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16)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16화(216/242)
Zigzaguer (2)
-뻐엉.
하아, 훈련이 영 지지부진하네.
‘이제 와서 4-3-3으로 다시 돌아가라니. 뭐하는 짓거리야.’
물론 솔직히 말해서, 일반적으로라면 내 알 바는 아니였다. 4-3-3에서든 4-2-3-1에서든 풀백이 해야할 일은 엄청 달라지진 않으니까.
단지, 구성원과 패스 뿌리는 방식이 좀 많이 변경되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좀 더 고생할 뿐이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오른쪽, 세션 시작!”
-삑!
역시나, 세상은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난다.
‘내가 라이트백이라니.’
사실,오른발이 주발인 선수를 왼쪽 사이드백, 그러니까 레프트백 자리에 뛰게 만드는 경우는 흔하다.
당장 우리나라의 이영표 선수도 그렇고, 옆동네 일본에서 레프트백 레전드로 꼽히는 나가토모는 오른발잡이지만 라이트백이었고.
우리 팀 라이트백인 사카이도, 오른발잡이지만 레프트백이 소화가 가능했다. 당장 내가 빠지면 레프트백 1순위 백업이 사카이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오른발잡이 풀백은 레프트백을 소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익히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왜냐고? 세상에 왼발잡이가 적으니까.
세상이 보통 왼손잡이의 비율이 한 10%, 아무리 높게 잡아도 한 20% 되는 것처럼, 발도 똑같다. 축구계에서 왼발잡이의 비율은 20%를 넘지 못한다.
그런데 거기에다 풀백을 뛸 선수는 더더욱 적을 수밖에 없으니, 대부분의 오른발잡이는 자리를 땜빵하기 위해서라도 레프트백 자리에서 꽤 뛰어본다.
그런데, 이걸 반대로 말하자면?
-삑!
“그게 아니다. 리! 오른쪽부터 보지 말고, 왼쪽부터 봐라! 좀 더 빠르게 움직여!”
왼발잡이가 라이트백을 자리를 뛰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는 거다. 왼발잡이가 라이트백을 능숙하게 소화한다? 그럼 그 선수는 인생 2회차를 의심해야 한다. 애초에 경험할 일이 거의 없거든.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라, 다시!”
“Oui!”
그리고 난 당연히, 인생 2최차가 아니니까 좀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끙, 쉽지 않네.’
뭐, 그래도 왜 나를 라이트백으로 세우려고 하시는지는 알 것 같다.
‘아마도 인버티드 풀백으로 역습을 대비하기 위해서겠지.’
인버티드 풀백이란, 뭐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내가 보기엔 결국 풀백의 중앙 미드필더화다.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진이 두터워지면? 일단 숫자가 늘어나니까 패스 전개하기가 쉬워지고 루트도 다양해지는 것도 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효과는 ‘역습 방지’ 다.
역습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짧은 시간 안에 공격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러면, 가장 효과적인 역습은 무엇일까?
냅다 뻥 중앙에 다이렉트로 공을 차고, 거기에서 골대로 직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니 역습할 때 최선의 선택은 중앙에서 놀고 있는 선수에게 빠르고 강한 한 방 롱 패스를 날려주는 거고.
그렇기에, 그러한 역습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중앙을 3명 이상의 선수들로 벽을 쌓아버리는 거다. 그렇게 되면 거기를 뚫기가 쉽지 않으니까.
그러니 지금 감독님이 우리에게 인버티드 풀백을 연습시키는 이유야 뭐 뻔했다.
‘중앙 강화시켜서 역습 방지하자는 거지.’
만일 상대팀이 역습할 때 중앙 미드필더나 중앙 공격수의 피지컬 중심으로 풀어나간다면? 키가 좀 되는 사카이가 인버티드 풀백 역할을 해줌으로서 공중볼 싸움에 도움을 주고.
만일 상대방이 그게 아니라, 윙어나 중앙 공격수의 스피드를 살린 역습으로 우리의 뒷공간을 노린다면?
스피드가 좋은 내가 인버티드 풀백처럼 움직이면서 수비수 앞,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뒷공간을 노리는 대부분의 역습을 방지하는 거다.
그리고, 이 중 남은 선수는?
‘그냥 평범한 풀백 플레이를 하는 거지 뭐.’
사카이는 애초에 레프트백 백업 1순위고, 나도 오른발이 띄우는 크로스 정확도가 낮다는 걸 제외하면 그래도 양발에 가까운 편이라서 라이트백으로 뛸 수는 있다.
다만,
-삐익!
“리, 공격할 때는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라.”
“Oui.”
그래도 공격적인 부분에서 내가 레프트백에서 뛰던 때에 비해서는 조금 덜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당연한 게, 내가 양발이라곤 해도 왼발보다야 오른발이 조금씩 더 정확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이러면 내가 오른발로 차려다가도 한 번씩 멈칫하는 과정이 생기게 되는데.
이 한 번의 멈칫하는 과정이 진짜 공격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시간이 금인 역습 공격을 위주로 플레이한다면 특히나 더.
‘그걸 보면, 이번 경기 전술 컨셉은 철저히 역습 방지랑 점유율 축구 위주로 방향을 잡으신 것 같긴 한데.’
인버티드 풀백을 꺼내드신 것도 그렇고, 어설프게 숙련된 4-3-3을 다시 꺼내든 것도 그렇고 그냥 이건 전술 자체가···
굉장히 느리고, 느긋한 전술이다.
공을 계속 점유하고, 지배하에 두다가 공격진들의 개인 기량에 기대서 공격하는 전술.
‘절대’ 다득점이 나올 전술은 아니였다.
‘물론 인버티드 풀백 쓰는 4-3-3이 숙련도가 높을 경우엔 맨시티처럼 공격력까지 강력한 팀이 되지만···’
지금의 전술은 우리의 숙련도는 뭐, 정말 기본 원칙만 지킬 수 있을 터였다. 수비는 어찌어찌 어설프게나마 할 수 있다고 해도 다득점은 물음표였다.
그걸 보면, 이번은 공격적인 측면에서 내가 활약할 여지는 딱히? 별로 없을 거다.
그래도 그나마 좀 떨어지는 공격력을 보충하는 방법의 키포인트라면.
-좋아, 토뱅, 잘 했다! 다시 원위치로!
···저 의욕이 딱히 많지는 않은 천재를 어떻게든 잘 활용해야만 하는데.
“더 훈련하자고? 싫어.”
하아. 망할.
-*-*-*-
-와그작.
“그러니까, 네 말은 너는 사카이랑은 다르게, 나랑 합을 거의 안 맞춰봤으니까 그걸 위해서는 우리 둘이 정규 훈련시간 이후에도 합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는 거잖아.”
“그래.”
잘 알고는 있네.
“그런데, 그게 왜? 그게 우리가 열심히 할 이유가 돼?”
“······”
근데 아는 것과 실행은 역시 별개구나.
‘하아- 볼 때마다 참 부러우면서도 뭐라고 하고 싶은 놈이란 말이지.’
우리 팀에서 가장 골 많이 넣은 선수는 18골의 스투아니다. 뭐,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스트라이커잖아. 골 많이 넣어야지.
근데 공격포인트, 그러니까 어시스트까지 합산할 경우의 1위는 좀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그건 저 녀석이다. 무려 16골 10어시스트니까.
보통 한 15어시스트면 리그 어시스트 1위를 먹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다.
‘물론 지금 리그에 리그 득점 1위에 어시 1위까지 겸한 네이마르라는 괴물이 있으니 좀 묻히긴 하지만···’
하여튼 이놈도 충분히 괴물이라는 거다. 윙포워드로서 필요한 득점력과 드리블이라는 모든 것을 갖춘 선수 완전체 선수.
그래서, 가끔씩 이 녀석의 말을 들으면···
“어차피 이번 경기, 딱 보니까 감독님이 반쯤 버리는 경기시잖아.”
조금, 짜증났다.
“전술도 좀 급조하고 홈 경기인데도 공격적으로 안 나오려고 하는 거 보면 유로파리그는 반쯤 던지시는 것 같은데 걍 대충 힘 빼고 하지고.”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너도 요즘 진통제 먹는 거 같던데, 몸 아껴.”
···확연하게 모든 것을 연소하려 들지 않는 이러한 선수가. 나보다 훨씬, 훨씬 위대한 선수로 기억에 남을 것이란 것이.
참 질투가 나니까.
같은 포지션도 아니긴 해도.
‘나한테 저 녀석만큼의 재능이 있었다면···’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팀 동료였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결론은, 별로 연습같은 거 안 하고 싶다?”
“그래.”
그렇다고 해서 이 친구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딱히 훈련시간 어기는 것도 아니고, 사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다, 실력적으로도 팀 내 공격포인트 1위이기에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를···
내가 무슨 권리로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니, 뭐.
“그래, 알았어.”
내가 변화를 원하지 않는 저 선수를 바꿀 수는 없다. 스스로 지금에 만족하고 있으니까.
‘그래, 그럼 ‘최고가 되기엔 살짝 부족한 재능’씨. 평생 그렇게 살아.’
저렇게 살기로 결심한 선수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남이 끌고 가려고 해도, 본인이 어느 정도 알아서 하는 선수가 아닌 이상에는 그냥 축 쳐진다.
‘이런 저런 스텟으로 봤을 때 아자르 다운그레이드 버전 재능 정도니까. 세계 최고라기엔 부족해도 최고들과 놀기엔 충분한 재능인데.
내가 저 정도 재능 가졌으면 한 아자르 다운그레이드 정도는 노려봤을 텐데.
뭐, 하지만 그건 관측되지 않은 미래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러니까 그냥 너도 대충-”
“앙귀사-!”
앙귀사나 어떻게 연계할지나 연구해야겠다.
“···잠깐, 뭐라-”
아 참, 세르티치도 불러와야겠네. 걔랑은 패스플레이가 익숙하긴 해도 오른쪽에서 하는 건 처음이니까.
-*-*-*-
-뻥.
-흠, 이건 쓸 만한 거 같기도 한데··· 세르티치, 이거 통하려나?
-글쎄, 동선 정리는 좀 해야겠지만, 그렇게까지 나쁜 생각은 아닌 거 같은데.
그리고, 그 모습을.
“······”
한 사람이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토뱅, 뭐해? 오늘 전 여자친구랑 다시 만난다고 하더니, 왜 니가 이 시간에 훈련장에 있어?”
“아··· 주장? 주장이야말로 왜 이 시간에 여기에?”
“나야 뭐 오늘은 사업상 할 일도 딱히 없고, 치료도 받아야 하고 해서 말이지.”
“···그렇군요.”
그 말만 들은 후, 토뱅은 다시 멍-하니 훈련장을 쳐다보다가.
“그건 그렇고, 연애사업 한다고 했으면서,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설마 그 여자분께서 너를 다시-”
“···그런 거 아닙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툭 한 마디를 뱉었다.
“주장. 리랑 꽤 친하죠?”
“···뭐, 나름?”
“그럼, 저 친구가 뭔 생각으로 저렇게까지 하는지 혹시 아나요?”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나서, 파예는 훈련장 필드를 쳐다보면서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뭐, 반쯤 버리는 경기인데도 쟤가 꽤나 열심히 연습하는 거?”
“네.”
솔직히 말해서, 마르세유한테 우승을 안겨주겠다고 할 생각이면, 리그 우승에 집중해야 하는 게 맞다.
마르세유의 팬들은 유로파 우승도 우승이지만, 리그 우승을 더욱 더 기뻐할 테고, 승산도 지금은 거기에 더 있으니까.
그런데.
-좋아, 그럼 내가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은 대충 된 것 같은데···
왜 저러는 거란 말인가. 앙귀사처럼 한 경기 한 경기가 몸값을 팍팍 올릴 수 있는 어린 친구거나 세르티치같이 살짝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앙귀사! 이번엔 스위칭 플레이 두어 개만 만들어보자.
지금 저 사람은 주전에다가, 이제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28살이다. 딱히 이런 경기에 불타오를 이유가 없단 말이다.
“글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주장이 모르면 누가 압니까?”
“아무도 모르지.”
그 무책임해 보이는 말에 어이가 없어 토뱅이 파예를 뻔히 바라보자.
“야, 주장이라고 무슨 초능력이 생기는 게 아냐. 솔직히 내 마음 속도 내가 잘 안다고 말 못하겠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을 안다고 어떻게 말해?”
파예는 웃으면서 둘러댔고, 어느 정도는 그럴싸했기에 토뱅도 픽 웃으면서 납득했다.
“다만, 한 가지만은 확실해.”
“뭔데요?”
“저 친구가 저러는 건, 저기에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겠지.”
그 말에, 토뱅은 헛웃음을 지었다.
“훈련을 재미있어하는 프로 선수가 어디있어요? 주장. 어린애라면 몰라도.”
자고로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그게 일이 되는 순간 괴로워지는 순간이 찾아오기에 프로 생활을 몇 년째 하다보면, 솔직히 처음의 즐거움보다는 의무감, 돈벌이 용도로 뛰게 된다.
그렇지만.
-아, 이 플레이는 영 잘 안 되네. 앙귀사! 어쩔래, 버릴까?
“재미를 느끼지 않고서야 매일 저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
가끔 있다.
저렇게, 어린애같은 선수도.
“하, 저러니까 진통제 먹고 다니는 거겠죠. 전 저 나이부터 골골대고 싶진 않네요. 전 이만 갑니다.”
그렇게 말한 토뱅은, 훈련장 필드에서 사라지면서.
“···Lee, Jun··· Hyuk.”
그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거 기사 더럽게 안 뜨네, 트랜스퍼마켓 자료밖에 없나?”
그는, 여전히 저 선수가 이해가 안 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