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13)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13화(213/242)
La révolte (6)
-냠.
“···바나나 더 있나요?”
“여기 조각 몇 개 있습니다. 더 먹으실겁니까?”
“···예. 한 조각만 더요.”
냠.
하아- 오늘따라 확실히 힘들다. 힘들어.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오늘은 선수간 간격 맞추면서 수비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도 쉽지 않네.’
경기를 뛰다 보면, 전술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건데, 공격을 하든 수비를 하든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선수간의 간격이다.
공격을 할 때는 그 선수에게 패스하고 나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같이 위로 올라가면서 그 선수가 볼을 돌릴 수 있는 진로 하나를 계속 유지해주고.
수비를 할 때는, 수비하러 나간 선수가 뚫렸을 때에도 바로 커버가 가능하도록. 혹은 여차하면 2대 1 도움 수비가 가능하도록 간격을 유지하는 것.
정말 단순해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움직임이다.
만일 이러한 움직임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선수와 선수 사이에 공간이 생겨났다는 뜻이고.
상대하는 팀은 옳다꾸나 하면서 이 공간을 무자비하게 찔러온다.
그렇기에- 이 단순한 움직임을 내내 90분동안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선수라면, 그 선수는 패스 실력이 기본은 된다는 전제하에 그 어떤 팀에서든 아주 사랑받는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간격만 잘 맞추는 것도 무진장 어려운 일이란 거다.
-쫘악- 퉤.
특히나 지금 우리처럼 공격-수비 전환을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격렬하게 하고 있다면 말이다.
-짝짝.
“자, 자 다들 힘든 것은 알겠지만 집중하도록.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진행이 빠르다.”
그렇기에, 나는 감독님이 하는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평소보다 다들 페이스가 조금 빠르다는 것.
그리고, 당연히 그로 인한 체력 소모가 크다는 것.
“이대로 가다가는 70분 안에 너희들이 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페이스를 조금씩 가능한 한 낮추도록.”
그러니 감독님의 저 발언은 지극히 상식적인 말씀이였다.
“Oui.”
다만, 나를 포함하여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조금 궁금하긴 했다.
‘이렇게 뛰지 않고서는 못 이기는 놈들 상대로 덜 뛰고 이길 수 있다는 게 말이나 되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PSG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체력 소모를 ‘평소처럼’ 해서는 이길 수 없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러니까, 무슨 생각이 있다면 한 마디를 더 덧붙이셔야 할 텐데.’
다행히.
“그러니까, 우리의 대책도 바뀌어야겠지.”
우리의 감독은 생각이 있었다.
“위험부담이 있지만, 후반전을 시작하고 나서부턴 수비 라인만큼은 공격적으로 나간다.”
그러니까.
“킴을 투입시킬테니, 나머지 수비진들은 다들 라인을 올려라.”
-*-*-*-
축구를 할 때, 가장 적게 뛰는 선수들을 꼽으라면 보통 중앙 수비수다.
공격수가 10km를 넘게 뒤게 만드는 전술을 짜는 감독들은 꽤 있어도, 중앙 수비수가 10km를 넘게 뛰도록 전술을 짜는 감독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니까.
거기에다가 수비수들의 은퇴 시기가 일반적으로 공격수보다 더 느려서 그런지, 일부 사람들은 수비 중심의 축구가 체력을 덜 소비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마르세유가 후반전 들어서 라인을 올렸습니다.] [그렇죠, 홈인데 공격적으로 나가야죠.]하지만, 막상 심판이 있는 제대로 된 축구 경기를 한 번이라도 뛰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체력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행위는 공격적인 축구가 아니라, 라인을 내린 수비적인 축구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격적인 축구는 공을 빼앗겼을 때 다시 공격하기 위하여 ‘오래, 많이 전력으로 달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수비적인 축구를 할 경우엔 공을 빼앗고 골을 넣기 위한, 유효한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팀보다 긴 거리를 전력으로 달려야만 한다.
그리고 그게 쌓아다 보면, 이 전력으로 달리는 거리의 차이가 점점 누적되면서 체력 소모 차이가 점점 커지고. 그게 강팀과 약팀간의 체력 차이를 불러일으킨다.
일반인이 노력 좀 하면 50분만에 10km를 달릴 수 있는데도 밥 먹고 운동만 연습하는 축구선수가 90분 동안 12km를 뛰면 리그에서 손꼽히는 활동량인 이유가 다른 게 아니다.
[다시 역습합니다.]그저, 이런 식으로 전력으로 달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스프린트 길이가 짧을수록 선수의 체력이 보존된다.
그래서 감독님은 민제를 투입시키고 라인을 올린 거였다.
우리가 후반전에 체력이 빠져서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은 막을 수 있도록.
다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약팀들이 항상 라인을 내리고, 그리고 우리도 전반전에 라인을 내렸던 이유라면.
-뻐엉.
[오른쪽으로 길게 내주는 PSG! 음바페에게 갑니다!]이거, 이거, 이거다.
라인을 올리게 될 경우에, 발이 빠른 선수가 뒷공간을 파고드는 행위를 막기가 굉장히 힘들어진다는 거다. 가속도 붙은 상태로 달릴 공간이 내 뒤에 있으니까.
그리고 PSG에서 현재 가장 빠른 놈은 음바페고, PSG는 그런고로 음바페를 당연히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럴 경우 안 그래도 위험한 실점 위기가 더더욱 늘어난다.
그러니까, 결론은.
[따라붙는 리!]결국 나는 더 고생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거다.
‘오른발, 오른발, 왼발, 오른쪽-‘
왼발.
-툭.
그리고 그 순간 아주 살짝 앞으로 가져댄 발이 먹혀들었다.
‘됐다.’
다만 아직 안심할 정도는 아니였다. 지금 이건 저 녀석이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이지, 아직 내 쪽으로 만든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한 번 더 여기에서 다시 달려들어 확실하게 끊어내야 한다. 어깨를 밀어넣고, 진로를 방해하고. 우리 쪽 볼까지 만들면 좋겠지만- 지금은 역습 상황이니 끊는 거에만 집중해서.
-뻥
[라인 아웃, PSG의 스로인입니다.]하아, 하아.
‘젠장. 저 놈이 공 잡을 때마다 살 떨린다. 다행히 이번엔 다리 찰 필요까진 없었네.’
···그래도 어찌어찌, 이번에도 템포를 한번 끊었다. 그럼 이제 다시 위치로-
“헤이, 당신. 꽤 대단하네요.”
“······?”
뭐야, 이 놈은 갑자기 왜 말을 걸고 있어?
“솔직히 이 시간대면 당신 제치고 한 골 정도는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하. 자신감 봐라. 그래 그러던가 말던가.
“프랑스어 못하는 거예요? 저번에 인터뷰에선 잘 말하더만, 말 좀 해 봐-”
떠들 테면 떠들어라, 별로 뭐라고 할 마음도 안 든다.
보통 말 안 하던 놈이 말한다는 건-
[알베스, 공을 던집니다.]이렇게, 인플레이 상황에서 나갈 때 빈틈 만들기용으로 쓰게 되거든.
뻔하지. 뻔해.
어깨 집어넣고, 진로 다시 측면으로 몰아넣어서- 빼앗았다.
-뻥.
[공을 빼앗고 바로 옆으로 짧게 차내는 리. 앙귀사가 받습니다.]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는 또 움직여야 했다. 연계를 위해서라도.
[앙귀사, 위로 올라갑니다.]저렇게 미드필더는 위쪽으로 올라가고, 방향을 오른쪽으로 전환한다면 나 역시 살짝 오른쪽으로, 중앙 쪽으로 움직이면서 패스의 경로를 하나라도 더 만들고.
[그리고 구스타보에게 건네줍니다.]그리고 이러한 패스 한 번을 준다면, 이제 또 거기에 맞춰서 움직이는 미드필더의 움직임에 맞춰서 또 그대로 움직이고. 그래야 한다.
[구스타보, 파예에게.]설령 이 쪽으로 볼이 오지 않더라도, 그래야만 우리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테니까. 물론-
[파예는- 아, 라비오가 지키고 서 있었군요, 볼을 빼앗아냅니다.]그렇게 움직임을 가진다고 해서 이 쪽으로 연계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 공격이 먹히냐 먹히지 않느냐는 또 별개의 영역이지만.
‘쳇.’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파리의 공격은, 이번에는 언제나 그렇듯 천천히 들어오는 압박이었지만.
[라비오, 드락슬러에게]그럼에도 정말 숨이 턱 막혀왔다.
[드락슬러가 볼을 이끌고 전진합니다.]오캄포스가 달려들면서 1차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그리고, 음바페가 볼을 잡는데-바로 압박이 들어오는군요.]그걸 또 내가 합류함으로서 사이드로 최대한 밀어내고, 상대 플레이를 제한시키기 위한 포지셔닝을 잡고 압박하는 이러한 수비과정이 이루어지고는 있었지만.
-삐이익.
[마르세유의 파울입니다. 구스타보의 옐로 카드. 그리고 PSG의 프리킥입니다.]···언제나, 아슬아슬했다.
[이걸로 모두 마르세유는 옐로 카드가 총 5장이 되었네요. 퇴장까진 안 당하는 게 용하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자, 자, 괜찮아! 괜찮아! 겨우 프리킥이야! 프리킥!”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
66 : 12
OM 1 : 0 PSG
***
앞으로 30분, 30분도 안 남았다.
부디, 앞으로 그 시간 동안만은 더 운이 좋기를.
···그렇기를 바랄 뿐이다.
-*-*-*-
-삐이이이이익-!
[아, 카바니! 에딘손 카바니의 골입니다! 골! 에딘손 카바니의 동점 골!]그 순간.
-팍.
나는 애꿏은 잔디를 찰 수밖에 없었다.
‘하아- 얼마 안 남은 상황이였는데. 젠장.’
[카바니 선수, 아주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그렇죠, 패배의 기색이 역력하던 팀을 구원했다고 봐야 하는데 웃을 수밖에 없죠!]***
[seconde mi-temps 34]Marseille
1 : 1 PSG
[Buts]Marseille : Stuani(41)
PSG : Cavani(79)
***
[이번 시즌, 음바페와 네이마르에 살짝 밀린 감은 있지만, 그래도 역시 전통적으로 PSG의 에이스라고 하면 카바니죠!]시발. 역시나 세상은 행운따윈 바랄 수 없다니까. 역시 음바페를 막아도, 네이마르를 막아도. 카바니 저 놈까지 터지지 않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였어.
그리고, 이제 경기는 이렇게 되면 다시 원점.
앞으로 1실점만 더 하면, PSG와의 승점 차이가 5점 차이.
···그러면 리그 우승의 꿈은, 완벽하게 날아간다고 봐야 한다.
“······”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세트피스 중에서 즉 프리킥으로 득점이 나왔다는 건 우리의 수비전술에 문제가 있어서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냥 저 쪽이 잘 차서 넣었다고 봐야 할 뿐이지.
다만, 우리 쪽이 위험지역에서 프리킥을 계속 이렇게 내주고 있다는 것부터가 수비진에 구멍이 뚫렸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
어렵네, 어려워.
보통 이럴 때는 감독님의 명령대로 하는 게 맞겠지만-
-침착해라! 다들! 침착하게 다시 진형을 갖춰!
지금만큼은 감독님도 어떤 방식의 명령을 딱히 내리지 않고 있다.
그저 침착하라는 말밖에 하지 않을 뿐.
‘···하긴, 이건 감독이 정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뭘 선택해도 말이 되지만.
뭘 선택해도 비난받을 수 있느니까.
그냥, 선수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마음대로 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음바페 저놈이 있으니, 그냥 수비에만 집중하고 공격은 남들에게 맡겨?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닌데.’
어차피 리그전이다. 이 경기가 끝난다고 해도 우리의 경기는 아직 11경기나 남았고, 우리가 남은 일정에서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는 팀은 라니에리의 낭트랑, 라이벌 팀인 리옹 정도뿐이다.
오늘 무승부하고 그 두 팀에게 모두 패배한다고 해도 승점 94점을 찍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승을 노릴 수도 있-
‘······.’
아냐.
아니다.
언제부터 내가 이런 건방진 생각을 할 수 있었던가. 당장 PSG와 비긴다고 해서, 남은 그들에게서 몽땅 이기리란 생각은 도대체 어떤 자신감으로 한 거지?
당장 우리보다 훨씬 막강한 저 PSG도, 당장 이번 시즌에 승격한 승격팀한테 일격을 맞고 패했는데 말이야.
“하하. 하하하.”
그래, 언제부터 내가 미래를 보고 질렀냐.
항상 현재를 더 화려하게 불태울 방법만 고민했지.
그래, 그러니까.
“민제야.”
“하아-왜요?”
하던 대로 하자.
“이제부터, 남은 시간 동안 나 오버래핑 엄청 적극적으로 올라갈 꺼다. 커버 좀 적극적으로 해줘라.”
이게 맞다. 물론
“···형 괜찮겠어요? 이 상황에서 실점하면 형 대역적 될 텐데?”
저 말도 맞긴 한데.
“어차피 승점 10점 차이로 준우승하나, 승점 1점 차이로 준우승하나 똑같아.”
어차피 지금 무승부해도, 리그 우승은 굉장히 멀어보이는 게 팩트다.
그리고 뭣보다.
-Et chanter comme Depé.
-(우리는 노래하리라.)
-Sans jamais rien lâcher.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을)
-Notre amour du maillot Allez allez ohoh···
-(우리의 유니폼에 자부심을 가지고···)
홈 경기다.
설령, 설령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저 놈들의 콧대를 한 번쯤은 꺾어내는 모습을 저분들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만약에, 만약에 내가 올라가서 역습 쳐맞고 져서. 리그 준우승의 대역적으로 기억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예?”
“차라리 대역적으로라도 기억되는 게, 그냥 흔하디 흔한 외노자 1로 기억되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 크크.”
그게 저 인간들 기억에는 더 강렬하게 남을 거 아냐.
“···형, 전 가끔 느끼는건데, 형 머리 속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가 궁금해요 진짜.”
흠, 그래?
“그래서 안할꺼야?”
“아뇨, 어차피 말려도 할 꺼잖아요. 그럼 발 맞춰야죠.”
“잘 아네.”
뭐, 그러니까 결론은.
“공 받자마자, 자주 올려줘라. 한번 가 보자.”
그래, 가 보는 거다.
후반 35분. 모두가 지치고, 지쳐있는 시간대. 그리하여 통계상으로. 축구 경기에서 가장 많이 골이 터지는 시간대가.
“저놈들 실수하는 순간 바로 찔러버리게.”
실수의 시간이 찾아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