“휴우- 그래도, 이 정도면 우리가 예상한 상황 중에서는 나름 좋은 시나리오군, 생각보단 빠르게 의견 일치를 봤어. 수고 많았네.”
그래서 가르시아 감독은 이 결과 보고에 대단히 만족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서로 의견일치를 못 보고 자신이 옳다 자신이 옳다만 말하다가 팀워크가 오히려 더 개판이 나는 경우도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옛날처럼 선수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넘어가는 20세기였다면 그런 방식을 써서라도 억지로라도 당분간은 선수들의 의견 일치를 보게 만들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인권이 중요한 21세기이니 그런 방법은 쓸 수 없었고,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 이런 방식이였는데, 이 정도면 정말 잘 풀린 경우였다.
“그럼 나머지 시간은 PSG 선수들의 세트피스 움직임을 모아서 최대한 선수들에게 주입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되겠군?”
“예, 제 생각도 그랬고, 이미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좋아, 그럼 내일 훈련장에서 보지.”
-뚝.
그렇게 긍정적인 대화로 흘러간 전화가 끊기자, 옆에서 그 대화 내용을 듣던 봉파르 수석코치는 확인을 위해 다시 한 번 질문했는데.
“감독님. 그렇다면 감독님이 원하시던 대로 된 겁니까?”
“그렇지. 선수들이 스스로 다음으로 나아갈 벽을 찾아낸 거라고 봐야 하니까.”
시원스러운 긍정의 답이 나왔다.
“덕분에 패배하더라도 선수들이 바로 의욕을 잃는 일은 조금 줄어들겠군.”
일반적인 흐름이라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긍정의 답이 말이다.
물론 가르시아 감독과 15년을 넘게 같은 팀에서 일해온 봉파르 코치는 이런 가르시아 감독의 최악을 가정하는 행동에는 익숙했지만.
“허, 참. 너무 최악의 상황만 보시는 것 아닙니까? 그래도 홈 경기인만큼 승산이 아예 없진 않을 텐데요.”
그래도 가끔씩은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그를 지적받은 가르시아 감독은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물론 나아진 게 아예 없진 않을 거고, 다음 경기에서 집중도가 조금이나마 더 좋아지긴 할 테니 어찌어찌 두 번 실점할 걸 한 번으로 줄일 순 있겠지. 하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어.”
결국 이 대인방어로 바꾸는 방식은. ‘아예 틀린 답’은 아닐지라도. 수많은 프로팀들이 메인으로까지 사용하지는 않는.
“임시방책에 불과하니까.”
게다가 상대하는 팀이 PSG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개인기량 하나하나만큼은 끔찍할 정도로 뛰어난 PSG. 그들을 세트피스 상황 한정이긴 하지만, 대인수비만으로 잘 틀어막는다?
그냥 그건 총알 6개를 채워놓고 장전까지 끝낸 6연발 리볼버를 사람 머리에다가 대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피가 안 흐를 확률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게 가르시아 감독의 생각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이건 선수들이 집중할 건수를 유지시켜주기 위한 방편에 가깝다고 보도록 하게, 선수들이 경기 지고 우승기회 놓쳤다고 생각하면 팀합이 순식간에 망가지거든.”
그리고 가르시아의 그 어찌 보면 소름끼치도록, 너무나도 냉정한 말에.
“하하, 가끔씩은 좀 서글퍼지는군요 감독님.”
“···왜 그런가?”
“감독이 되려면 다들 그렇게 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 말입니다. 저도 지휘봉을 잡으면 그래야 하는 걸까요?”
그와 감독 초기부터 함께하고, 서서히 독립을 준비하고 있던 봉파르 코치는 못내 쓴웃음을 지었고.
“···글쎄, 정말 최고로 뛰어난 감독이라면 선수를 믿으면서도 성공을 하는 방식을 찾아냈을지도 모르지.”
가르시아 감독도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이러한 방식이 누군가에겐 패배주의에 젖은 것처럼, 승리를 포기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펩 과르디올라나 무리뉴가 아니지.”
그래서, 가르시아 감독은, 아마도 이르면 다음 시즌부터는 적이 될 수도 있는 친우에게, 한 마디이자 자신이 느낀 바를 그대로 전했다.
“그러니 감독이 된다면,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을 생각하게, 그게 감독이 할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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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삑.
“···형, 그냥 우리 지금 평소처럼 프랑스어 공부하던가 PSG 선수들 분석자료나 더 보는 게 낫지 않아요? 왜 우리 훈련영상 녹화한 걸 굳이 몇 번이나 되감기해서 보고 있는 거예요. 어차피 더 나올 것도 없을 텐데.”
-삑, 삑.
“아 시끄러, 좀만 기다려봐 임마. 관습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실마리가 잡힐 것도 같아서 보는 거니까.”
아, 뭔가가 진짜로 잡힐 것 같은데.
“아 형, 진짜 음바페-“
“나보다 발 빠른 몇 안 되는 놈이니까. 평소보다 수비적인 포지션 뒤로 잡고 뒷공간 안 털리는 데 집중하고, 내려앉아서 크로스에-”
“카바니-”
“아직 체력이 왕성한 초반을 극히 조심할 것, 특히나-”
“네이마-”
“정신 사납게 물어본 거 자꾸 또 물어볼래?”
내가 그러자, 민제가 좀 답답하다는 듯이 한 마디 던졌다.
“아니 형, 그것도 다 외웠으면 솔직히 우리 준비 할 만큼 했잖아요. 근데 뭐 이렇게까지 해요. 코칭스태프들이 준비하라는 것 이상으로 하려고 하네.”
그래, 이 정도라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준비하고 있긴 하다. 분명히 평소보다는 과도할 정도로 준비했다.
그래도- 그렇지만.
“아직도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그냥 되든 말든 평소고 나발이고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래, 결국 선수란- 코칭스태프와는 다르게 경기장에서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최선의 상황만을 생각하고.
그걸 상황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몸뚱아리를 움직이는 생명체이자 짐승이여야 하니까.
“그러니까 발버둥치는 거다.”
“···혹시 형 그냥 MOM 때 한껏 뽕 차게 말했다가 정작 파리한테 지면 쪽팔리니까 그러는 거- 악!”
“아 시끄러 임마! 그딴 소리 할 꺼면 잠이나 자러 가 임마!”
···물론 이번에 특히 집중하는 데는 그것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긴 있지만.
아픈 데 괜히 찌르지 마라, 팩트도 폭력이야 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