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22)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22화(222/242)
Zigzaguer (8)
[대한민국, 3월 A매치 평가전 폴란드에게도 비기며 2무로 마무리···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들거갈 23인의 태극전사는 누구?]이번 유럽 평가전 원정길에 오른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FIFA 랭킹 24위의 북아일랜드, 6위의 폴란드와 맞붙어 둘 다 무승부를 거두었다.
폴란드전, 북아일랜드전 모두 익숙한 4-4-2가 아닌 전술을 썼기에 무승부를 거두었다는 평이 많지만, 신태영 감독은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 최대한 많은 선수를 점검해보기 위한 일이였다.’ 라며 일축했다.
실제로 이번 3월 평가전은 월드컵 엔트리를 발표하기 전 마지막 평가전이기에, 이번 경기에서 큰 활약을 한 선수는 국가대표에 뽑힐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번 평가전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일단 공격 부문에선 단연 권창운 선수가 가장 돋보였다.
리우 올림픽 시절부터 신태영호의 황태자라 불렸던 권창운 선수는 이번 시즌 벨기에 리그에서 현재까지 12골을 터뜨리며 모두의 기대를 모았는데, 그에 걸맞게 평가전에서 좋은 기량을 뽐냈다.
특히 북아일랜드전의 부드러운 터치 이후 넣은 골과, 폴란드전에서 보여준 드리블 돌파 이후 넣은 골은 신태영 감독이 그토록 바래오던 모습이였다.
그리고 수비 부문에선 단연 김민제 선수가 돋보였다. 지난 겨울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훌쩍 마르세유로 이적하여 모두에게 걱정과 기대감을 동시에 주었던 이 선수는. 완벽하게 기대에 부응했다.
이를 보면 94년생, 96년생인 이 둘은 이미 대한민국의 현재로 자리잡았고, 미래를 위해서라도 사실상 월드컵 엔트리가 확정인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그 두 경기에서 모두 풀 타임 선발을 소화한 손흥빈, 기성영, 장연수, 이준혁 선수 역시 월드컵 엔트리가 확정인 것으로 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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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8일, 마르세유.
-철컥, 철컥. 달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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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억.
“으어어어어···”
“끄어아아···”
아, 진짜 힘들었다.
‘이번 국가대표 소집은 진짜 개 힘들었다···’
다들 월드컵 직전 마지막 평가전이라 그런지 눈빛이 다들 장난이 아니였어. 하. 가서 쉬기는커녕 오히려 더 힘들게 훈련했던 것 같다아아···
“후아, 그래도 이제 다 끝났-”
“형, 아직 안 끝났어요··· 우리 사흘 뒤에 디종 원정이잖아요···”
···아, 그렇구나. 하하. 젠장. 그래. 31일에 경기 있었지? 원정이니까 심지어 이틀 뒤 출발이네.
“에휴- 지친다 지쳐. 넌 안 지치냐?”
“저요? 뭐 저는 그래도 살 만하죠. 형처럼 팀에서 아직 매번 선발은 아니잖아요.”
···하긴 그렇구나. 홀란두도 있고 해서 저 녀석이 매번 선발은 아니지?
‘그리고 나이 차이도 있을 테고.’
7살 차이니까 말이지. 에휴, 부럽다 부러워.
내가 저 나이 때엔 진짜 매일 훈련하고 다녀도 안 다쳤는데.
“아, 그래도 이번에 진짜 재미있었네요, 레반도프스키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어떻게”
그 말을 듣고, 나는 코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야, 얘네들이 우리랑 자주 붙고 싶겠냐?”
물론 우리 같은 선수들 입장에서야, 할 수만 있다면 더 강팀이라고 할 만한 팀들- 예를 들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독일, 벨기에 같은 팀들이랑 붙고 싶긴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는 솔직히 저번의 콜롬비아, 이번의 북아일랜드-폴란드 정도가 A매치에 전력으로 응해주는 팀들의 한계치다. 왜냐고?
일단 첫 번째로, 당장 그 쪽 선수들이 당장 우리와 붙어서 얻을 게 뭐냐는 말이 나온다는 게 문제다.
당장 올해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 산마리노라는 약체 국가대표팀을 8대 0으로 이기고 한 말이 있는데.
-산마리노와 같은 팀과 경기를 하는 것이 프로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친선도 아니고 월드컵 예선경기인데 저딴 소리를 했다.
물론 산마리노 팀이 아마추어에 가까운 팀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고, 우리가 겨루자고 할 경우 그 정도 대우까진 받진 않을 테지만. 글쎄, 저런 태도를 봤을 때 딱히 반기지는 않을 거다.
당장 우리나라도 중국, 태국, 베트남 같은 한수나 두 수 아래 팀들과 겨룬다고 하면? 딱히 반기지는 않는 게 사실 아닌가.
‘뭐, 그래도 이건 해결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돈이다. 돈. 돈을 많이 주면 된다.
당장 지금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3월에 우크라이나, 벨기에라는 확실하게 우리나라 팀보다 한 단계 높은 유럽의 강팀들과 붙은 걸 보면. 결국 그 쪽 축구협회도 이익단체이기에, 파이트 머니를 많이 주면 해결된다는 거다.
‘하지만, 솔직히 매번 그걸 바랄 수는 없지.’
중동 쪽 국대는 국가의 왕이나 왕가 친척, 그러니까 한 나라의 ‘정부’ 급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사재를 털어서 지원해주지만 우리나라의 지원은 ‘고작 대기업 오너’의 지원이다. 지를 수 있는 돈의 차이가 꽤나 크단 말이다.
게다가 설령 후원자가 애써서 통 크게 지원해줄 마음을 갖는다고 해도 여기 유럽 선수들이 우리나라랑 싸우는 걸 기피하게 되는 문제가 또 하나 더 있는데.
“뭣보다 멀잖아.”
“···아.”
그래, 거리가 멀어서 선수들이 자신들의 컨디션을 위해서라도 기피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줄 경우에도 유럽, 남미 축구팀들과 경기를 할 경우 그 쪽이 오든 우리가 가든 간에 최소 몇 시간 동안 무조건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리고 비행기를 장기간 탈 경우 컨디션이 개판나기 십상이다. 당장 박지성 대선배님께서도 대표팀 비행기 탈 때마다 무릎에 물 차서 고생하지 않았는가.
거기에 시차 적응 문제까지 합쳐지면? 제 실력을 내기도 힘들고, 선수들이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제 컨디션으로 일하기가 힘들다.
당연히 그러니 소속팀 입장에서는 최대한 대표팀 선수들이 적은 거리를 이동하길 바라고. 그 나라의 국가대표팀 입장에서도 굳이 동아시아로 오지는 않는 거다.
굳이 그런 쌩고생해서 한 수 더 떨어지는 적과 겨뤄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괜히 일본이 A매치 있을 때마다 자주 유럽 원정 가는 게 아니고, 아예 유럽에 거점 훈련장 세우겠다고 하는 게 아니지.’
당장 우리 대표팀도 유럽에 오지 않았으면 폴란드랑도 못 겨뤘을 거다.
“그걸 생각 못 했네요.”
“그래, 그럼 가르쳐준 대가로 니가 빨래 하러 가그라.”
“···벌써요? 좀 더 누워있으면 안 돼요?”
“우리 31일에 원정이야 임마, 이틀밖에 시간 없어. 빨리 가렴.”
그 말과 함께 민제가 뭐라고 꿍시렁꿍시렁 대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크게 상관하진 않았다. 어디서 후배 녀석이 선배 빨래하는 데에 불평불만을 갖는단 말인가. 나떼는 말이야, 어? 찬 물로 손 빨래했어!
···그리고 뭣보다.
-따끔.
“아야.”
휴우, 슬슬 통증이 오는 주기가 짧아지는구나.
‘성영 선배님 말씀대로네.’
-너 월드컵은 이대로 가면 확정이니까. 돌아가면 이젠 진짜 관리 좀 하고 몸 조심해라, 우리 나이는 이제 슬슬 꺾일 나이야.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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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09일.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리! 잠시만, 잠시만 저희랑 인터뷰 좀 해 주시죠.”
“아니, 저희랑 해 주세요.”
“어디 진득하게 식사라도 같이-!”
···와, 이거 뭐야. 이 놈들.
반짝여서 눈을 뜰 수가 없게 만드네.
‘이럴 땐 그저 삼십육게 줄행랑이 최고다.’
그렇게 훈련장 주차장에 몰려있는 기자놈들을 떼어네고 외부인 출입 금지인 곳으로 들어가고 나니.
“여어, 리. 왔냐?”
의문을 해결해줄 인간이 나타났다.
“주장, 저 기자들 뭡니까?”
“그야 뻔하지, 우리가 라이프치히한테도 지고, 몽펠리에한테도 져서 시즌 첫 연패잖냐.”
-탁.
[마르세유, 12에서 끊겨버린 리그 연승 기록··· 유로파 패배에 이어 리그에서도 결국 무너졌다.] [PSG, 득실차로 다시 1위 탈환, 마르세유는 2위로 밀려나···] [마르세유, 시즌 첫 연패, 3년 전처럼 이대로 무너지나?]하, 신문 제목들 꼬라지 보소?
‘기자놈들이 이때다 하고 아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계시는구만?’
그래서 이렇게 몰려든 거였냐? 우리가 뭔 말 하면 기삿거리로 삼으려고?
“{씨발놈들, 우리가 이길 때는 가만히 있더니, 우리가 지니까 겁나 지랄떠네.}”
“···뭔 소리야, Si bel homme 이라고? 왜 문어체를 써?”
···이건 또 뭔 소리, 아.
“아, 아뇨, 씨발놈은 한국식 Putain bordelle de la merde 에요.”
욕입니다 욕, 꽃미남이란 소리가 아니에요.
“오, 시벨롬이 한국에선 그렇게 쓰여?”
“···넵.”
“좋은 거 배웠네, 가끔식 써먹어 봐야겠다. 끌끌.”
하.
“···에휴, 됐어요. 이런 쓰레기들은 읽지 말고, 좀 La Provence처럼 우리한테 좋은 말 하는 신문이나 좀 읽어요. 안 그래도 1위 뺏겨서 우울한데.”
그렇게 내가 주장의 기운을 복돋아주기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하하, 뭐, 생각보단 별 생각 없어, 그냥 신기할 뿐이야.”
“네?”
예상 외의 답변이 들려왔다.
“내가 보기엔, 3년 전하고 지금은 꽤나 다르거든. 일단, 저놈들도 비겨서 결국 승점은 같고, 이게 지금 시즌 첫 연패라는 것도 그렇고, 딱히 다음 경기를 못 이길 것 같지도 않아.”
그리고, 그 말을 듣자하니.
“그러면 뭐, 다음 경기 이기면 되는 거 아냐? 우리 승점 차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동률이야, 동률, 득실차 때문에 2위인 거지. 여섯 경기 동안 충분히 저 놈들도 미끄러질 수 있어.”
주장은 생각 이상으로 덤덤해 보였다.
오히려, 오히려-
“그보단, 너 괜찮아?”
“예?”
“나는 오히려 니가 요즘 더 다급해 보이는데.”
나보다 더.
“난 오히려 너한테 묻고 싶다. 리. 어제 지고 크게 우울해하던데,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거야? 너 원래 시즌 시작 전엔 꽤나 여유로웠잖아.”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난 왜 이렇게 다급해져 있지?’
생각해 보니, 이상한 일이였다.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내가 주장한테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다급해져 있다니.
“왜 그런 거냐?”
···그 질문을 던지자, 생각 외로 답이 금방 나왔다.
“글쎄요, 끝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와서 그런가··· 저도 모르게 다급해졌나 봐요.”
“뭔 소리야, 니 정도면 건강한 편이잖아. 난 지금 거의 매일 약 먹어가며 뛰고 있거든?”
그래, 맞다.
올해 남은 시간 동안 아무리 더 혹사를 당한다고 해도, 뭐 아킬레스건 파열같은 부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나는 89년생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건강한 편에 속하는 선수일 거다.
“그래도,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다.
점점 경기를 뛰고 나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속도라던가, 그런 게···
한 3, 4년 때보다 더 떨어져 있는 게 온 몸으로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저도 올헤 뭔가 하나라도 여기에서 뭔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커지다 보니··· 너무 다급해졌던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주장은, 살포시 보고 있던 신문을 접으며. 쓰게 웃었다.
“그래, 모두가 하는 고민이지.”
“···주장은 그런 생각 안 들었어요?”
“그래, 들었지,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면서 버텼고.”
“···그게 뭔데요?”
그 순간, 주장이 한 말은.
“니들이 강하건 말건 일단 닥치고 이기겠다는 유치한 생각.”
순간적으로 내 얼굴을 빨갛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게.
“···그거 제가 주장이랑 시즌 시작 전에 밥 먹으면서 했던 말 맞죠?”
“오, 기억하네? 맞아.”
유치한, 은 빠졌던 걸로 기억하지만.
“결국, 생각이 많아져 봤자 도움 안 돼. 어쨌든 지금은 모두가 지쳐있는 시즌 말이고, 어떻게든 연패 끊고 계속 싸우겠다는 생각만 해야 하는 때야.”
그 말을 끝으로.
“그러니까, 그냥 훈련이나 하러 가자. 회복 훈련 하자고.”
“······”
주장은,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래요, 갑시다.”
피식 웃으며 따라갔다.
그래, 시즌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서, 슬슬 내 전성기의 끝이 다가왔을음 느낀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아직은, 아직은 주저앉을 때가 아니다.
내 전성기가 끝이 보인다고는 해도, 아직 정말로 끝에 도달했는진 모르는 일이고.
아직은, 시즌이 끝난 게 아니니까.
비록, 깔끔하게 일직선으로 쭉쭉 달려나가는 길을 걷진 못하고 있지만.
“그래, 빨리 따라와라.”
조금 내가 비틀거리더라도, 서로 등을 가끔씩 기댈 좋은 동료들이 있다.
그러면, 그러면 된 거다.
조금, 조금은 비틀거리더라도(Zigzaguer)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들의 시즌은, 나의 여정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
[마르세유, 연패 탈출··· 라이프치히와 트루아 연달아 꺾으며 계속해서 PSG 추격.]