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20)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20화(220/242)
Zigzaguer (6)
2018년 3월 18일.
-삑, 삑, 삐이익-!
[경기 종료입니다. 파리 셍제르망이 니스를 2대 1로 꺾고 3연승을 달립니다!] [아, 동점골을 터트린 디 마리아 선수의 활약이 아주 독보적이였습니다. 이로서-]그 순간.
-삑
“자, 자, 이제 그만 보자.”
코칭스태프가 TV를 껐고.
“이제 다들 그만 해산해라. 경기 준비해야지.”
우리에게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우리는 쉽게 이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니스가 PSG 놈들에게 전반 17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었을 때는 다들 기뻐했고, 최소 무승부는 오늘 만들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PSG 놈들은 채 5분도 되지 않아 동점골을 넣었고, 기어이 후반 82분에는 역전골까지 넣으면서.
“하아- 젠장, 저 씹새들이 진짜 한번을 안 지네.”
“그러게, 니스 원정이라서 그나마 좀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구만. 파리 놈들 정말 징글징글하다 진짜···”
우리에게 꽤나 허탈감이 들게 만들었다.
“후우-”
그리고, 그건 나도 예외가 아니였다.
당연한 게, 우리가 지금 리그에서 기세를 타고 르 클라시코에서는 파리까지 잡아내며 1위를 차지하고, 그 이후로도 계속 연승을 하며 무려 11연승을 하는 중이였지만.
파리 역시 우리와의 경기 이후로 계속 이기며 승점 1점 차이를 유지하면서, 이번 리그앙 우승 경쟁은 정말 유례없이 치열한 시즌이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지금 우리가 30라운드에 승점 78점, PSG 놈들이 승점 77점인 것만 봐도 그렇지.’
78점.
이 승점이면 이미 8년 전에 마르세유가 우승하던 때의 승점과 동일하고. PSG의 리그 30라운드 77점, 아니 지금 이겼으니까 31라운드 80점이라면-
“야, 기사 떴다. PSG의 지금 페이스가 옛날 15/16시즌 우승했을 때보다 더 빠르다던데.”
“···진짜로? 그 때 보다 빠르다고? 말이 돼? 걔네들 15/16 시즌이면 역대 승점 1위 아냐?”
승점 96점이라는, 리그앙 역대 최다 승점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2015/16 시즌의 PSG보다 오히려 더 빠른 페이스다.
“그래, 이번 시즌 진짜 역대급이야.”
그걸 생각하면, 솔직히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스포츠 세계에서 하도 많이 쓰여서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올해 리그 경쟁은 역대급이라는 칭호를 몇 번이고 붙여도 모자랐다.
그래서인지.
“하아- 진짜 이젠 욕을 넘어 슬슬 감탄이 나온다. 감탄이.”
“그러게, 우리가 진짜 유로파는 몰라도 리그는 11연승으로 역대급 성적 찍고 있는데도 영 역전 이후 차이가 벌어지질 않네.”
···참 이제는 허탈함을 넘어 무서웠다.
-우리는 아직 우승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최후의 승자가 될 거다.
이 말을 우리에게 하는 듯해서.
그걸 보면, 결국 오늘도 우리는 무승부 같은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우승을 원한다면···
오직 승리, 승리라는 선택지만이 우리에게 허용된 것이였다.
‘하, 진짜 이러다간 끝날 때까지 리그 연승 계속 찍어야 우승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리그앙 연승 기록이 15인가 그럴 텐데.’
···솔직히 이 기세대로라면 우리가 그 기록을 깨야 우승하는 건지도 모르겠네.
“코치님, 버스 집합 시간까지 2시간은 남았는데, 그냥 이렇게 모인 김에 다들 단체로 비디오 게임이나 하면 안 됩니까? 어차피 훈련도 못하잖아요.”
“글쎄다,내 권한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 한번 전화해보마.”
휴, 불안하다. 경기 시작 전까지 안내 책자나 다시 되새김질해 볼까? 세트피스 상황 1번이-
“리, 너도 같이 할래?”
“···어? 뭐?”
“아니, 지금 버스 집합 시간까지 2시간은 남았잖아, 이렇게 모인 김에 다들 스트레스나 풀 겸 단체로 비디오 게임이나 다 같이 하자고 하는데.”
···음, 그럴까?
경기 전이라 뭐 훈련으로 힘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경기 계속 외우고 있자니 너무 쓸데없이 경기 전부터 긴장감이 계속 유지될 것 같으니 그거 풀려면 저것도 나쁘진-
“예, 예? 아, 알겠습니다.”
-톡톡.
“얘들아,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버스에 모이라고 하는구나. 지금 바로 경기장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코치님의 그 말에, 우리는 깜짝 놀랐다.
“···네? 저희 9시에 경기인데요? 왜 벌써 경기장으로 갑니까?”
그도 그럴 게, 지금은 오후 3시. 그리고 오늘 우리가 리옹과의 경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오후 9시.
보통 경기 4시간 전에 경기장으로 출발하고, 가끔 여기 훈련장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갈 때는 더 늦게 출발하기도 한다는 걸 생각하면 경기 시작 6시간 전부터 경기장으로 간다는 건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금 감독님이 자칫 그러다간 경기장까지 한참을 걸어가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뭐? 지금 뭐라고?
-*-*-*-
-둥, 둥, 둥, 둥.
-oh↗0h↘, oh↗oh↘, oh↗oh↘ oh↗oh↘ Ohhh···
-Marseillais allez↗, marseillais allez↘, Marseillais allez allez
“···와 시발.”
너무 놀라서 욕이 다 나오네. 무슨 경기 시작 1시간 전도 아닌데 벌써부터 경기장으로 가는 길이 꽉 막힐 정도로 사람들이 도로 한복판에서 저렇게 행진하냐.
물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몰려들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리옹은 아직 파리조차 하지 못한 7연속 리그 우승을 한 팀이라는 점, 마르세유는 유일하게 프랑스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이라는 점 덕분에.
이 리그앙에서는 파리, 마르세유, 리옹 이 세 팀이 리그앙에서 팬이 가장 많은 세 팀이였고, 덕분에 리옹과 마르세유의 매치는
쇼크 데 올랭피크(Choc des Olympiques)
라고 해가지고 정식 명칭이 붙은 라이벌 매치일 정도였으니.
그러니.
-Gnagnangnaaaagngnaaaa
(야야야야야야, 야야야야야.)
-Il faut les tuer ces pd de lyonnais
-(우리는 지금 리옹 자식들을 죽여버리러 가고 있다네)
-Il faut les tuer, il faut les tuer
-(죽여버릴 꺼야, 죽여버릴 꺼야.)
···솔직히 저런 가사까진 어찌어찌 이해 갔다. 당장 뭐 EPL에서도 인기 팀끼리 사이가 좋은 꼴은 못 봤고, K리그 최고 인기 팀인 전북, 서울과 수원이 서로 하하호호하던가?
서로 매북이네 북패네 개랑이네 하면서 나가 뒈지라고 하는 게 기본이지.
게다가 이 경기는 솔직히 누가 봐도 리그 우승을 판가름할 정말 결정적인 경기라는 게 뻔했으니 더더욱 잘 이해가긴 했다.
다만.
-Il faut les tuer ces pd de lyonnais!
-Il faut les tuer, il faut les tuer
그렇다고는 해도 평소라면 30분이면 느긋하게 도착하는 거리가 지금 2시간을 넘길 정도로 차를 굼벵이처럼 기어 가게 만드는 행렬을 만들 정도일 줄은 몰랐지.
“헤이-! 주장, 이런 장면, 주장은 익숙해요? 3년 전에 인기 많았다면서요.”
“···아니, 솔직히 나도 이렇게 많이 몰린 건 처음 보는데.”
···와우, 와, 미치겠네.
그러니까. 지금 이 도시 전체가 우리가 이기는 모습을 보겠다고 이렇게 난리 블루스를 친다는 거잖아.
-짝짝.
“안 되겠군, 더 늦었다가는 식사 시간을 제대로 못 맞출 수도 있겠어. 다들 내려라, 어차피 얼마 안 남았으니 이제부터는 경찰과 함께 내려서 걸어간다.”
“···Oui!”
솔직히, 이러한 모습이 너무나도 기쁘고.
또 바라왔던 일이지만.
‘······’
솔직히, 조금, 조금은 부담감이 드는 게 사실이였다.
‘···이러다가 우승 못 하기라도 하면 어쩌냐···’
물론 일정상 우리가 조금 더 강팀을 덜 만나는 일정이고, 우리가 유로파에 나가긴 하지만 파리 놈들도 챔피언스 리그 빼고는 컵 대회 전부 나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조금, 조금이나마 우리가 우승 경쟁에서 우위가 있다고는 해도 솔직히 오십보백보, 아니 구십구보 백보다. 진짜.
남은 8경기에서 파리보다 딱 한 번, 딱 한 번만 더 실수하더라도 모든 게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였으니.
내가, 아니 우리가 저 분들을 저렇게 희망을 주었다가,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fais moi rêver(꿈꾸게 해다오.)
···저분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까.
.
.
.
.
.
.
삑, 삑, 삐이익-!
하, 시발. 왜 불안한 감은 역시나 항상 들어맞는 걸까?
[···전반전 종료입니다! 데파이의 선제골과 라미의 자책골로 리옹이 2대 0으로 앞서나갑니다!]세상일 참 쉽게 가는 꼬라지를 못 보겠네.
***
[mi-temps]Marseille
0 : 2 Lyon
[Buts]Marseille : (rien)
Lyon : Depay(2), Rami(45, CSC)
***
“······”
“······”
아,
다들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 걸 보면 망했다.
‘오늘은 졌네··· 하하.’
전반전 2대 0이라니, 이건 너무하잖아.
‘경기력이 나빠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라는 게 더 힘 빠진다···’
그냥 처음에 그냥 긴장했다가 얼타면서 한 골.
그리고 계속 우리가 압박하다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라미가 헤딩으로 막아내려다가 타이밍이 조금 늦어서 궤도를 바꿔버린 탓에··· 전반전 종료 직전에 한 골.
이렇게 되면, 뭔가 변화를 통해 바꾸기도 힘들다.
그냥 우리가 긴장한 탓에 이렇게 되고 있다는 뜻이였으니까.
‘···뭔가 이 상황을 바꾸고는 싶은데··· 지금 그러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게 문제네. 하.’
옛날 모나코전 때는 3실점 차에서 차근차근 쌓아올려, 결국 무승부라도 가져오는 데 성공했었으나. 그 때와는 너무 달랐다.
그 때는 우리 경기력의 문제였고,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뭔가 바꿔보겠다고 난리를 칠 힘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기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3일 간격으로 4경기를 계속해서 치른 시즌 말.
그 때와는 달리, 체력이라는 기본이 무지하게 약한 상태였다.
그리고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변수는, 보통 나쁜 방향으로의 변수를 의미할 뿐이다.
‘후, 결국 연승은 여기에서 끝난다고 생각해야 하나···’
그 순간.
-짝짝.
“자, 자, 다들 집중해라, 집중.”
“······”
언제나 해결책을 가져와주던 15분의 브레이크 타임.
그러나, 이번에는 다들 시간임에도 모두들 살짝 힘 없이 쳐다볼 뿐이었다.
지금, 우리의 이 모습은 누가 봐도 긴장감 때문이었고.
이건 딱히 해결책이랄 방법이 없었으니까.
“···흠, 표정들이 아주 볼 만하군. 지금 당장 핸드폰으로 자네들의 얼굴을 한번 비춰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네.”
“······”
“다들 긴장했나 보지?”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여기에서 긴장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뭐,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지만 이건 내가 도와줄 수 없는 노릇이지. 이런 심리적인 요인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거니까.”
그래, 당신이 감독이라고 해도 이건 어찌할 수가 없는 거-
“그러니, 그냥 더 긴장하고 있어라.”
···어?
“왜 그러나, 내가 압박감을 느끼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너희들이 압박감을 덜 느낄까? 너희는 내 말 몇 마디에 압박감을 벗어날 정도로 애들도 아니고, 닮고 닮은 프로들인데 말이지.”
···아니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말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감독님?
“그리고 이 상황에서 압박감을 느끼지 말라는 말은 솔직히 무리지, 이것 봐라.”
그 순간, 감독님은 손수건을 꺼내 전등 밑으로 다가가서 이마를 한번 닦으셨고, 우리는 모두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나도 긴장되서 가슴이 벌떡벌떡 뛰고, 손에 땀이 나고,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다.”
“······”
그 말과 함께, 감독님은 쓰게 웃으면서 한 마디를 했다.
“이렇게 나 스스로도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너희들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한다? 그건 무리지. 무리야. 하하.”
그 말과 함께, 감독님은.
“일단, 이번 경기는 후반전 전술 변경은 없다.”
평소와는 살짝 다른 선택을 하셨다.
원래는 전반전에 지고 있거나, 지지부진할 때 망설임 없이 선수를 교체하고 전술 변화를 주는 데 반해.
“약간의 불운한 사고가 있었지만, 지금 자네들은 내가 1시간 전까지만 해도 현 상황에서 가장 최선이라고 믿었던 선수들이다.”
이번에는, 우리들을 믿는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자네들이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데··· 교체로 나간 친구들이 더 잘 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군.”
“······”
“그러니, 교체는 없다.”
그래서인지, 모두들 조금은 감동한 분위기였다.
“물론 한 20분 후에 한 골 더 먹힌다면, 이 생각을 후회하며 자네들을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자네들을 뭐라고 할 지도 모르지. 그게 프로니까.”
···그리고 그 기분은 1초도 안 되어서 깨져버렸다. 내 감동 돌려내, 이 감독아.
‘에휴, 그래, 그렇지, 저 의심덩어리이자 선수들하고 유대 쌓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감독한테 뭘 기대하겠어.’
뭐, 그래도.
-짝.
확실한 건 하나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다들 바나나나 초콜릿을 입 속에 집어넣어라. 후반전에 배 고파서 못 뛰는 일만은 없도록 말이지.”
“···Oui.”
조금은,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