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18)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18화(218/242)
Zigzaguer (4)
[리, 다시 볼을 잡습니다.]축구를 할 때, 선수는 항상 선택을 해야 한다.
언제 앞으로 올라갈지, 내려올지.
상대방에게 바싹 붙을지, 거리를 둘지.
정해진 자리를 지킬지, 벗어날지- 등등.
정말 수없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고,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수들이 공을 잡는 순간에 하는 선택으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원초적인 선택지라면 바로 이것일 거다.
‘지금!’
-뻥.
패스할 것인가.
-툭.
[세르티치, 리에게 패스.]드리블 할 것인가.
[리, 볼을 끌고 올라갑니다.]그리고 보통은
‘주변에- 패스 줄 만한 곳이··· 오케이.’
-뻥.
[리, 오캄포스에게.]드리블보다는 패스를 더 많이 선택하도록 배운다.
당연한 게, 1대 1 드리블로 선수를 제치기보다는 패스로 선수를 제치는 게 훨씬 쉽고, 체력도 덜 소모되니까.
패스가 드리블보다 더욱 더 ‘효율적’ 이다.
그럼에도.
[오캄포스, 드리블 돌파를 시도합니다!]그 덜 효율적이라는 드리블을 선수들은 항상 시도하고, 감독 역시 팀 전술을 짤 때도 드리블러를 최소 한 명 이상은 필드에 내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 그럴까?
사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패스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최소 두 명이 필요한 선택지인데, 드리블은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항상 말하는 거지만. 현대 축구는 기본적으로 수적 우위를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1명의 선수보다는 2명의 선수가, 2명의 선수보다는 3명의 선수가 작전에 하는 것이 전술 수행에 더 유리한데, 안타깝게도 축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든 팀이 똑같이 11명만 뛴다.
그렇기에 축구 감독들은 점점 11명을 더욱 더 많이 뛰게 만들어 ‘숫자가 더 많은 것처럼’ 만들고 있고, 덕분에 활동량이 높은 선수가 점점 더 우대받고 있지만.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생각보다 활동량이 많은 선수와 적은 선수의 뛰는 거리 차이는 크지 않다는 거다.
활동량이 가장 적은 필드 플레이어의 평균 활동량이 보통 9km 언저리인데, 가장 많이 뛰는 플레이어들의 활동량은 어떨까? 보통 12km 언저리다.
즉, 리그에서 가장 게으른 선수와 성실한 선수의 활동량 차이가 고작 1.3배라는 거다.
물론 축구에서 한 명 퇴장당하는 것만으로도 경기력에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되는 만큼 이 1.3배라는 차이가 결코 적은 건 아니지만.
이걸 바꿔 말하면 전교 1등이 100점 맞을 때 전교 꼴찌의 점수가 77점이라는 거다. 이걸 점수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팀을 맡고 있는 감독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연히 활동량이 적은 선수가 있으면, 그 옆에 활동량이 많은 선수를 배치함으로서 어느 정도는 그 약점을 커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아무리 선수들을 굴려도, 아무리 천재 감독이 전술을 짠다고 해도 ‘모든 곳’에서 수적 우위를 가지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결국 돌고 돌아 일류 축구 선수라면 1대 1, 혹은 2대 1의 숫적 우위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그 중 가장 일반적으로 나오는 능력이-
[오캄포스, 아미앙 제치고!]바로 드리블이다. 한 선수가 상대팀의 수적 우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축구 행위.
그리고 그 드리블은 보통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측면을 따라 달립니다!]스피드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드리블이다.
좀 느리게 뛰다가 빠르게 뛰는 등의 속도 변화를 걸어주거나, 급격한 방향전환을 통해 상대방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드리블.
[그리고 다시 중앙으로 패스!]그리고 두 번째 유형은
[리, 다시 볼 받습니다!]상대방과의 간격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드리블이다.
정확히는 상대방과 아주 가까이 붙어서, 수비수가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지를 파악한 다음 그 약점을 찌름으로서 제치는 기술적인 드리블.
사실상 모든 드리블은 크게 보면 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고,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이 둘 중 한 쪽을 선택하여 조금 더 갈고 닦는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1대 1, 혹은 2대 1을 무효화할 날카로운 창은 쉬이 얻어지는 게 아니고, 그렇기에 하나만 온전히 통하게 만들기도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굳이 따지자면
[리, 달립니다!]첫 번째 유형이였다.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할 만한 재능이 스피드니까.
다만, 이 드리블의 문제라면 스피드 중심이기에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퍽.
‘젠장, 바로 막네.’
역시 이건 중앙에선 잘 안 통한다. 달릴 공간이 중앙 지역엔 잘 안 나오니까.
그렇지만, 예외는 있다.
[리, 옆으로!]두 개를 모두 상황에 따라 의식하고, 혹은 무의식적으로 마음껏 바꿔가며 드리블을 하는 선수들이.
[토뱅에게!]있기는 있다.
그리고 보통 그런 선수들을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안으로 파고들고, 선수 제치고, 골대 바라보면서-!]-삐이익!
[아, 페널티킥입니다! 토뱅 선수의 드리블을 막으려다가 파울을 저질러 버렸군요!]-짝.
···재능이 흘러넘친다고.
“나이스, 토뱅. 나이스 드리블.”
“···나이스 패스.”
천재라고.
***
[jeu terminé]Toulouse
0 : 3 Marseillie
[Buts]Toulouse : (rien)
Marseille : Ocampos(10), Thauvin(58) Germain(78)
***
-툭, 툭.
‘좋아, 이대로 옆에다 볼을 두다가 타이밍에 맞춰서 페인트를-’
-퍽.
‘윽.’
젠장, 또 흔들린다.
“이번에도 실패야. 리.”
휴.
“···하하, 역시, 간격 잡으면서 드리블은 이제 나한텐 무리네.”
내가 간격 잡는 기술적인 드리블을 아예 못 하는 건 아니였다. 애초에 중앙 미드필더로 살아왔던 인간이자 수비수인 인간이 수비수와의 간격을 재는 기술이 하나도 없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다.
다만, 옛날에도 내가 그 쪽에 엄청나게 능숙한 편은 아니였고. 무엇보다.
‘너무 오래 풀백으로 뛰었어···’
슬슬 나도 이제 풀백을 주 포지션으로 잡은 지 3년.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감각이 부정확해지고 있었다.
“볼 키핑까진 되는데, 그 이상은 무리 같다.”
“그래, 그러네.”
머릿속으로는 어떤 유형의 드리블이던 간에 기본적으로 수비수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것이 원칙이고, 결국 그 원칙을 잘 지키면 만사 오케이라는 것도 알지만
“이건 제대로는 못 써먹겠다.”
실제로는 수행이 안 된다. 어느 순간 수비수의 밸런스가 무너지는가도 이젠 옛날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에라이,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오늘 훈련은 여기에서 끝내자.”
“응? 바로 그만두게? 너답지 않게?”
좀 나답지 않은 짓이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지끈.
슬슬, 몸이 더 이상의 과도한 훈련은 금지라고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오늘 개인 훈련도 솔직히 살짝 무리해서 짬 낸 거다.
‘많이 뛰거나 하는 것도 아니라서 할 수 있었던 거지···’
하여튼 이런 상황에서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아니 안 될 확률이 높은 드리블을 연습하는 건 너무나도 바보 같은 짓이다.
“그만 뺑이치고 들어가련다. 훈련 도와줘서 고맙다.”
“그래, 그럼 들어가라. 난 밸런스 훈련 조금만 더 하다 간다.”
그렇게 말하고 들어간 라커룸에는, 이 시간에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친구가 하나 보였다.
“엉? 토뱅? 너 여기서 뭐 하냐.”
“···리?”
뭐야, 이 놈 아직 안 갔나?
“너 왜 여기 있었냐? 훈련도 일찍 끝났으면서.”
오늘은 딱히 회복훈련 빼고는 일정 없었고, 나처럼 개인훈련 하지도 않았던 놈이 왜?
“···뭐 그냥, 팀에 볼 일이 있어서 말이다.”
음, 그거 참 전형적인 대답하기 싫단 소리구만.
“그래.”
뭐 말 안해도 딱 눈에 보이긴 하니까 봐준다. 저기 옆에 땀 범벅인 옷 보면 최소한 밸런스 잡는 트레이닝이라도 한 건가 보네.
-탕.
‘오늘 훈련도 끝났는데 뭐 먹지? 기분도 꿀꿀한데 오랜만에 칼로리 높은 거 하나정도 먹어볼까.’
흠, 맛 좋고 칼로리 괜찮으면서도 염증에 좋은 음식이라면···
“리.”
오케이, 연어 사먹으면 되겠네. 연어스테이크 잘하는 집 어디 있으려나? 아니면 내가 직접 사서 해 먹어? 어떻게 할-
“리!”
“어, 어?”
“넌 왜 남아있던 거냐?”
···니 이유는 말 안 해주면서 왜 내 일은 궁금한 거냐?
“뭐, 개인훈련 중이였지. 기술적인 드리블이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대답 못할 일도 아니니 가르쳐는 주겠지만.
“···그래서, 잘 됐나?”
“아니, 안 됐지. 그건 너 같은 놈들이나 되는 거잖냐. 조금 건드려봤는데 실마리도 안 잡히더라. 그래서 그건 포기하려고.”
자, 샴푸랑 바디워셔 챙겼고.
“···치, 칭찬 고맙군, 그럼 당분간 개인훈련 쉴 거냐?”
“아니, 매일 하던 걸 왜 쉬어, 내일은 그냥 원래 하던 대로 밸런스 트레이닝이나 좀 해야지.”
자, 끝나고 바를 로션까지 다 챙겼다. 이제 샤워실로-
“리. 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뭐?”
“어떻게 그렇게 멈추지 않고 노력할 수 있냐고.”
조금 뜬금없는 말에 내가 살짝 멈칫거리자, 토뱅은 굉장히 빠르게 중얼거렸다.
“훈련하면 실력이 늘어, 늘긴 늘지. 조금씩이라도 늘어. 그러지 않는다면 훈련이라는 의미가 없으니까.”
“······”
“하지만 사실 너, 아니 내 나이정도만 되도 깨닫게 되잖아? 이제, 좀 늦었다는 걸.”
그 말에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자. 토뱅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리, 너는 분명 좋은 선수야, 올해 우리가 우승한다면 리그앙 베스트 11은 우리 팀에서 많이 나올 꺼고, 너도 아마 그 중에 한 명이 될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해준 토뱅은.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너는 앞으로 확 더 몸값이 오르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해. 너도 알잖아?”
동시에 조금 뼈아픈 말을 내뱉었다.
그래, 내가 이번 시즌 꽤나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내 몸값은 생각보다 크게 오르진 않을꺼다.
“나이가 있으니까.”
그리고- 전성기가 짧디 짧은, 풀백이니까.
아마 이번 시즌 끝나고 내가 팔릴 경우엔, 매겨지는 가격표가 정말 잘 풀릴 경우에, 한 천만 유로가 될락 말락 할 거다.
일반적인 20대 초반 선수가 나와 비슷한 활약을 할 경우, 솔직히 몸값이 이 네다섯배는 될 거라는 걸 생각하면 굉장히 적은 액수다.
‘연봉도 뭐, 대충 이적료랑 비슷하게 차이나겠지.’
그걸 생각하면.
“그런데, 박탈감이라던지, 허탈함이라던지 그런 거 안 들어?”
“···뭐, 그렇지. 나도 내 나이가 정말 한 2, 3살만 더 어렸더라면 하는 상상을 꽤 하니까.”
당연히 저런 생각이 안 들 수는 없다.
“그런데··· 그런데 넌 어떻게 매번 쉬지 않고 노력하고, 매 시간마다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거지? 노력한다고 해도 이제 우리 나이는 성장이 어린 친구들처럼 쭉쭉 되지도 않는데.”
그러니 저런 말이 나오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니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말하는 놈이 네놈이 아니였다면 말이지.
파예, 스투아니와 함께 이번 시즌 팀에서 에이스로 떠받들어지는 놈이 뭔 저딴 소리를 해.
“···하, 여기에서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대표팀만 가도 난 찬밥 신세인데?”
뭐야, 지금 프랑스 대표팀 오른쪽 윙어가 쟤 말고 누가 있길래?
“난 음바페 그 놈한테 밀려서, 이번 월드컵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들어가더라도 출전이 가능할지 모르는 신세라고.”
···음바페네.
“내가 더 골 많이 넣고, 도움 많이 하고, 드리블 돌파 횟수도 많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주전이 그 놈이야. 이래도 내가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음. 조금은 이해가 되는구나. 조금은.
“그럼 노력해야 하는 때가 언제인데?”
“···그야 10대 후반같이 더 어릴 때라던가, 하다못해 20대 초반-”
“아예 그냥 유치원 때부터 해야 한다고 하지 그러냐?”
그 말에, 토뱅은 입을 꽉 다물었다.
“그렇게 효율만 따지다 보면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
물론, 저 녀석의 말대로 나이는, 재능은 절대적이다. 노력한다면 조금 더 젊은 날에 하는 게 더 효율이 좋은 것도 사실이고.
나도 이제 슬슬 훈련으로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유지 및 보수 느낌으로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긴 한다.
···그래도.
“훈련 안 한 나보다, 훈련한 내가 조금이나마 더 나은데 안 할 이유는 없고.”
언제나 완벽한 조건에서 사람이 뛸 수는 없다.
당장, 나는 재능을 늦게라도 찾았지만.
30대가 되서야 적성을 찾은 자도 있을 것이고. 모든 게 갖춰져 있었지만 부상으로 스러져간 수많은 천재들도 있다.
그런 노력할 기회조차 빼앗긴 사람들이, 정말 엄청나게 많다. 그에 비하면, 나는 이 얼마나 행복한가.
더 늦기 전에, 이 무대에서 뛸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래도 아직 내 몸이 버텨주는 타이밍에, 이 무대에서 저러한 천재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러니.
“지난 날들에 후회하고 집착할 시간이 있다면, 그냥 몸이나 움직이자는 거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지고 있다면 그것에 기뻐하고.
만일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더 나빠질 것 같다면 그를 어떻게든 커버하기 위해 있는 힘껏,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얻기 위해.
비록 잘 나아가지 못하고 비틀거리더라도.
계속 하는 거다.
“그게 내 생각이야. 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적당히 연습하고 1인분만 하지는 사람들의 생각도 이해해.”
더 노력한다고 해서,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설령 더 나아진다고 해도, 어차피 큰 차이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왜 노력하느냐는 말을 하는 건 글쎄··· 좀 이해가 안 되긴 하지.”
“왜지?”
왜냐니.
“더 나아지고자 하는 데에, 이유가 필요할까?”
-텅.
“그럼 난 이제 샤워하러 간다. 너도 이만 집에 가라.”
그 말을 끝으로, 토뱅은 더 이상 나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 날부터.
“리, 같이 훈련해도 될까?”
“···그래라 뭐.”
좀 귀찮게 따라붙어서 살짝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