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15)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15화(215/242)
Zigzaguer (1)
2018년 04월 03일, 마르세유.
[다음 소식입니다. 파리 셍제르망이 2대 0으로 트루아에게 승리하며 다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맞서는 마르세유는 오늘 홈에서 낭트와의 일전을 치룰 예정···]-뚝.
“하하.”
영상을 보고 난 뒤,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언론사들이나 기자들이 다들 목소리가 달라졌네.’
그래도 파리 이기기 전까진 다들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은데, 저번 경기 이기고 나니까 이제 슬슬 진짜로 우승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파리를 언급할 때, 마르세유를 꼭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로 경쟁 상대가 되었다는 걸 외부 사람들도 인정한 셈이였다.
‘잘 됐네. 잘 됐어.’
이런 분위기는 중요하다. 아무리 스스로가 할 수 있다고 믿어도 외부 사람들이 밖에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와 ‘잘 하면 할 수도 있을지도?’ 라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90점 맞은 사람이 다음에 100점 노리겠다는 말은 스스로도 믿고 자신도 할 수 있다고 믿겠지만 60점 맞은 사람이 다음에 100점을 노린다는 말은 솔직히 누가 믿겠냐.
‘뭐, 그 반대급부로 유로파 빼고는 이제 컵 대회는 다 탈락해 버렸지만.’
리그컵 8강, FA컵 4강 탈락에 유로파는 이제 16강전. 솔직히 그리고 이제 유로파도 포기할 확률이 높아 보였다.
리그 우승할 각이 보이는데, 유로파에 집중하기엔 아직도 16강이라서 변수도 너무 많고, 뭣보다···
‘일정에 너무 피해를 주니까.’
유로파리그를 진행하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때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한 3~4일 휴식 후 경기를 2번씩 뛰게 된다.
그리고, 이건 경기 수 줄이려고 컵 대회를 후보들로 돌렸던 우리에겐 솔직히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였다.
‘···뭐, 유로파 우승컵이 탐나지 않느냐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긴 한데,’
솔직히 그것까지 챙기기엔 무리다. 우리 주제에 뭔 리그 우승 노리면서 어떻게 거기까지 신경 써. 우리가 뭔 파리냐? 2관왕 이상을 노리게?
‘애초에 그 PSG도 레알이랑 붙다가 결국 16강에서 떨어져 버렸는데 우리가 뭔 깜냥으로 2관왕을 노려.’
원래 사람이란 게 욕심이 아무리 많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거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간 다 놓칠 수도 있다.
‘물론 2년 전에는 다르게 말하긴 했지만···’
-벌컥.
“리, 네 차례야. 들어오래.”
“예압.”
···이제는, 2년 전이 아니니까.
-*-*-*-
[스투아니, 파예, 리, 상송- 다시 파예인데- 아, 뒤부아가 끊습니다만, 아웃입니다. 마르세유의 스로인.]오케이, 좋아.
“빨리! 빨리 안쪽으로!”
그 순간, 나는 조금 빠르게 움직였고, 다른 이들도 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오, 좋은 자리에서 스로인이군요.]좋아 간다, 하나-둘-
-지끈.
윽.
[리- 던집니다! 스투아니!]-삐이이이익-!
“···아자!”
–Allez, Allez, Allez Allez Allez. Marse···
[스투아니! 스투아니의 골입니다!] [저 선수, 벌써 어느새 리그에서만 18골 고지에 올랐습니다! 정말이지, 이번 시즌 마르세유 최고의 영입을 꼽으라면 토뱅과 저 선수일 겁니다!]휴, 휴, 휴, 다행이다. 진짜로. 진짜로 다행이야···
[이것으로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그래, 진짜로 다행이다.
‘초반에 너무 어이없이 실점하고 계속 끌려갈 뻔했어···’
우리가 파리를 이기긴 했지만, 그래 봤자 승점 1점 차이.
만일 오늘 경기에서 지거나 비기기라도 한다면 우리의 천하는 일주일도 못 간다. 당장 파리 놈들이 어제 2대 0으로 승리했으니 더더욱.
그걸 생각하면, 오늘도 질 수는 없다.
질 수는 없는데···
-지끈.
‘···아오. 씁. 또 이러네’
-삑, 삑, 삐이익-!
[아, 어느새 추가시간이 다 흘러갔군요. 마르세유가 낭트와의 경기에서 막판에 골을 넣으며 1대 1으로 전반전이 종료됩니다.]-짝
“나이스!”
“나이스!”
-지끈.
‘하아.’
젠장, 발 디딤을 잘못했나. 다시 조금씩 아파오네.
‘웬만하면 안 먹고 뛰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한 알 정도는 먹어야겠어.
“봉파르 코치님. 전술 수정 전에 개인 라커룸에 잠깐 들렸다 와도 되겠습니까?”
“응? 무슨 일이지?”
그 말을 듣고 나는 무심코 약 먹으러 간다고 말할 뻔 했지만,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간신히 눈치채곤 그냥 손짓으로 알약을 삼키는 시늉을 해 봤는데.
“아, 그렇군.”
다행히, 봉파르 코치님도 눈치를 챈 듯했다.
“그거 외의 문제는 없는 건가?”
“예.”
“그래, 그럼 빨리 다녀오게.”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코치님, 저도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응? 파예 자네도?”
“예.”
“···좋아, 딴 짓 하지 말고 빠르게 다녀오게. 전술적인 측면에서 전달해야 할 것도 있으니.”
그렇게 말한 우리는 제빨리 뛰지-는 않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조용히 개인 라커룸으로 갔고.
거기에서 나는, 팀닥터에게서 처방 받았던 약을 하나 꺼내서 찾아먹었다.
-텁. 꿀꺽.
“크아.”
으, 써. 역시 약은 알약이여도 별로야.
“아, 이런. 리, 잠깐 음료수 컵 좀 빌릴 수 있을까?”
“마실 물 안 가져왔어요?”
“깜빡했네.”
“여기요.”
-탁.
“고맙-어라, 리, 너 약 먹을 때 맹물이랑 같이 마시냐?”
어라, 이건 뭔 소리래?
“···? 그러면 주장은요?”
“우유라던지, 주스랑 같이 마시지. 쓰잖아.”
“···그래도 돼요? 그러면 약 효과 떨어지는 걸로 아는데.”
위기탈출 넘버원에선가 뭔가에서 알약은 물이랑 같이 먹는 게 좋다는 소리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데, 진통제는 커피나 술이랑 같이 먹는 것만 아니면 별 문제 없어.”
아.
“···그래요?”
“그래. 몇몇 비스테로이드성 계열 진통제는 우유랑 같이 마시면 오히려 더 좋다는 소리도 있고.”
···썩을. 괜히 더 쓰게 먹고 있었네. 우유는 난 배탈나니까 무리지만, 뭐 두유나 그런거랑 같이 먹어도 되는지는 한번 알아 볼까나?
“가르쳐줘서 감사합니다. 주장, 다음부터는 저도 좀 쓰게 먹을 뻔-”
그 순간, 나는 봤다.
-쫘르르.
저 인간이 몇 개나 되는 약을 꺼내는 걸.
“주장, 그거 뭐예요?”
“뭐긴 뭐야, 진통제랑 철분제랑 비타민이지.”
···.음, 많이도 드시는군. 그리고 철분제랑 비타민 빼고도 진통제 양이 내 배는 되는 거 같은데.
“괜찮아요?”
그 질문에, 파예는 픽 웃으면서 답했다.
“뭐, 썩 좋은 건 아니지. 그래도 아직 경기에 못 나가거나 할 정도는 아니야.”
···쩝, 그렇긴 하지.
보통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의 진통제 복용은 3단계로 나눈다.
첫째는 1단계로, 나처럼 경기 뛰다가 아프면 진통제 먹고 평소에는 안 먹어도 되는 선수.
2단계는 만성 통증이 있어서 진통제를 ‘거의 매일’ 먹어가며 뛰어야 하는 단계.
그리고 3단계는 케토신 주사같은, 진통제 약물 주사 같은 거 맞아가면서 뛰는 단계.
이 세 가지 경우가 ‘부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당일 바로 경기 출전을 할 수 있는 선수’ 다.
그리고 파예는···
“주사까진 아직 안 갔잖아. 그러니까 경기에는 아직 큰 문제 없어.”
일반인 기준으로 건강하다고는 말 못해도, 운동인 기준으로는 아직 2단계로서, 당일 처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그러니까 부상이 ‘없다’ 고 판단되고 있는 선수.
그러니 솔직히 별 문제 없다는 파예의 말도 틀린 건 아니였다.
솔직히 선수 말년이면 소위 대포 주사라고 불리는, 옛날 80년대 야구선수가 흔하게 처방받던 데포메드롤 주사를 맞아가며 뛰는 선수가 꽤 흔하고.
정말 가끔씩은 부상이 심해도 펜타닐이나 모르핀같은 마약성 진통제 맞아가면서 뛰는 선수들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말이다.
···그렇지만.
“주장, 그래도 적당히 해요. 원래는 잘 뛰지도 않던 인간이 요즘은 수비가담까지 하려고 하니깐 더 빨리 안좋아지잖아요.”
그래도 약을 매일 먹는 2단계급부터는 솔직히 까딱하다간 큰 부상 당한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약이라는 건 결국 신체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복용하는, 비-일반적인 것인데 매일 복용한다?
무조건, 무조건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 흔하디 흔한 아스피린이라고 할지라도. 당장 소금도 한 몇십숟갈을 한번에 떠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데 매일 약 먹고 부작용이 없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가뜩이나 주장은 햄스트링도 안 좋으면서.”
특히나 고질적으로 부상당해온 부분까지 있다면 더더욱.
그러나, 파예는 피식 웃었다.
“야, 리. 어차피, 나이먹다 보면 이 정도 진통제는 먹게 되어 있어. 너도 한 2~3년 전의 너랑 지금의 네가 다르다는 건 느낄 텐데?”
주장의 말에 나는 살짝 움찔했다.
그래. 내가 지금 정말 건강한 축에 속하고는 있지만···
옛날 2년 전에는 시즌 후반이라는 점과 미친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야 진통제를 찾았던 것과는 달리, 이젠 그냥 자연스레 시즌 말이 되니까 진통제를 찾고 있었다.
“너도 지금은 건강해도 한 2년만 더 나이 먹어 봐라. 최소한 경기 시작 전에는 매번 먹어줘야 할껄?”
그걸 보면, 노화는 벌써 찾아오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런데, 그렇다고 안 뛸꺼야?”
“···아니죠.”
“그래, 그런 거야. 게다가. 올해 물러나기엔 솔직히 너무 아깝잖냐.”
···하, 그래. 이제 와서 물러서기엔 너무 아깝지.
“어차피 건강하더라도 잘못 부딪치거나 잘못 넘어지면 걸리는 게 부상이야. 그러니까-”
-텅.
“지금은 이기는 데에만 집중하자고, 자. 빨리 돌아가자. 후반전 작전 들어야지.”
“예. 주장.”
에휴, 그래. 부상이란 놈은 워낙 변덕이 심하니, 한 3개월 뒤··· 아니 4개월 뒤에 심술 부려주길 바랄 수밖에 없겠지.
‘부상당하더라도 짧게 끝나거나.’
.
.
.
.
.
-삐이익!
···시발,
‘···하, 그래. 부상이란 놈은 이런 거지.’
[아, 이런 마르세유, 오늘 무슨 마가 끼었나요? 구스타보에 이어 콩도그비아까지 크르힌과 서로 공중에서 부딪치고 나서 통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어떻게 팀에서 아무 예고도 없이 가장 건강하던 편이던 두 명이 부상당해버리냐.
***
[jeu terminé]Marseille
2 : 1 Nantes
[Buts]Marseille : Stuani(45+1), Thauvin(90+1)
Nantes : Dubois(11)
***
“어떤가?”
“머리에 큰 부상이 생긴 건 아니지만, 착지과정에서 문제가 좀 생긴 모양입니다.”
-탁.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나. 기간은?”
“···구스타보는 4주, 콩도그비아는 2주 정도는 경기에서 뛰지 못할 거라고 합니다.”
그 말에, 가르시아 감독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나마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둘 다 장기부상은 피했군.”
선수들이 한 달 이상의 장기부상을 겪는다면, 신체능력이 수직낙하하면서 부상 후 복귀도 어렵기 마련인데. 4주면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최악은 피한 셈이였다.
“···그래도 구스타보도, 콩도그비아도 이번 3월 초에 아웃이라는 건 좀 뼈아프군요. 수비형 미드필더 주전들이 빠져 버리네요.”
수비형 미드필더가 2명씩이나 부상을 당한 건 뼈아프긴 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때를 대비해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대량 영입해뒀다는 거군요. 앙귀사는 아직 건강하고, 세르티치도 있으니.”
그나마, 마르세유는 이번 시즌은 3선 보강을 알차게 했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아- 이렇게 되면 앞으로 2주간이 정말로 고비군요.”
-08.03.18 Europa League Last 16, Athletic (H)
-11.03.18 Ligue 1 29 ère, Toulouse (A)
-15.03.18 Europa League Last 16, Athletic (A)
-18.03.18 Ligue 1 30 ère, Lyon (H)
“백업이 전혀 없이, 저 일정을 돌려야 하니까요”
4일 휴식, 3일 휴식, 4일 휴식, 3일 휴식이라는 일정을 백업 ‘전혀 없이’ 버텨야 했다.
그리고, 저 과정에서 부상선수가 또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솔직히 저 일정으로 선수들 굴려놓고 부상선수 하나도 없길 바란다? 그거야말로 욕심이였다.
다만,
“어쩔 수 없지. 시즌 초에 포기했던 4-3-3을 다시 꺼내든다.”
그래도 부상 확률을 줄일 수는 있었다. 선수들이 덜 뛰게 만들면 된다.
“템포가 극단적으로 느린 4-3-3으로, 선수들이 스프린트를 최대한 덜 하도록 만든다.”
정확히는, 전력질주를 덜 하게 만들면 된다.
부상이라는 건 결국 선수들이 한계 이상의 움직임을 하려다가 당하는 거니까. 선수가 행하는 전력질주가 줄어들면 부상도 줄어든다.
“그게 통하겠습니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선수들이 까먹었을 것 같은데···”
물론 코치가 말한 대로 숙련도 이슈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다행히 아직 남아있는 선수들은 저번 시즌 4-3-3을 주구장창 써왔던 선수들이기도 하니 아예 못 봐줄 수준은 아닐 꺼야.”
그리고- 무엇보다.
“게다가 저기에서 두 경기 정도는··· 뭐 진다고 해도 크게 나쁠 건 없지 않나.”
“······”
가르시아 감독의 그 말에 다들 쓰게 웃었다. 솔직히 리그 우승을 노린다고 생각하면, 유로파는 정말 계륵이였으니까.
다만, 좀 맛있는 계륵이여서 버리기는 아까우니 계속 가져갈 뿐.
“그래도, 빌바오의 역습을 막을 작전 하나 정도는 강구해 놓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지 않으면 생각보다 큰 패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코치진들은 그 한도 내에선 최선의 방법을 찾긴 해야했다.
“그건 그렇지.”
한 경기를 너무 크게 패배했다가는, 생각보다 그 영향이 크니까.
그리고, 아틀래틱 빌바오는, 마르세유가 방심할 경우 한 방 먹여줄 저력을 넘어, 박살낼 기량이 있는 팀이였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라리가에서 지난 4년간 4-7-5-7위를 찍으며 중상위권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팀이었으니까.
“저번 시즌에 사용했던 일반적인 4-3-3으로 진행하지만··· 리와 사카이의 위치는 서로 바꾼다.”
-툭, 툭.
“사카이가 왼쪽에, 리를 오른쪽에 세운다.”
“···그 말씀은?”
“그래, 둘 다 양발을 잘 쓰는 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역습 방지용으로는 인버티드 풀백만한 게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