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17)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17화(217/242)
Zigzaguer (3)
[토뱅, 슛-! 아, 수비수 몸에 맞습니다!] [쥘리앙이 바로 밖으로 걷어냅니다!]흠, 어디 보자, 저놈이 어디로-
‘아, 막았네.’
-뻐엉.
[그러나 사카이가 역습을 바로 끊는군요!]그러면- 이제 막았으니 오른쪽에 부니 사르가 올라가 있으면 좋을 텐데.
‘쯥, 저 자식 좀 느리게 움직이고 있네.’
이렇게 되면 뭐, 뻔하지.
[아, 그리고 옆으로 공을 또 돌립니다.] [다시 마르세유가 패스 전개를 시작합니다.]또 다시 상대방 공격진형에서 볼 돌리긴 하는데 골 못 넣는 상황 번복이다.
‘이렇게 보면 너무 빠르게 역습을 끊는 것도 별로 좋은 거는 아니구만, 저놈들이 올라오지도 않아서 그런지 역습이 안 통한다.’
오늘 경기를 스탯상으로 보면 우리가 확실하게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거다.
하지만,
[추가시간이 주어지는군요, 4분입니다.] [이제는 좀 슬슬 과감하게 공격해야 할 때도 된 것 같은데요! 홈에서 무승부라면 결코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결과는.
-삑, 삑. 삐이익-!
[아, 경기가 이대로 종료되는군요.]영 좋지 않았다.
***
<2017–18 UEFA Europa League round of 16>
[Game Over]Marseille 0 : 0 Athletic
[Goals]Marseille : (nothing)
Athletic : (nothing)
***
[아, 마르세유, 좀 아깝네요. 가르시아 감독의 작전이 이번엔 실패한 듯 싶습니다.]쳇.
‘우리가 점유율이라던지, xG 같은 모든 스탯적인 부분에서는 앞설 텐데도 결국 0대 0이네.’
확실히, 패스 축구가 난이도가 높다는 게 느껴진다.
지공, 그러니까 느리게 공격하는 패스 축구는 잘 풀릴 경우엔 그냥 상대방을 모든 면에서 압도할 수 있지만.
‘결국 공격진이 골을 넣지 못하면, 이런 식으로 그냥 하염없이 볼을 돌리는 축구가 되기 마련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역습 축구가 무작정 난이도가 더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역습만을 바라보는 축구는 체력을 더더욱 소모하고. 체력 소모는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로 이어지기에.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지배하는 축구가 더 낫다. 그걸 생각하면.
[그래도 최악은 피했습니다. 마르세유.]우리는 최악은 피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홈에서 무승부를 한 건 뼈아프지만.
[그렇죠, 무승부이긴 해도 무실점에는 성공했으니까요.] [예, 다음 라운드 진출이 그렇게까지 어려워지거나 한 건 아니니까요.]0대 0 무승부이기에, 다음 원정 경기에서 1득점이라도 할 경우, 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는 무조건 올라가게 되었으니까.
[그렇죠, 원정 다득점 원칙이 있으니까.]UEFA 산하의 홈-원정 2차전을 치루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다음 라운드 진출의 우선순위는 이렇다.
1. 경기의 승패에서 얻은 승점이 많은 쪽이 승리.
2. 1이 동률이면, 골득실이 더 우세한 쪽이 승리.
3. 2까지 동률이면, 원정 경기에서 더 다득점한 팀이 승리.
그리고 이 세 개가 모두 동률일 경우에는 연장전 가고 승부차기 가서 최종 승패를 가리는 방식인데.
우리가 홈에서 무실점했으므로, 3의 원칙에 따라 우리가 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1득점만 한다면···
우리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다.
[예, 그리고 후반전 들어서는 과감하게 몇 명 좀 혹사당하던 선수들을 뺀 것까지 생각하면 마르세유는 최소한의 실리는 챙겼습니다.]-짝.
“수고했다. 사카이. 다음엔 넌 쉬지?”
“그래, 하하. 드디어 좀 쉬겠네. 넌 못 쉬냐?”
“아마도, 오늘 70분만 뛰었으니까. 아마 다음에도 뛰지 않을까.”
그걸 감안하면, 적당히 예상 범위 내로 얻어맞았다-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중요한 건 툴루즈전과 리옹전, 그 두 개의 리그전이니까.
‘그 두 팀을 확실하게 잡는 걸 팬 분들도 오히려 더 원하겠지.’
이게 뭐 챔스도 아니고. 유로파니까.
-Tout le Vélodrome! -Tout le Vélodrome!
-(벨로드롬의 모든 사람들이여!)
그러니까 비겼는데도 저렇게 별로 기 안 죽고 힘차게 응원가 불러주는 거 아냐. 고마운 일이다. 그러니까-
“야, 민제야, 손 더 흔들어라.”
“아니 형, 전 풀타임 뛰었다고요. 이 정도면-”
“시끄러, 젊은 놈이 빠져가지고. 팬들이 만만해? 한 바퀴 다 돌때까지 손 내리지 마라.”
내가 느 나이엔 말이야. 엉? 대학교에서 지켜보는 사람 거의 한 명도 없이 축구 봐야 했어!
‘그건 그렇고, 툴루즈전은 어떻게 하시려나.’
이기기 위해서 풀전력 가려나, 아니면 적당한 수준 맞추려나?
.
.
.
“툴루즈전은, 기존에 유로파에서 사용하던 4-4-2로 간다. 출전인원은-”
···음, 클래식 4-4-2라면 공격적으로 가겠다는 거기도 하고, 나름 이러면 풀전력에 가깝게 가는 거긴 한데.
‘파예를 빼네? 풀전력 쓰기에는 또 아깝다는 건가?’
왜 그러는 거지? 솔직히 영혼의 텐백 쓸 게 뻔한 놈들 상대로 공격형 미드필더를 뺄 필요가 있나?
그리고.
“리, 세르티치.”
“예.”
“자네들이 큰 일이 없는 이상 다음 경기에선 중앙 미드필더 선발이다.”
···왜 난 또 풀백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거냐.
하하, 나보고 공격하라고?
-*-*-*-
“감독님, 아무리 그래도 이번엔 그냥 베스트 11로 가는 게 낫지 않을가요?”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자.
“그렇습니다. 리그 우승을 노리는 처지에서 베스트 11을 아낄 필요가 있겠습니까?”
쉽게 동의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휴우.
그 모습을 본 가르시아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슬슬, 다들 리그 우승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하고 있군···’
그리고 여기에 대한 가르시아 감독의 마음은.
-짝짝.
“자, 자, 다들 흥분을 가라앉혀. 나도 알고 있네.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어.”
솔직히 코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솔직히 여기까지 온 이상 나도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니···’
전혀 바라지도 않던 리그 우승이, 슬슬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툴루즈 쪽은 일정도 넉넉하니 베스트 11로 나올테고, 수비적으로 나올 테니 지금 이게 전술적으로는 맞지 않지.”
가르시아 감독은 바보도 아니였다. 이건 전술적으로는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였다.
“하지만 우리는 리옹도 잡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게.”
“······”
그 말에, 코치들은 입을 다물었다.
리옹, 올랭피크 리옹.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리그 7연속 우승으로 리그를 지배한 적도 있었던 이 팀은, PSG가 등장한 이후부터는 이 프랑스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은 아닐지라도.
이 리그앙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현명한’ 팀이었다.
“리옹을 우리가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네.”
물론 리옹도 유로파에 진출한 만큼, 마르세유와 비슷하게 힘든 일정이었기에 맞대결할 때 완벽한 전력이 아닐 거라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리옹은 현재 4위로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그리고 이 소리는.
“그 치들은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기 위해서라도, 리그에 전력을 다 할 것이 분명해.”
우승과 준우승이 사실 어찌보면 딱 하나, 영광의 차이라라면 챔피언스 리그 진출과 미진출의 차이는, 클럽의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는 문제다.
물론 우승과 준우승은 구단의 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솔직히 그건 먼 미래의 추상적인 가치일 뿐인데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못 할 경우엔 경기료, 중계권료 등등의.
‘당장 눈에 들어오는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퇴직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하는 것과 월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하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을 사람들이 더 욕을 퍼부울까를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문제다.
“그러니 전력을 쏟는다면, 리옹전이야. 그리고 그 경기 이후의 8경기에서도 어떻게든 선수들을 부상당하지 않는 선까지 가려면 지금 눈 딱 감고 휴식시키는 게 나아.”
물론, 그러다가 툴루즈에게 비기거나 질 수도 있지만···
“···정말로 리그 우승을 바란다면, 그리해야 하네.”
리그 우승을 노린다면, 지금같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기꺼이 도전해야 했다. 물론, 그러다가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실패한다면?
“가만히 평범하게 하던 대로 했다가는, 지금 우리는 무난하게 2등으로 밀려날 확률이 더 크니까.”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2등일 거다. 이게 가르시아 감독의 생각이었고, 그 말을 들은 코치들도 고개를 살짝이나마 끄덕였다.
‘평범하게’ 베스트 11을 돌리다가 주전들의 체력 저하나 부상으로 인해 여기에서 경기력이 더 저하되는 순간.
승점 1점 차이로 뒤쫗고 있는 PSG가, 바로 마르세유를 앞서나갈 게 뻔했으니까.
물론.
“···다만, 툴루즈전은 조금이라도 기세가 별로라고 생각될 경우, 바로 후반전에 선수들을 교체할 테니 잘 준비시켜주도록.”
“예!”
가르시아 감독도 사람인 만큼, 이 선택을 하면서도 마음이 불안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보면 이게 맞다.’
단지 이성으로 이를 억누르고 있을 뿐.
“···후, 그럼 오늘 툴루즈전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지.”
그렇게 전술 회의를 마치고.
“다음으로 선수들 관련하여 특이사항을 보고하게.”
으레 하던 선수들의 특이사항 보고에서
“하나 있습니다.”
피지컬 트레이너가 번쩍 손을 들었다.
“무슨 일인가?”
“제가 좋은 일이긴 한데···”
“그건 내가 듣고 판단하지.”
“···토뱅이 식단 관리를 요청해왔습니다.”
-툭.
“···뭐라고?”
-*-*-*-
-쩝쩝.
“······”
“······”
뭐냐 저 새끼. 왜 구단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어. 평소처럼 밖에 나가서 지 좋을 대로 먹는 게 아니라.
“···야, 세르티치. 쟤 뭔 바람이 든 건지 아냐?”
“···글쎄, 나도 모르겠다. 쟤랑 친한 사람은 주장 아니면 부주장이잖아.”
···음, 하긴 그렇군, 파예나 만단다가 아니고선 다른 선수들하고 별로 대화도 안 하고 다니던 놈이니 딱히 뭘 질문하기도 뭐하네.
‘그나마 포지션상 친한 건 사카이일 텐데··· 사카이는 아직 프랑스어를 잘은 못하니.’
엄청 친하기는 힘들 거다. 뭐 에브라랑 박지성 선수같은 예외도 있지만 저 둘이 그 예외에 속한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드네.
그러니 사카이한테 물어본다는 선택지도 보류다.
“그럼 네가 주장한테 물어보는 건 어때?”
그러니 세르티치의 말대로, 왜 저런지 알아보려면 주장이긴 한데···
“글쎄, 별로 물어볼 마음이 생기진 않는다.”
“왜?”
왜냐고?
“일단 우리가 기본적으로 호들갑 떤다고 해서 뭔가 긍정적인 일이 벌어질 것 같지가 않아서.”
우리가 학생 시절에 청소나 공부할 마음을 제대로 먹었어도 막상 부모님이 청소나 공부하라고 잔소리한다면 오히려 할 마음이 정말 팍 줄어들지 않던가.
그런데 어설프게 니가 웬일이야? 같이 호들갑 떨다가는 오히려 역효과 날 수도 있다.
“그리고 뭣보다. 생각해 보면 그냥 여기에서 밥 먹을 뿐이잖아.”
뭔가 대단히 호들갑떨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자고.”
뭐 지가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서 정신 차리고 좀 열심히 하겠다는데 그걸 내가 왜 상관하냐?
“···하, 가끔 보면 너도 참 다른 사람들한테 참 관심이 없어. 알아?”
“알아. 근데 그게 뭐 잘못된 건 아니잖아? 내가 주장도 아니고, 그냥 외국인 노동자일 뿐인데.”
나는 외국인 풀백일 뿐이고, 나이도 딱 중견급이다. 일반적인 회사로 따지면 평범한 주임, 잘 쳐줘봐야 경력직 대리란 말이다.
그런데 저기 공채출신으로 임원 코스 밟고 있는 나보다 나이 어린 과장을 왜 신경써. 신경쓰긴. 내 앞가림이나 잘해야지.
“나랑 같이 일하는 경우도 별로 없는 선수를 별로 신경쓰고 싶지는 않다.”
그러자, 세르티치는 살짝 애매한 표정을 지었는데.
“음, 최소한 앞으로 몇 주는 같이 일해야 하지 않냐?”
“···뭐?”
그건 또 뭔 개소리야, 내가 왜 저 놈이랑 일 하-
“아.”
하는구나?
“그래, 인버티드 풀백도 그렇고 이번에 중앙 미드필더에서 뛰는 것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감독님이 부상 선수들 돌아오기 전까진 너 중앙 미드필더에 가깝게 쓰려고 하시는 거 같거든.”
그리고- 그러면, 토뱅 저 놈이랑 연계 무조건 해야 한다.
‘···아니 시발 상송도 있고 앙귀사도 있는데 왜 날 중앙에 쓰고 난리야 시발.’
하아- 어쩌지, 어쩌냐?
별로 연습같은 거 안 하고 싶다고 말하는 넘하고 뭐 어떻게 해야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내에 텐백을 뚫을 정도로 정교한 패스를 날리냐고.
“리?”
걍 원래부터 패스 맛깔나게 주는 상송을 투입하거나 아니면 그냥 측면몰빵형 4-4-2 쓰게 앙귀사랑 세르티치 조합 짜든가 하지 뭐하러-
“리?”
엉? 이건 세르티치 목소리가 아닌데.
“누구-”
“아, 이제야 보네.”
···토뱅 이 자식이 밥 먹고 왜 날 찾아?
“너 이번에 중앙 미드필더로 뛰지? 연계 좀 연습하자.”
“······지금 오전 훈련 끝났는데, 추가적으로 하자고?”
“그래.”
···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추가 훈련 싫다던 놈 어디 갔어? 라는 말을 내뱉고 싶긴 한데.
“···좋아.”
참아야겠지.
일단 저 녀석이 뭔 생각을 하고 있던 간에, 이번엔 발 좀 제대로 맞춰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