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19)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19화(219/242)
Zigzaguer (5)
-···자, 자, 다들 슬슬 일어나라! 곧 착륙한다!
-흐아-아암···
어후, 잘 잤다.
“자 자, 일어나! 일어나라고!”
“으하암··· 뭐야, 벌써 도착했어?”
하하. 다들 확실히 슬슬 피곤한가 보네, 보통은 다들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는데 이번엔 다들 잠들어 있었던 걸 보면.
-뚜둑, 뚝.
“끄으으으-”
그리고 그건 나도 예외는 아니구나.
‘···뭐, 그래도 생각보단 컨디션이 좋네.’
아예 피로가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이게 지금 원정 3연전째라는 걸 감안하면 정말 좋은 컨디션이야.
‘확실히 이번 원정 연전은 생각보단 피로도가 덜 하네. 이동을 거의 버스가 아니라, 비행기로만 이동한다는 게 참 크구나.’
원정 연전이 피로도가 높은 이유는 좁은 공간에 콕 쳐박혀서 몇 시간동안 이동하기에 그러는 건데, 다행히 이번 원정 연전은 툴루즈-빌바오라는 둘 다 공항이 있는 도시로의 원정이였다. 둘 다 우리 팀 서쪽에 있는 도시라는 점은 덤이였고.
그 때문에 구단이 망설임 없이 비행기로 우리들을 이동시키면서, 덕분에 이동시간이 버스 이동시간까지 합쳐도 저번 툴루즈전의 이동시간은 1시간 반 수준이었고. 이번에도 딱 그 정도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동한 거리는 7백 킬로는 되지만, 정작 피로도는 서울에서 광주 이동하는 수준밖에 안 쌓였다는 뜻이였다.
‘왜 돈 썩어나도록 넘치는 초일류 선수들은 개인 비행기나 전세기 가지는 경우가 많은지 알것같다···’
이동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컨디션을 조절하기 편하다는 걸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것만은 못하구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하여튼, 뭐 이 정도 컨디션이면··· 내일 꽤 괜찮게 뛸 수 있겠네.’
물론 내일도 우리는 로테이션 돌리고, 나도 미드필더라는 이제는 좀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뛰는 만큼 솔직히 엄청 잘 뛸 거라는 보장은 못하겠지만···
<빌바오, 오랜만의 승리··· 12위로 올라서며 리그 잔류 굳히나.>
솔직히 아무리 상위 리그에서 뛰는 팀이라고 해도 올해 강등을 걱정해야 할 팀을 상대로 지금 리그앙 우승을 노리는 우리가 진다는 건 자존심 문제도 있고.
<빌바오, 이번 유로파 경기에서 총 5명이 출전 불가일 것으로 예상돼··· >
상대팀에겐 불행이지만, 우리에게는 행운인 것도 하나 있으니까.
-*-*-*-
[베냣 에체바리아, 공을 잡았습니다. 앞으로-]-퍽.
[아, 그러나 바로 이준혁 선수가 달라붙어서- 볼을 빼앗습니다!]오케이, 컷.
‘플레이 메이커라고 그렇게 안이하게 볼 차면 안 되지, 아 놈아.’
[아, 빌바오, 또 다시 볼을 빼앗깁니다.]역시나, 쉽다. 쉬워. 원래 전력상으로도 우리가 우위인데.
[역시, 주전 선수들이 너무 빠진 게 큽니다, 커요.] [예, 그렇습니다. 부상에다가 카드 누적으로 인한 출전 불가선수가 너무 많았던 게 참 크네요.]안 그래도 겨울 이적시장에서 핵심 센터백 팔아제껴서 그거 커버하기에도 바쁠 텐데 거기에다 주전 선수 두 명, 준주전 선수 두 명, 후보 선수 한 명이 빠진 팀이 정상적으로 팀을 굴릴 수 있을 리가 없지.
‘뭐 우리도 체력 관리할 겸 토뱅도 빠지고,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아직 복귀하지 못했지만···’
똑같이 약해졌더라도 이건 빌바오에게 더 타격이 컸다.
만일 똑같이 베스트 11 싸움을 걸 경우에는 유로파 단골 팀인 만큼 베스트 11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우리에게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저력은 있는 팀이였지만.
[아, 빌바오, 너무나도 무력합니다. 주전 몇 명이 빠지니 굉장히 무력해졌군요.]애초에 겨울 이적시장에 핵심 선수를 파는 팀이 리그를 소화하고, 유로파까지 소화하면서 베스트 11이 멀쩡하게 돌아가길 바라는 건?
‘솔직히 매일 치킨에 맥주를 사 먹고 살이 안 찌길 바라는 것보다 더 양심없는 행위지.’
지금 볼 뺏은 저놈도 다리 부상 당한 이후에 폼이 메롱이 되버렸는데도 백업이 없어서 계속 나오고 있는 거 아닌가.
뭐, 하여튼 중앙인데도 이렇게 압박이 약하다면.
[아, 리, 볼을 끌고 올라갑니다!]오늘은 내가 사비요 이니에스타다.
‘한번 해 보자.’
보통은 볼을 컷팅하는 선에서 그치지만, 지금 위치 자체가 굉장히 위에서 역습을 끊은 모양새다.
그러니, 조금 더 앞으로 나가고. 볼을 끌고 올라가서, 압박을 나에게 집중시키면 헛점이 나올 텐데-
[빌바오 선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급하게 들어갑니다!]···근데 페널티박스 안으로 신나게 들어가기만 하네, 참나.
-툭.
그럼 뭐 한 발짝 더 갈 뿐이다. 그럼 이제-
-Adelante! Adelante!
좋아, 이제야 앞으로 가라는 입질이 오는구만.
‘하지만 이젠 늦었어. 이미 내가 뭘 선택하든 너희한텐 굉장히 위협적인 선택지야.’
그러니까, 오늘은 그동안 안 해본 선택지를 해 보자.
자, 오른발 딱 잡고, 왼발 딱 힘 줘서.
-뻐엉.
.
.
-삐! 삑, 삐이이이익-!
[고오오올-! 이준혁 선수의 유로파 데뷔 골입니다! 그리고 토너먼트 득점!]예쓰!
‘아, 원정 골이라는 게 아쉽네.’
-······
골 넣어도 조용-하니. 이왕이면 홈에서 골 넣고 시끄러운 곳에서 세레모니 잔뜩 하고 싶은데.
-퍽.
“아야.”
“{잘했다. 리. 유로파 첫 골, 축하한다!}”
“[하하, 이젠 풀백 그만두고 미드필더 자리 넘보려는 거냐? 내 자리는 남겨 놔!]”
뭐, 그래도 골은 골이고, 동료들끼리 기뻐할 수는 있겠지.
[빌바오의 승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빌바오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3골을 넣어야 합니다!]참 오랜만에 쉽다. 쉬워.
***
<2017–18 UEFA Europa League round of 16>
[First half 40]Marseille 2 : 0 Athletic
[Goals]Marseille : Germain(28), Lee(39)
Athletic : (nothing)
***
[빌바오가 오늘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작년 라리가 7위에 빛나는 빌바오는 어디에 간 걸까요.]그 순간, 해설자가 반문했고.
[뭐,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빌바오는 팀 특성상 변수에 아주 약할 수밖에 없는 팀이니까요.]캐스터도 해설자의 말을 듣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하긴 그렇군요, 빌바오는 돈이 있어도 선수를 마음껏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이 아니니까요.-*-*-*-
“경기가 쉬운 방향으로 흘러가서 다행이군.”
가르시아 감독이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을 듣고, 수석코치는 뒤를 이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최상의 플랜으로 흘러갔군요. 다음 경기도 이렇게 쉽기만 하면 좋으련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가르시아 감독은.
“그러면 좋겠지.”
동의하면서도.
“하지만 그러기는 힘들걸세, 솔직히 누가 봐도 이건 빌바오 놈들의 특징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이런 걸 다른 팀에 기대하긴 힘들지.”
고개를 저었고, 그 말을 옆에서 들은 다른 코칭스태프들도 모두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하긴 그렇죠, 저 친구들의 순혈주의는 유명하니까요.”
빌바오(Bilbao)
스페인과 북서부와 프랑스의 남서부 일부에 걸쳐 있는 바스크(Basque) 지방의 최대도시.
이 지역은 지역 독립을 외치는 ‘무장 단체’. 그러니까 좋게 말하면 독립운동가, 나쁘게 말하면 테러리스트 조직이 작년에 들어서야 공식적으로 해체될 정도로 지역색이 강한 곳이였고.
그 때문인지 바스크 지역을 대표하는 축구구단이라 할 수 있는 아틀레틱 클루브는 세계화 시대라고 할 수 있는 21세기의 축구 경향에 굉장히 역행하는 철학을 가진 팀이였다.
그들은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클럽의 ‘철학’ 란에 이렇게 공표해놓는데
-아틀레틱 클럽의 모든 축구 선수는 바스크 지방에서 태어났거나, 만들어진 선수다.
이게 뭔 말이냐면 아틀레틱에서 뛰는 선수는
1. 바스크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
2. 바스크 지방의 유소년 축구팀을 나온 사람.
3. 조상님이 바스크 지역 사람.
이 3가지 경우 중 하나에는 해당되어야 한다는 거다.
만일 이 조건을 하나도 만족하지 못한 선수일 경우? 아무리 좋은 선수라고 할지라도 아틀레틱의 영입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팀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바르셀로나가 미쳐가지고 메시를 이적료 한 푼도 안 내고 방출한다고 할지라도 영입에 뛰어들지 않을 구단이라는 거다.
선수를 영입할 때 실력도 실력이지만, 빌바오 지역의 사람이라는 말이 나오지 못할 경우 절대 영입하지 않는 구단.
이 때문에 그들은 맨시티라는 지상 최고로 돈이 많은 구단에게 선수를 팔아 6500만 유로(845억원)이라는 수익을 얻었음에도, 선수를 많이 영입할 수가 없었고.
“뭐, 리그에서도 요즘 승리 못하고 있으니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못할 줄은 몰랐군요.”
덕분에 순위가 쭉 밑바닥으로 하락 중이였다.
“참 멍청한 놈들입니다. 축구계에서 순혈주의같이 멍청한 짓도 없는데.”
“에헤이, 그래도 욕은 집어넣어. 리옹전 앞두고 참 머리 아팠는데 이렇게 휴식을 주는 친구들이잖나.”
그래서인지, 마르세유의 코치진들은 하나같이 빌바오를 보며 코웃음을 치기 시작했다.
이미 20세기, 1998년 월드컵 때 순혈주의를 과감하게 버리고 아랍계, 아프리카계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낸 프랑스 국가대표팀을 본 그들로서는.
순혈주의란 낡고 고리타분한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글쎄, 그렇다고 딱히 나쁘다고는 볼 수 없지.’
조금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한 가르시아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당장 좀 운빨이 심하긴 했지만, 어찌 되었건 바르셀로나가 자신들이 키워낸 유소년들로 세계를 씹어먹을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윗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순혈주의로 운영할 경우 매우 큰 장점들이 있다.
일단 클럽의 유소년 선수 위주로 운영하게 되니 지출, 그러니까 돈이 덜 든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대충 넘어가더라도.
-Athle~~~~~~~tic!
-Eup!
-Athle~~~~~~~tic!
-Eup!
순혈주의를 표방할 경우 성적이 안 좋아도 관중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런 말을 들으면 일부 인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니 스포츠의 본질은 결국 경쟁이고 성적지상주읜데 성적을 올리는 데 제약이 걸리는 순혈주의가 뭐가 좋아?
뭐 그 말도 맞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바르샤, EPL의 맨유,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 세리에의 유벤투스, 리그앙의 PSG까지.
현재 각 리그를 대표하는 인기팀들은 리그 최강팀으로 호령하고 있거나, 호령했던 구단들인 것을 보면 분명 성적은 스포츠의 본질이다.
하지만, 그들이 망각한 것이 하나 있는데, 스포츠란 성적과 인기가 꼭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당장 몇년째 약팀인 팀을 응원하는 골수 팬한테 왜 그런 팀을 응원하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이러한 느낌의 대답이 들려온다.
-···휴우, 그래도 우리 팀인데, 또 속는 셈 치고 믿어봐야지.
이 대사를 아주 살짝만 바꿔보자.
-···휴우, 그래도 우리 자식인데, 또 속는 셈 치고 믿어봐야지.
그렇다. 골수 팬들이 구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미운 자식을 바라보는 심리와 매우 가깝다.
자식이 성적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부모님들이 자식을 버리던가? 비록 화내고, 짜증내지만. 정말 어지간하지 않는 이상 계속 믿고 또 믿는다.
그러다가 점점 포기하고 싶을 때쯤에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는 순간이라도 오면? 아주 크게 기뻐하면서 화내고 짜증냈던 기억을 저 멀리 날려버린다.
골수 팬들이 스포츠 구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스포츠 구단 입장에선 바로 저러한 팬들이 팀을 자식같이, 부모같이, 자신의 일부처럼 여기도록 만들어서 골수팬으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스포츠에서의 순혈주의는 이 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결국 스포츠에서 1승의 가치와 1승의 가격은 다르다는 거지.’
어차피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라는 두 팀, 아니 좀 잘 쳐줘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 라리가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클럽은 없는 만큼.
나름대로의 블루오션을 뚫은 것을 오히려 칭찬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게 최선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지만···’
당장 아틀레틱도 저렇게 순혈주의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저 순혈주의가 너무나도 선수 수급을 어렵게 만들기에, 온갖 꼼수를 써가며 자신들의 조항을 우회하고 있다.
타 지역의 유망한 유소년 선수를 1년이라도 자기네 팀에서 뛰게 만든다거나, 부모님이 다른 지방 출신이더라도 바스크 지역에서 좀 오래 살았다면 바스크 사람이라고 인정하면서 말이다.
결국 스포츠란 어느 정도는 실력이 있어야 하고, 그 실력을 토대로 어느 정도는 승리해야만 한다는 본질 역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세상일이 그렇듯, 딱 잘라지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삑, 삑, 삐이익-!
[경기 종료입니다! 마르세유가 유로파 8강으로 진출합니다!]최소한 오늘의 경기는, 마르세유의 승리였다는 거다.
“아싸아-!”
“[하하, 이제 8강이다!]”
“{만세에-!}”
“<아자아-!>”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계 선수들이 대거 뒤섞여있어서 축하하는 언어도 다른.
“다들 그럼 이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차례군, 모스크바 친구들이 리옹을 오래오래 괴롭혀주길 기대해보자고.”
“예, 감독님.”
***
<리옹, 모스크바에게 충격의 패배··· 이제 유럽 대항전에서 남아있는 리그앙 팀은 마르세유 뿐이다.> – L’Équi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